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C] 건조한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주는 '스타일리스트 염미선'
[IT동아 김태우 기자]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IT 기업 위주로 창업이 이루어진다는 점. 그러다 보니 각종 기관의 지원과 투자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흥미로운 프로젝트 하나가 진행됐다. 북부 경기문화창조허브가 디자인 콘텐츠 분야 예비창업자 및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실시한 ‘MDC(제조, 디자인, 콘텐츠)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경기도와 의정부시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했다. 지난 6월부터 실시된 MDC 사업을 통해 자본과 제조 수단이 없어 실현되지 못 했던 아이디어가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실제 제품으로 탄생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됐다. IT 기업이 아닌 제조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한 것이다.
스타트업이 IT 분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시도는 무척이나 반갑다. 그래서 직접 MDC 프로젝트에 참여한 플로라랩 염미선 스타일리스트를 만나봤다. 염미선 스타일리스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프레임 화병 '네모네모네'를 제품화했다.
▲ 플로라랩 염미선 스타일리스트
'네모네모네'는 철재를 사용해 프레임 형태로 화병을 구현한 제품이다. 화병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를 알려면, 염미선 스타일리스트의 이력을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염미선 스타일리스트는 대학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했다. 재밌는 건 1년 전 판교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플라워 서브스크립션'이라는 사업을 시작한 것. 플라워 서브스크립션은 꽃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사업 모델이다. 대학 시절 우연히 꽃을 자주 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관심이 생겨 결국 사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런 꽃과 식물에 대한 염미선 스타일리스트의 관심은 북부 경기문화창조허브의 MDC 사업과 만나면서 '네모네모네'라는 이름의 프레임 화병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참고로 네모네모네는 가구 브랜드인 (주)심플라인∙레어로우와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졌다.
제품은 선으로 연결한 것이 전부일 만큼 단순하다. 이에 대해 염미선 스타일리스트는 "자연의 곡선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선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추후에도 직선을 사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 계획이란다.
이 제품으로 염미선 스타일리스트는 디자인하우스에서 신예 디자이너로 뽑히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서울 페스티벌과 부산 디자인 페어에 참가해 제품을 알리고 판매도 진행한 것. 정확한 판매량을 밝힐 수는 없지만, 부산에서는 제법 판매가 되었다고 염미선 스타일리스트는 밝혔다.
▲ 염미선 스타일리스트가 만든 프레임 화병 '네모네모네'
염미선 스타일리스트가 만든 회사 이름은 '플로라랩'이다. 1인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제품 판매만으로는 수입이 많지 않은 상태다. 주 수입은 레스토랑, 카페 등을 스타일링 해주는 데서 나온다. 염미선 스타일리스트는 "이번 MDC 프로젝트 덕택에 네모네모네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힘든 여건 속에서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맨날 야근으로 저녁이 없는 생활이 싫었다"며 "돈을 쫓기 보단 하고 싶은 일을 쫓았다"고 염미선 스타일리스트는 전한다. 현재는 좋아하는 일이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아버지, 어머니 모두 취업을 하라고 했지만 지금은 응원해 주신다고.
플로라랩이 추구하는 방향도 물어봤다. 염미선 스타일리스트는 "꽃이 어떻게 보면 사치품일 수 있지만, 향후엔 꽃과 식물이 서양처럼 생활이 될 것으로 본다"며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꽃 연구소를 의미하는 플로라랩이라고 붙인 것. 처음 시작한 사업인 플라워 서브스크립션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내년 1월부터는 강좌도 진행할 계획이다. 커리큘럼은 4주, 8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용은 '일상 속에서 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로 꾸려진다. 테이블 위해 꽃을 어떻게 놓으면 좋을지?, 식물 분갈이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알려줄 계획이다.
여기에 현재 활동하고 있는 레스토랑, 카페 스타일링에 관한 설명도 곁들일 예정이다. 일상에서의 꽃과 식물이 메인 주제인 것. 꽃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강좌가 아닐까 싶다.
플로라랩은 작년 10월 10일에 시작되었다. 이제 1년을 갓 넘긴 스타트업이다. IT에 편중되어 있는 스타트업 시장서 보기 드문 제조업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국가 기관에서 이런 시도가 더 많이 생기기 바라고, 엔젤 투자도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싶다.
염미선 스타일리스트는 "제품을 개인 사업자가 만들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개인이 업체를 일일이 알아봐야 하지만, MDC 프로젝트에서 기존 업체랑 연결해 줘서 좋았다"고 밝혔다. 좋은 업체를 소개받고, 여러 조언을 통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은 1인 기업이지만, 직원 고용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염미선 스타일리스트. 그의 꿈을 응원한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