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 급증, '이유있었네'
[IT동아 이문규 기자]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사업, 재무활동의 성과를 보여주는 연차보고서는 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좋은 지표다.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2014년 연차보고서를 잇따라 공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기업이 있는 반면 몇몇 기업은 예년에 비해 부진한 성장세를 보여 올해에 더욱 약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IT 업계에서 작년 한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린 기업 중 하나가 화웨이(Huawei)다. 화웨이는 지난 해 전년대비 매출 20%, 순이익 30%가 증가한 긍정적 실적을 거뒀다. 캐리어(통신전문장비),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제품), 컨슈머(사용자용 제품) 등 3개 사업 부문에서 모두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그 중에서도 컨슈머 사업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냈다. 컨슈머 사업부 매출은 스마트폰 수요 증가와 신흥 시장에서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년대비 32.6%가 증가한 120억 달러(한화 약 13조 원)을 달성했다.
<화웨이 사업부문 별 매출 증가율>
이와 같은 높은 성장률도 눈길을 끌지만,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상당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이다. 화웨이의 지난해 R&D 비용은 전체 수입의 14.2%인 66억 달러(약 7조원)로 전년대비 29.4% 증가 했다. 매출 대비 투자 비중으로 보면 거대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12%), 아마존(10.4%)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전세계 IT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 글로벌 IT 기업만큼 신제품 개발 및 기존 제품 개선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를 종합해 보면, 화웨이의 주된 성장동력은 연구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이라 평가할 수 있다. 절대강자가 군림하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혁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R&D 센터>
5년 전 까지만 해도 화이트라벨(상표가 부착되지 않은 채 판매되는 제품) 휴대폰을 생산하던 화웨이는 지난 2011년 'C8500' 스마트폰을 정식으로 출시하며 독자적인 스마트폰 브랜드를 구축했다. 당시 시장점유율 3.4%을 기록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0위 기업으로 출발했다. 그후 올해 1분기에는 시장점유율을 7%까지 끌어올리며 전세계 시장 3위,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화웨이는 흔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약점이라고 지적되는 특허 부문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화웨이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건수는 38,825건으로, 이 중 스마트폰 관련 특허만 12,000건에 달한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특허협력조약(PCT)을 통한 국제특허 출원건수에서 화웨이는 3,442건의 특허를 출원해 세계 최다 특허 출원 기업에 올랐다.
지난 2년 간 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글로벌 출하량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중동이나 아프리카와 같은 스마트폰 수요가 급성장 중인 신흥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화웨이 역시 이러한 신흥시장에서 독자적인 기술력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고급화를 꾀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스마트폰 브랜드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실제로, 화웨이 컨슈머(개인 사용자) 사업부 매출의 절반 이상(약 52%)가 중국이 아닌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화웨이는 중동 및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4월 15일 영국 런던에서는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 P 시리즈의 새로운 모델인 화웨이 P8과 화웨이 P8 맥스를 공개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화웨이 P8 론칭 행사>
화웨이 P8은 뛰어난 디자인과 기술력뿐 아니라 활용성과 저조도 카메라 기능이 잘 조합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P 시리즈 고유의 스타일리쉬한 디자인과 기능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동급 최고의 카메라 기술을 적용한 P8은 빛의 궤적을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는 '라이트 페인팅(Light Painting)' 기능 등 스마트폰 카메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또한, 스마트폰 업계 최초로 전문가급의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디렉터 모드(Director Mode)'는 최대 3대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시에 동영상을 촬영 및 편집할 수 있어 마치 가상의 스튜디오와 같은 느낌을 준다.
<화웨이 P8>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P 시리즈부터 X3로 잘 알려진 '아너(Honor)' 시리즈가 속한 중가형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화웨이는 이동통신 브로드밴드 연결 분야의 탄탄한 역량을 바탕으로 스마트 웨어러블을 포함한 새로운 영역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모바일월드콩스레스(MWC) 2015 행사에서는 화웨이 최초의 스마트워치인 '화웨이 워치'를 포함한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이면서 전세계 사용자들의 많은 집중과 관심을 받았다. 화웨이는 일반 시계와 거의 유사한 금속제 외관 디자인을 채택해 '클래식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화웨이 워치는 진일보한 스마트워치라는 평을 받았다.
<화웨이 워치>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는 기업들은 업계에서 오래 버티기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에 화웨이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만큼 고객에게도 관심을 기울인다. '고객중심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사후지원, 즉 A/S다. 화웨이는 국내에서도 A/S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A/S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부터는 업계 최초로 택배 및 퀵서비스를 통한 '찾아가는 무상 스마트폰 A/S'와 함께 카카오톡을 통한 1:1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중국 선전에서 개최한 '2015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에서도 제품 경쟁력을 넘어 서비스 투자를 늘리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고객 경험의 전반적 사항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갖출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보통신기술 발전을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데에도 관여하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시즈포더퓨처(Seeds for the Future)' 프로그램은 화웨이의 대표적인 글로벌 사회공헌(CSR) 프로그램으로, 현지 교육 부처 및 대학교와 HANA(Huawei Authorized Network Academy, 화웨이 네트워크 아카데미)가 협력하여 현지 통신기술 교육 발전을 도모한다. 선발된 우수 학생에게는 중국 본사에서의 업무 체험 기회가 주어지고, 화웨이 본사 직원이 진행하는 정보통신 전문 교육과 선진 기술 시연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실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현재까지 전세계 35개국 100여 개 대학교에서 10,000여 명의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다. 우수 학생 1,000여 명은 본사에서 교육을 받아 일부는 이미 화웨이나 다른 IT 기업에 입사했으며, 국내에서도 올초 처음으로 실시, 15개 대학의 16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처럼 지난 해 매우 양호하고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 든 화웨이는 올해에 어깨가 무거우리라 예상한다. 화웨이는 지난 해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나가야 한다.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기술력 확보, 이를 통한 다양한 제품 라인업 보유,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워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춘 상황이다. 중국 브랜드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올해 이후 '고객중심'의 핵심전략으로 IT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화웨이의 모습을 기대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