[리뷰] 주변 소음에서 해방되다, 뱅앤올룹슨 H3 ANC
[IT동아 강형석 기자] 이불 밖은 아직 싸늘하지만 햇빛이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로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겨우내 귀마개로 잘 활용하던 헤드폰을 벗어버리고, 가볍게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꺼낼 시기가 오고 있는 것. 그러나 걱정이 앞설지 모르겠다. 음질과 외부 소음 때문이다. 소리를 내는 유닛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헤드폰은 낫지만 크기가 작은 이어폰은 고음질 구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도 그렇다. 이는 헤드폰이건 이어폰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일부 이를 억제하고자 탑재하는 기술이 있으니, 바로 소음제어(노이즈 캔슬링)다. 외부 소음을 분석해 이를 제거하는 또 다른 소리를 내면서 마치 주변에 나 혼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지금 소개할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H3 ANC이 야외 활동이 잦아질 시기에 외부 방해 없이 음악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이어폰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외부 소음을 줄여 음악에 더 집중하게 해주는 소음제어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ANC는 능동형 소음제어(Active Noise Cancellation)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고급스러운 만듦새, 착용감도 좋아
다른 고급 이어폰과 비교하면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한껏 살린 점이 H3 ANC의 특징이다. 유닛 외부에 금속 재질의 헤어라인(붓으로 그린 듯한 선)이 있어 그런 인상을 강하게 준다. 실제 이어폰 외부는 스테인리스와 금속을 쓴다. 이어폰은 귓바퀴에서 고막 사이의 외이도에 울림통이 배치되는 커널(인이어) 방식이다.
케이블 길이는 1.35m로 음악 감상 시 불편함을 주지 않는 수준이다. 케이블 재질은 흔히 보는 고무와 폴리머 재질을 조합했다. 직물을 채택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형태도 디자인적 통일감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이어폰 중간에는 리모컨이 있다. 음량 조절을 지원하며, 통화 또는 음악 재생/정지 기능을 갖췄다. 크기도 적당하고 중앙에 있는 뱅앤올룹슨(B&O) 로고는 약간의 자부심(?)도 주는 듯 하다. 그러나 버튼의 감도가 매끄럽지는 못하다.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 애매한 느낌이기 때문에 조금 더 확실한 조작 감도를 구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3.5파이 규격의 스테레오 입력 플러그 바로 위에는 원반형 물체가 달려 있는데, 이것이 바로 소음 제거를 위한 제어 유닛이다. 외부 소음의 파장을 인지하고 이를 제거하는 파장을 흘려 마치 조용한 듯한 느낌을 준다. 한계는 있는데, 사람의 음성은 차단이 어렵다. 이 부분을 참고하자.
이 장치로 인해 휴대성은 조금 떨어진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연결 플러그와 가까워서 장치와 플레이어를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손에 들고 다닐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불편해지므로 주머니에 넣는 것을 추천한다. 장치 안에는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다. 350mAh 용량으로 제조사는 약 20시간 정도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사용 시간은 이보다 짧았다.
스테레오 연결 플러그는 일자가 아닌 ㄱ자 형태로 완성됐다. 전작 H3는 일자 형태의 연결 플러그를 제공한 바 있는데, 휘어짐에 의한 단선 우려가 지적된 바 있다. ㄱ자는 단선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뛰어난 차음성에 소음 억제 기술까지
뱅앤올룹슨 H3 ANC의 실력을 확인해 봤다. 별도의 플레이어는 아니고, 일반 스마트폰으로 듣는다는 가정 하에 갤럭시 S6와 연결한 뒤 음원을 감상했다. 음원 재생은 온쿄 에이치에프 플레이어(Onkyo HF Player)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했고, MP3 음원(320Kbps, 44.1khz)과 고해상 음원(24비트, 96kHz FLAC)을 각각 재생해 봤다.
소리는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할 듯하다. 공간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고음과 저음 재생 능력은 뛰어나다. 이 부분은 MP3와 고해상 음원을 들었을 때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소리라는게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르므로 항상 구매 전 청음을 한 번 해보는 것이 좋다. 뱅앤올룹슨은 주요 백화점이나 강남에 자체 운영하는 청음 매장이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고 방문해 들어보자.
H3 ANC는 일반 실리콘 재질 이어팁보다 함께 제공되는 스펀지 느낌의 메모리 팁을 쓰는걸 추천한다. 차음성이 더 뛰어나고 착용감 또한 좋다. 부드러운 메모리 팁으로 유명한 컴플라이(Comply)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는 소음제어 기술을 활용할 때, 차음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 제품의 핵심인 소음제어(노이즈 캔슬링). 야외에서는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0% 정도의 실력은 된다 평가해 본다. 차량이 지나는 소리나 기타 소음은 억제가 됐는데, 공사장 인근에서 넘어오는 굴삭기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도 음성이 어느 정도 유입되기에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반면, 귀에 꽂을 때 쓰는 이어팁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차음성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 이어팁보다 함께 제공되는 컴플라이 메모리 폼 팁을 썼을 때 차음성이 더 좋았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사전에 한 번 사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음제어 기술은 배터리를 소모하게 된다. 뱅앤올룹슨은 최대 20시간 사용 가능하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약 10시간 정도 밖에 쓸 수 없었다. H3 ANC를 사용하던 시기가 매우 추웠던 때(영하 10도 가량)라 배터리 효율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아쉬운 부분. 배터리 소모 시간 격차는 리뷰 제품의 문제일 수 있으니 참고만 하자. 다행인 것은 배터리가 방전되면 소음제어를 쓰지 않는 뱅앤올룹슨 H3 이어폰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야외에서도 음악에만 집중
뱅앤올룹슨 H3 ANC의 가격은 35만 원이다. 온라인은 이보다 더 저렴하다. “뭐가 이렇게 비싸?”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소음제어 구현을 위해 장비를 투입한 부분이 크다. 가격은 올랐지만 소음 제어 효과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여기에 이어팁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무엇보다 전작 H3의 아쉬움을 만회하려 한 요소가 돋보인다. 특히 일자형 스테레오 플러그를 ㄱ자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H3에서 소음제어 장치 하나 달랑 달아 놓은게 아니라, 기존의 장점을 계승한 새 제품이라는 느낌을 준다.
유일한 아쉬움은 배터리 시간이다. 10시간도 충분하다면 충분하다. 그러나 언제 방전될지 모를 배터리 때문에 음악 들을 때 마음 졸일 수는 없지 않겠나? 그저 리뷰 제품의 문제였기를 바랄 뿐이다.
소음제어 기술은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로 득이 많다. 뱅앤올룹슨 H3 ANC도 전원을 켜는 순간 어디서든 개인 음감실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쓰자. 음악 이상으로 당신은 더 소중하니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