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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의 세계] 협력과 딴지가 공존하는 협상게임, '보난자'

안수영

보난자 (1997)

보난자 (1997) <출처: divedice.com>

보난자는 농부가 되어 콩을 심고 수확하는 농경 테마의 게임으로,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이 협상과 전략의 재미를 느끼도록 한 보드게임이다.

이 게임의 영어판 박스에는 "To bean or not to bean. (콩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문구가 부제로 적혀있다. 이 문장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명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를 패러디한 것으로, 익살스러운 표지에 걸맞는 표현으로 게임의 재미를 잘 드러냈다.

보난자는 수확 3부작으로 잘 알려진 아그리콜라(2007), 르 아브르(2008), 뤄양의 사람들(2009), 그리고 카베르나(2014)로 유명한 보드게임 작가 우베 로젠베르크(Uwe Rosenberg)의 출세작이다. 국내 보드게이머들이 그에게 '콩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인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보난자는 발매된 지 20년 가까이 됐는데, 여전히 확장판과 스핀오프 작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는 보난자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임 방법

보난자는 콩을 심고 수확, 판매해 가장 많은 금화를 획득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게임은 카드로 진행한다. 게임 시작 전, 각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5장씩 나눠 갖는다. 남은 카드는 뒷면이 보이도록 쌓아 테이블 가운데에 놓는다.

11 종류의 콩 카드

11 종류의 콩 카드 <출처: divedice.com>

위 그림은 게임에서 심는 콩 카드들이다. 콩은 11종류가 있으며, 카드 하단에는 각 종류의 콩을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화가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강낭콩은 2장을 판매하면 금화 2개, 3장을 판매하면 금화 3개를 얻을 수 있다. 커피콩은 4장, 7장, 10장, 12장을 팔면 각각 1, 2, 3, 4개의 금화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콩들은 각 종류마다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한 번에 여러 장을 팔수록 더 많은 금화를 얻을 수 있다.

게임의 기본이 되는 두 전제조건

게임의 기본이 되는 두 전제조건 <출처: divedice.com>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에 앞서, 보난자의 핵심 규칙 2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째, 자신의 손에 든 카드들의 순서를 본인 임의로 바꿀 수 없다. 둘째, 본인에게 주어진 밭 구획은 처음에는 2개뿐이다.

콩을 심는 단계

콩을 심는 단계 <출처: divedice.com>

자신의 차례에 하는 행동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먼저, 콩을 심어야 한다. 이 게임에서는 테이블에 카드를 내려놓는 것을 '콩을 심는다'고 한다. 현재 본인의 손에 있는 콩 카드를 콩밭에 1장 또는 2장까지 내려놓으면 된다. 단, 반드시 첫 번째 카드부터(맨 오른쪽에 있는 카드부터) 심어야 한다. 이 게임에서 손에 있는 카드를 섞거나 순서를 바꾸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심어야 하는 콩과 같은 콩이 이미 밭에 있다면, 그 위에 카드를 올려놓을 수 있다. 어떤 밭에도 같은 종류의 콩이 심어져 있지 않다면, 빈 밭에 심을 수 있다. 자기 차례에 콩은 1개 이상 꼭 심어야 한다.

만약 새로운 콩을 심으려고 하는데 빈 밭이 없다면, 자신의 밭 하나를 골라 그 밭의 콩을 모두 수확해서 판매하고, 빈 밭으로 만들어 콩을 심는다. 이럴 경우 수확한 콩 카드 수에 따라 금화를 얻을 수 있고, 최저 장수에 미달해 금화를 얻지 못한 채 수확한 콩이 버려질 수도 있다.

이렇게 첫 번째 카드를 강제로 심었다면, 두 번째 카드를 심을지 말지 결정한 뒤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간다.

카드 두 장을 뽑는다.

카드 두 장을 뽑는다. <출처: divedice.com>

두 번째 단계에서는 쌓여 있는 카드 더미에서 2장을 뽑는다. 이 2장의 카드는 모두 없애야만 한다. 본인의 밭에 심거나, 다른 사람과의 거래에 사용하면 된다. 대가 없이 선물로 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손에 있는 카드와 교환할 수도 있다.

이 단계가 보난자의 가장 중요한 단계다. 보난자는 같은 종류의 콩을 많이 모을수록 더 많은 금화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필요 없는 카드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주고, 내가 원하는 콩은 최대한 많이 받아와야 한다.

앞서 말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인 '손에 든 카드는 순서를 바꿀 수 없다'라는 규칙은 이 단계에서 살짝 풀어진다. 이 단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뽑아 상대방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내가 들고 있는 첫 번째 순서의 콩 카드를 강제적으로 심어야 하므로, 이러한 거래를 통해 손에 있는 카드 순서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배치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 전략이 된다.

손에 있는 카드들 중 쓸모 없는 카드들은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카드를 주고받거나, 그냥 줄 때도 있으며, 대가 없이 받아주기를 간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아갈 수도 있고, 때로는 더 나쁜 조건으로 카드를 교환해 다른 플레이어를 방해하거나, 공짜로 준다는 카드도 안 받는 등 다양한 협상을 펼칠 수 있다. 이렇게 협상이 끝나면 두 번째 단계가 마무리된다.

수확은 언제든 가능하다. 왁스콩 6장은 금화 1개가 된다.

수확은 언제든 가능하다. 왁스콩 6장은 금화 1개가 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주고받은 콩들을 밭에 심어야 한다. 주고받은 콩은 무조건 밭에 심어야 한다. 밭이 모자라면 금화 3개를 내고 세 번째 밭을 사서 그곳에 심을 수도 있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에서는, 카드 더미에서 3장의 카드를 보충 받으면서 차례를 마무리한다. 보난자에서는 카드 순서가 바뀌면 안 되기 때문에, 3장의 카드를 가져올 때는 반드시 맨 뒤(맨 왼쪽)로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게임 중에는 언제든지 밭에 있는 콩들을 수확해 금화로 바꿀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카드 더미가 떨어지는데, 수확하고 나서 버려진 카드들을 다시 섞어 카드 더미를 만들면 된다. 이 더미가 2~3번 떨어지면 게임이 끝난다.

게임이 종료되면 미처 수확하지 못한 밭의 콩들을 수확해 판매하고, 그 후 금화 개수를 비교해 게임의 승자를 정한다. 이렇듯 보난자는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협상이 주를 이루며, 협상의 결과가 게임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게임이다.

게임 구조 '협상'의 장단점

보드게임 중에서는 각 플레이어들이 자기 차례를 가지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여러 명이 플레이하기 꺼려지는 게임들이 있다. 한 사람의 차례가 지나치게 길면 다른 사람들은 멍하니 지켜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게임 플레이에 걸리는 시간을 표기할 때 전통적인 총 플레이 시간이 아닌 한 명당 플레이 시간으로 표기할 만큼, '차례의 길이'라는 것은 플레이어들의 게임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다.

보난자는 손에 든 카드의 순서를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협상은 필수다. 이 협상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들도 집중을 유지하고 흥미를 잃지 않게 되어, 한 플레이어의 차례가 늘어지더라도 지루하지 않다.

게임의 빠른 진행을 가능케 하는 보난자의 카드 디자인

게임의 빠른 진행을 가능케 하는 보난자의 카드 디자인 <출처: divedice.com>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협상 게임이 갖는 단점이기도 한데, 오랜 시간 큰 목소리로 집중해 게임을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져, 중반부부터는 게임이 늘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보난자는 이러한 면을 나름의 방법으로 깔끔하게 정제했다. 게임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보난자는 기와 승은 천천히 전과 결은 빠르게 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손에 드는 카드를 보충하는 더미가 라운드를 진행할수록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카드 디자인에 있다. 카드의 앞면은 콩, 뒷면은 금화로 디자인되어 있어, 카드는 상품 혹은 돈으로 쓰인다. 콩을 수확할 때마다 수확한 콩의 일부는 금화로 바꿔 플레이어가 가져가기 때문에, 게임에 사용되는 카드 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따라서 게임을 진행할수록 점차 카드가 적어져,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이 빨리 진행돼 지루함을 덜어준다. 작지만 세심한 게임 디자인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보난자 시리즈

본판 보난자와 그 확장들

본판 보난자와 그 확장들 <출처: divedice.com>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들은 수많은 확장판들이 출시돼 그 게임의 시리즈를 구축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카르카손(2000), 도미니언(2008) 등이 있는데, 이 게임들은 일명 '무한 확장' 게임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그에 대적해 보난자도 수많은 확장들을 선보인 게임이다.

세계 최대 보드게임 커뮤니티 보드게임긱(Boardgamegeek.com) 내에 보난자의 확장들과 스핀오프 작품들은 20개가 넘는다.

보난자 확장

보난자 확장(Bohnanza Erweiterungs-Set) (1997) <출처: Boardgamegeek.com>

'보난자 확장'은 보드게임긱에서 100명 이상의 투표자를 가진 확장판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가장 처음 나온 확장판이기도 하다. 원래 보난자는 3~5인까지만 즐길 수 있었는데, 이 확장은 커피콩과 카카오, 그리고 현재 버전에는 왁스콩으로 대체된 브랜디콩을 포함해 7명까지 플레이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 확장은 향후 개정돼 2001년 재출시 됐고, 2004년에는 하이본(High bohn, 2000) 확장과 합쳐져 하이본 플러스(High bohn plus)가 됐다. 최종적으로 현재는 기본판에 흡수돼, 국내에서 구매하는 보난자에는 처음부터 이 확장이 포함되어 있다.

하이본

하이본 (High Bohn, 2000) <출처: Boardgamegeek.com>

'하이본' 확장은 게임에 건물의 개념을 추가한 버전이다. 금화로 구매할 수 있는 건물은 그 자체로도 점수가 있다. 금광, 은행, 대장간 등 각각의 건물에는 여러 기능이 있어, 보난자를 좀 더 전략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꼬냑콩이 새로 등장한다. 위에서 언급한 확장판과 합쳐져 하이본 플러스로도 출시됐고, 프로히빈(Prohibohn)이라는 확장판과 합쳐져 '하이 눈에서의 콩 결투(High Bohn: Bohnenduell um 12 Uhr mittags, Bean Duel at High Noon)'라는 이름으로도 출시됐다.

잠자는 숲 속의 콩주

잠자는 숲 속의 콩주(Bohnroeschen, 2007) <출처: divedice.com>

'잠자는 숲 속의 콩주'는 보난자에 레이싱의 요소를 넣은 확장판이다. 왕자가 되어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깨우러 간다는 테마를 담았다. 장애물인 가시덤불 카드들을 헤쳐나가며 게임을 진행한다. 성에 들어가면 게임이 즉시 끝나고, 가장 많은 돈을 가진 왕자가 승리한다.

레이디 본

레이디 본(Ladybohn, 2007) <출처: divedice.com>

'레이디 본'은 각 콩의 종류마다 기존 콩과는 다른 가치를 가진 여자콩이 존재한다. 또한, 상대방의 금화를 빼앗을 수 있는 콩이 추가됐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협상 과정에 있어 약간의 변주가 생겼다. 이 게임은 본판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스탠드얼론 베리언트판이다.

본 투비 와일드

본 투비 와일드(Bohn to be Wild, 2012) <출처: divedice.com>

'본 투비 와일드'는 보난자의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된 스탠드얼론 게임이다. 1인 플레이도 지원한다. 11종류의 새로운 콩이 추가됐으며, 특히 와일드콩은 게임 플레이어에게 추가 행동을 하게 한다.

보난자 펀 앤 이지

보난자 펀 앤 이지(Bohnanza Fun & Easy, 2010) <출처: divedice.com>

'보난자 펀 앤 이지'는 어린이들을 위한 보난자 확장판이다. 아이들을 위해 일러스트가 변경됐으며, 협상의 제약이 줄어들었다. 처음부터 콩밭을 3개 가지고 시작하며, 카드 더미가 2번 떨어지면 게임이 끝난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 좋은 버전이다.

보난자 주사위 게임

보난자 주사위 게임(Wuerfel Bohnanza, 2012) <출처: divedice.com>

기존 보난자를 주사위 게임으로 바꾼 '보난자 주사위 게임'도 있다. 카드에 적혀있는 주문들을 주사위를 굴리면서 완료해 점수를 얻는 게임으로, 원판 없이 독립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스탠드얼론 베리언트판이다. 상당수의 유명한 게임들이 주사위 버전으로 리메이크됐다가 혹평을 받은 사례가 있는데, 보난자 주사위 게임은 비교적 잘 만들어진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난자의 수상 이력

1997 Fairplay À la carte Winner
1997 Meeples' Choice Award
1997 Spiel des Jahres Recommended
1999 Games Magazine Winner, Best Family Card Game
2003 Nederlandse Spellenprijs Nominee
2005 Vuoden Peli Adult Game of the Year Nominee
2007 Juego del Año Finalist
2008 BoardGamer.ru Best Party Game

보난자가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는 것은 수상 이력에서도 알 수 있다. 게임이 출시된 지 10년 뒤에도 상을 받았다는 것은, 보난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게임으로 기억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작품임을 시사한다.

보난자의 매력

보난자는 협력과 딴지가 잘 어우러져 있는 즐거운 협상 게임이다.

보난자는 협력과 딴지가 잘 어우러져 있는 즐거운 협상 게임이다. <출처: divedice.com>

보난자는 규칙이 간단하면서도 누구나 즐기기 쉽다. 이것이 보난자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자기 차례에 해야 할 행동의 종류가 적은 편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라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다. 게임 시간은 1시간 이내에 넉넉히 마칠 수 있으며, 2~7명의 폭넓은 인원을 망라한다. 익살스러운 일러스트도 게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소 중 하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콩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게임 부제가 잘 말해주고 있듯이, 웃으면서 가볍게 즐기는 분위기에 반해 협상 게임의 치열함은 빼놓지 않았다는 반전에 있다. 가벼우면서도 풍성한 협상 게임을 찾는 플레이어라면, 고전 명작으로 불리는 '보난자'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조성우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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