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초고속 콤팩트 카메라, RX100 마크4
[IT동아 이상우 기자] 카메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한 달 용돈으로 살 수 있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한 달 월급을 모두 투자해도 사기 어려운 제품도 있다. 카메라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은 많지만, 실제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성능과 기능이다. 일반 보급형 카메라보다 큰 이미지 센서로 압도적인 화질을 낸다거나, 우수한 기계적 성능으로 안정적인 고속 연사가 가능한 카메라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능과 성능의 차별화는 DSLR 카메라뿐만 아니라 콤팩트 카메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스냅샷을 찍는 용도로 쓰이던 콤팩트 카메라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정체성을 잃을 위기에 놓이자, 고급 DSLR 수준의 이미지 센서나 연사 속도 등을 갖추면서 스마트폰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일명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혹은 하이엔드 카메라)가 바로 이러한 제품이다.
소니가 출시한 RX100 마크4는 빠른 셔터 속도와 연사 속도가 특징인 카메라다. 셔터 속도는 최대 1/32000초에 이른다. 소니의 최고급 제품군인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우 최대 셔터 속도가 1/8000초(사실 이 것도 아주 빠른 셔터 속도다) 정도이니, 상당히 빠른 속도다. 이러한 셔터 속도를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벌의 날개나 유리가 깨지는 순간 등을 마치 정지한 장면처럼 잔상 없이 담을 수 있다.
<출처: 소니 코리아 홈페이지>
다음 사진은 회전하는 냉각 팬을 각각 1/60초, 1/640초, 1/2000초, 1/32000로 찍은 사진이다. 다만 지나치게 빠른 셔터속도에서는 노출 시간이 짧아 사진이 어둡게 되기 때문에, 실내 촬영이나 야간 촬영 시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별도의 조명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빠르게 회전하는 냉각팬도 1/2000초 정도면 정지한 듯한 모습을 찍을 수 있다. 따라서 1/32000은 정말 찰나의 순간까지 촬영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고속 셔터 속도에 어울리는 연사 속도도 갖췄다. RX100 마크4는 가장 높은 화질(2,010만 화소)로 설정한 상태로도 초당 최대 16장의 사진을 연속 촬영할 수 있다. 여기에 빠른 자동 초점 기능과 피사체 추적 기능을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
디자인은 전작인 RX100 마크3와 크게 다르지 않다. 좌측 상단에는 팝업 방식의 뷰파인더가 숨어있으며, 가운데는 접이식 플래시가 있는 등 전작의 작동 방식과 동일하다. 물론 액세서리 슈가 없는 것도 똑같다. 하지만 전반적인 스펙은 향상됐다. 전원 버튼을 누른 이후 최초 작동 속도나 최대광각에서 최대망원까지 조작하는 속도 등이 조금 빨라졌다. 이미지 센서 역시 이전 세대보다 개선한 것을 사용해 이미지 처리 속도를 높여, 고속 촬영에 적합하다.
모드 다이얼에는 이전 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능, HFR이 추가됐다(아마도 High Frame Record의 약자인 듯하다). 이 기능은 슬로우 모션 동영상 촬영 기능으로, 초당 30 혹은 60프레임을 녹화하는 일반 동영상과 달리 초당 960프레임까지 녹화할 수 있다. 즉 1초를 960개의 장면으로 나눠 녹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느리게 재생하면 짧은 순간에 일어난 장면을 길게, 그리고 부드럽게 볼 수 있다. 한 TV 방송에 자주 등장하던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장면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촬영 기능을 사용할 때 일반적인 메모리 카드는 쓸 수 없다. 일반 메모리 카드는 저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이처럼 용량이 아주 큰 동영상 파일을 실시간으로 저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클래스10 이상의 SDXC 메모리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상단에 있는 4K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이전 제품에서는 지원하지 않았던 U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속도가 빠른 메모리 카드가 있어야 하며, 일반 메모리 카드 사용 시 해상도는 풀HD 이하로 설정해야 한다.
후면 액정 화면은 전작과 동일하게 아래로 45도, 위로 180도까지 움직인다. 180도까지 완전히 열면 손쉽게 '셀카'를 촬영할 수 있는데, 독특한 점은 이 상태에서는 셔터를 누르면 3초뒤 사진이 찍히는 셀프 타이머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사진 촬영을 위해서 별도로 시간 설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셀카를 찍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RX100 마크4는 전반적인 성능이 우수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낸다. 특히 해가 떠있는 동안 야외에서 사진을 촬영하면 콤팩트 카메라로도 DSLR 카메라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계도 있다. 이미지 센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노이즈가 많이 발생한다. 조명이 어두운 실내나 야간에 사용하면 선명한 결과물을 얻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촬영한다면 삼각대를, 여기에 빠른 셔터 속도까지 사용하고 싶다면 아주 밝은 조명이 필요하다.
다만 가격은 콤팩트 카메라로서는 비싼 편이다. 출고가 기준 109만 9,000원으로, DSLR 카메라 수준의 가격이다. 확실히 성능만큼은 비슷한 크기의 카메라 중 최고 수준이다. 고성능 DSLR 카메라를 압축해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콤팩트 카메라라는 폼팩터의 한계로 DSLR 카메라처럼 렌즈를 교환하거나 다양한 액세서리를 연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전문 사진가의 주력 제품으로는 조금 애매한 위치에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휴대성과 고성능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인 만큼, 초고속 촬영이나 슬로우 모션 촬영 등 일부 특수한 상황에 사용할 보조 촬영 장비를 찾는 사람에게는 아주 어울리는 제품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