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화성을 탐험하는 아이언맨, <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IT동아 이문규 기자] IT산업이나 트렌드에 관심 있는 이라면 '일론 머스크(Elon Musk)'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1971년 생인 그는 일찍이 온라인 금융 서비스 분야를 개척해,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Paypal)'을 이베이(eBay)에 매각함으로써 20대의 나이에 엄청난 부를 거머쥐며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다. 벌어 놓은 돈으로 남은 한 평생 편안히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기꺼이 가시밭길로 걸어 들어간다. 어릴 적부터 꿈꿨던 우주여행과 화성 식민지 개척. 이를 위해 누구도 하려 하지 않는 자신 만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는 현재, 우주항공사인 '스페이스X'와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 모터스', 그리고 태양광 발전 사업체인 '솔라시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 스티브 잡스가 '인류의 일상'을 바꿨다면,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인류의 환경'을 바꿀 결정적 인물이다. 그런 그에 대한 공식 전기가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는 아직 반편생 밖에 살지 않은 '열정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에 관한 현재까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라 하면 인물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그가 이룩했던 업적을 찬양하는데, 이 책은 아직 40대 중반에 불과한 일론 머스크에 관해 개인 연애사까지 시시콜콜 기록돼 있다. 다른 전기와 또 다른 점은, '그가 어떻게 부자가 됐느냐'가 보다는 '그는 무엇을 하고자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렸을 적에 읽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책에서 찾은 공상과학의 지혜를 자신의 이념으로 받아 들었고,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할 만큼 무모한 '우주여행', '화성식민지개척'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순수 전기만으로 작동하는 멋진 자동차도 보란듯이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출생(남아프리카공화국)부터 성장, 그리고 'Zip2', '엑스닷컴(X.com)', '페이팔'로 어이지는 부의 축적 과정은 그리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55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대부분은 솔라시티, 테슬라 모터스, 스페이스X에서의 고민과 충돌, 실패, 도전 등에 할애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숱한 비난과 혹평을 들어가면서, 그리고 자기 재산을 탈탈 털어가면서 재생에너지, 화성 탐사, 전기자동차에 모든 걸 쏟아 붓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은 '열정'이라 대답한다.
이 전기는 저자인 '애슐리 반스'가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그의 각 회사의 동업자, 관계자, 측근 등 수 많은 이들을 인터뷰하여, 일론 머스크에 관한 긍정적, 부정적 평가를 모두 실었다. 그래서 전기라기 보다는 인터뷰 전문 서적에 가깝다. 그의 자유로운(?) 연애관/여성편력, 까칠한 업무 태도, 무모하리만치 과감한 실행력, 직원들과의 불화 등 그에 관한 비평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보다 훨씬 흥미롭게, 진지하게 읽었으며, 특히 이 전기 이후의 그의 행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아직 현역이고 지금도 로켓 분사구처럼 활활 불타고 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적극 추천할 책이다. 현재 그와 동시대를 살고 있으며, 앞으로 그의 열정과 도전으로 인해 변화된 세상을 경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015년 여름 휴가에는 '미래의 설계자'를 만나 보라.
참고로, 일론 머스크는 좋아하는 책으로,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 <파운데이션(Foundation, 아이작 아시모프 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The Moon is a Harsh Mitress, 로버트 하인라인 저)>를 꼽았다. 그의 전기 다음으로 읽어 볼 책이다.
저자: 에슐리 반스
역자: 안기순
출판사: 김영사
(도서정보)
분량: 584쪽
가격: 18,000원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