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의 실속파 쿼드 코어 CPU, 애슬론II X4 & 페넘II X4
듀얼 코어는 기본, 쿼드 코어도 이제는 만만?
하나의 CPU에 2개의 코어를 갖춘 듀얼 코어 CPU가 등장해서 화제를 모은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지금(2010년 7월)은 코어 4개짜리 쿼드 코어 CPU, 그리고 코어 6개의 식스 코어(헥사 코어) 제품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다.
특히 쿼드 코어 CPU의 경우, 한 때는 일부 전문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종류가 무척 다양해지고 가격 또한 싸져서 그다지 큰 부담 없이 구할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특히 AMD는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쿼드 코어 CPU를 다수 판매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애슬론II X4(개발 코드명 프로푸스) 시리즈와 페넘II X4(개발 코드명 데네브) 시리즈다.
위 시리즈 중에서 2010년 7월 현재 가장 주력으로 팔리는 모델이 바로 애슬론II X4 635와 페넘II X4 945이다.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각각 100,000원과 149,000원으로서, 예전에 이야기하던 ‘전문가용 CPU’의 가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만 과연 이 물건들이 ‘비지떡’인지 아니면 ‘찰떡’인지는 직접 성능을 체험해 봐야 알 일이다. 대중들을 위한 쿼드 코어 CPU를 지향하는 AMD의 CPU 2종의 면모를 지금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업그레이드 편한 소켓 AM3 규격, 구형 메인보드에서도 문제없어
CPU를 제대로 장착하기 위해서는 메인보드와 CPU의 소켓(Socket) 규격이 일치해야 한다. 애슬론II X4와 페넘II X4를 비롯한 요즘 AMD의 CPU는 거의 모두 ‘AM3’라는 소켓 규격을 사용하므로 기본적으로 같은 AM3 소켓 규격의 메인보드에 꽂아서 사용한다.
그런데 사실 AM3 규격의 CPU는 구형 소켓인 AM2+ 규격의 메인보드와도 호환된다. AM2+ 규격의 메인보드는 2~3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만약 이즈음에 AMD 기반의 PC를 샀다면 최신 CPU인 애슬론II X4와 페넘II X4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물론 AM2+ 규격의 메인보드라 하여 100% 모두 애슬론II X4와 페넘II X4와 같은 AM3 규격 CPU로 업그레이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메인보드의 제조사에서 해당 CPU를 인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담긴 바이오스(메인보드의 기본적인 작동을 제어하는 내장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야 비로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니 이를 참고해 두도록 하자.
비슷하면서도 다른 CPU, 애슬론II X4와 페넘II X4
애슬론II X4 635와 페넘II X4 945는 같은 규격의 소켓을 쓰는 CPU이기 때문에 외견은 차이가 없다. CPU의 열을 식히는 쿨러도 같은 것을 쓰기 때문에 메인보드에 장착해 놓으면 더더욱 차이를 알 수 없다. 내부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일단 코어의 수는 각각 4개로 같고, 클럭(Clock: 동작속도)은 애슬론II X4 635가 2.9GHz, 페넘II X4 945는 3.0GHz로서, 불과 0.1GHz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굳이 더 비싼 페넘II X4 945를 살 이유는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페넘II X4 945는 애슬론II X4 635에는 없는 L3(3차) 캐시를 6MB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캐시(cash)란 CPU 내부의 임시 저장공간으로서, 자주 쓰는 데이터를 보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용량이 크면 클수록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고 전반적인 연산 성능도 높아진다. 참고로 애슬론II X4 635는 L2 캐시까지만 갖추고 있다.
테스트 환경 소개
그렇다면 과연 이 AMD의 실속파 쿼드 코어 CPU 2종은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추고 있을까? 일단은 제대로 된 성능을 짐작하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이번에 이들 제품의 맞상대를 해 줄 제품은 AMD의 보급형 듀얼코어 CPU인 애슬론II X2 245와 경쟁사인 인텔의 듀얼 코어 CPU인 코어2 듀오 E8500다. 각 CPU 제품의 사양은 다음과 같으며, 가격은 2010년 7월의 인터넷 최저가를 참조했다.
테스트용 PC는 AMD와 인텔 제품 모두 DDR3 메모리 2GB와 라데온 HD 5770 그래픽카드를 꽂았으며, 씨게이트의 2TB 하드디스크 바라쿠다 XT ST32000641AS에 윈도우 7 얼티밋 32비트 버전을 설치했다.
메인보드는 AMD와 인텔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AMD 시스템은 소켓 AM3 규격인 ‘아수스 M4A87TD EVO’를, 인텔 시스템은 LGA775 규격인 ‘바이오스타 OCTP43’을 사용했다. 다만, 문제는 테스트에 사용한 씨게이트 바라쿠다 XT ST32000641AS 하드디스크가 최신 하드디스크 인터페이스인 SATA 6Gb/s 규격인데, 이를 아수스 M4A87TD EVO는 지원하지만 바이오스타 OCTP43는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부득이 하드디스크의 전송 속도를 SATA 3Gb/s로 낮추도록 설정하여 공정한 비교가 되도록 했다.
①연산 성능 측정(SiSoftware Sandra)
첫 번째 테스트는 연산 능력 측정이다. CPU의 역할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CPU가 수행하는 연산은 정수 연산과 부동소수점 연산으로 나뉘는데, 정수 연산은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때, 부동소수점 연산은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때 중요시된다. 시스템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인 ‘Sandra’를 이용해 각 CPU의 정수연산 및 부동소수점 연산 능력을 측정해 보았다.
테스트 결과, 듀얼 코어 CPU인 애슬론II X2은 전반적인 성능이 다소 뒤지는 편이었고, 코어2 듀오 E8500은 정수 연산 능력은 매우 뛰어났지만 부동소수점 연산 능력은 약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슬론II X4 635와 페넘II X4 945은 양면에서 골고루 우수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는데, 페넘II X4 945 쪽의 다소 성능이 높았다. 단연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측정되었다. 참고로 1GIPS란, 초당 10억 번의 정수 연산을, 1GFLOPS란 초당 10억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②파일 압축 속도 측정 (WinRAR)
수치상의 성능이 좋더라도 실제 사용에서 우수한 성능이 나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CPU의 성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업 중 하나가 바로 파일 압축 작업이다, 파일의 압축이나 해제를 하려면 하나의 파일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 값들을 일일이 비교하면서 용량을 변경하는 작업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압축 소프트웨어인 ‘WinRAR’을 사용해 300여 개의 파일이 담겨 있는 1GB 용량의 폴더를 압축하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해 비교했다. 또 다른 압축 소프트웨어인 ‘알집’의 경우, 듀얼 코어나 쿼드 코어 CPU를 쓰더라도 1개의 코어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CPU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다.
테스트 결과, 예상대로 페넘II X4 945가 가장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으며 애슬론II X4 635가 그다음, 그리고 코어2 듀오 E8500과 애슬론II X2 245가 뒤를 이었다, 역시 파일 압축의 경우 코어가 많은 CPU에서 유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③동영상 인코딩 속도 측정
요즘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동영상 인코딩(encoding)을 하는 PC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동영상 인코딩이란 동영상의 규격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를테면 PC용 Divx 규격의 동영상을 아이폰에서 재생 가능한 H.264 규격으로 변환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동영상 인코딩 작업 중에는 영상과 음성을 프레임 단위로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CPU의 연산 성능이 낮으면 작업 시간이 크게 길어진다. 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인코딩 프로그램은 ‘유마일 인코더(UmileEncoder)’다. 이를 이용해 700MB의 45분짜리 Xvid 파일을 300M의 아이폰용 H.264 파일로 변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리고 ‘멀티 코어 사용’ 옵션을 체크해 모든 CPU 코어의 성능을 완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순위가 약간 달라졌는데, 페넘II X4 945 > 코어2 듀오 E8500 > 애슬론II X4 635 > 애슬론II X2 245의 순으로 우수한 결과를 기록했다. 코어2 듀오 E8500은 듀얼 코어 CPU이긴 하지만 클럭이 3.16GHz에 달할 정도로 높으므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코어의 수가 적더라도 각 코어의 동작 속도가 빠르다면 역시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④게임 성능 측정
캡콤사의 대전 격투 게임인 스트리트파이터4(Streetfighter4)는 PC의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벤치마크(benchmark) 버전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실제로 게임을 하는 것과 동일한 환경에서 일정한 패턴으로 캐릭터들이 격투를 벌이는 장면을 연출하여 초당 평균 프레임(fps)을 측정해 보여준다. 이 테스트는 몇 번을 하더라도 완벽히 같은 패턴으로 게임 장면이 진행되므로 제법 객관적인 테스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테스트 결과, 4가지 시스템의 프레임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았고, 그 중에서도 코어2 듀오 E8500 CPU를 장착한 시스템이 근소하나마 가장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아무래도 요즘 게임들이 CPU보다는 그래픽카드에 많이 의존하는 성향이 있고, 테스트에 사용한 4가지 시스템이 모두 같은 그래픽카드(라데온 HD 5770)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또한, 게임에서는 아직 코어의 수보다는 클럭 수치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테스트 제품 중에서 클럭이 가장 높은 코어2 듀오 E8500을 장착한 시스템이 가장 우수한 결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가격 대비 성능’의 AMD, 쿼드 코어 CPU의 대중화 열다
PC 관련 인터넷 게시판을 찾아보면 ‘인텔과 AMD CPU 중에 어느 쪽이 더 좋나요?’하는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런데 사실, 양사에서 너무나 많은 CPU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양사에서 내놓고 있는 제품 중에서 최상위급 CPU끼리 성능을 비교한다면 인텔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반면,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들끼리, 특히 보급형에 속하는 제품을 비교한다면 이때는 AMD가 앞선다. 절대적 성능에선 인텔, 가격 대비 성능에선 AMD의 제품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소개한 페넘II X4와 애슬론II X4는 이러한 AMD 제품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제품으로서, 최저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성능을 내고자 하는 실속파 소비자들에게 환영 받을 만한 제품이다. 10만 원대에서 고를 수 있는 쿼드 코어 CPU의 종류가 이렇게 많아진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니 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