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반 TV를 올인원 PC로 만드는 마술, 인텔 컴퓨트 스틱
[IT동아 이상우 기자] 약 70여년 전 에니악(ENIAC)이라는 컴퓨터가 있었다. 5KHz의 연산 능력을 갖추는 등, 이전 세대의 전자식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성능을 내는 기계였다. 대신 이러한 성능을 내기 위해 1만 7,000개에 이르는 진공관과 7만여 개의 저항기로 구성돼있었으며, 무게는 30톤에 이르렀다. 전체적인 크기도 건물 하나만했다.
이처럼 거대했던 컴퓨터는 오늘날 책상에 놓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으며, 성능 역시 수백만 배 높아졌다. 심지어 손에 들고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까지 이미 우리 일상 생활 깊숙하게 들어왔다.
컴퓨터는 앞으로 얼마나 더 작아질 수 있을까? 그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제품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스틱PC다. 프로세서 기술 발전을 통해 쓸만한 수준의 성능을 내면서도, 발열과 전력 소모를 잡아 전체적인 부피를 줄인 제품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대표적인 프로세서 제조사 '인텔'이 직접 내놓은 스틱PC, '인텔 컴퓨트 스틱'이다.
말로만 듣던 스틱PC, 크기는 어떨까? 제품을 개봉해보니 폭이 성인 남성 손가락 두 개만한 제품이 나타났다. 길이 115mm(단자 포함), 두께 12mm 정도에 외형은 커다란 USB 메모리를 닮았다. 측면에는 일반 크기의 USB 2.0단자, 마이크로 SD카드 슬롯, 전원 공급용 마이크로 USB 단자 등이 있다(심지어 냉각 팬까지 갖췄다). 시중에 있는 미니PC의 20%도 안 되는 부피다.
인텔 컴퓨트 스틱은 온전한 기능을 갖춘 컴퓨터다. 프로세서, 저장장치, 메모리, 비디오 출력 단자, 윈도 운영체제 등을 정상적으로 갖췄다. 또한, 와이파이 기능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며, 블루투스 기능으로 외부 기기도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제품 한 쪽에 있는 HDMI 커넥터를 모니터 뒤에 있는 HDMI 포트에 연결하면 즉시 윈도 PC가 된다. 예를 들어 거실에 있는 TV에 꽂으면 TV를 윈도 PC로 사용할 수 있다. HDMI 단자를 갖춘 모니터에 연결하면 모니터가 올인원 PC가 된다.
물론 초기 설정 시에는 유선 키보드나 전용 동글을 사용하는 무선 키보드/마우스가 필요하다. 윈도 8.1 기본 설정(계정 등록, 무선 네트워크 설정 등) 중에는 블루투스 연결 설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정을 마치고 블루투스 키보드 혹은 USB 동글을 사용하는 키보드/마우스 어떤 디스플레이 장치에 연결하든, 사용자가 쓰던 PC 환경을 그대로 옮겨 사용할 수 있다.
함께 제공되는 액세서리는 크게 특별한 것이 없다. HDMI 연장 케이블, USB 충전기 등이다. 이들 액세서리는 디스플레이 기기 디자인에 따라 컴퓨트 스틱을 연결하기 어려울 때 사용한다. 예를 들어 HDMI 연장 케이블은 TV 뒤에 컴퓨트 스틱을 부착할 공간조차 없을 때 사용하면 되고, USB 충전기는 모니터에 별도 USB 단자가 없어서 전원을 공급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면 된다.
컴퓨트 스틱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일반적인 데스크톱 PC의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고사양 3D 게임, 동영상 인코딩, 그래픽 작업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물건으로는 웹 서핑, 문서 작성, 동영상 재생 등 저사양 PC로 가능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단순 성능만 보면 30만 원 정도의 보급형 윈도 태블릿PC와 비슷하다.
물론 일부 저사양 게임을 구동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해상도를 풀HD로 맞추고, 그래픽 설정을 가장 낮음으로 바꾸면 20프레임 정도로 실행 가능하다. 다만, 이는 실행 가능하다는 것일 뿐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실행한 모습. 참고로 인텔 컴퓨트 스틱은 최대 풀HD 해상도까지 지원한다. 따라서 사진처럼 와이드 모니터를 사용할 경우 좌우로 검은 여백이 생긴다. 만약 모니터 해상도가 풀HD를 초과한 QHD나 UHD라면 여백은 생기지 않지만, 모니터의 성능을 최대로 발휘할 수는 없다>
풀HD급 동영상도 무리 없이 재생한다. 필자가 재생해본 동영상은 비트 전송률 25Mbps의 풀HD(1080 60p) MP4 동영상으로, 비교적 무거운 동영상 파일이다. 이런 동영상도 끊김 없이 부드럽게 재생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어떤 상황에 어울릴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일반 가정의 거실이다. 거실에 있는 TV에 연결해 인터넷 동영상을 스트리밍하거나 저장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또, 윈도 스토어를 이용해 각종 모바일 게임을 거실에 있는 커다란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인텔 컴퓨트 스틱을 TV에 연결하는 것만으로 스마트TV로 만든 셈이다.
TV에 USB 메모리를 끼워 동영상을 재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약간의 이점도 있다. 컴퓨트 스틱은 일반 PC처럼 추가 코덱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TV에서 자체적으로 재생할 수 없는 동영상 포맷도 재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곰 플레이어'나 'KM플레이어'를 TV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직장인에게도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사무실 모니터에 연결해 문서를 작성하다가 외부 미팅 시 거래처 회의실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연결하면, 참고 자료나 각종 문서를 자신이 작성했던 모습 그대로 큰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다. 이 때는 작은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 정도만 가방에 넣어 다니면 된다. 집에 돌아와서는 모니터나 TV에 연결해 못다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동영상 감상, 웹 서핑 등을 할 수 있다.
PC 본체를 두기 어려운 곳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소규모 매장에서 대형 모니터 하나만 세워놓 컴퓨팅 스틱을 연결하면 이를 디지털 사이니지로 사용할 수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활용할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윈도 운영체제가 기본 설치돼 있기 때문에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2015년 7월 초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9만 9,000원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