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용 MS 오피스 잔혹사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10일 'MS 오피스 2016 for Mac'을 정식 출시했다. MS 오피스 2016 for Mac은 윈도용 MS 오피스 2016과 동일한 가격에 동일한 기능을 제공한다. 꽤나 놀라운 소식이다. 윈도를 우대하고 OS X, 리눅스 등 다른 플랫폼을 등한시하던 기존의 행보와 전혀 다른 모습이니까. "사용자가 원하면 애플, 구글의 플랫폼으로도 MS의 앱을 출시할 것"이라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의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MS 오피스 2016 for Mac
MS 오피스 2016 for Mac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처사일 수도 있는데, OS X(맥 운영체제)용 MS 오피스는 윈도용 MS 오피스에 비해 모든 것이 뒤떨어졌다. 윈도용 MS 오피스보다 1~2년 늦게 출시되는 것은 예사다. 기능이 부족했고, 서식도 훨씬 적게 제공됐으며, 사용자 환경도 전혀 달랐다. 심지어 제공하는 앱의 종류도 훨씬 적었다. 개발팀이 아예 다르다는 얘기까지 솔솔 흘러나왔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지난 2011년 출시된 'MS 오피스 2011 for Mac'을 끝으로 OS X용 MS 오피스는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다. MS 오피스 2011 for Mac은 1년 전에 출시된 윈도용 MS 오피스 2010과 비교해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

많은 맥 사용자가 아쉬움을 드러냈고, 이를 개선한 OS X용 MS 오피스가 등장하길 기대했다. 사용자들의 기대는 빗나갔다. MS 오피스가 3년 주기로 출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윈도용 MS 오피스 2013과 동급인 'MS 오피스 2014 for Mac'이 등장해야 했다. 하지만 2014년은 커녕 2015년 중반인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었다. 사용자들은 기능이 떨어지는 MS 오피스 2011 for Mac을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MS가 MS 오피스 2011 for Mac 지원과 관련해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맥북 프로 레티나가 출시된 후 '레티나 디스플레이' 대응 업데이트를 실시했고, OS X이 풀화면 기능을 추가하자 풀화면에 대응하는 업데이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서작성 앱의 본질인 문서작성 관련 기능이 강화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이렇게 '막' 대하진 않았다. 어도비 포토샵처럼 MS 오피스는 원래 맥용 앱이었다. 엑셀이 맥의 가장 큰 무기이던 시절도 있었다. MS는 지난 1989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를 통합한 맥용 MS 오피스를 최초로 출시했고, 윈도용 MS 오피스를 1990년에 출시했다. 이처럼 맥과 윈도를 함께 지원하던 MS는 윈도 운영체제가 자리잡고 애플과 관계가 틀어진 2000년부터 둘을 조금씩 차별하기 시작했다. 윈도용 MS 오피스를 먼저 출시하고 1년 뒤 OS X용 오피스를 출시해왔다. 기능상 차별도 두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조가 MS 오피스 2011 for Mac까지 쭈욱 이어졌다. 사용자들에게 '아쉬우면 윈도 플랫폼으로 오던가'라고 발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처사다.

하지만 2000년대 말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 모바일 운영체제의 시대가 열리면서 MS는 겸손해졌다. 모바일 시장에서 계속되는 좌절과 실패가 천하의 MS마저 겸손하게 바꾼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나델라 MS 최고경영자의 "사용자가 원하면 애플, 구글의 플랫폼으로도 MS의 앱을 출시할 것"이라는 발언이다. '우리가 앱을 개발하면 사용자들이 이에 따를 것'이라는 기조에서 벗어나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앱을 개발할 것'이라고 천명한 셈이다.

말만 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MS 오피스 2016 for Mac은 MS의 실천이다. MS 오피스 2016 for Mac은 곧 출시될 윈도용 MS 오피스 2016과 동일한 기능, 동일한 사용자 환경, 동일한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윈도용 MS 오피스처럼 리본 UI라는 MS 오피스 특유의 사용자 환경이 적용됐고, 검토하기 기능이 추가됐다. 또, 원드라이브(MS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와 오피스닷컴에 빠르게 접근할 수도 있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뿐만 아니라 원노트 앱까지 제공해 MS 오피스의 주요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MS 오피스 2016 for Mac
MS 오피스 2016 for Mac

MS 오피스 2011 for Mac의 가장 큰 문제였던 서식 호환성도 개선했다. MS 오피스 2011 for Mac으로 작성한 문서는 윈도용 MS 오피스에서 열면 서식이 어긋나거나, 폰트가 깨지는 현상이 빈번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점만 봐도 MS 오피스 2011 for Mac이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 앱이었는지, MS가 얼마나 OS X을 등한시 했는지 알 수 있다) MS에 따르면 MS 오피스 2016 for Mac은 윈도용 MS 오피스 2016과 대등한 호환성을 제공한다. MS 오피스 2016 for Mac으로 작성한 문서를 어떤 버전의 MS 오피스에서 열어도 서식이 어긋나거나 폰트가 깨지는 일이 드물다는 뜻이다.

OS X용 앱 다운 기능도 여럿 추가했다. 전체화면 보기, 멀티터치 제스처, 레티나 디스플레이 등을 모두 제대로 지원한다. MS 오피스 2016 for Mac은 글자나 이미지 크기를 확대하거나, 문서를 전환하기 위해 마우스를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멀티터치 제스처를 이용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던 MS 오피스 2011 for Mac과 달리 모든 부분에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MS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난 3월부터 진행된 오피스 2016 for Mac 프리뷰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사용자들은 무려 10만개가 넘는 피드백을 제공했으며, 이러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4개월에 걸쳐 총 7번의 업데이트를 진행해 프로그램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개선했다. 또한 향상된 워드의 메일 통합(Mail Merge in Word)이나 엑셀의 외부 데이터 연결(External Data Connections in Excel)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앞으로도 오피스 365 고객이 최소 분기별로 한 번씩은 새로운 기능들을 만나 볼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S 오피스 2016 for Mac은 오늘부터 오피스365 구독자를 대상으로 제공된다. 오피스365 구독자는 MS 오피스 2011 for Mac을 지운 후, MS 오피스 2016 for Mac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패키지 버전 MS 오피스 2016 for Mac은 9월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전세계 맥 사용자들의 소망은 이제 달성됐으니, 이제 국내 맥 사용자들의 소망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MS 오피스 2016 for Mac은 아직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한국어 클라이언트를 내려받아 설치하더라도 메뉴는 모두 영어로 출력된다. 당연히 오탈자 교정 기능도 이용할 수 없다. 다만 한국어 폰트는 추가할 수 있어, 문서를 작성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이 기사도 MS 오피스 2016 for Mac을 활용해 작성했다.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한국어 메뉴를 지원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어쩌면 MS 오피스 2011 for Mac처럼 영영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OS X 사용자가 별로 없는 점을 감안해도 차별받는다는 기분을 떨쳐낼 수 없다. OS X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조는 충분히 느꼈으니, 이제 한국 사용자를 차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차례다.

MS 오피스 2016 for
Mac
MS 오피스 2016 for Mac
<(상) MS 오피스 2011 for Mac, (하) MS 오피스 2016 for Mac>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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