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철통방어' 강조한 풀HD 블랙박스, 파인뷰 T30
[IT동아 김영우 기자] 한때 상당한 고가에 팔리던 풀HD급 차량용 블랙박스도 이제는 대중화의 단계에 들어섰다. 작년 까지만 하더라도 30~40만원대 제품이 제법 있었는데, 이제는 20만원대 제품이 주력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다 보니 수십 군데를 넘는 업체에서 풀HD급 블랙박스가 나오고 있고, 그 중 일부 제품은 품질이 다소 미흡한 경우도 있다.
블랙박스라는 건 단순히 사양 수치만 높으면 그만인 제품이 아니다. 안정성이나 내구성, 사후관리 수준 등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소개할 2채널 풀HD급 블랙박스인 '파인뷰 T30'은 제법 관심이 갈 만한 제품이다. 국내 차량용 IT기기 시장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파인디지털의 제품이며 가격은 20만원대 중반(인터넷 최저가 기준) 수준이다. 기존 파인뷰 시리즈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안정성과 보안기능까지 더했다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안정감 강조한 제품 디자인
파인뷰 T30의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제품 구성은 여느 2채널 블랙박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방 카메라의 경우, 5백만 화소의 CMS 센서에 기반한 풀HD급(1,920 x 1,080 해상도 / 초당 20프레임)이며, 전면 양쪽 측면에 각각 배치된 2개의 경고용 주황색 LED가 나름의 디자인 포인트다.
특이한 점이라면 렌즈 유닛의 가장자리 부분과 본체 사이에 살짝 틈이 있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면 내부의 기판이나 배선 등이 훤히 보인다. 처음에는 제품 마감이 부실한 것으로 오해를 했는데, 알고보니 이는 열 배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열구로, 의도된 설계였다. 어차피 블랙박스 전면을 볼 일은 없으니 이런 설계는 오히려 칭찬할 만하다.
전면 카메라 뒤쪽에 달린 3.5인치 LCD는 터치 감도 및 시야각이 좋은 편이다. 그 의 물리적 조작 인터페이스는 좌측면의 전원 스위치 뿐이지만, 터치스크린 만으로도 그다지 불편함은 없다. 참고로 전원 스위치는 짧게 누르면 긴급 녹화를 하는 기능도 있다.
최대 64GB 메모리카드 지원, 확장성도 무난
전원 스위치 아래쪽에는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이 있다. 최대 64GB까지 지원하는 SDHC 규격이라고 2015년 11월 현재의 설명서 및 홈페이지 설명에 써 있는데, 64GB라면 SDHC가 아닌 SDXC 규격에 속한다. 표기 오류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사측에 문의해보니 64GB SDXC까지 지원하는 것이 맞으며, 조만간 표기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본체 상단의 연결용 인터페이스로는 전원 포트 및 후방카메라 연결용 USB 포트, 그리고 외부 GPS 연결용 포트 및 영상 출력 포트(외부 디스플레이나 내비게이션 등의 연결 가능) 등이 있다. 특히 외부 GPS(별매)를 연결할 경우엔 주행 중의 영상 데이터 뿐 아니라 영상 녹화 당시의 좌표까지 기록이 된다. 이는 교통사고 발생 시에 좀더 정확한 분석을 도우며, 일부 보험회사는 반드시 GPS가 달린 블랙박스를 장착해야 보험료 할인을 해 줄 때도 있으니 참고하자. 물론 GPS 장착이 필수는 아니다.
심플한 후방 유닛, 출장 장착 서비스도 지원 중
후방 유닛은 HD급(1,280 x 720 해상도, 초당 20프레임) 카메라 및 전방 유닛과 연결되는 USB 포트, 그리고 촬영중임을 외부에 표시하는 적색 LED만으로 구성된 심플한 구조다. 카메라 부분을 돌려 상하 촬영 각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이는 여느 2채널 블랙박스용 후방 유닛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외의 패키지 구성품으로는 전방 유닛 설치용 거치대, 거치대 부착용 양면 테이프 및 상시전원 케이블, 후방 유닛 연결 케이블, 케이블 정리 클립, 그리고 SD카드 변환 어댑터가 포함된 마이크로SD카드(모델에 따라 16GB 혹은 32GB) 등이다. 블랙박스 자체적으로 저전압 차단 기능이 있으니 별도의 저전압 차단용 케이블은 필요하지 않으며 외장형 GPS나 SD카드 리더, 시거잭 연결용 케이블 등은 별매이니 필요에 따라 추가 구매를 하면 되겠다.
참고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제품만 따로 구매한 소비자를 위해 파인디지털에선 출장장착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1채널 제품의 경우 3만원, 2채널 제품의 경우 4만원의 공임비가 든다고 하니 파인뷰 T30의 경우엔 4만원으로 출장 장착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필수 기능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직관적인 메뉴 구성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젠 직접 차량에 달아 이용해 볼 차례다. 설치를 끝내고 전원을 넣어보면 약 10여초 정도로 빠르게 부팅을 끝내고 촬영을 시작한다. 물론 상시전원을 연결하고 주차 중 촬영을 하고 있던 상태였다면 부팅 시간 없이 곧장 촬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촬영 중의 LCD 구성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한 화면에 전방 영상과 후방 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으며, 화면을 터치해 전방 영상만 확인, 혹은 후방 영상만 확인 혹은 화면 꺼짐 상태를 전환할 수 있다. 물론 화면이 꺼져도 녹화는 계속된다.
각종 기능을 조정하는 설정 메뉴의 구성은 이전의 파인뷰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방 및 후방 설정, 메모리관리, 시스템 조정, 재생 모드, 설정 정보 등 아주 필수적인 기능만 담았다. 전방 설정에서는 촬영 영상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최근 차량 중에는 전면 유리에도 썬팅(틴팅)을 한 경우가 많으니 이런 경우에는 영상 밝기를 높여주는 것이 좋겠다. 다만, 후방 설정에는 영상 밝기 조절 기능이 없는데, 아예 기본값 자체가 전방보다 약간 밝게 고정이 되어있다. 요즘은 대부분의 차량들이 후방 썬팅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인뷰 T30은 주행중 녹화, 충격감지 이벤트 녹화, 주차 중 모션 감지 녹화, 긴급 녹화 등 최근의 블랙박스라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대부분의 녹화 기능을 제공한다. 메모리 관리 메뉴에선 이러한 각 영상이 저장되는 메모리의 영역을 사용자의 취향대로 설정할 수 있도록 6 가지 타입의 프리셋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주행 : 모션 : 이벤트 : 긴급 촬영 영역의 비율이 20 : 50 : 20 : 10으로 구분된 A타입이 무난할 것이고 유독 주차 시간이 긴 운전자라면 20 : 60 : 10 : 10 비율로 영상을 저장하는 B타입이 좋을 것이다.
잦은 포맷 없이 메모리카드 수명 늘리는 포맷 프리 기능 지원
그 외에 메모리 관리 메뉴에선 메모리카드의 포맷 실행 및 주기적으로 메모리 포맷을 할 것을 알려주는 기능의 활성화를 할 수 있다. 블랙박스에 쓰이는 메모리카드는 데이터의 읽기와 쓰기가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지므로 주기적으로 포맷을 해서 초기화 상태로 만들어야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참고로 파인뷰 T30에는 주기적인 포맷 없이도 메모리카드의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포맷 프리' 기술이 적용되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블랙박스에 비해 메모리 카드 포맷 실행을 자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포맷할 것을 권유하는 메뉴가 있는 건 아무래도 기존 제품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인 것 같다.
한편, 포맷 프리 상태로 파인뷰 T30에서 녹화된 메모리카드는 PC나 스마트폰에서 곧장 재생하거나 편집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포맷 프리는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시스템에서 쓰는 FAT 형식의 파일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장 영상을 확인 하려면 블랙박스 자체의 재생 메뉴를 이용하거나 PC용 소프트웨어인 T30 전용 파인뷰 플레이어를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아 설치한 후 메모리카드를 PC에 꽂아 이용하자.
< 촬영 영상은 PC나 스마트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없고 T30 전용 파인뷰 플레이어를 써야한다>
PC용 T30 전용 파인뷰 플레이어에서는 녹화된 전후방 영상의 확인 및 삭제가 가능하다. 영상을 재생하면서 당시 감지된 충격량 그래프의 표시, 그리고 지도 좌표(외장 GPS 장착시) 등의 확인이 가능하다.
< 파인뷰 플레이어에서 추출한 AVI 파일은 다음팟플레이어로 전면과 후면을 전환하며 볼 수 있다>
포맷 프리 시스템의 단점이라면 앞서 말한 것처럼 일반적인 PC나 스마트폰에 메모리카드를 꽂아 곧장 파일을 재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인데, T30 전용 파인뷰 플레이어의 기능 중에는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데이터를 일반 PC나 스마트폰에서 읽을 수 있는 동영상 파일(AVI, TAT 규격)로 추출하는 것도 있다. 이렇게 추출된 AVI 파일은 곰플레이어나 다음팟플레이어, MX플레이어 같은 PC나 스마트폰용 동영상 재생기로 볼 수 있다. 특히 추천하는 건 다음팟플레이어다. 이 프로그램은 한 개의 파일에 동시 저장된 전면 영상과 후면 영상을 전환해가며 보는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저전압, 고온, 전원 차단 상황에 충실히 대응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도 비교적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주정차 모드 이용 시, 차량의 배터리전압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블랙박스의 전원이 꺼지는 자동 차단 기능은 11.6V~12.2V 사이로 설정 가능하며, 전압이 아닌 작동 시간 기준으로 6~60 시간 사이로 시간을 지정해 전원이 차단되도록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제품의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 가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해서 제품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 사용자의 설정에 따라 온도가 섭씨 60~70도가지 올라가면 LCD가 꺼지며, 70~80도까지 올라가면 블랙박스 시스템 자체가 꺼지도록 할 수도 있다. 여름철 주차 시에 유용할 듯한 기능이다.
참고로 파인뷰 T30은 전원 공급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도 수초간 구동상태를 유지한다. 내부에 일정량의 전원을 저장하는 슈퍼 커패시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블랙박스의 전원이 차단되면 그 순간 촬영 중이던 영상 파일을 온전히 저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파인뷰 T30은 그런 걱정을 덜 수 있겠다.
외부인 손길 막는 시크릿 모드, 원리 단순하지만 의외로 효과적
일종의 보안 관련 기능인 '시크릿 모드'를 갖춘 것도 파인뷰 T30의 특징 중 하나다.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외부인이 블랙박스에 저장된 내용에 접근해 기록 내용을 함부로 변조하거나 각종 설정을 바꾸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라고 한다. 이 기능을 실제로 이용해보니 파일 암호화와 같은 본격적인 보안 솔루션은 아니고, 그냥 설정 메뉴로 들어갈 때 암호를 입력해야 접근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어찌 보면 다소 단순한 기능이었다.
설정메뉴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블랙박스의 설정을 바꿀 수 없고, 재생 메뉴도 쓰지 못하니 저장된 파일을 확인하거나 지우는 것도 하지 못하는 건 맞다. 다만, 블랙박스에서 메모리카드를 빼가거나 이 메모리카드를 PC에 꽂아 재생하거나 파일을 지우는 것 등은 막을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기능이 유용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사고가 이제 막 발생한 상황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블랙박스에 접근해서 급히 데이터 변조를 시도하고자 할 때, 혹은 차량 정비소에서 정비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정비를 한 뒤, 그 자리에서 블랙박스 파일 변조를 시도한 후 흔적을 지우려는 행위 등을 방지하는 데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고가 정말로 크게 나서 운전자가 아예 거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PC에서 메모리카드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둔다면 이것 역시 사고를 분석하는데 장애요소가 될 수 도 있다. 아무튼, 시크릿 모드의 보안 구조는 상당히 단순하지만, 유용성은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다.
프레임 유지 능력 좋고 번호판 판독능력 우수한 편
기능적으로는 이렇게 나쁘지 않은데, 가장 중요한 영상 촬영 성능은 어떨까? 실제로 파인뷰 T30이 장착된 차량을 이용해 며칠 정도 운행을 해봤다. 그리고 주간에 촬영된 영상을 확인해 보니 제법 괜찮은 결과물이 나왔다. 언뜻 보기에 영상 전반이 다소 날카롭고 거친 느낌이 좀 있긴 하지만, 덕분에 각 오브젝트의 디테일은 상당히 잘 표현이 되어 특히 번호판 판독 능력이 좋은 편이다. 촬영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시야각 역시 전면 135도, 후방 115도로 무난하다.
특히 파인뷰 T30 은 초당 20프레임으로 영상을 수록하기 때문에 초당 30프레임을 지원하는 고가 제품에 비해 고속 주행 촬영 시에 움직임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은 품질을 보였다. 사실 영상의 움직임이라고 하는 것이 최대 프레임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얼마나 최저 프레임을 잘 유지해 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특히 몇몇 블랙박스의 경우는 화면의 움직임이 아주 격렬한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최저 프레임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특정 구간의 영상이 통째로 누락되는 경우도 있는데, 파인뷰 T30은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HD급 화질인 후방 영상의 경우, 풀HD급인 전방에 비해 질감이 거친 편이지만 전반적인 특성은 전방과 유사했다. 번호판 판독 능력 역시 나쁘지 않다.
다만, 테스트에 이용한 차량의 전방 유리에 짙은 썬팅(틴팅)이 되어있기 때문인지 블랙박스의 설정에서 영상 밝기를 최대한으로 높여도 야간 촬영 영상은 다소 어두워 보였다. 그래도 주간 촬영 시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번호판 판독 능력은 야간에서도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었다. 전면 썬팅이 되지 않은 차량에서 다시 테스트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되지 못해 부득이 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안정성 및 보안성 기능으로 차별화 시도한 제품
파인디지털의 파인뷰 T30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풀HD급 블랙박스의 대중화 양상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수치적인 사양이 다른 고가 제품에 맞먹는 수준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용해보면 그에 못지 않은 제법 괜찮은 활용성을 발휘한다.
와이파이 연동 기능이나 차선이탈 방지기능과 같은 고급 부가 기능은 없지만, 메모리카드의 수명을 연장하는 포맷프리 기능, 제품의 손상을 방지하는 고온 감지 기능, 갑작스런 전원 차단에 대비하는 슈퍼 커패시터 등 비롯한 안정성 유지 관련 기능이 충실한 편이며, 외부인에 의한 영상 삭제나 변조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시크릿모드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보안 기능이다.
영상 품질 면에서 최대 프레임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프레임의 유지 능력 자체는 뛰어난 편이고 특히 번호판 판독 능력이 우수한 점이 인상적이다. 파인뷰 T30은 2015년 11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16GB 모델이 25만 3,000원, 32GB 모델이 27만 3,600원에 팔리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