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는 즐거움' 마이크로닉스 프론티어 아크-3000
[IT동아 강형석 기자] PC 케이스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CPU나 그래픽카드 같은 성능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부품은 중요시 하지만 케이스는 항상 예산 내 원가절감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니 썩 내키지 않더라도 향후 확장성이나 내구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저렴한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케이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PC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주요 부품의 몫이지만 PC 케이스는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확장 부품을 다양하게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준다. 덩그러니 부품만 바닥에 놓고 쓴다 생각해 보면 왜 PC 케이스가 중요한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케이스들은 사용자 개인의 취향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로도 쓰인다. 측면을 투명하게 만들어 내부 LED를 보이게 만들거나, 독특한 내부 구성을 쉽게 감상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동시에 케이스 본연의 역할까지 충실해야 함은 기본이다.
한미마이크로닉스(이하 마이크로닉스)의 프론티어 아크-3000(Frontier ARC-3000)은 PC 조립 취향을 돋보이게 할 PC 케이스다. 측면 창을 시원하게 내어 개방감을 높였고, 심지어 전면까지 투명하게 만들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여유로운 크기는 확장성에 대한 기대감까지 들 정도다.
아크릴로 포인트 준 PC 케이스
PC 케이스를 보니 한 덩치 한다. 중형급인 미들타워 케이스 규격인데, 440mm에 달하는 높이 때문에 크게 느껴지는 듯 하다. 폭은 190mm, 전면에서 후면까지의 길이는 410mm다. 전반적인 외모는 곡선보다 직선이 많이 강조됐고, 직선이 너무 과하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입체적인 설계를 통해 오래 봐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전면을 보면 독특함이 느껴진다. 이는 타공이나 그릴 형태의 철제 커버가 아닌 투명한 소재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투명도를 위해 채택한 재질은 아크릴. 과거 튜닝 PC 케이스의 주 소재였던 아크릴을 전면에 사용한 것이다. 덕분에 PC의 속 일부가 보기 싫어도 보인다. 내부를 화려하게 꾸민다면 만족도가 높아질 듯 하다.
마이크로닉스도 이를 의식했는지, 전면에 냉각팬 2개를 달아 제공하는데, 전원이 인가되면 흰색 LED가 아름답게 케이스 전면을 수놓는다. 그물 형태의 다른 케이스와 달리 LED 냉각팬 전체가 보이니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전면 확장성은 단순하다. 광학 드라이브 장치를 위한 5.25인치 베이 3개가 전부다. 하지만 실제로는 5.25인치 베이 2개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고정장치 때문인데,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측면은 다른 케이스처럼 창을 내어 내부가 보이게끔 만들었다. 이 투명 덮개 재질도 아크릴이다. 조립했을 때, 프로세서 쿨러부터 그래픽카드와 메모리 등이 다 보인다. 심지어 저장장치가 탑재되는 영역의 절반도 아크릴 패널을 통해 보일 정도다.
너무 넓으니 화려하지 않는 부분은 허전해 보일 가능성이 있다. 차라리 저장장치 부분까지 창을 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장장치 영역까지 LED 튜닝을 거친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화려한 메인보드 영역과 다른 어색함이 눈에 아른거릴 듯 하다.
후면은 통풍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PC 내부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하기 위함이다. 120mm 냉각팬이 후면에 외로이 장착되어 있지만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더 이상 장착할 곳이 없다). 확장성은 충분하다. ATX 규격 메인보드가 제공하는 슬롯 7개를 모두 지원하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케이스 상단에는 큼직한 통풍구와 함께 확장 단자, 전원버튼 등이 있다. 통풍구에는 냉각팬이 없지만 누구나 임의로 별도의 냉각팬을 장착하도록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120mm 냉각팬 2개를 달 수 있으며, 일체형 수랭쿨러의 대형 라디에이터(240mm)도 들어간다. 말 그대로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확장 단자 구성은 간단하다. USB 2.0과 3.0 규격 단자 각 1개, 음성 입출력 단자 각 1개가 있다. 상단에 USB 3.0이라고 쓰여 있는 단자 2개가 더 있으나 막혀 있다. 깔끔하게 막혀 있으면 괜찮은데, 틈이 제법 넓어서 먼지나 기타 이물질이 잘 들어갈 듯 하다.
마이크로닉스 측에 확인을 해보니,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지난 1월 15일부터 해당 문제를 개선한 케이스를 유통하기 시작했다고. 업그레이드 된 케이스는 상단 통풍구에 먼지 필터를 달아 PC 내부로 먼지가 잘 들어가지 않게 했으며, 막혀 있던 USB 단자도 쓸 수 있게 개방됐다.
전원 버튼과 재시작 버튼은 익숙하다. 반면, 가운데 스위치는 무엇일까? 확인을 해보니 냉각팬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속도 제어 스위치다. 좌측으로 밀면 천천히, 우측으로 밀면 빠르게 돈다. 가운데 놓으면 자동으로 조절하는 구조다. 미세 조정은 어렵다는게 아쉽지만 사용자가 케이스 내부 온도 정책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자.
조립 유연성을 얻었지만 공간은?
측면 덮개를 열어보니 깔끔한 공간 배치가 눈에 띈다. 일부 저가 제품은 겉은 그럴 듯 하지만 내부가 좁아 조립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마이크로닉스 프론티어 아크-3000은 적어도 그런 걱정은 덜어준다. 그래픽카드는 최대 370mm 길이까지 지원한다. 정체불명 콘셉트의 초고성능 그래픽카드 아니고서야 호환성 자체는 문제 없어 보인다.
미들타워 규격이기에 ATX 규격 메인보드까지 지원하지만, 가로 길이가 긴 인텔 '익스트림(Extreme)' 계열 호환 보드 일부는 쓰지 못하니 참고하면 된다. 이유는 ATX(244 x 305mm) 메인보드의 길이. 일부 고급 메인보드는 확장(Extended)-ATX 규격을 쓰는데, 메인보드 가로 길이가 272mm로 늘어난다.
그래픽카드는 370mm까지 지원하는데 왜 메인보드는 그렇지 않느냐 물을 수 있겠다. 간단하다. 3.5인치 베이 3개를 희생해서 얻는 공간이라 그렇다. 긴 그래픽카드를 연결하려면 중앙 3.5인치 베이 측면 가이드를 제거하면 되는데, 메인보드 공간은 그렇지 않으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대형 메인보드를 쓰고 있거나 쓰려 했다면 덩치가 더 큰 케이스를 추천한다.
전원공급장치는 케이스 하단에 설치한다. 과거 위에 놓는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대부분 케이스는 하단에 놓도록 설계한다. 아무래도 내부의 발열을 아래로 내보내는 구조이니 열 설계 측면에서 유리하다. 케이스 상단에 전원장치를 놓으면 아래에 있는 냉각팬을 통해 후끈한 열이 CPU를 덮치게 될 테니 말이다.
장치가 놓이는 아래를 자세히 보니 진동 흡수를 위한 가이드와 먼지 유입을 막는 필터를 잘 달아놨다. 그런데 먼지 필터가 케이스 하단에 있어 결국 PC를 눕히거나 뒤집어야 한다. 불편한 부분인데, PC를 움직이지 않아도 청소가 가능하도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제 왜 5.25인치 드라이브 설치가 2개만 쉬운지 이야기 할 차례다. 측면에는 광학 드라이브 장치 고정을 위한 장치 2개가 사이 좋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간은 3개인데, 고정장치는 2개다. 자연스레 나머지 한 개는 고정나사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3개를 다 쓸 수 있지만 편하게 쓸 수 있는건 2개 뿐이다.
3.5인치 고정 장치도 사정은 마찬가지. 총 7개를 장착하는 공간에 6개 고정장치가 제공된다. 5.25인치 베이와 같이 1개가 없다.
합리적인 비용에 PC 튜닝 효과를
색상에 따라 인터넷 최저가 4만 5,000~7,000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는 이 케이스는 설계 구조나 조립 편의성, 확장성, 디자인 등을 따져보면 합리적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더 저렴한 PC 케이스가 시장에 있으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하지만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의미가 아니다. 세밀함이 부족했다. 고정 장치가 하나씩 제외된 것부터 시작해, 먼지 유입을 막는 필터는 불편한 곳에 달려 있던게 옥에 티다. 이 부분은 차후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PC 조립 초보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자세한 정보가 담긴 설명서를 제공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하드디스크 조립은 어떻게 하는지, 전면과 상단 패널은 어떻게 분리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한 장의 인쇄물에 다 담았다. 초보자가 보면 약간 시간은 걸리겠지만 조립에 어려움 없는 수준의 설명이다.
아크릴 특유의 보는 맛을 더한 마이크로닉스 프론티어 아크-3000. 아쉬움은 있지만 과하지 않은 선에서 PC를 꾸며 쓰기에 적당한 케이스가 아닐까 평가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