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생의 모두의 핀테크] (2) 핀테크는 15년 전부터 있었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이전 글: [목선생의 모두의 핀테크] (1) 핀테크, 나도 알아야 해? - http://it.donga.com/21142/

지난 주 핀테크 관련 연재 1부를 집필하며 느낀 것은, 핀테크에 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를 글로 정리하려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음을 체감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핀테크가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또 그로 인해 해외보다 우리나라에서 핀테크가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그 혜택이 사용자들에게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핀테크에 대한 구분과 핀테크와 관련된 예전 국내외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우선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은 전자금융 관련 내용과 핀테크 분류부터 시작한다. 예전 사례를 언급하는 이유는 핀테크 혹은 핀테크 회사, 관련 서비스들에 관한 기초 정보를 이해하는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즉 예전 서비스를 뒤돌아 보면 해당 서비스의 흥망성쇠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단 이전 글에서 정의한 대로 핀테크 범위가 아닌, 단순히 금융 서비스를 IT 기술이 보조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에 대해서는 그 방면에서 필자보다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금융 전문가들이 존재하며, 결정적으로 이러한 금융IT 기술은 현재 우리가 다루는 관점으로는 핀테크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범위에서 핀테크의 범주는 아니지만, 어쨌든 알아 두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가볍게 확인한다.

지금부터는 건조하고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이 계속 되니 모쪼록 끈기 있게 읽어 내려가길 부탁한다.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면 두 번, 세 번 읽기를 권장한다.

핀테크의 구분
핀테크의 구분

전자금융이라는 범주에서 가장 일반적인 단어는 인터넷뱅킹, VAN, PG, 핸드폰 소액 결제, 에스크로, 사이버머니 등이다. 이들 단어의 정의는 인터넷 검색만 해도 엄청나게 쏟아진다. 오히려 너무 많아 헛갈릴 수도 있으니 쉽고 간단히 설명하면...

인터넷뱅킹은 기존의 은행 업무인 계좌확인, 이체 등을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행위다.

VAN(Value Added Network, 부가가치통신망)은 식당이나 백화점 등에서 신용카드를 쓸 경우 카드 회사와 신용카드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즉 카드 결제에 따르는 여러 가지 절차와 단계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관리한다.

PG는 'Payment Gateway'의 약자로 온라인 쇼핑몰이 탄생하면서 생겨난 온라인 결제 관련 회사들로,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전자 결제를 처리한다. 주로 카드 회사와 가맹점 계약 체결이 쉽지 않은 중소규모 인터넷 쇼핑몰들이 대부분 PG를 활용해 인터넷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당을 차리고 카드결제기를 설치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되는 서비스가 VAN이고,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하고 온라인 결제를 붙이기 위해 활용하는 게 PG 회사다.

한편 핸드폰 소액 결제의 경우 SKT, KT, LGT 등의 이동통신사가 자사 고객들의 통신료 정산에 결제 기능을 붙여서, 고객들이 기존 금융 수단이 아닌 핸드폰을 통해서 인터넷 등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를 테면,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대금을 핸드폰 요금에 포함시켜 결제하는 방식이다.

에스크로는 상거래가 발생될 때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안전 거래를 위한 특수장치를 두는 걸로 보면 된다. 즉 온라인 상거래에서 구매자가 물건을 구매하여 대금을 결제하면, 그 대금이 판매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해당 물건이 구매자에게 안전하게 도착해 문제 없다고 확정할 때 대금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그 외에 실제 화폐는 아니지만 온라인 콘텐츠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가상의 화폐(싸이월드 도토리 등), 사이버머니가 있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금융IT 기술 및 서비스에 관해서는 위의 개념 정도만 알고 있으면 핀테크를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핀테크 서비스를 언급할 때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핀테크의 분류'다. 재미 있는 건 핀테크 분류가 모두 다르고 쉬운 듯하면서도 하나 같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핀테크의 범위가 워낙 광범위해서 핀테크라고 해서 모두 같은 핀테크가 아니다. 다음과 같이 산업별 분류를 기준으로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출저: Chris Brummer and Daniel Gorfine).

1. 송금 분야 - 전자화폐 (Digital and Electric Currencies)
2. 결제 분야 - 전자 결제 시스템 (Digital Payment Systems)
3. 투자 분야 - 금융 투자 플랫폼 (Online Finance and Investment Platforms)

송금 분야 - 전자화폐에는 비트코인, M-Pesa, 트랜스퍼와이즈 등이 대표 사례이고, 결제 분야 - 전자 결제 시스템에는 페이팔, 알리페이, 스퀘어 등이 있다. 투자 분야 - 금융 투자 플랫폼으로는 앤젤리스트, 렌딩 클럽, 쿠오보 등이 포함된다. 이들 기업이나 서비스에 관해서는 현재의 핀테크 회사를 언급할 때 자세히 알아 보기로 한다.

무언가 복잡하고 어려운 듯하다. 현재 언급되는 서비스 대부분이 위의 분류로 구분되긴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명쾌하지 않게 느껴진다.

페이팔 알리페이
페이팔 알리페이

그리고 또 다음과 같이, 사업 영역에 집중하여 핀테크의 산업 분류를 4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출처: UK Trade & Investment).

1. 송금 및 결제 : 기존보다 고객 편의성 향상 및 수수료 저렴
2. 금융 데이터 분석 :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부가가치 창출
3. 금융 소프트웨어 : 기본보다 효율적, 혁신적 금융 업무 및 서비스 관련 소프트웨어 제공
4. 플랫폼 :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전세계가 자유롭게 금융 거래가 가능한 거래기반 제공

핀테크의 중심에는 어찌 됐든 돈이라는 주체가 있기에, 돈의 모습에 따라서 핀테크 영역을 구분해 보고자 한다. 돈은 스스로 벌든 누구에게 빌리든 개인에게 흘러 들어오고, 그걸 관리해서 돈의 규모를 키우거나 누군가에게 주고 쓰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볼 때 딱 3가지로 구분될 수 있으며, 여기서 어떤 핀테크 서비스는 그 중 하나 혹은 두 개, 경우에 따라 세 개 모두 해당될 수도 있다. 그 3가지가 '돈의 이동', '돈의 관리', '돈의 정보'다. '이동', '관리', '정보' 이 세 개만 기억해 그 중에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보면 핀테크 기업에 대한 분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돈의 이동은 말 그대로, 돈이 실제로 움직이고 이동하는 경우에 해당되며, 자신이 누군가에게 돈을 송금하는 계좌 이체나 결제 등이 해당된다.

돈의 관리 역시 돈을 관리하는 것으로, 자신의 자산을 증식시키는 트레이닝 기법의 회사나 P2P 대출 등을 이야기 되는 대출 관련 내용이다.

한편 돈의 정보는 금융 데이터를 기반한 솔루션이 될 수도 있고 내 모든 금융 거래 내용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혹시 위의 정보를 토대로 어느 서비스와 어느 서비스는 상생이 가능하다거나 혹은 대체가 될 수 있는 서비스겠다는 판단이 되는가?

자 이제 그 기준에 대해서 잘 생각하면서 핀테크 범주로 볼 수 있는 예전 서비스에 대해서 살펴보자. 주로 핀테크라는 개념 조차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던 시절의 서비스를 위주로 언급하겠다. 여기 등장하는 서비스들은 앞으로 핀테크의 발전상과 현재 핀테크 서비스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키워드 임에는 분명하다.

위의 기준으로 보면 돈의 이동, 관리, 정보에 모두 해당되는 경우는 온라인 전업 금융사, 그 중에서도 온라인 전업 은행이 있고, 이동형 핀테크인 SKT의 네모(NEMO), 네이트온 미니뱅크, 페이팔, 구글 체크아웃 등이 있다. 관리형과 정보형으로는 이모든, 민트(Mint), 모네타, 팍스넷 등이 있다.

온라인 전업 은행의 경우 올해 안에 국내에서 첫 사업자가 탄생할 거라는 예측이 돌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 온라인 전업 은행은 기존 은행과 달리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입을 받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인데, 이미 2000년 초중반부터 상당 부분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물론 이후로 법규 상의 문제로 좌초됐긴 하지만, 그 역사 속에는 골드뱅크와 브이뱅크컨설팅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참고로 브이뱅크컨설팅은 2002년 온라인 전업 은행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였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는 당시와는 다른 상황이기를 바라고 있는데, 무엇보다 비대면(창구 방문 없이 거래) 채널을 통한 실계좌 발급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은행 지점을 반드시 방문해야 했는데,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면 지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이나 PC 등의 온라인 환경에서 실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정부와 금융관계사 등은 이와 관련된 법적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이에 티에이네트웍스는 화상통화를 이용한 비대면 확인 솔루션인 엠펙(Mpac) 대면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인증 서비스, 엠펙
비대면 인증 서비스, 엠펙

이미 해외에서는 온라인 전업 은행을 비롯해, 비대면 인증을 통한 실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BNP 파리바 헬로뱅크는 임시 비밀번호를 등기 우편으로 보내며, 일본 소니뱅크는 우체국 직원이 신분증으로 실명을 확인한다. 미국 알리파이낸스도 타은행 계좌에 10센트 이하 금액을 송금해 실명을 확인한다.

이동형 핀테크 사례로 볼 수 있는 SKT의 네모, 네이트온의 미니뱅크는 은행 계좌가 아닌 다른 것을 통해서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모델로 설계됐다. 네모는 2001년에 출시됐고 휴대폰 번호만으로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현재 유사 서비스들이 많이 나온 상태인데, 이미 14년 전에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고 당시에 100만 명 정도의 가입자를 모으기도 했다. 다만 사업적 측면에서 여러 제약 사항으로 추진에 어려움이 생겼고, 2004년에 보안 사고까지 터지면서 결국 서비스를 종료됐다.

네이트온의 미니뱅크는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였다. 2006년 SK커뮤니케이션스가 출시했는데, 메신저 프로그램인 네이트온 친구(버디)를 통해 은행 계좌 발급 없이 미니뱅크 서비스를 통해 돈을 주고 받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도 가능한 모델이었다. 여기에 오프라인 실물 카드까지 발급되어 현금입출기에서 출금 및 결제까지 가능했다. 당시 업계 1위 메신저였던 네이트온의 고객 기반으로 온라인 전업 은행을 시험하기 위한 교두보로 인식됐으나 여러 가지 내부 상황으로 1년 서비스 이후 좌초됐다.

네모도 그렇고 미니뱅크도 그렇고, 당시 순조로운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었고, 또 모바일로도 문제 없이 이전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카카오페이, 카카오월렛, 알리페이 등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을 지배했을 것이다.

통합 전자결제
통합 전자결제

<출처 : INICIS Payment Service Forum 2007>

해외 사례 중에서 페이팔은 현재도 워낙 잘 나가고 있는 서비스라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 페이팔은 쉽게 말해 이메일과 비밀번호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페이팔 외에 구글 체크아웃이라는 서비스도 있었다. 지난 2013년 11월에 서비스가 종료되어 현재는 구글 월렛에 흡수됐지만, 구글이 제공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로 사용자들이 구글 체크아웃을 통해 손쉽게 대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한 모델이다. 클릭 한번으로 결제가 가능해서 편리했지만, 페이팔을 서비스 하는 이베이와의 경쟁에서 밀려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구글 월렛과 통합됐다.

관리형과 정보형 핀테크로 구분할 수 있는 이모든의 경우는 가계부와 자신의 계좌를 자동으로 가지고 와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으나, 금융 정보를 가져오지 못하게 법 규제가 바뀌면서 2005년 10월 반강제적으로 문을 닫게 됐다. 당시에 유사 서비스들이 몇 개 있었으며, 이들 서비스들은 당시 국내외 상황을 비춰 봤을 때 상당히 앞서 나가는 상황이었다.

유사 서비스인 미국의 민트는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로 은행 계좌 정보, 증권 계좌 정보, 대출 계좌 정보, 기타 자산 정보 등을 입력하면 그에 대한 통합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몇 년 전까지는 선도적인 서비스로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꽤 많은 경쟁자들이 등장했다.

정보형 핀테크인 모네타의 경우 전반적인 금융 상품 정보와 가계부 기능을 제공했으며, 증권 정보 및 플랫폼 역할을 한 팍스넷이 이에 포함됐다. 팍스넷은 증권 관련 정보와 소식을 다루는 증권인들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다. 초기 팍스넷의 경우 외국 은행에서 투자를 받을 정도로 각광을 받았지만, 이후 모네타에 합병이 됐고 예전 같은 영광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 외에 추가로 언급할 만한 것으로, 지금은 다음카카오로 합병됐지만 다음이 운영했던 '폼 카드'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현재 스마트월렛 등의 원조이며 오프라인 카드로 기존 마일리지 카드를 결합하던 서비스였다.

자, 이 정도면 핀테크 시대를 맞이하는 이로서 알아둘 만한 정보로 충분하다. 현재 아직까지 살아 남은 서비스도 있지만, 좋은 서비스임에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라진 서비스들도 적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요즘 각광 받는 핀테크가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진 건 아니라는 것이다.

길고 지루한 글을 읽느라 고생이 많았다. 다음 글에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와 같은 핀테크의 양면성에 대해서 다뤄본다. 긴 글 참을성 있게 봐 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글 / 목승환 (mlsh8318@naver.com)

현 티에이네트웍스(TA Networks, http://tanetworks.com) 총괄 임원 및 나무앤 대표이사.
티 에이네트웍스는 10년 이상 금융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급하고 있는 핀테크 관련 전문 기업이며, 최근 비대면 인증 서비스와 약정 할인 서비스 등을 제공. 필자는 신사업 부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00년 초반부터 핀테크 관련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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