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리더십, 권명숙 인텔코리아 신임 사장 인터뷰
[IT동아 김영우 기자]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글로벌 기업의 임원이 된다는 건 참으로 명예로운 한편, 부담도 큰 일이다. 특히 특정 국가에서의 사업 전반의 사업을 이끄는 지사장의 위치라면 더욱 그러하다. 자신의 결정 하나 때문에 해당 업체의 이익, 더 나아가서는 해당 국가의 산업 전체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Intel)은 그 정도 위치에 있는 기업이다. 그리고 올해 3월 인텔의 한국 지사인 인텔코리아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권명숙 사장 역시 그만큼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 받았다. 참고로 그는 인텔코리아 최초의 여성 지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인텔코리아에서 마케팅 상무 및 영업 전무로 근무한 바 있으며, 올해 초까지는 삼성SDI의 마케팅 상무로 재직하다가 다시 인텔코리아에 합류, 지사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반년 정도가 지난 10월 6일, 처음으로 취재진을 만나 합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임 후 반 년간, 의견 취합에 집중
인터뷰를 시작하며 권명숙 사장은 "취임 후 처음 2~3개월 정도는 고객의 말을 듣는 시간을 가지고,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인텔코리아의 팀원들과 소통했다"며 "이를 통해 인텔코리아의 미래 전략을 수립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하는 10여개 언론사의 기자들과 나눈 인터뷰의 내용이다.
취재진: 최근 인텔은 IoT(사물인터넷)와 클라우드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관해 국내 기업 중에 이미 협력하고 있거나 향후 협력이
예상되는 기업이 있는가?
권명숙: IoT와 클라우드는 대부분의 IT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존 고객사뿐 아니라 새로운 고객사들과도 많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씀 정도만 드리겠다.
기존의 강점 유지하며 신사업 확대도 동시 추진
취재진: 인텔은 주기적으로 공정을 미세화시키며 반도체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에 주력해왔으나, 최근에는 공정을 더욱 미세화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이젠 파운드리(위탁생산)도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
권명숙: 아키텍처(기반) 설계부터 공정 미세화, 제품 디자인 및 패키징까지 직접 하기 때문엔 인텔은 늘 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었다.
이는 오히려 인텔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취재진: PC 시장에서 인텔 코리아의 입지를 높이기 위한 묘안은 무엇인가?
권명숙: 최근 PC 시장은 정체 상태다. 하지만 기존의 전통적인 PC 외에 새로운 PC가 있다. 이를테면 투인원이나 패블릿, 올인원 등이
있다. 컴퓨트(compute)의 분야가 점차 다양화되고 있으니 인텔코리아의 직원들에게도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문제를 극복 가능하다.
취재진: 인텔은 PC 시장의 강자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선 영향력이 미미하다. 하지만 최근 에이수스와 같은 몇몇 해외 기업에선 인텔 프로세서
기반의 스마트폰을 출시해 괜찮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퀄컴 프로세서에 너무 의존하던 LG전자 같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도 인텔의 프로세서를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
권명숙: 우리의 고객들에게 더 나은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며, 말씀하신 방법으로 인해 차별화된 스마트폰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인텔이 그들에게 무언가 줄 수는 있겠지만, 구체적인 접촉 여부나 상황 등은 밝힐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
여성이 글로벌 IT기업의 임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
취재진: 여성 입장에서 조직의 수장이 된 감회나 포부는?
권명숙: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은 생각을 했으나 과거 24년동안 인텔코리아에서 근무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을
결심했다. 인텔코리아의 지사장이 되는 건 개인적으로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다른 여성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었으면 한다.
취재진: 본래 영문학과 출신이었는데 이 분야로 뛰어들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했는가?
권명숙: 인텔은 기술 기반의 영업을 하기 때문에 배울 것이 대단히 많았다. 그래서 엔지니어의 도움 없이도 고객들에게 상당부분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한국 기업에는 영업을 하는 여성 임원이 그다지 없었는데, 나는 이를 자청했다. 다만,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는 과정은 힘들었다. 특히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일반적인 어머니가 해 줄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덕분에
아이가 성인이 된 지금, 많은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태도를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취재진: 인텔의 많은 글로벌 지사 중에서도 인텔코리아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로 인해 책임도 커지지 않았나?
권명숙: 한국 지사가 스스로 결정 내릴 수 있는 사항이 많아졌다. 덕분에 의사 결정 및 사업 진행 속도도 빨라졌다. 다만, 그만큼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절제의 리더십이 이끌어낼 결과물, 시간 두고 지켜 볼 일
취재진: 외국계기업의 지사는 구체적인 경영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인텔코리아에 관해서도 궁금한 점이 많다. 성장목표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말해 줄 수 있는가?
권명숙: 그런 수치는 인텔의 글로벌 전체의 실적을 합산해서 발표하곤 한다. 때문에 한국 지사의 수치만을 따로 말씀 드리긴 힘들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전달드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선 계속 연구해 보겠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현재도 계속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현재의 주력 사업 외의 새로운 영역의 사업을 3년 내에 기존 사업 수준의 규모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는 점 정도다.
취재진: 개인적으로 최근 주목하는 IT기업이 있는가? 물론 인텔은 제외다.
권명숙: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말하면 왠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때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낸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은 시종일관 아주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아직 지사장 자리에 취임한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고, 인텔이라는 기업의 무게감이 상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인텔코리아에선 6세대 코어 시리즈의 정식 출시 행사를 비롯한 큰 규모의 공개 행사를 다수 열 예정이다. 권명숙 사장 역시 그때 많은 사람들 앞에 다시 설 것이다. 그가 가진 절제의 리더십이 향후 인텔코리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주목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