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C방에서 인텔, AMD 프로세서 따지는 손님은 없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5년 10월 23일,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펀홀릭PC방을 찾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해당 PC방에서 (특이하게도) 인텔 프로세서가 아닌 AMD의 FX8300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 PC방에서 AMD 프로세서를 사용한다고?
솔직하게 말해, 조금 놀랐다. 기자는 과거 약 5년 간 PC방을 운영했었다(2000년 초반). 당시 PC방 경쟁력 확보 노하우는 - 다른 PC방 보다 우리 PC방이 좋은 이유는 - 고성능 PC, 보다 빠른 인터넷전용선 등이 필수였다. 당연한 얘기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PC 사양이 낮아 게임 실행이 어렵다면, 누가 그 PC방을 이용하겠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PC방은 정석처럼, 처음부터 원래 그랬던 것처럼, 인텔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 대용량 램, SSD 탑재 등을 현수막으로 제작해 홍보했다. PC 사양을 알리는 것, 그것이 바로 PC방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펀홀릭PC방을 다녀온 뒤,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펀홀릭PC방을 운영하고 있는 두 명의 공동창업자 문형석씨(40)와 박성현씨(40)는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했다. "PC 사양이요?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라고.
"어느덧 PC방 운영만 13년 째"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PC방 내부 인테리어를 보니 최근에 새로 오픈하신 것 같다. 손님들도 많아 보이고(웃음). 꽤 오랜 시간동안 PC방을 운영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개를 좀 부탁한다.
박성현: 함께 PC방을 시작한지 어느새 13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지난 2003년 서울 방이동 근처에서 3년, 상계역 주변에서 4년 정도 PC방을 운영했고, 이후에는 휴대폰 대리점과 PC방을 각자 병행해 운영 중이다. 한 5년 정도 된 것 같다. 여기 펀홀릭PC방은 최근에 다시 오픈했다. 이제 3개월 정도 되는 것 같다. 같이 운영하고 있는 형석과는 고등학교 때부터 동창이다. 참… 질긴 인연이다(웃음).
문형석: 24시간 동안 운영해야 하는 PC방은 다시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또 이렇게 다시 하고 있더라(웃음).
IT동아: 13년…. PC방을 운영한다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본인도 과거에 PC방을 5년 정도 운영해봤기에,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혹시 PC를 직접 관리하시는 것인지.
문형석: 혼자 조립할 정도는 된다. 군대 제대하고 난 뒤, PC 정도는 조립할 줄 알아야하지 않겠나 생각했었다. 그리고 PC방을 준비하면서 기본적인 상식은 어느 정도 공부하면서 배웠다. 특히, 지금 운영하고 있는 펀홀릭PC방은 150대로 큰 규모이지만, 처음 PC방을 시작했을 때는 소자본으로 시작했기에 대수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직접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도 각 부품별 브랜드는 어느 정도 다 알고 있다(웃음).
AMD FX8300을 선택한 이유
IT동아: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사실 오늘 이 곳을 방문한 이유도 이 질문 때문이다(웃음). 이번에 새로 오픈한 펀홀릭PC방에 AMD FX8300을 사용하셨다고 하던데. 어떤 이유가 있어서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박성현: 일단 가성비다. 가격대비성능이 꽤 높다. 그리고, 단일 작업은 AMD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사용하시는 손님들이 그렇게 말해주셔서 알았다. 그리고 요즘 PC방에서 멀티 작업? 거의 할 일이 없다. 유료 게임의 경우 1PC에서 2개 이상 실행되지도 않고. 특별히 멀티 태스킹 작업이 필요하지 않다. 가끔 게임과 함께 아프리카TV를 실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IT동아: 그런가. 그럼 혹시 손님들이 '여기는 AMD네요?’라고 질문하는 경우는 없었는지.
문형석: 없다. 그런 손님들? 전혀 없다(웃음). PC 사양 가지고 따지는 손님은, 펀홀릭PC방을 오픈한 이후 한번도 없었다. 실제 손님들이 즐기는 게임을 실행하는데 별 이상이 없는데, PC 사양 가지고 왈가왈부할 일이 없잖은가. 요즘은 우리도 PC방 사양이 뭔지 잘 모른다(웃음).
IT동아: 과거 본인이 PC방 운영할 때와는 뭔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아, 혹시 주변 PC방은 PC 사양을 가지고 현수막을 제작해서 알리지 않나? 대부분 그렇게 홍보를 했었는데.
박성현: 여기도 비슷하다. 새로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PC 사양을 적은 현수막을 거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은 새로 오픈한 PC방이 그런 홍보를 많이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반인 중에 그걸 보고 아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는 점이다. PC방은, 게임만 잘 되면 최고 아닌가. 손님이 즐기는 게임을 끊기지 않게 제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다만, 우리는 업그레이드를 빨리 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년 6개월마다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 기존 제품은 중고로 정리하고. 오히려 이 점을 손님들이 더 좋아하신다.
IT동아: 뭔가 PC방을 운영하는 트렌드가 과거와는 좀 달라진 것 같다.
박성현: 맞다. 예전과는 바뀌었다. PC 사양은 요즘 손님들이 즐기는 게임에 맞추고, 오히려 주변기기에 집중한다. 큰 화면, 좋은 사운드(헤드셋), 키보드, 마우스. 속된 말로 ‘간지’나는 헤드셋, 마우스, 키보드를 손님들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화면에 대해서는 정말 많이 고민한다. 지금은 많이 없지만, 예전에는 FPS나 스타크래프트1 등에 최적화된 CRT 모니터를 사용하기도 했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건, 어떤 손님들이 주로 오는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는 주로 학생들이 온다. 대부분 다 학생이다. 그래서인지 넓은 화면을 좋아한다. 손님들이 원하는 타겟에 맞춰서 운영하는 것이다. PC 사양이 아니라, 주변기기를 상황에 맞춰서 바꿔 나가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
"PC방 사장님들이 원하는 것은…"
IT동아: 이야기를 나눌수록, 과거와는 PC방 운영이나 서비스 등이 많이 바뀐 것 같다. PC방 사장님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박성현: 아무래도 금전적인 혜택이 가장 크다. 이번에 새로 PC방을 오픈하면서도 자금 부담이 있었다. 철거 비용, 인테리어 비용, 명의 변경 등 PC방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꽤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특히, PC를 구매할 때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1대를 구매하는 비용이 6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150대면 9,000만 원에 이른다.
그리고 대수가 많아질수록 만 원만 할인받아도 느낌이 달라진다. 10만 원을 할인해준다? 1,500만 원이다. 다만 얼마라도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PC방 입장에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AMD가 FX8300를 구매하는 PC방을 대상으로 무이자 할부를 진행하는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참고로 AMD는 FX8300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을 최대 18개월로 지원하고 있다). 2년 뒤에 무상 업그레이드해주는 프로모션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무이자 할부 프모션이 더 마음에 든다. 업그레이드는 언제 할지도 모르는 것이고(웃음).
IT동아: PC방 운영에 대한 팁이 있다면? 그래도 오래 운영하면서 생긴 노하우가 있을텐데.
박성현: 글쎄…. PC 사양에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팁이라면 팁일 것 같다. 요즘 PC 사양은 어느 정도만 맞춰놓으면, 손님들이 즐겨하는 게임 대부분 무리 없이 실행할 수 있다. 그래서 일괄적인 관리가 더 중요하다. 여기 주변 PC방을 돌아다녀 보면, 자리마다 PC 사양이 다르다. 어느 자리는 인텔 프로세서, 어느 자리는 AMD 프로세서, 또 어떤 자리는 지포스 그래픽카드, 어떤 자리는 라데온 그래픽카드. 관리를 안하는 셈이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사양으로 PC를 맞춰도 1년 지나면 잔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다. 차라리 그럴 때마다 빠르게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것이 좋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는 1년에서 1년 6개월 마다 업그레이드를 한다. 그게 관리, 운영의 노하우가 아닐까.
IT동아: 그래도 좋은 사양, 좋은 프로세서를 사용하면 좋은 것 아닌가?
박성현: 우리도 인텔 프로세서도 사용했고, AMD도 사용해보고 다 했다. 그런데, 손님들도 모르고 우리도 그 차이를 몰랐다. 시간이 지난 뒤, 속된 말로 ‘PC가 버벅이는’ 현상이 발생할 때는 대부분 그래픽카드 때문이다. 오히려 그래픽카드 바꿔주면 잘 돌아간다(웃음). 더구나 인텔과 AMD 프로세서의 경우 가격 차이도 있다. 아까 말했다시피, 2만 원만 차이가 나도 150대를 구입하면 300만 원이다. 5만 원이면 750만 원이고.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IT동아: 하긴… 요즘은 고성능 PC를 요구하는 게임이 자주 나오지도 않는다.
박성현: 예전에는 그랬다. 대작 게임이나 그래픽이 화려한 게임이 나올 때면 PC 업그레이드 이슈가 있었다. 내 기억으로 그랬던 게임의 마지막이 ‘아이온’ 출시 때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없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결론 내린 것은 좋은 그래픽카드와 전용선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느꼈다. 체감상 프로세서 때문에 문제가 됐던 경우는 없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운영의 노하우가 중요하다. 주변 경쟁 PC방의 상황도 잘 살펴야 하고. 여기는 야간 정액 손님이 거의 없다. 낮에 오는 학생 손님이 대부분이고. 그래서 10시 이후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별도로 서비스를 준비했다. 중요한 가격도 주변 상황에 맞춰서 체크하고. 현재 하루 매출은 100만 원 정도된다. 한달에 1,200~1,300만 원 정도는 이익으로 남는 것 같다. 아, 이 수치는 먹거리는 뺀 수치다(웃음).
바쁜 일정 때문에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문형석씨와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해준 박성현씨와의 인터뷰는 약 1시간만에 끝났다. 마지막 박성현씨의 대화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한 달에 1,200... 기자는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다시 한번 PC방을 열어볼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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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