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지난 유물 PC, 아직도 쓰고 계십니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인텔은 자체조사 결과, 전 세계 PC 사용자들 중 약 5억 대 이상이 4~5년 또는 그 이상으로 노후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아직도 이 땅 어딘가에는 구시대의 명기인 코어2 시리즈나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의 PC를 쓰고 있다는 얘기.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매번 새 프로세서가 발표될 때마다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구매가 신의 한 수라고 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봤으니 말이다.
매년 신기술이 투입된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출시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체감하는 부분의 성능 향상 폭은 크지 않다.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미루며 신상을 기다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2년 미만의 PC라면 들인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오래 쓰자 할 수 있다. 문제는 3~5년 이상의 시스템은 그 자체가 오래돼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보증기간도 끝나 고장 나면 이래저래 비용이 발상한다.
오래된 PC를 가지고 있다면 이제 업그레이드를 꿈꿀 때가 됐다. 타이밍도 좋다. 윈도우 10의 출시와 함께 인텔도 코드명 스카이레이크(Skylake)로 알려진 6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모든 제품 라인업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판 바꾸기에 나섰다.
향후 몇 개월 이내로 데스크탑과 모바일, 서버 등 총 48종 이상에 달하는 6세대 코어 프로세서들이 쏟아지며 우리의 지갑을 유혹할 예정이다. 그 중 데스크탑 프로세서는 코어 i3/i5/i7을 합쳐 현재 15종이 소개됐는데, 향후 제품들이 더 추가될 가능성이 있지만 선택의 폭은 충분하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들을 선택하는 것 뿐이다.
잘 되는 것 같아도 최신 흐름을 쫓지 못하는 구형 PC
오래된 프로세서들이 한 시대를 풍미한 것은 사실이다. 코어2 프로세서를 시작으로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뛰어난 성능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약 1~2년 주기에 걸쳐 등장한 3~5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이들에 비해서 큰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세세히 살펴보면 꾸준히 미세공정 도입과 설계(아키텍처)의 변화는 존재했지만 곧바로 사용자들이 몸으로 느끼도록 이어주지 못했다는 것.
< 겉으로 멀쩡하지만 PC는 시간이 흐르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PC 업그레이드를 더디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CPU 외 다른 기기들의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약 3~5년 사이의 오래된 것이라도 SSD나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꽂으면 제법 성능이 나온다. 특히 SSD는 ‘저장장치의 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하드디스크 대비 빠른 속도를 앞세워 세를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SSD나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연결해도 극복할 수 없는 구형 PC의 한계가 있다. 체감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외주 확장장치 및 저장장치, 그래픽카드 등을 위한 인터페이스 부분이다.
예를 들어 그래픽카드는 PCI-Express 3.0 규격을 쓰고 있다. 최신 PC는 이를 지원하지만 3~5년 가량의 옛 제품들은 PCI- Express 2.0을 쓰기도 한다. 단지 숫자 하나 차이지만 데이터를 주고 받는 대역폭은 2배 차이 난다. 같은 그래픽카드를 쓰더라도 100% 같은 성능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지원하는 메모리 규격도 같다. 6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제외하고 같은 DDR3 메모리를 쓰지만 2세대까지는 1,066/1,333MHz의 속도를 내는 제품을 CPU에서 공식 지원한다. 3~4세대까지는 1,333/1,600MHz 메모리를, 5세대는 이보다 더 빠른 1,866MHz 속도의 DDR3 메모리를 지원한다. 메모리는 CPU와 데이터를 주고 받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속도에 따른 차이를 보이게 된다.
매번 업그레이드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새로운 프로세서가 등장하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나에게 필요한지 꼼꼼히 따지는 지혜는 필수. 그러나 무턱대고 오래된 PC를 붙잡고 있는 모습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특히 3년 이상은 각 주요 부품의 보증기간이 만료되는 시기여서 고장나면 대체할 부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다양한 최신 기기들과 호흡 맞추려면 생각을 바꿔야
새로운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기존 프로세서와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이뤄졌다. 5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브로드웰)는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틀에 공정만 14나노미터로 미세해진 정도지만 이번에는 미세공정은 물론이고 설계까지 변경했다. 내장 그래픽 성능도 향상됐고 윈도우 10의 다이렉트X 12 기술도 지원한다.
이 외에도 DDR3의 뒤를 이을 DDR4 메모리도 공식 지원하고, PCI-Express 레인도 늘었다. 차세대 SSD 규격이라는 PCI- Express 기반 NVMe SSD도 성능저하 없이 여러 대 쓸 수 있다. USB 장치도 3.0과 3.1을 지원하고, 애플이 맥북에 도입한 USB 타입 C도 6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지원한다.
< 6세대 코어 프로세서 호환 메인보드는 최신 규격들을 다수 제공한다. >
이런 부분들이 추가되면서 자연스레 기기를 연결하기 위한 메인보드의 규격은 변경됐다. 기존 코어 프로세서들과 호환이 안되고 시중에 판매되는 저렴한 DDR3 메모리를 쓰지 못한다. 하지만 CPU와 메모리 호환 여부만 달라졌을 뿐, 저장장치나 그래픽카드 등 나머지 장치들은 그대로 쓰던 것을 가져다 연결할 수 있다.
SSD나 최신 그래픽카드 등을 사용 중이거나 구매할 예정인 구형 PC 사용자들에게 6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업그레이드를 위한 최적의 시스템인 셈이다.
취향 따라 고르는 새 프로세서
이제 업그레이드 할 마음이 조금 생겼다면, 어떤 6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골라야 할까. 인텔은 막내급인 코어 i3 5개, i5 7개, 최고 성능의 코어 i7 3개 등 총 15개의 프로세서를 준비했다. 물론 특수한 것을 제외하면 실제 시장에서 구경할 수 있는 제품은 총 7개 정도다. 이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최신 프로세서를 선택하면 된다.
코어 i3 프로세서는 보급형 제품군으로 2개의 코어를 품은 듀얼코어 프로세서다. 쿼드코어 기반인 상위 제품과 비교하면 고사양 작업에는 조금 불리하지만 고화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기에 부족함 없다. 소형 멀티미디어 PC에 잘 어울린다. 코어 i3 6100, 6300, 6320 등이 있는데, 속도 차이 외에 뚜렷한 부분은 없다는 점 참고하자.
< PC 사용 환경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코어 프로세서가 준비되어 있다. >
코어 i5 프로세서는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고화질 사진작업이나 영상 편집, 게임 등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주력 상품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고급 PC에 많이 쓰일 정도다. 대체로 무난한 성능을 선호하면 코어 i5를 많이 쓴다. 코어 i5 6400, 6500, 6600 등이 있고, 스스로 화끈한 성능을 향해 달리고픈(오버클럭) 소비자를 위한 특별 상품 코어 i5 6600K가 있다.
뭐든지 끝을 보고 싶다면 코어 i7 프로세서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더 비싼 것도 있다. 하지만 100만 원 이상을 선뜻 지를 용기와 지갑은 없고, 적당한 선에서 뛰어난 성능을 맛보기에 이만한 물건도 없다. 코어 i5와 같은 쿼드코어 프로세서지만 i7에는 가상으로 데이터를 더 처리해주는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이라는 기술이 있다. 8코어 맛까지는 아니더라도 향은 맡을 수 있다.
코어 i7은 6700이라는 숫자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최고 제품에 대한 인텔의 작은 배려랄까? 그냥 뭐든 귀찮고 기본 성능만 좋으면 된다면 6700을, 스스로 화끈한 세계로 가고 싶다면 오버클럭 제한이 없는 6700K가 제격이다.
프로세서를 선택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아쉽게도 프로세서를 선택했다고 끝이 아니다. 6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옛 메인보드들과 호환되지 않는다. CPU를 꽂는 소켓의 규격과 메모리도 DDR3가 아닌 DDR4를 쓰기 때문에 그에 맞는 새로운 메인보드를 골라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새 프로세서도 새 메인보드에 담아주자. 메인보드도 특성과 가격에 따라 여럿 제품으로 나뉜다.
6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최고 사양을 갖춘 Z170 칩 기반의 메인보드를 선택하면 된다. 성능을 시원하게 올릴 수 있는 코어 i5/i7 K 프로세서의 모든 부분을 알아보기에도 좋다. USB 3.0과 3.1 단자도 풍성하고 여러 장치를 연결하기 위한 슬롯이나 단자도 화려하다. 가격은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20~70만 원대 사이다.
오버클럭에는 관심이 없고 적당히 최신 인터페이스와 단자들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는 H170 칩을 탑재한 메인보드가 적합하다. 오버클럭 관련 기능이 빠지고 일부 기능이 제한되지만 USB 3.0/3.1 등 최신 인터페이스는 그대로 제공된다.
참고로 6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DDR3 메모리와 DDR4 메모리를 동시 지원한다. 때문에 메인보드도 DDR4 또는 DDR3 전용으로 나뉜다. 메인보드도 D3라는 표현으로 DDR3 대응을 알려주고 있다.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가격은 10~2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다 필요 없고 오로지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춘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면 보드는 B150 칩 기반의 제품이 적합하다. 10만 원 이하의 메인보드도 있고, 평균적으로 10만 원대 초반에 형성되어 있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대부분의 기능은 제거되어 있으며 메인보드 크기도 소형화 되어 있다. 그대신 작은 PC를 꾸미기에 알맞다.
B150 칩 메인보드도 제품에 따라 DDR3와 DDR4로 나뉜다. 역시 제품 이름에 D3라는 표시를 하고 있으니 구매 전 참고하시라.
DDR3가 아닌 DDR4 메모리를 쓰는 메인보드를 마음 속에 정했다면, 메모리를 살펴보자. DDR4 메모리는 DDR3 메모리에 비해 속도는 빠르지만 낮은 전력 소모가 특징이다. 물론 장착을 위한 규격이 달라 DDR3와 DDR4는 상호 호환이 불가능하다.
첫 등장에는 수십만 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비교적 가격 안정화가 이뤄진 상태다. 기본 속도인 2,133MHz급 4GB 용량 메모리는 1개에 3만 원대 수준까지 하락했다. 물론, 고속으로 작동하는 고급 메모리들은 여전히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 6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DDR4 메모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미지는 지스킬 PC4-24000 DDR4 메모리. >
6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DDR4 1,866/2,133MHz에 대응한다. 때문에 오버클럭을 하지 않는 소비자라면 굳이 고속 메모리를 쓸 필요가 없다. 또한 시중에는 1,866MHz DDR4 메모리가 없다. 조금 더 빠른 2,133MHz는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프로세서, 메인보드, 메모리 등 6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맞기 위해 필요한 필수 요소들을 확인했다. 새로운 프로세서는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큰 편이어서 업그레이드 준비 전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활용 환경과 목적, 예산 등이 반영된 PC 구성이라는 것 명심하자.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