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렌즈·전문가 기능' 갖춘 스마트폰 카메라라고 'DSLR 급'이 될 수 있나?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스마트폰 카메라들이 디지털 카메라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미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에 잠식된 지 오래,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DSLR 카메라 자리까지 넘보는 중이다. 화소는 물론이고 기능이나 기본 사양 등 말만 들어보면 어지간한 보급형 DSLR 카메라를 위협할 기세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비슷한 이미지 품질에 도달할 수 있어도 본질 자체를 뛰어넘는 것은 쉽지 않은 얘기다. 그것은 카메라가 반도체 기술도 필요하지만 '광학기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끊임 없이 발전을 갈구한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 S6 시리즈는 스마트폰 본연의 성능과 기능도 좋아졌지만, 사진 품질과 대응 실력이 향상된 점을 부각했다. LG전자의 G4는 'DSLR급'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밝은 조리개의 렌즈, 수동 기능 등 특징만 봤을 때 고급 카메라 못지 않다. 게다가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를 보면, 대부분 2,000만 화소에 근접할 정도로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하다. 최근 DSLR 카메라가 2,000~3,000만 화소, 하이엔드 카메라들이 2,000만 화소에 근접한 것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갤럭시 S4 줌
갤럭시 S4 줌

< 스마트폰 카메라의 갈망은 이런 결과물로 이어질 때도 있었다. >

스마트폰 카메라가 전문 카메라를 잡으려는 노력은 예전에도 있었다. 심지어는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이종교배할 정도였으니 그 욕망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이미지를 정제하는 능력을 키우고 손떨림 방지나 기동시간을 줄이는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하며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분명히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질이 과거에 비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하이엔드 카메라 또는 DSLR급이라고 말한다면 어불성설이다. DSLR급이라는 것을 단순히 사진 한 장이나 기능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하고 하는 이야기다.

사실 디지털 카메라의 기계적 구조(매커니즘)는 단순하다. 렌즈를 통과한 빛이 센서에 닿아 이를 정제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센서가 받아들인 빛을 영상처리 프로세서가 섬세하게 다듬어 데이터화 한 것이 우리가 접하는 '이미지 파일(JPG 또는 RAW)'이다. 이것을 뷰파인더라는 장치로 보며 촬영하면 DSLR, 이것 없이 액정을 통해 본다면 미러리스 카메라 등으로 크게 분류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스마트폰이 디지털 카메라를 넘지 못하는 핵심 요소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바로 '렌즈'와 '센서의 판형(크기)'이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광학기술'

먼저 렌즈를 보자. 스마트폰은 크기 때문에 광학구조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스마트폰 카메라를 보면 광학식 줌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초점거리가 고정된 '단렌즈' 형태라고 보는 것이 맞다. 만약 사용자가 먼 피사체를 가까이 찍기 위해 줌을 당긴다고 하면, 카메라는 임의로 정해진 화면 범위를 확대해 후처리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디지털 줌' 방식이 이렇다.

디지털 줌은 렌즈를 쓰지 않고 이미 저장된 이미지를 확대하기 때문에 아무리 후처리를 잘 하더라도 화질이 떨어진다. 반면, 광학식 줌은 경통 내의 렌즈들이 이동하면서 배율(초점거리)에 맞는 상을 만들기 때문에 화질 열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는 어쩔 수 없이 일정한 크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DSLR 카메라의 구조
DSLR 카메라의 구조

< 빛이 렌즈를 통과해 이미지 센서에 도달하는 일반적인 DSLR의 구조.(출처:위키백과) >

카메라로 찍는 사진은 크게 '조리개•감도•셔터속도'가 결정한다. 모두 빛과 관련한 것들이고 이를 보기 좋게 만드는 과정은 그 다음이다. 우선 빛을 통과시키는 렌즈에서 조리개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데 해상력(선명도)과 셔터속도에 영향을 준다. 좋은 렌즈는 밝은 조리개를 어떤 초점거리에서도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초점거리가 고정되어 있는 단렌즈도 조리개가 밝으면 밝을수록 크고 가격이 비싸진다.

f값이 1에 가까울수록 렌즈 지름에 가까워지고 더 많은 빛을 받을 수 있어 셔터속도 확보에 도움이 된다. LG G4의 경우, f/1.8에 해당하는 밝은 렌즈를 탑재했다고 한다. 다른 스마트폰 카메라의 렌즈도 최대개방 f/2~2.8 사이의 조리개를 갖는다. 이 정도면 분명 밝은 수치임에 분명하지만 그 렌즈에 맞는 조리개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렌즈교환식 카메라와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교환식 카메라와 스마트폰 카메라

< 렌즈교환식 카메라용 렌즈와 스마트폰 렌즈의 조리개가 같다고 해서 같은 급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렌즈교환식 카메라에 쓰이는 렌즈는 경통 내에 여러 형상의 렌즈들을 조합해 완성된다. 한 개의 렌즈에는 최소 5~7매, 많게는 10매 이상의 렌즈를 쓰기도 한다. 여기에 왜곡을 줄이고 해상력을 높이기 위한 코팅이나 특수 재질의 렌즈를 조합한다. 이는 줌렌즈, 단렌즈 모두 포함된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대개 렌즈 3~5장 가량을 조합하고, LG G4는 f/1.8 조리개를 구현하기 위해 대구경 렌즈 6매를 조합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결국 대구경 렌즈의 f/1.8과 작은 렌즈의 f/1.8이 구성이나 빛을 받는 양이 같더라도 품질이 그에 준할지는 의문이다.

빛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미지 센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 스마트폰은 1/3인치 크기의 작은 센서를 쓴다. 최근에는 이보다 조금 더 큰 1/2.6인치 크기의 센서를 쓰고 있다. 센서는 커졌지만 여전히 디지털 카메라들과 비교하면 작다. 어림잡아 쌀 한 톨 크기도 안 되는 크기의 센서로 1,600만 화소 이미지를 촬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를 비교한
이미지
이미지 센서의 크기를 비교한 이미지

< 이미지 센서 크기를 비교한 자료. 스마트폰 카메라 센서는 1/2.3인치보다 작다.(출처:위키백과) >

스마트폰 카메라 이미지 센서의 작은 면적에 1,600만 화소를 담는다. 이미지 센서도 결국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인데, 전류가 지나는 통로가 좁아지면 당연히 화질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잠식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는 이보다 큰 이미지 센서 면적을 자랑했어도 다른 큰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와 비교하면 고감도에서 맥을 못 춘다. DSLR과 동일한 화소를 자랑해도 '판형'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다. 스마트폰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스마트폰이 DSLR 기능을 품었어도 'DSLR 급'이 될 수 없다

고성능 카메라의 핵심은 자동 외에도 사용자가 임의로 조리개나 셔터 속도, 노출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수동'기능이다. 카메라가 알아서 하도록 맡기면 촬영자가 의도한대로 촬영할 확률이 낮아, 그에 따른 자유도를 부여한 것이다. 셔터속도를 늘려 역동적인 표현을 하거나, 조리개를 열어 피사체에 집중할 수 있는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효과를 내도록 카메라에는 'P/S/A/M'이라는 기능을 넣는다.

LG G4의 카메라 설명 이미지
LG G4의 카메라 설명 이미지

< 스마트폰 카메라가 기능과 사양을 DSLR과 흡사하다고 해서 'DSLR 급'이라 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이미지 출처:LG전자 홈페이지) >

최근 출시된 LG G4는 수동 기능으로 다양한 촬영을 지원한다고 강조한다. 색온도 조절이나 노출, 감도, 셔터 속도 등이 그 대상이다. 이 정도만 보면 DSLR 카메라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말 그대로 다양한 촬영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 화질에 영향을 주는게 아니다. 화질은 앞서 설명한 물리적, 기기적(소프트웨어 포함) 요소가 결합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진화한 것은 긍정적이다. 언제나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더 좋은 화질로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이것만 놓고 'DSLR 급'이라고 치켜세우는 것은 과하다. 숫자나 기능이 비슷하다고 다 똑같은건 아니니까.

글 / IT동아 강형석(redb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