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노트북의 새로운 모습을 보다 - HP 프로북 5310m (1부 외형편)
노트북을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 사려는 대학 신입생, 회사 업무를 위해 사려는 회사원, 책상 위의 커다란 데스크탑 PC가 보기 싫어 아담한 노트북을 사려는 사람 등. 노트북이라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시에는 어떤 용도로 사용하려고 하는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3D 온라인 게임을 주로 하려고 하는데, 내장 그래픽이 탑재된 제품을 산다면 얼마나 낭패를 겪겠는가.
노트북 중에는 ‘비즈니스 노트북’이라는 것이 있다. 이 노트북은 말 그대로 업무에 최적화된 성능을 지닌 제품이라는 뜻이다. 업무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지만, 직업과 그에 따른 업무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 그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기에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춰야 하고, 외근 시 사용될 것을 고려하여 들고 다니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또한, 업무에 관련된 중요한 자료를 넣어두는 일도 있으니 보안 및 자료 손실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외부 충격에 잘 견딜 수 있는 단단한 내구성 역시 필요하다. 제안서, 보고서, 메일 작성 등 은근히 타자칠 일이 많으니 넓은 키보드가 탑재되어 있으면 더욱 좋다.
이러한 비즈니스 노트북 중 하나가 바로 HP에서 출시한 프로북 5310m이다. 일단 외형부터가 심상찮다. 비즈니스 노트북은 실용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대신 디자인은 그저 투박하기 일쑤인데, 이 프로북 5310m은 마치 울트라씬 노트북처럼 날렵하고 멋스럽다. 얇은 두께를 지니고 있음에도 사양은 일반 센트리노2 노트북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나는 다른 비즈니스 노트북과 달라!’라고 외치는 듯한 이 제품을 사용해본 소감을 밝힌다.
1. 크기, 두께, 그리고 무게
전체 크기와 두께, 그리고 무게는 울트라씬 노트북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크기는 A4용지보다 약간 큰 정도(221mmx328mm)로 흔히 사용하는 크기의 남성용 가방에 쏙 들어간다. 두께는 약 2cm이지만 노트북 끝 부분을 오목하게 처리해 실제 보기에 더 얇아 보인다. 무게는 1.7kg 정도로 장시간 들고 다녀도 힘들지 않다. 실제 2주간 전철로 1시간이 걸리는 출퇴근 길에 직접 들고 다녔는데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배터리를 포함해도 1,74kg에 불과하다
실제 두께보다 훨씬 얇아 보이는 HP 프로북 5310m
2. 디스플레이
프로북 5310m은 16:9 와이드 비율의 13.3인치 LCD를 탑재했으며, LED 백라이트가 적용되어 있어 보기에 불편함이 없다. LED 백라이트 방식의 LCD는 기존 일반 LCD보다 훨씬 밝은 색감을 선사해 오래 화면을 보아도 눈의 피로가 적고, 소모하는 전력도 적은 편이라 같은 양의 배터리를 더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다. 해상도는 1,366x768로 문서작성이나 인터넷 서핑을 하기에도 무난하다(1,024x768 이상의 해상도라면 일반적인 작업하는 데 이렇다 할 불편이 없다).
3. 상판과 힌지
프로북 5310m의 상판은 블랙 색상의 알루미늄 합금으로 덮여 있어 내구성을 높이는 한편, 메탈 재질의 세련미까지 담아내었다(남자다움이 느껴진다고 할까). 힌지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 중 하나다. 힌지란 노트북의 LCD와 본체를 연결해주는 부분을 말하는데, 프로북 5310m의 힌지는 긴 원통형으로 연결되어 있어 오랫동안 사용하더라도 쉽게 헐거워질 염려가 없어 보였다. 얼핏 보면 뻑뻑할 것 같지만, 제품을 책상 위에 두고 한 손으로만 상판을 잡고 열어도 쉽게 열릴 정도로 부드러웠다.
상판과 본체를 이어주는 원통형 힌지는 쉽게 헐거워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한 손으로 들어올려도 쉽게 열린다
4. 키보드
타이핑을 자주 하게 되는 비즈니스 노트북 특성상 키보드도 관심이 가는 대상이다. 프로북 5310m의 키보드는 키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구성된 ‘아이솔레이트’ 형태이다. 일명 ‘페블(조약돌) 키보드’라고도 불리는데, 손톱이 긴 여성이 타자를 쳐도 오타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프로북 5310m은 키 하나하나의 면적이 넓고 옆 키와의 간격이 넓어 한꺼번에 여러 키가 눌리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했다.
실제 사용기간 동안 회의록이나 각종 업무 관련 문서를 작성하였는데, 타이핑에 있어 별 어려움이 없었다(본 리뷰도 프로북 5310m으로 직접 작성하였다). 일부 노트북의 키보드는 하나의 기판으로 연결되어 있어 강하게 타이핑을 하면 들썩거리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프로북 5310m의 키보드는 독립된 키로 구성되어 있어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키감도 나쁘지 않았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키가 눌려 물 흐르듯 타이핑을 할 수 있었다.
사족) 프로북 5310m에는 HP만의 장점인 듀라키(DuraKey)가 적용되어 있다. 이는 키보드 위에 새겨져 있는 글자가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인데, 듀라키가 적용된 키보드는 일반 키보드보다 최대 50배의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HP의 발표에 의하면 약 25만 번의 타이핑에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리뷰 기간 내에 검증은 불가능했지만, 분명히 없는 것보다는 좋은 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키보드에 표기되어 있는 한글 표시가 너무 ‘작다’라는 것이다. 키 중앙에 영문이 크게 자리하고 있고 한글은 키 캡 아래쪽에 살짝 얹혀 있어 마치 영문 자판 키보드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미 키보드의 배열이 익숙한 사용자라면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닌 듯하지만,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G’ 키일까 ‘ㅎ’키 일까?
5. 3개의 기능버튼
키보드 왼쪽 위에는 하얀색 LED 표시등의 전원 버튼이 있으며, 키보드 오른쪽에 기능버튼 3개가 달렸다. 무선랜 On/Off 버튼, 메일 작성/관리 프로그램 실행 버튼, 인터넷 브라우저 실행 버튼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메일 작성/관리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브라우저 실행 버튼은 생각보다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무선랜 On/Off 버튼은 상당히 유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무선랜이 잡히지 않거나 필요 없는 상황에서 무선랜을 꺼두면 노트북 사용시간을 조금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6. 터치패드
팜레스트 부분(손을 올려두는 부분)은 키보드 부분과 달리 상판과 같은 알루미늄 합금 메탈 재질로 덮여 있으며, 오래 사용해도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터치패드의 위치는 썩 마음에 들었다. 터치패드의 위치가 적절하지 못한 경우, 문서 작성 등의 작업 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터치패드를 건드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집중해서 문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갑자기 커서의 위치가 옮겨져 작업의 흐름이 탁 끊어지면 상당히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북 5310m은 터치패드가 키보드 중앙 아래에서 약간 왼쪽에 있어 타이핑 시 건드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다만, 지문이 잘 묻어나는 하이그로시 코팅 플라스틱 재질이라 조금 지저분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7. 상태 표시 LED
또한 프로북 5310m에는 상태 표시 LED가 HDD 동작표시등 하나만 있어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넘버 락과 스크롤 락 LED는 아예 없으며, 캡스 락 LED만 키캡 위에 살짝 올라가 있다. 아무래도 비즈니스 노트북이니까 일반적인 노트북에 비해 어두운 장소(회의, PT 등을 진행할 때)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렇게 어두운 장소에서는 다양한 색상의 LED가 번쩍이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사용자의 입장과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서는 이렇게 심플한 것이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8. 좌/우측 단자
본체 좌/우측에는 USB 2.0 단자 3개와 콤보 오디오 출력/마이크 입력 단자, 도난장지 락 홀, 2-in-1 멀티카드리더(SD/MMC), 디스플레이 단자(DP)가 있다. HDMI 단자가 없고, 멀티카드리더가 지원하는 종류도 적은 것이 흠이라면 흠일테지만, 디스플레이단자에 각종 변환 젠더(DP→HDMI, DP→DVI)를 연결하면 쉽게 외부 디스플레이 기기를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디스플레이 변환 젠더
[좌측면] 왼쪽부터 순서대로 전원단자, USB 2.0, 디스플레이 단자, 유선랜(RJ-45)
[우측면] 왼쪽부터 순서대로 2-in-1 멀티카드리더, 콤보 마이크/헤드셋, USB 2.0 단자 x 2, 도난 방지 락 홀
9. 배터리
슬림한 두께를 유지하기 위해 얇게 제작된 배터리는 바닥에 끼워 넣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의 배터리는 빼낼 때 불편할 수 있지만, 프로북 5310m은 고정 훅을 옆으로 밀면 배터리의 끝이 살짝 들어 올려져 쉽게 빼낼 수 있다(사실 노트북 배터리를 교체하는 경우가 그리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끼워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면 빼낼 때 매우 곤혹스러울 수 있다
프로북 5310m이 채택한 4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용량만 놓고 보면 14.8V, 41Wh, 약 2,800mAh로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평균 4시간 이상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터리만 가지고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 실제로 3시간 넘게 문서작업을 진행했을 때나, 2시간이 넘는 1,080p 화질의 영화를 보았을 때에도 사용하는 도중 충전이 필요한 경우는 없었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아주 긴 편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큰 지장이 없다.
프로북 5310m은 기존 비즈니스 노트북의 투박하고 단순했던 디자인을 탈피하였다. 울트라씬처럼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로 여러 업무 작업 중, 노트북을 들고 외근을 나가야 하는 용도에 편리하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은 사람 많은 곳에서 한 번쯤 꺼내놓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
지금까지는 노트북의 외형에 대해 살펴보았고 2부에서는 본격적인 노트북의 성능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