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세계]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협력게임, '팬데믹'

안수영 syahn@itdonga.com

팬데믹
팬데믹

팬데믹 (2007) <출처: divedice.com>

팬데믹은 비장미가 넘치는 협력 보드게임이다. 모든 플레이어는 힘을 합쳐 전 인류를 위협하는 4종류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바이러스는 매 순간순간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하나씩 창궐하기 시작하며, 질병 확산 속도는 감염 국가가 증가할수록 점점 더 가속화된다. 연쇄 확산이 일어나 바이러스가 만연하게 되면 인류는 패배한다. 플레이어들은 그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영웅으로 분해 일어난다.

팬데믹은 협력 게임이라는 장르의 인지도를 상승시킨 게임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인 바이러스에 맞서는 사투를 훌륭한 밸런스와 간결한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과 완벽히 조화되는 테마로 표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게임 방법

팬데믹은 인류를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구한다는 목표 아래, 모든 플레이어가 협력해서 진행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연구자, 과학자, 위생병, 건축 전문가, 검역 전문가, 비상 대책 설계자, 운항 관리자 등으로 이루어진 질병통제팀이 되어, 전염병의 확산을 막고 치료제를 개발해 인류를 구해야 한다.

먼저 세계 지도가 그려진 게임판을 펼친다. 플레이어들은 각각 원하는 역할을 맡고, 인원 수에 맞게 플레이어 카드를 나눠 갖는다(2명-4장, 3명-3장, 4명-2장). 남은 플레이어 카드 사이에는 전염 카드를 끼워 넣고, 잘 섞어서 쌓아 놓는다. 그리고 감염 카드를 9장 오픈해, 각 도시에 질병 큐브를 1~3개 놓는다. 마지막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가 있는 애틀란타에 1개의 연구소를 놓으면 게임을 시작할 차례다.

팬데믹의 게임 준비 모습
팬데믹의 게임 준비 모습

팬데믹의 게임 준비 모습 <출처: divedice.com>

각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한 번씩 자기 차례를 갖는다. 한 플레이어의 차례는 [행동-카드 뽑기-도시 감염]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게임의 행동 순서는 이러하지만, 게임의 큰 흐름을 살펴보는 데에는 오히려 역순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편하므로 역순으로 설명해보겠다.

차례의 마지막 단계에는 항상 질병이
퍼진다
차례의 마지막 단계에는 항상 질병이 퍼진다

차례의 마지막 단계에는 항상 질병이 퍼진다 <출처: divedice.com>

차례의 마지막 단계인 '도시 감염' 단계가 되면, 게임판의 우측 상단에 놓인 감염 카드 더미에서 감염 카드를 펼치고, 카드에 표시된 도시에 감염을 일으킨다. 해당하는 도시 위에 그 도시의 색깔과 같은 질병 큐브 하나를 올려놓으면 된다. 만약 그 도시에 이미 3개의 질병 큐브가 올라가 있다면, 질병이 인근 도시로 '확산'된다.

확산이 일어나면 해당 도시에는 질병 큐브를 더 이상 올리지 않는다(즉, 한 도시에 수용되는 질병 큐브는 최대 3개다). 게임판에서 확산 트랙 상의 마커를 한 칸 전진시킨 뒤, 그 도시와 한 칸 거리로 연결된 모든 인접 도시에 질병 큐브를 하나씩 올려놓는다. 이렇게 해서 인접한 도시에도 질병 큐브가 3개 올라가면 연쇄 확산이 일어나면서, 그 도시에 인접한 나머지 도시들에 또 질병 큐브가 올라간다. 확산이 일어나면 치료로 없애야 하는 질병 큐브 숫자가 급증하므로, 게임은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어려워진다.

질병의 확산
질병의 확산

질병의 확산이 일어나면, 게임이 위태로워진다. 플레이어들은 이를 막기 위해 전세계를 이동하며 질병을 치료해야 한다. <출처: divedice.com>

이번에는 '카드 뽑기' 단계를 살펴보자. 이 단계에서 각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카드 더미에서 두 장의 카드를 뽑는다. 카드 더미 안에는 도시 카드와 이벤트 카드, 전염 카드가 각각 무작위로 섞여 있다. 도시 카드는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한 사람이 도시 카드 5장을 모으면, 게임 승리의 핵심 행동인 '치료제 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소를 짓거나, 플레이어들이 전세계를 이동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어 유용하다.

이벤트 카드는 플레이어들에게 유용하게 작용하는 효과를 발동시킨다. 이들 카드는 한 사람이 최대 7장까지만 들 수 있기에, 손에 있는 카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이 도시 카드와 이벤트 카드 사이에 전염 카드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카드 뽑기를 수행하던 중 전염 카드가 공개된다면, 게임판 위의 바이러스 확산 수준이 심각해진다. 게임 시작 전, 전염 카드를 플레이어 카드 더미 속에 몇 장을 섞어넣느냐에 따라 게임의 전체 난이도가 조절된다. 4장을 넣으면(즉, 전염이 이루어지는 빈도가 낮으면) 30%의 확률로 게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낮아지지만, 6장을 넣으면(빈도가 높으면) 지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지는 식이다.

만약, 전염 카드를 뽑으면 [감염률 증가-질병 감염-감염 심화]의 순으로 처리를 한다. '감염률 증가'란 감염률 트랙에서 감염률 마커를 오른쪽으로 한 칸 움직이는 것이다. 각 마커 칸 아래에는 2에서 4까지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 숫자는 앞서 언급한 '감염 단계'에서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기 위해 뽑는 감염 카드의 장수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숫자가 2라면 2개의 도시에 질병 큐브가 올라가지만, 숫자가 4라면 4개의 도시에 질병 큐브를 올려야 한다.

'질병 감염'이란 감염 카드 더미의 맨 아래에 있는 카드 한 장을 펼친 뒤, 그 카드에 표시된 도시 위에 질병 큐브 세 개를 올리는 것이다. 확산이 일어날 우려가 있는 도시 하나가 곧바로 생겨나는 셈이다. 이 카드는 지금까지 사용하고 버린 감염 카드 더미에 넣는다.

감염 카드
감염 카드

이제까지 버려졌던 감염 카드가 다시 섞여, 그대로 아직 사용하지 않은 카드 더미 위에 올라간다. <출처: divedice.com>

'감염 심화'란 버린 감염 카드 더미를 모두 섞은 뒤, 감염 카드 더미 위에 뒷면이 보이게 다시 올려놓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질병 큐브가 올라갔던 도시들이 앞으로 차례차례 다시 감염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질병 확산은 더욱 빠르게 일어난다. 바로 이 '감염 심화'로 인해 플레이어들이 게임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급증한다.

치료제 개발
치료제 개발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은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출처: divedice.com>

이를 막기 위해, 각 플레이어는 예상되는 전염과 확산 상황에 맞추어서 행동 단계의 행동을 조절한다. 각 플레이어에게는 4점의 행동 포인트가 주어진다.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행동은 총 5가지다.

1) 현재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의 이동,
2)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정기 항공편으로 이동이 가능하게 해 주는 연구소 건설,
3) 도시 위에 놓인 질병 큐브 하나를 제거하는 질병 치료,
4) 플레이어들이 가진 도시 카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 공유,
5) 도시 카드 5장을 모아 해당 질병의 치료제 개발

각 플레이어는 주어진 4점의 행동 포인트로 이 5가지 행동을 원하는 순서와 횟수로 최대 4번까지 행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이동 2회-질병치료 2회], 또는 [이동 1회-정보 공유 1회-연구소 건설 1회-치료제 개발 1회] 등의 선택을 할 수 있다.

게임은 3가지 경우에 패배한다.
게임은 3가지 경우에 패배한다.

게임은 3가지 경우에 패배한다. <출처: divedice.com>

확산 트랙 위의 확산 마커가 트랙의 제일 마지막 칸에 도달하면(즉, 8번의 확산이 일어난다면) 질병의 확산을 막아내지 못했으므로 플레이어들이 패배한다. 게임 판에 놓을 질병 큐브가 부족하면 질병을 제때 다 치료하지 못했으므로 플레이어들은 패배한다. 플레이어 카드 더미에서 카드가 다 떨어져서 카드 뽑기 단계에 카드를 더 뽑을 수 없게 되면, 더 이상 손쓸 수 없게 되어 버렸으므로 플레이어들은 패배한다. 이 패배 조건들 중 어느 하나가 충족되기 전에 4가지 질병 각각의 치료제를 먼저 개발하면 플레이어들이 승리한다.

작가 멧 리콕

많은 게임 제작자들이 '게임 시스템 위에 어떤 테마를 입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추상전략게임이라 불리는 장르는 테마 없이 그 규칙과 시스템 자체만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게임 유형이지만, 그 이외의 게임들은 일정한 테마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갖춘다. 이러한 게임 테마가 게임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로, 팬데믹과 같은 협력 게임들도 어떤 테마를 갖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협력 게임은 일반적인 보드게임과 달리, 모두가 힘을 합쳐 공통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대전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협력 게임의 테마는 한층 더 높은 대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팬데믹을 높이 살 수 있는 부분도 이런 특징이라고 보는데, 세계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해낸다는 설정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위기에 맞서 싸우는 데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준다.

팬데믹의 작가, 멧 리콕
팬데믹의 작가, 멧 리콕

팬데믹의 작가, 멧 리콕(Matt Leacock) <출처: boardgamegeek.com>

팬데믹의 작가 멧 리콕은 게임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데 소질이 있는 게임 디자이너다. 그는 많은 협력게임에 모티브를 준 라이너 크지니아(Reiner Knizia)의 '반지의 제왕 보드게임(Lord of the rings, 2000)'에서 큰 감명을 받아, 딸과 함께 팬데믹을 만들었다. 그는 대부분의 게임을 가족과 함께 하는데, 이 점이 그가 게임을 디자인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요소라고 한다. 팬데믹을 디자인할 때, 그는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드라마틱한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집중했다고 한다.

본래 그는 미국 야후, AOL/네스케이프 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주로 사용자 경험이나 상호 작용에 관련된 디자인 업무를 주로 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가 팬데믹을 구상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이직해, 디자인 팀장을 역임하다가 2014년부터 보드게임 개발을 전업으로 삼았다.

그는 미국인으로서 독일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 SDJ)에 3번이나 그의 작품을 노미네이트한 작가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작품인 팬데믹, 쓰루 디 에이지스 주사위 게임(2008), 포비든 아일랜드(Forbidden Island, 2010)가 SDJ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라이너 크니지아, 볼프강 크래머(Wolfgang Kramer), 클라우스 토이버(Klaus Teuber)와 같은 유럽 디자이너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인지, 그의 게임에서는 미국 게임 특유의 강한 게임 테마와 유럽식 보드게임의 정제된 시스템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쓰루 디 에이지스 주사위 게임'은 한국어판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이 게임은 문명 게임이 가진 강한 테마 흡입력에 주사위를 결합해, 간단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문명 게임으로 널리 알려졌다.

쓰루 디 에이지스 주사위 게임
쓰루 디 에이지스 주사위 게임

쓰루 디 에이지스 주사위 게임 <출처: divedice.com>

포비든 아일랜드는 팬데믹과 같은 협력 게임이다. 점차 가라앉는 섬에서 성물을 모아 탈출해야 하는 콘셉트의 게임이다. 포비든 아일랜드는 2010년 멘사 셀렉트(Mensa Select)에 선정되며 당시 전세계적인 협력 게임 흥행에 힘을 더했다. 2013년에는 포비든 아일랜드를 조금 개량한 포비든 데저트(Forbidden Desert, 2013)가 출시됐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사막에서 비행선의 부품을 모아 탈출해야 한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로 2013년 멘사 셀렉트로 선정돼 인기를 끌었다.

그의 게임들이 대부분 협력(Co-operative Play) 게임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그가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직 협력을 기반으로 한 게임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2015년에 그는 응급 구조를 다룬 미국 TV드라마 '썬더버드즈(Thunderbirds)'의 보드게임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준비하고 있다. 이 게임 또한 역시 협력 게임이다.

팬데믹의 수상 경력과 시리즈들

팬데믹은 다음과 같은 수상 경력을 지니고 있다.

2011 Ludoteca Ideale (Italy)
2010 Australian Games Association Game of the Year Winner
2009 BoardGameGeek Golden Geek Family Game Winner
2009 Gouden Ludo, Winner
2009 Nederlandse Spellen Prijs, Nominated
2009 Boardgames Australia Awards Winner, Best International Game
2009 Spiel des Jahres Nominated
2009 Golden Ace Nominated
2008 Origins Awards, Board Game of the Year, Winner
2008 JoTa, Best Cooperative Game, Winner
2008 Games 100 Best Family Game
2008 Meeples Choice Award, Game of the Year, Winner
2008 BoardGamer.ru Recommendation
2008 International Gamers Award Multi-Player Nominee
2008 Tric Trac d'or (France), Game of the Year, Tric Trac d'argent (2nd place)
2008 BoardGameGeek Golden Geek Family Game Finalist

팬데믹은 위와 같은 수상 경력으로 그 게임성을 증명했으며, 팬데믹의 성공은 다양한 확장 출시로 이어졌다. 팬데믹은 쉽고 간결한 규칙의 게임이었던 만큼, 확장판을 통해 게임을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하여 팬데믹의 확장판은 여타 게임의 확장판들과는 달리, 기본 게임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확장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2015년까지 팬데믹에는 그 기본판에 추가적으로 덧붙이는 확장이 세 가지 출시됐다. 이 확장들은 레이스 포 더 갤럭시(2007)의 작가 토마스 레만(Thomas Lehmann)과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그 첫 번째 확장인 '팬데믹: 온 더 블링크 확장'에서는 전체적으로 난이도를 상승시키는 다양한 확장 규칙과 구성물이 포함됐다. 예를 들면 5인 게임을 지원하는 모드, 전염 카드를 1장 더 추가해 총 7장의 전염 카드가 들어가는 전설적인 난이도를 만들었다.

팬데믹 확장: 온 더 블링크
팬데믹 확장: 온 더 블링크

팬데믹 확장: 온 더 블링크(Pandemic: On the Brink, 2009) <출처: divedice.com>

그리고 세 가지의 도전 모드가 추가됐다. 그 첫째는 '악성 형질' 도전 모드로, 전염 카드 대신 악성 형질 카드를 넣고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악성 형질 카드는 전염 카드의 내용을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면서 한층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예를 들면 캐릭터 말이 한 도시에서 떠날 때 그 도시에 질병 큐브가 있으면 반드시 '질병 치료' 행동을 한 번은 써야 한다거나, 악성 형질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도시 카드가 한 장 더 필요하다거나, 이미 개발된 치료제를 무효화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킨다.

두 번째, '돌연변이' 도전 모드는 악성 형질 도전과 유사한데, 돌연변이 바이러스 한 가지가 더 추가돼 총 다섯 가지의 질병이 발생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세 번째인 '바이오 테러리스트' 도전 모드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세계를 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바이오 테러리스트가 되어 일 대 다수의 게임이 된다.

두 번째 확장인 '팬데믹: 인 더 랩 확장'은 1인 게임을 지원하는 모드나 팀 대전 모드가 추가됐다. 이 확장에는 온 더 블링크 확장에서 추가됐던 악성형질 도전 모드에 해당하는 카드가 포함됐으며, 돌연변이 도전 모드에 해당하는 돌연변이 카드와 함께 변형 규칙이 추가됐다.

팬데믹 확장: 인 더 랩
팬데믹 확장: 인 더 랩

팬데믹 확장: 인 더 랩(Pandemic: In the Lab, 2013) <출처: divedice.com>

그리고 '실험실' 도전 모드가 핵심으로 덧붙었다. 이 도전 모드에서 플레이어들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실 작업을 좀더 구체적으로 진행하게 됐다. 바이러스 샘플을 채취하고 이들을 시료 처리하고 배양해 치료제를 개발한 뒤, 테스트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기본 게임은 치료제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장소와 장소를 이동하고 도시 카드를 교환하는 과정에 집중했었다. 이와 달리, 인 더 랩 확장에서는 일련의 치료제 개발 과정에 행동을 많이 할애한다. 그 대신, 최종 치료제 개발을 위해 모아야 하는 도시 카드는 3장으로 줄어들었다. 때문에 과정은 길고 복잡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보다 수월한 진행이 가능해졌다.

세 번째 확장인 '팬데믹: 스테이트 오브 이멀전시' 확장 또한 세 가지의 도전 모드가 추가됐다.

팬데믹 확장: 스테이트 오브 이멀전시
팬데믹 확장: 스테이트 오브 이멀전시

팬데믹 확장: 스테이트 오브 이멀전시(Pandemic: State of Emergency, 2015) <출처: divedice.com>

그 첫 번째는 '내륙 지역' 도전 모드, 추가된 '오지' 게임판에서 닭과 원숭이, 소, 돼지 등의 동물에 의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내용을 담았다.

두 번째 도전은 '긴급 사태' 도전 모드로, 위기 상태를 악화시키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발생하는 긴급 사태 카드가 추가됐다. 감염 카드 더미 맨 아랫장을 뽑아서 해당하는 도시에 바이러스 큐브 3를 추가한다거나, 플레이어들이 자동차나 배 외의 교통망(직항기, 전세기, 정기항공편)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슈퍼버그' 도전 모드에서는 어떤 항생제에도 전부 내성을 나타내는 슈퍼버그 박테리아를 상대해야 한다. 돌연변이까지 이루어지는 이 박테리아에 맞서려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 조치를 취한 뒤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시스템이 아닌 시나리오 형태로 제작된 확장도 있다. 이 시나리오 확장은 제작사 지맨 게임즈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간단하게 출력해서 팬데믹 기본판 혹은 확장과 함께 즐기면 된다. 이 시나리오는 두 가지가 공개돼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고립' 시나리오로, 북미의 특정 지역에 플레이어들의 진입이 차단된 상황에서 바이러스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정부 폐쇄' 시나리오로, 정부가 폐쇄되어 자금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힘겹게 바이러스에 맞서야 하는 내용이다.

이 외에 팬데믹의 스핀오프로 나온 게임이 두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 게임은 '팬데믹: 큐어'로 팬데믹을 주사위로 즐기는 버전이다. 주사위 기반의 게임으로 변모한 이 게임은, 원작에 있었던 지도를 없애고 공간 이동의 개념을 극소화했다. 그러면서 주사위를 활용한 효율을 극대화했다.

팬데믹: 큐어
팬데믹: 큐어

팬데믹: 큐어(Pandemic: Cure, 2014) <출처: divedice.com>

'팬데믹: 컨테이전'은 기존 팬데믹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에 가깝다. 이 확장은 완전한 경쟁 게임이다. 각 플레이어는 하나의 바이러스가 되어서 인류를 더 빨리 멸망시키기 위해 경쟁한다. 라운드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이에 잘 대처하면서 바이러스를 배양, 확대시켜 다른 이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팬데믹: 컨테이전
팬데믹: 컨테이전

팬데믹: 컨테이전(Pandemic: Contagion, 2014) <출처: divedice.com>

2015년 8월에는 '팬데믹: 레거시'가 출시 예정이다. 팬데믹의 개발자인 맷 리콧(Matt Leacock)과 '리스크: 레거시(Risk Legacy)'의 개발자인 롭 데비오(Rob Daviau)가 만나 만든 작품이다.

팬데믹: 레거시
팬데믹: 레거시

팬데믹: 레거시(Pendemic: Legacy, 2015) <출처: boardgamegeek.com>

리스크 레거시는 수만 개의 보드게임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클래식 전쟁 게임 리스크(Risk)를 바탕으로 하며, 게임이 끝날 때마다 승자와 패자는 게임판에 별도의 영구적인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이러한 기록이 쌓여 특정 조건이 되면, 준비된 봉투를 뜯어 새로운 규칙을 적용했다. 이런 방식은 게임판이나 규칙에 영구적인 변형을 가져와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아끼는 게임의 훼손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게임에 역사를 새긴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팬데믹: 레거시는 팬데믹을 기반으로 위와 같은 레거시 스타일을 포함시킨 것으로, 1년 동안 12개의 시나리오를 연속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블루 박스와 레드 박스 두 가지의 디자인으로 출시 예정이다.

2번의 한국어판

팬데믹은 2009년 첫 한국어판이 발매됐다. 팬데믹 발매 당시 국내에는 협력 게임이라는 장르가 다소 생소한 편이었는데, 영어판을 미리 즐기던 사람들의 입소문이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한국어판이 발매될 수 있었다. 특히 전세계를 무대로 한 지도와 영화 <아웃브레이크>와 같은 상황 연출은 사람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했다.

팬데믹 구판
팬데믹 구판

팬데믹 구판 (2008) <출처: divedice.com>

하지만 당시 한국어판의 판매량은 날개 돋친 듯 판매되는 할리갈리(1990), 카탄(1995)과 같은 다른 보드게임들에 비해 많지 않았다. 어두워 보이는 게임 박스 디자인과 가격에 비해 아쉬운 구성물이 큰 호응을 이끌어내긴 어려웠다. 2010년 단종된 이후 간헐적으로 한국어판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몇 명의 소수 게이머들을 위해 게임을 재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2013년 팬데믹의 제작사 지맨게임즈에서 팬데믹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재판하면서 한국어판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했다. 2008년 이후 다양한 배경을 지닌 협력 게임들이 출시됐지만, 팬데믹은 여전히 대중에게 인기 있는 게임이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연상케 하는 새로운 박스 디자인은 새로운 소비자에게도 크게 어필했다. 게다가 2개의 신규 캐릭터가 추가돼 구판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으로 여겨졌다.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2014년 팬데믹의 새로운 한국어판이 발매됐다.

팬데믹 신판
팬데믹 신판

팬데믹 신판에는 검역 전문가와 비상 대책 설계자가 추가됐다. <출처: divedice.com>

팬데믹처럼 2번에 걸쳐 한국어판이 발매된 게임은 별로 없다. 팬데믹이 다시 한국어판으로 발매될 수 있었던 이유는, 첫 발매 당시 게이머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남기는 판매량을 보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인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팬데믹 구판은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이제는 달라 보인다. 5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면서 팬데믹은 협력 게임의 대명사로 여겨질 정도로 탄탄한 인지도를 구축했다. 이 때문에 팬데믹은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대중에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팬데믹으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맞서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협이 심화됐을 때, 팬데믹의 개발사 지맨게임즈는 국경없는 의사회와 손잡고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맨게임즈는 세계의 보드게이머들에게 에볼라 시나리오와 에볼라 전문가팀 카드를 만들어 제공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게이머들이 팬데믹을 즐기고 자유로운 기부를 하도록 유도했다.

팬데믹 파티즈
팬데믹 파티즈

팬데믹 파티즈 <출처: pandemicparties.com>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약 2달 동안 22개국 125개의 게임 모임이 만들어졌으며, 5만 달러의 기금이 모여 국경없는 의사회에 전달됐다. 이처럼 팬데믹은 단순히 게임 테마가 대의적인 정당성을 갖춘 것을 넘어, 실제 사회적으로도 이바지를 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게 살 만한 게임이다.

협력게임은 그 특성상 몇 사람이 주도해 다소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고, 경쟁 심리가 작용하지 않아 어떤 이들에게는 흥미가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협력 게임을 처음 즐겨본 사람들 중에는 '이런 게임도 있구나'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팬데믹은 그런 위치에서 훌륭한 입문 게임이자, '카탄'과 마찬가지로 게이머스 게임과 가족 게임의 경계선을 잘 지키고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현 수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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