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령처럼 조용해진 AMD CPU 쿨러, '레이스'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첫 인상이란 참 중요한 것이다. 초반에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자리잡으면 이를 나중에 만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AMD의 CPU(중앙처리장치)도 그렇다. 2000년대 초반에 팔리던 AMD CPU는 가격대비 성능은 괜찮았지만, 발열 수준이 높다 보니 이를 식히기 위한 쿨러(냉각장치)의 회전 소음도 심하고 시스템 안정성도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후에 지속적으로 이 점이 개선되어 왔지만, 아직도 AMD PC 시스템은 '뜨겁고 시끄럽다'는 편견을 가진 사용자들이 제법 많다.

AMD 레이스 쿨러
AMD 레이스 쿨러

사실 요즘도 AMD CPU가 인텔 제품 대비 약간 더 뜨겁기는 하다. AMD CPU는 인텔 CPU에 비해 클럭(동작속도)가 다소 높은 편이라 발열과 소음을 낮추는데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시스템 안정성을 해치고 소음공해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AMD 입장에선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프로세서 제조 공정 향상에 앞서 개선된 냉각 솔루션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해야 할 작업은 반도체의 공정 수준을 향상시키는 한편, 저소음으로 높은 냉각성능을 발휘하는 고효율 냉각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단 공정 향상은 올해 안에 이루어진다. AMD는 기존의 28nm(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공정보다 향상된 14nm 미세 공정을 도입한 제품을 올해부터 본격 출시한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신 공정은 일단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우선 도입되지만, CPU 및 APU(CPU와 GPU의 통합 프로세서)에도 당연히 적용될 것이다.

새로운 AMD FX-8370
패키지
새로운 AMD FX-8370 패키지

개선된 냉각 솔루션은 이미 등장했다. 지난 3일, AMD는 기존 FX-8370(코드명 비쉐라) 데스크톱용 CPU의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며 이전의 것보다 개선된 신형 쿨러인 '레이스(Wraith) 쿨러'를 동봉했다. 이름 그대로 유령처럼 조용하고 오싹한 쿨러라는 의미다. 향후 출시될 AMD CPU에도 이 쿨러가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어느 정도로 조용해지고 시원해 졌는지 확인해보자.

쿨러 업그레이드해 재등장한 AMD FX-8370 CPU

새로운 박스에 담긴 AMD FX-8370은 CPU 자체로만 보면 이전의 것과 같다. 4.0~4.3GHz의 클럭으로 구동하는 8코어 CPU이며, TDP(열설계전력)도 125W로 동일하므로 소비전력 내지 발열도 기존의 것과 차이가 없다.

AMD FX-8370의 CPU-Z
정보
AMD FX-8370의 CPU-Z 정보

PASSMARK 기준 CPU 점수는 8986점으로, 인텔 CPU 제품과 비교한다면 하스웰 기반 코어 i7과 코어 i5 사이 정도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인터넷 최저가는 본래 20만원대 중반 정도였는데, 2016 2월 현재, 매장에서 기존 쿨러 동봉 제품이 들어가고 레이스 쿨러 동봉 제품으로 교체되고 있는 시기라 판매 가격대가 일정하지 않다. 몇 주 정도는 기다려야 안정적인 구매가 가능 할 것 같다.

한층 커진 덩치에 은은한 LED효과 더해

기존 쿨러와의 디자인 비교
기존 쿨러와의 디자인 비교

CPU는 같지만 쿨러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일단 크기가 훨씬 커졌다. 냉각팬의 지름이 70mm에서 92mm로 커지고, 쿨러 전체의 높이도 55mm 정도에서 80mm 정도로 높아졌다. 물론 크기는 커졌지만 CPU 장착용 소켓 규격은 여전히 AM3+로 동일하기 때문에 기존의 메인보드에 문제 없이 장착이 가능하다. 참고로 AM3+용 쿨러는 구형 AMD CPU용 AM2, AM2+, AM3 규격과도 호환되며, APU용 FM2, FM2+ 규격에도 달 수 있다. 쉽게 말해 현재 쓰이는 대부분의 데스크톱용 AMD 프로세서에 레이스 쿨러가 호환된다.

CPU 접촉면 비교
CPU 접촉면 비교

전반적인 크기는 커졌지만 구리 및 알루미늄이 조합된 플레이트 및 히트파이프가 방열판을 이루고 있어 구조 자체는 비슷하다.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차이점은 냉각팬 측면에 흰색 LED로 구성된 AMD 로고가 은은한 빛을 낸다는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조금씩 LED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PC 내부 튜닝을 즐기는 매니아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

쿨러의 LED 로고
쿨러의 LED 로고

기존 AMD 쿨러와의 성능 비교

제품의 외관을 살펴봤으니 이젠 직접 써볼 차례다. AMD FX-8370 CPU와 라데온 R9 380X 그래픽카드, 애즈락 990FX 킬러 메인보드를 조합한 윈도우10 시스템에 레이스 쿨러와 기존의 쿨러를 번갈아 꽂아가며 소음 및 발열 수준을 비교해봤다.

테스트 시스템의 외형
테스트 시스템의 외형

애즈락 990FX 킬러 메인보드의 CPU 냉각 설정을 목표 온도는 섭씨 50℃, 목표 냉각팬 속도는 최저 수준인 레벨 1로 맞췄다. 테스트를 진행한 곳은 기본적으로 50dB(데시벨) 정도의 기본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니 무음실에 비해 소음 측정 수치는 훨씬 높을 수 있다. 그러한 관계로 측정 수치 외에 기본 소음 대비 증가한 수치를 괄호 안에 따로 적었다. 그리고 PC 케이스를 씌우지 않은 누드 상태의 PC이므로 케이스를 갖춘 정상적인 상태의 PC에 비해 10% 정도는 낮은 온도가 측정될 것이라는 점도 미리 밝힌다.

유휴 상태에서 측정한 소음 및 온도

이 상태에서 윈도우10을 부팅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유휴 상태로 20여분 정도 유지했다. 이 상태에서 기존의 쿨러는 2400RPM 정도의 속도로 회전하며 약 62dB(기본 소음 대비 +12dB)의 소음이 발생했다. 이 상태에서 CPU 온도는 섭씨 30℃ 내외로 측정되었다.

유휴 상태의 RPM
유휴 상태의 RPM

유휴 상태의 소음
유휴 상태의 소음

유휴 상태의 온도
유휴 상태의 온도

한편, 레이스 쿨러의 경우는 같은 조건에서 1650RPM 수준으로 냉각팬의 회전 속도가 확연히 낮아졌으며 소음 수준도 57dB(기본 소음 대비 +7dB) 정도로 줄어들었다. 다만 CPU 온도 자체는 섭씨 30℃ 내외로 일반 쿨러와 같은 수준이었다.

일상적인 작업을 하며 측정한 소음 및 온도

다음은 시스템에 약간의 부하를 주는 일상적인 작업을 해봤다. 4K UHD급 동영상을 20여분 정도 구동한 후에 수치를 확인했다. 이 상태에서 기존의 쿨러는 2500RPM 정도의 속도로 회전했으며 소음 수준은 65dB(기본 소음 대비 +15dB), CPU 온도는 섭씨 39℃ 정도를 유지했다.

일상 작업시의 RPM
일상 작업시의 RPM

일상 작업시의 소음
일상 작업시의 소음

일상 작업시의 온도
일상 작업시의 온도

이 상태에서 레이스 쿨러의 CPU 냉각팬 회전 속도는 유휴 시와 거의 변화가 없는 1700RPM 부근 이었으며, 소음수준은 59dB(기본 소음 대비 +9dB)로 측정되었다. CPU 온도는 37℃ 정도로 기본 쿨러보다 약간 낮았다.

높은 부하를 가하며 측정한 소음 및 온도

마지막으로 시스템 전체에 제법 큰 부하를 주는 작업을 해봤다. PC의 게임 구동 능력을 측정할 때 많이 쓰이는 3DMark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구동하며 어느 정도 소음과 발열이 상승하는지를 가늠했다. 기존 쿨러의 경우, 3800RPM 정도까지 냉각팬의 속도가 올라갔으며, 소음은 상당히 높은 80dB(기본 소음 대비 +30dB), CPU 온도는 56℃ 부근까지 상승했다.

과부하시의 RPM
과부하시의 RPM

과부하시의 소음
과부하시의 소음

과부하시의 온도
과부하시의 온도

한편, 동일 조건에서 레이스 쿨러의 냉각팬 회전 속도는 1800RPM 정도로, 부하가 많이 걸리지 않은 상태와 큰 차이가 없었으며 소음 수준도 65dB(기본 소음 대비 +15dB) 정도로 기존 쿨러와 차이가 컸다. 온도의 경우, 50℃ 정도를 유지했다. 기존 쿨러에 비해 확실히 발열이 적었지만, 냉각팬 회전 속도나 소음 수준이 대단히 우수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인상적이다.

정말로 조용해진 AMD 쿨러, 앞으로가 더 주목

결론적으로 AMD에서 새로 내놓은 레이스 쿨러는 유령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상당히 정숙했다. 특히 기존의 AMD 순정 쿨러에 비하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정도로 조용했으며, 시스템의 부하에 따른 냉각팬 RPM의 변화도 기존 쿨러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AMD 레이스 쿨러 시스템 구동 테스트 중
AMD 레이스 쿨러 시스템 구동 테스트 중

다만, 온도 자체는 기존의 쿨러와 큰 차이가 없기에, 정숙성에 비하면 냉각 성능의 향상은 미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실제 냉각 성능 향상이 없던 것은 아니다. 기존 쿨러 대비, 같은 조건에서 냉각팬의 회전 속도가 확연하게 낮은 만큼, 기존 쿨러와 동일한 회전속도로 냉각팬을 돌린다면 확실히 나은 냉각 성능을 발휘할 것이다(물론 이렇게 하면 정숙성 면에서의 이점을 볼 수 없다).

AMD 레이스 쿨러는 지금도 물론 쓸만하지만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기존 공정으로 제조된 AMD FX-8370에서 우수한 정숙성을 발휘했으니, 향후 출시될 향상된 공정의 저발열 프로세서와 조합된다면 정숙성에 더해 높은 냉각 성능까지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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