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의 '절치부심', EOS M3
[IT동아 이상우 기자] 캐논컨슈머이미징(이하 캐논)은 디지털카메라, 특히 DSLR 카메라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데 유독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만큼은 혹평을 받는다. 2012년 캐논 최초의 미러리스 카메라 EOS M은 이미지 센서 크기(APS-C)나 화소 수 등이 우수하고 후면 액정 터치 기능을 지원하는 등 여러 이점이 있었지만, 자동초점 속도 같은 전반적인 완성도에서 혹평을 받았다.
후속작인 EOS M2는 자동초점 성능을 개선하고, DSLR 카메라 수준의 이미지 센서를 그대로 계승했지만, 조작성이 비교적 떨어지는 등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런 캐논이 절치부심끝에 세 번째 미러리스 카메라 EOS M3를 내놓았다. EOS M3는 어떤 제품인지, 그리고 캐논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부분은 역시나 자동초점 속도일 것이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자동초점 속도를 상당히 개선한 모습이다. 일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체감상 0.5초 이내에 초점을 정확하게 잡으며, 특정 자동초점 모드에서는 반셔터(셔터를 반 정도 눌러 자동초점 및 자동노출 기능을 작동하는 과정)를 하지 않아도 초점을 잡아준다.
특히 마음에 드는 자동초점 모드는 얼굴 인식/추적 기능과 피사체 선택 추적 기능을 지원하는 '얼굴 인식 + 트래킹' 모드다. 이 모드를 활성화하면 인물사진을 촬영할 경우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하며, 인물이 움직이더라도 얼굴을 따라서 초점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꼭 얼굴이 아니더라도 피사체 추적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비춘 다음 원하는 후면 액정에서 원하는 부분을 터치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카메라나 피사체가 움직이더라도, 처음 선택한 피사체에 초점이 고정된다.
이 모드를 활용하면 앙금앙금 기어다니는 아기를 촬영하거나, 가볍게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할 때 유용할 듯하다. 다만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 예를 들면 스포츠 경기 등을 촬영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모습이다(사실 이런 피사체를 촬영하는 데는 고급 DSLR 카메라가 더 어울린다).
초점을 맞추는 데 오래 걸리는 경우도 일부 있다. 예를 들어 고정 초점 모드를 예로 들면 초점 영역 안에 거리가 다른 물체 2개 이상이 들어오면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헤맨다. 이런 경우 터치 스크린을 활용해 초점 고정 위치를 변경하면 비교적 빠르게 초점을 잡을 수 있다.
EOS M3는 이전 제품에서는 적용하지 않았던 기능과 부품도 다수 탑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틸트 방식의 후면 액정이다. 위로는 180도, 아래로는 45도까지 열리는 액정 화면을 탑재해 이전 제품보다 촬영의 폭을 넓혔다. 눈높이보다 높은 위치에 카메라를 놓는 하이앵글이나 낮은 위치에 놓는 로우앵글 촬영 등이 가능하며, 화면을 완전히 반대로 젖혀 셀카 촬영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액정 화면을 열면 내장된 스프링 때문에 힌지가 1.5cm 정도 더 늘어난다. 이렇게 확보한 1.5cm는 셀카 촬영 시 아주 유용하다. 화면을 완전히 젖혔을 때 카메라 본체에 액정 화면 일부가 가리지 않도록 화면을 조금 더 높이 들어주기 때문이다. 다른 제품에서는 보기 드문 세심한 배려다.
내장 팝업 플래시도 갖췄다. 이전 제품인 EOS M2까지는 내장 플래시가 없었다. 때문에 외장 플래시를 액세서리 슈에 연결해서 사용해야 했다. 이와 달리 EOS M3는 플래시를 내장했기 때문에 휴대성이 비교적 높다. 게다가 액세서리 슈에 전자식 뷰파인더 등 다른 액세서리를 장착하고도 플래시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와이파이로 연결해 원격 제어하는 기능도 그대로 지원한다. 여기에 EOS M2에는 없던 NFC 기능까지 더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NFC를 켜고 이 태그에 접촉하면 구글플레이에서 원격 제어 앱인 'EOS 리모트'를 설치하는 페이지로 연결된다. 만약 앱이 설치된 상태라면 태그에 접촉하는 것만으로 연결할 수 있다. 또, 캐논이 내놓은 사진 저장/공유 장치 CS100과도 NFC 태그로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조작성은 이전 제품과 비교해 한층 높아졌다. 손으로 쥐는 부위는 마치 DSLR 카메라처럼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어 한 손으로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으며, 주요 조작 버튼도 외부에 별도로 만들어 노출 등의 설정을 빠르게 변경할 수 있다. 또한, 모드 다이얼과 노출 보정 다이얼까지 외부에 부착했다. 장족의 발전이다. 촬영 시에는 대부분의 버튼이 손바닥에 가린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을 지원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조작 다이얼은 후면에 있는 원형 다이얼과 셔터 버튼 둘레에 있는 다이얼 등 2개를 갖췄다. 이를 통해 조리개, 셔터, ISO 등을 DSLR 카메라처럼 빠르게 변경할 수 있다. 특히 셔터 버튼에 있는 다이얼은 적당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손가락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조작할 수 있다.
이미지 센서 크기는 캐논의 일반 DSLR 카메라와 동일한 APS-C 규격을 사용한다(경쟁사 중 하나는 35mm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갖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제품군이 유난히 특별하니 논외로 하자). 이러한 이미지 센서를 통해 화질을 확보했으며, 아웃 포커싱(배경을 흐리게 처리해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 촬영 기법) 효과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유효 화소 수는 약 2,420만 화소며, 사진 크기는 6,000 x 4,000 픽셀이다. 일반적인 JPEG뿐만 아니라 Raw 파일 기록 방식도 지원하기 때문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한 보정도 가능하다. ISO 감도는 최소 100에서 최대 12800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25600까지 확장할 수 있다.
노이즈 감소 기능은 나쁘지 않다. 노이즈 감소 기능 중 다중 촬영 노이즈 감소 기능을 활용하면 ISO 12800에서도 비교적 깔끔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어두운 영역에서 이미지가 뭉개지는 현상이 어느 정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색상이 파괴되는 등의 현상은 대부분 억제할 수 있다. 다만 4장의 사진을 촬영해 합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잘 잡아줘야 할 듯하다. 다음 사진은 각각 노이즈 감소 기능 OFF, 노이즈 감소 표준, 다중 촬영 노이즈 감소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연사 속도는 최대 초당 최대 4.2매까지 지원한다. 셔터 속도는 30초에서 1/4000초 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셔터를 완전히 열어두는 벌브 촬영 기능도 지원한다. 자동초점 포인트는 49개다. 전반적인 사양을 봤을 때 60~70만 원 정도의 보급형 DSLR 카메라와 비슷한 성능이며, 자동초점 포인트는 압도적으로 많다.
다음은 EOS M3로 촬영한 사진이다.
EOS M3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캐논이 드디어 미러리스 카메라를 잘 만들었다'. 제품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이전 제품과 비슷하게 유지해 후속작이라는 느낌을 살리면서, 일부 디자인을 과감하게 변경해 완성도를 높였다. 비슷한 가격대의 DSLR 카메라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성능을 갖추면서 휴대성까지 살렸다. 제품 가격은 2015년 5월 중순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68만 원 정도다(18-55 렌즈 포함). 일상 스냅샷을 조금 더 품격있게 촬영하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카메라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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