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옵틱스는 어떻게 렌즈를 만들고 있을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삼양옵틱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교환렌즈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물론 삼성전자도 자사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인 NX 시스템을 위한 교환 렌즈가 있다. 그러나 주변 정황을 봤을 때, 사업 철수 또는 축소 가능성이 짙다. 여러 카메라에 대응하는 교환 렌즈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삼양옵틱스의 존재가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지난 1월 29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삼양옵틱스 생산공장에서 렌즈를 만드는 과정 일부를 참관할 수 있었다. 비록 일부라 하더라도 렌즈 생산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소재는 수입, 이후 과정은 전부 내부에서
렌즈는 소재를 가공하는 단계부터 시작한다. 이후 크기에 맞춰 잘라내고 연마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지금 보는 렌즈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삼양옵틱스는 원소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일부 제조사를 제외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지만 소재가 수입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를 얼마나 잘 다듬고 조립하는지가 최종 결과물에 영향을 주니 말이다.
원소재를 제외하면 모든 제작 과정은 모두 삼양옵틱스 내부에서 처리하게 된다. 연마나 가공, 코팅과 조립, 출고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해당한다.
강봉수 삼양옵틱스 생산부장은 "소재 수입을 제외한 전 과정은 직접 처리하고 있다. 교환렌즈의 완성도를 높이고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조금의 오차도 결과물에 영향을 주는 제품의 특성상, 지속적인 관리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렌즈는 소재 입고를 시작으로 정삭, 연마, 심취, 코팅, 접합, 흑칠, 군조립, 경통조립 순으로 이어진다. 기자는 이 중 심취공정을 거친 렌즈의 검사 과정과 코팅, 세척, 접합 및 흑칠 공정을 볼 수 있었다.
작은 먼지조차 허용하지 않는 청정실의 내부
방진복을 갖춰 입고 문 앞에 선다. 문은 2중 구조로 되어 있는데, 공간 사이에는 강한 바람이 나온다. 겉에 붙어 있는 먼지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이 문은 둘 중 하나라도 열려 있으면 반대쪽 문이 열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먼지가 유입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문을 들어서니 코팅 작업이 한창이다. 사실 코팅까지 이뤄지면 대부분의 작업은 마무리라 보면 된다. 이후 필요한 렌즈군 구성을 위한 접합이나 분류 작업 정도가 남아 있다.
여기서 렌즈를 만드는 과정을 보자. 렌즈는 처음에는 불투명한 형태로 시작했다가 연마를 거치며 점차 투명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면조도 가공이 이뤄지고, 빛을 잘 통과시키기 위한 곡률 및 간섭무늬 관리도 진행된다. 심취과정은 렌즈를 더 가공해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센터링 가공이 이뤄지며 점차 교환렌즈에 들어갈 렌즈의 최종 형태로 다듬어진다.
심취과정까지 거친 렌즈는 최종형이지만 코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전수 검사가 이뤄진다. 한 번 세척되어 온 렌즈들은 이물질이 없는지, 혹시 미세한 흠집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이 절차는 모두 숙련된 기술자의 눈과 정밀 측정 기기를 통해 진행된다. 실제로 본 기술자들은 렌즈의 여러 곳을 현미경이나 육안 등으로 확인하며 문제 여부를 판단하고 있었다.
검사를 마친 렌즈는 코팅 과정에 들어간다. 코팅은 고열에 달군 렌즈에 특수한 재료를 씌우는데, 이 역시 사람의 손으로 진행된다. 렌즈에 코팅을 씌우는 작업은 기계가 하더라도 이를 마무리 짓는 것은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다.
삼양옵틱스가 보유한 코팅 장비는 모두 6대. 이 역시 조금의 먼지라도 허용되지 않는 청정실로 꾸며져 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쓰는 렌즈들이 모습을 갖추고 밖으로 나설 채비를 마쳐간다.
코팅 작업이 완료된 렌즈는 다시 세척 작업을 위해 이동하게 된다. 이 작업 대부분은 기계를 통해 자동화가 이뤄져 있다. 일부 렌즈 틀을 옮기기 위해 사람이 투입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집중력 요구되는 접합과 흑칠 그리고 완성까지
세척이 완료되면 또 한 차례 점검이 이뤄진다. 이 역시 숙련된 기술자들이 육안 및 정밀 기기를 활용해 흠집과 미세 먼지 등을 찾아낸다. 세척된 렌즈는 종류에 따라 접합 또는 먹칠 과정으로 이동하게 된다. 두 렌즈를 붙이는 경우라면 접합으로, 그렇지 않으면 바로 먹칠에 들어가는 것이다.
접합 과정은 특정 렌즈 2개를 붙여 출고하기 위함이다. 렌즈는 1개로 이뤄진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일부 아닌 것도 있다. 원하는 빛의 굴절을 유도하기 위해 2개 이상 렌즈를 붙일 때가 있는데, 조합에 필요한 렌즈를 붙여 구성하게 된다.
작업은 섬세하게 이뤄진다. 특수 접합제를 렌즈 위에 올린 다음, 다른 렌즈를 위에 올린다. 이 작업도 숙련된 기술자의 손 끝이 필요하다. 접합면에 기포가 생겨서 안 되고, 접합액이 렌즈 밖으로 나와서도 안 된다. 때문에 작업은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먹칠은 렌즈 테두리를 검은색 특수 물질로 씌우는 작업이다. 빛이 테두리 밖으로 굴절되거나 외부 유입되어 산란되는 현상을 막고자 함이다. 광학 유해성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숙련된 기술자가 렌즈를 하나씩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많은 집중력을 요한다. 도구를 사용해 렌즈 테두리에 검게 먹칠을 하는 것 정도로 보여도, 칠이 벗겨지면 안 되고 먹이 렌즈 유효경을 침범해서도 안 된다. 깔끔하게 테두리에 먹칠을 입혀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이 작업까지 마무리 되면 렌즈들은 군조립 라인으로 이동하게 되고, 점차 우리가 카메라에 연결해 쓰는 렌즈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생산 과정은 완료에 다다르지만 작업 자체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하나라도 틀어지면 화질이나 품질에 영향을 주는 광학기기가 품은 운명이다. 이 모든 작업의 대부분을 사람이 하고 큰 오차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부분이 놀랍다.
대부분의 프리미엄 렌즈 제조사의 특징은 사람과 기술의 조화였다. 장인이 렌즈를 다듬고 설계한 작품에 기술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편의를 돕는다. 삼양옵틱스가 보여준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기술 숙련도가 높은 작업자가 렌즈를 다루고, 힘들고 부족한 부분은 기계가 돕는다.
삼양옵틱스는 공장을 새단장하면서 설비를 늘리고, 렌즈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과거 연간 28만 개 가량이던 생산량은 연간 35만 개로 늘어난다. 이는 단순 카메라용 교환 렌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닌, 미러리스 및 점차 커지는 전문가용 영상 렌즈에도 대응하고 있어서다. 국내 유일한 서드파티(제3자 기업) 교환렌즈 제조사로써 자존심을 이어가고 성장을 위한 준비인 셈이다.
도약할 준비는 끝났다. 황충현 삼양옵틱스 대표이사는 지난 1월 29일 준공식 축사에서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다양한 광학 렌즈들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칼 자이스, 일본의 시그마와 탐론과 같은 렌즈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제 꿈이 현실이 될지 지켜보는 일만 남은 듯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