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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의 세계] 할리갈리 게임의 끝판왕, '크레이지 타임'

안수영

크레이지 타임 (2013)

크레이지 타임 (2013) <출처: divedice.com>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는 보드게임 전성기가 찾아왔다. 번화가엔 보드게임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젊은 남녀들은 주말이 되면 보드게임 카페에 함께 모여 왁자지껄 시간을 보내곤 했다. 카탄의 개척자(1995), 카르카손(2000), 클루(1949), 보난자(1997) 등의 작품들이 유행의 시작을 알렸고, 후발 주자였던 할리갈리는 "다섯 개의 과일 그림이 나오는 순간 종을 친다"는 규칙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점차 소비자가 게임 정보를 얻고 보드게임을 구입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자, 보드게임 카페의 열기는 식어갔고 할리갈리 또한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다. 하지만, 할리갈리는 꾸준히 다른 게임에 영감을 주며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3년, 할리갈리의 장점을 모두 흡수하면서 자신만의 개성까지 한껏 살린 '크레이지 타임'이 등장했다.

크레이지 타임은 매 라운드마다 추가되는 혼란스러운 규칙 속에서 순발력을 겨루는 게임이다. 친구들의 손등에 붉은 손자국을 남겼던 할리갈리를 좋아했다면,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재미로 가득한 '크레이지 타임'에 주목해보자.

이것만 알면 크레이지 타임을 할 수 있다

크레이지 타임은 시간 속을 여행하는 게임이다. 기본 규칙은 '할리갈리'와 유사하며, 게임의 목적은 자신의 카드 더미를 모두 없애는 것이다.

크레이지 타임에는 '시간 카드', '시간 정지 카드', '언제? 카드', '무엇을? 카드' 등 4가지 종류의 카드가 있다. 첫 라운드에서는 시간 카드와 시간 정지 카드만 사용한다. 먼저, 플레이어들은 시간 카드들을 똑같이 나눠 갖는다. 시간 정지 카드는 정 가운데에 놓는다. 이 게임에서 시간 정지 카드는 할리갈리의 종과 같은 역할을 한다.

본 규칙은 할리갈리와 동일하다. 대신 시간을 1시간씩 올려가며 카드를 뒤집는다.

기본 규칙은 할리갈리와 동일하다. 대신 시간을 1시간씩 올려가며 카드를 뒤집는다. <출처: divedice.com>

각 플레이어들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게임을 진행한다. 자기 차례가 되면 자신의 앞에 놓인 카드 더미에서 1장을 펼친다. 카드를 공개할 때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먼저 볼 수 있도록 바깥쪽을 향해 펼쳐야 한다. (할리갈리와 유사하다) 처음 카드를 펼친 플레이어는 "한 시"라고 말한다.

다음 플레이어는 똑같이 카드를 펼치되, 앞 사람이 말한 시간에 한 시간을 더해야 한다. 앞 사람이 "한 시"라고 외쳤다면 "두 시"라고 말하면 된다. 12시가 넘어가면 다시 1시로 돌아간다.

시간의 법칙을 배워보자

크레이지 타임에는 세 가지 시간의 법칙이 존재한다. 시간의 법칙이라는 단어가 어렵게 들리겠지만, '게임을 진행하며 지켜야 하는 규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타임머신의 법칙

타임머신의 법칙

언제 나올지 모르는 타임머신 카드. 시간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이자. <출처: divedice.com>

게임을 하면서 카드를 펼치다 보면, 시간을 역행하게 되는 '타임머신' 카드가 등장한다. 이 카드가 등장하면 시간은 역으로 흐르게 된다. 이전 플레이어가 "세 시"를 외쳤다면, 이번 차례에는 "두 시"를 외치는 식이다. 이 규칙은 라운드가 종료되거나 '타임머신' 카드가 다시 등장해 다시 시간이 역행할 때까지 유지되며, 모든 플레이어가 지켜야 한다.

동기화의 법칙

동기화의 법칙

동시에 "시간 정지!"를 외치며 달려드는 수많은 손들. 1초라도 더 빨라야 한다! <출처: divedice.com>

만약 플레이어가 공개한 카드와 말한 시간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면 "시간 정지"를 외치며 중앙에 놓은 시계 카드에 손을 대야 한다. 가장 늦게 손을 올린 사람은 지금까지 뒤집힌 시계 카드들을 모은 뒤, 그 중 무작위로 다섯 장을 골라 자신이 가진 카드 더미의 아래에 넣어둔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이미 알아챘겠지만, 할리갈리에서 같은 모양의 과일이 5개 나왔을 때 빠르게 종을 치는 것과 같은 규칙이다.

과부하의 법칙

과부하의 법칙

여러 법칙이 동시에 적용되면 효과가 발동하지 않는다. 게임을 한층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출처: divedice.com>

두 개 이상의 법칙이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시간의 법칙들이 서로 상쇄되며 효과가 모두 사라지기에, 아무 일도 없듯 진행하면 된다. 이것을 '과부하의 법칙'이라 한다.

시간을 얕잡아 본 사람에겐 벌칙을

게임을 하다 보면 시간을 잘못 외치거나, "시간 정지"를 잘못 외치거나, 자기 차례가 아닌데 게임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실수가 발생한다. 크레이지 타임에서는 이렇게 실수를 한 플레이어들에게 벌칙을 부여한다.

실수를 발견했다면 누구보다 빨리 '시간의 틈새'를 외치자

실수를 발견했다면 누구보다 빨리 '시간의 틈새'를 외치자! <출처: divedice.com>

실수를 한 사람은 지금까지 바닥에 사용된 시간 카드를 모두 모아 무작위로 5장을 고르고, 자신의 카드 더미 아래에 넣어둔다. 크레이지 타임에서는 자신의 카드 더미를 빨리 소모해야 하므로, 이렇게 가져온 카드들은 골칫거리다.

아무도 실수를 눈치채지 못한 채 게임을 진행하다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실수를 지적하며 '시간의 틈새'라고 외치면, 실수를 한 사람이 아닌 지금 차례인 플레이어가 대신 책임을 지고 벌칙 카드를 가져간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다른 사람의 카드를 유심히 봐야 한다.

만약 게임의 흐름을 놓쳐 자신의 차례인지 모르고 멍하니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지 "째. 깍. 째. 깍." 하고 큰소리로 시간의 흐름을 알린다. "네 차례야. 정신 차려." 라고 알리는 경고음이다. 끝까지 자신의 차례인 것을 눈치채지 못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그 플레이어 또한 위와 같은 벌칙을 받는다.

새로운 법칙이 추가된다?

누군가 자신의 카드 더미를 모두 없애면 라운드가 종료되고, 그 사람은 해당 라운드의 승자가 된다. 승자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을 지목해 잠시 밖에 나가 있도록 지시한다.

승자는 플레이어 한 명을 지목해서 나가 있도록 지시한다. 단, 이전에 나간 적이 있던 플레이어라면 지목할 수 없다.

승자는 플레이어 한 명을 지목해서 나가 있도록 지시한다. 단, 이전에 나간 적이 있던 플레이어라면 지목할 수 없다. <출처: divedice.com>

남은 플레이어들은 '언제?' 카드와 '무엇을?' 카드를 하나씩 뽑는다. 그러면 '언제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가 정해지며, 이것이 새로운 시간의 법칙이 된다. 새로 추가되는 법칙은 모든 플레이어가 따라야 하며, 게임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유효하다.

언제? 카드는 특정 시간 / 특정 그림 /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명시하고 있다. 무엇을? 카드는 언제?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명시하고 있다. 만약 법칙을 지키지 않으면 당연히 벌칙 카드를 받게 되며, 이것은 새로운 법칙을 모른 채 현재 추방된 플레이어도 지켜야 한다.

법칙의 발동 타이밍을 예상하기 힘든 '언제?' 카드와 독특한 행동을 요구하는 '무엇?' 카드가 만나면 그야말로 정신이 아찔해지는 법칙들이 만들어진다. 이 두 조합이 만났을 때 얼마나 황당하고 예측하기 힘든 법칙들이 생기는지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 이전 카드의 시간과 동일한 시간의 카드가 공개됐을 때, 다음 플레이어는 자기가 불러야 하는 시간에 두 시간을 더한다.
- 공개된 카드의 시침과 분침이 90도 직각을 그릴 때, 다음 플레이어는 자기 턴을 패스한다.
- 특정 모양의 시계를 가진 카드가 공개됐을 때, 다음 플레이어는 바로 전에 공개된 카드의 시간을 부른다.
- 공개된 카드가 30분을 가리킬 때(예: 2시 30분), 턴 순서가 역으로 바뀐다.
- 특정 시간의 카드가 나왔을 때, 자기 앞에 공개된 카드의 시간이 가장 큰 플레이어가 다음 플레이어가 된다.

위의 예시는 극히 일부일 뿐, 조합에 따라 무궁무진한 법칙들이 태어난다. 아마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위의 규칙을 듣기만 해도 "이 규칙을 잊지 않고 지킬 수 있을까?" 싶을 것이다. 상상해보자. 이 법칙을 모르고 라운드에 참가한 플레이어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새로운 법칙을 숙지했다면 해당 '시간의 법칙'의 이름을 지은 뒤, 추방된 플레이어를 다시 방 안으로 불러들여 온다. 이 플레이어에겐 '시간의 법칙'의 이름만 알려준 뒤, 다음 라운드를 진행한다.

새로운 규칙이 추가되었다. 이제부터 시계 그림이 나오면 시간을 다른 나라 말로 말해야 한다.

새로운 규칙이 추가되었다. 이제부터 시계 그림이 나오면 시간을 다른 나라 말로 말해야 한다. <출처: divedice.com>

이 규칙을 모르는 플레이어는 눈치껏 게임을 진행해야 하며, 누군가 새로운 규칙으로 인해 벌칙을 받게 되었을 때마다 법칙을 추리할 기회를 얻게 된다. 만약 법칙을 정확하게 맞추면 자신의 카드 더미에서 5장을 제외할 수 있는 특권을 얻는다.

이렇게 무작위로 생성되는 법칙을 눈치와 추리만 가지고 알아내야 하니 게임 하랴, 법칙 지키랴, 모르는 법칙을 알아내랴, '크레이지 타임'이라는 제목 그대로 게임 내내 제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이렇게 네 번째 라운드까지 진행해 추가 규칙이 3개 더 만들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정신을 차리고 승리하는 플레이어가 최종 승리자가 된다.

크레이지 타임, 우리 아이들도 즐길 수 있을까?

프랑스의 한 박람회에서 눈길을 끈 크레이지 타임 조형물.

프랑스의 한 박람회에서 눈길을 끈 크레이지 타임 조형물. 한국어판 라이선스 담당자는 이 테이블에서 프랑스인들이 왁자지껄하게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현장에서 바로 게임을 구매했다. 한국에 돌아와 규칙을 읽고 플레이해보니, 확실한 재미가 있어 한국어판이 제작됐다. <출처: divedice.com>

크레이지 타임을 자녀와 함께 즐기고 싶은 부모라면 "우리 아이가 이 게임을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할 것이다. 자녀들과 이 게임을 즐기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크레이지 타임의 권장 나이는 12세 이상이다. 파티 게임치고 비교적 높은 권장 나이인데, 시간을 계산하는 개념을 잘 이해한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다만, 일부 게임 규칙을 살짝 변경해야 한다.

1. 규칙을 무작위로 뽑지 않고 언제? 무엇을? 카드를 살펴보고 각각 한 장씩 고른다.

함께 게임을 즐기는 유일한 어른이 방 밖에 나가 있다면, 아이들은 자신들끼리 새로운 시간의 법칙을 만들고 이해해야 한다. 다만, 언제? 무엇을? 조건 중 일부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존재한다. 따라서 무작위로 규칙을 만들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카드를 직접 고르게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규칙을 이해하기도 쉽고, 규칙을 직접 만든다는 재미까지 줄 수 있어 좋다.

2. 삼진 아웃제를 도입한다.

일부 아동의 경우, 게임 법칙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오해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그 아이에게 특별히 벌칙 면제권을 주는 것도 좋다. 그 아동의 실력이 차츰 늘어갈수록 벌칙 면제권을 줄여가면 되며, 무엇보다 아이가 높은 난이도로 인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3. 라운드를 짧게 유지한다.

대체로 후반으로 갈수록 새로운 법칙들이 쌓여가기에, 더 잦은 실수가 발생한다. 그러니 저연령 층의 아동들과 게임을 할 땐 라운드를 3번 혹은 그 이하로 진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게임에 익숙해지면 자신감이 생긴 아이들은 "규칙을 더 추가해요" 라며 요구를 할 수 있는데, 그 때부터 게임의 난이도를 높여가도 늦지 않다.

아이들의 이해도와 습득 능력은 종종 어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하다. 크레이지 타임의 원래 규칙만을 고수하며 "너는 너무 어려서 안 돼"라는 말보다는 "같이 하면 너도 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하며 게임의 긴장감과 즐거움을 알려주도록 하자. 그 정도로 크레이지 타임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만의 규칙을 만들어요!

보드게임 중에서는 크레이지 타임처럼 플레이어들이 규칙을 만들어가는 게임이 몇 종류 있다. 이러한 게임들은 예전부터 독특한 아이디어 때문에 각광받아 왔다.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데모크레이지

데모크레이지(Democrazy, 2000) <출처: divedice.com>

게임 규칙을 만드는 게임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데모크레이지'다. 이 게임에서는 매 차례마다 법안을 상정하고 이에 대해 투표를 하는데, 이 법안이 곧 게임을 이끄는 규칙이 된다. 특정한 성별 혹은 칩에 점수를 부여하는 법안이 있는가 하면, 법안을 반대할 때마다 칩을 잃는 등 다양한 규칙이 있다. 또한 다양한 규칙들이 혼재될 때마다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 게임의 규칙을 변경해 참가자들이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플럭스

플럭스(Fluxx, 1997) <출처: divedice.com>

플럭스는 '규칙이 바뀐다'는 점을 내세운 가족 게임이다. 게임의 목표는 간단하다. '특정 키퍼(Keeper)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승리한다'는 목적(Goal) 카드가 나왔을 때, 해당 조건을 충족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게임에서 승리한다.

기본적인 규칙은 '카드를 한 장 뽑고 카드를 한 장 쓴다'이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규칙 카드를 내려놓으며 '카드를 두 장 뽑는다' / '카드를 모두 다 써야 한다' / '가장 어린 플레이어는 카드를 추가로 받는다' / '모든 플레이어는 키퍼 카드를 나눠 갖는다' 등 매 턴마다 규칙이 바뀐다. 심지어 게임에서 승리하는 목적 카드도 게임 내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누가 언제 승리할지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있다.

플럭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데다 이 게임에 열광하는 보드게이머들도 많아, 그 인기만큼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됐다. 파생 작품만 해도 15개는 넘어가니, 취향에 맞는 테마의 플럭스를 골라 즐길 수 있다. 플럭스는 대체적으로 서로 호환되지만, 쉴새 없이 규칙이 바뀌는 게임의 특성상 다수의 플럭스 시리즈를 섞어 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스티히-마이스터

스티히-마이스터(Stich-meister, 2010) <출처: divedice.com>

스티히 마이스터는 '파워그리드'와 '암흑의 복도' 등 유명한 게임들을 디자인한 프리드만 프리제가 제작했다. 스티히 마이스터는 60장의 규칙 카드와 60장의 숫자 카드로 구성된 트릭 테이킹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각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받은 숫자 카드를 확인한다. 그리고 별도로 받은 규칙 카드 3장 중 1장을 골라 비공개로 내려놓는다. 이렇게 누가 어떤 규칙 카드를 냈는지 알 수 없도록 한 뒤, 카드들을 모아 섞는다. 다음으로 이 카드들을 모두 공개하고 규칙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면 된다. 카드의 강약이 바뀌기도 하고, 심지어는 규칙 카드에 의해 점수가 결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매 게임마다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리스크 레가시

리스크 레가시(Risk Legacy, 2011) <출처: boardgamegeek.com>

'리스크(Risk)'는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적의 세력을 정복하는 게임이다. 쉬운 규칙에 격렬한 전투 시스템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11년 '리스크 레가시'라는 게임이 나왔는데, 이 작품은 게임을 할 때마다 특정 이벤트가 발생해 영구적으로 게임 규칙을 바꾼다.

예를 들면 게임 시작 전 맹세의 글에 친필사인을 하거나, 특정 세력을 선택했다면 여러 능력 중 한 가지를 선택하고 나머지 능력은 모두 폐기해야 하고, 특정 대륙을 정복했다면 그 대륙의 이름을 정보자가 직접 지어줄 수 있으며, 심지어 특정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열어보라고 적힌 밀봉된 봉투가 박스 구석구석 가득 붙어있다.

이 봉투가 개봉된 순간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하며, 플레이어가 내린 결정에 따라 게임의 규칙이 바뀌어 간다. 즉, 게임을 하면 할수록 말 그대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게임이 된다. 심지어 박스의 은밀한 장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로 열지 마시오.' 라고 쓰여진 비밀의 봉투까지 숨겨져 있다.

호평을 받은 게임성

크레이지 타임은 할리갈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매 게임마다 색다른 규칙이 추가되며 플레이어들은 매번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인다. 할리갈리가 단순함과 명료함을 무기로 수많은 게이머를 유혹했다면, 크레이지 타임은 게임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를 내세워 할리갈리와는 다른 재미를 준다.

할리갈리에 비해 훨씬 어렵지만, 도전할 만하다.

할리갈리에 비해 훨씬 어렵지만, 도전할 만하다. <출처: divedice.com>

점차 쌓여가는 법칙으로 인한 혼란, 추가된 법칙을 모르는 나를 향해 모두가 웃을 때의 긴장감, 그런 친구를 바라보며 '우리는 뭔지 알고 있지!'하며 느끼는 소속감. 분명히 잘 알던 법칙인데도 긴장해서 틀렸을 때의 당황스러움, 새로운 규칙을 몰라 눈치껏 친구를 따라 했는데 '통과'했을 때의 통쾌함. 눈치껏 통과하긴 했는데 왜 통과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을 때의 당혹감. 법칙을 맞췄을 때의 짜릿함까지,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크레이지 타임은 다양한 재미와 감정들을 주기 때문에, 할리갈리보다 더 많은 즐거움과 반복해서 즐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보드게임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도 크레이지 타임만의 독특한 개성에 금세 빠져들 수 있다. 또한, 깊은 전략과 고도의 사고를 요구하는 보드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도 크레이지 타임을 '할리갈리의 한계를 극복한 훌륭한 게임'이라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크레이지 타임은 초보자와 고수를 모두 만족하는 재미를 갖춘 셈이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김상민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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