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갤럭시S6? 아니, 갤럭시 리부트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후속작이 5개나 나온 영화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1과 2의 성공에 힘입어 매년 방영된 영화다. 1에서 기틀을 다지고, 2에서 완성됐다. 3과 4는 2에서 완성된 모습을 바탕으로 크게 흥행했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점점 그 영화를 식상하게 여기게 됐다. 제작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액션의 스케일은 점점 향상됐지만, 영화의 전체 줄거리는 별 다른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5는 관람객들에게 외면 받고 흥행에 실패하고 만다.

영화 제작사는 고민에 빠졌다. 이 시리즈를 어떻게 해야 할까. 1번의 실패로 포기할 수는 없다.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인상을 주는 방법이 있다. 바로 '리부트(Reboot, 등장인물 등 중요 요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야기 흐름을 새로 만드는 것)다. 영화 제작사는 결국 이 시리즈를 리부트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이 영화의 이름은 바로 '삼성전자 갤럭시'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6(Galaxy S6)'는 리부트된 영화와 같다. 사용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등장인물(성능, 편의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식상하게 여기는 스토리(디자인, 카메라)는 일신했다. '갤럭시 리부트'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갤럭시S6를 일주일 동안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했다.

갤럭시S6
갤럭시S6

지루한 디자인을 벗고 새로 태어난 갤럭시

갤럭시S6를 접하고 가장 먼저 든 느낌은 '섹시함'이다. 기존 갤럭시 시리즈는 빈말로도 디자인이 뛰어나다고 하기 힘들었다. 튀지 않는, 그래서 어디에 섞어놔도 자연스러운 무난함을 추구했지만 그것은 결국 사용자들에게 지루함만을 안겨줬다. 갤럭시S5에 와서 이러한 디자인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전작과 다를 바 없는 전면, 올록볼록 엠보싱(돋을 무늬) 화장지 같은 뒷면. 이제는 그만 보면 좋을 것 같은 측면 테두리의 크롬 도금까지. 사용자들이 기겁하는 것이 당연하다.

갤럭시S6는 '전혀' 다르다. 앞은 전작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대칭으로 이뤄진 이 디자인은 더이상 손댈 곳이 없을 정도로 완성되어 있다. 하지만 옆과 뒤는 새로 디자인되어 있다. 옆은 도금이 아닌 진짜 알루미늄으로 구성된 테두리다. 뒤는 아예 강화유리로 덮어버렸다. 강화유리를 통해 빛이 살짝 반사돼 제품이 빛나 보인다. 옆의 알루미늄 테두리는 빛이 너무 과도하게 반사되는 것을 막는다. 눈에 띄지만 과하지 않은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언제나 무난함을 추구한 삼성전자의 제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

갤럭시S6의 디자인을 혹평하는 사례는 이제 없을 듯하다. 누가봐도 아름다우니까. 지금까지 디자인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고 사용자들에게 외치는 것 같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변화는 성공적이다. 아이폰과 너무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한 것 아니냐는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 만은 사실이다.

갤럭시S6
갤럭시S6

갤럭시S6
갤럭시S6

콤팩트 카메라를 뛰어넘다

카메라의 성능이 향상된 점도 눈에 띈다. 갤럭시S6는 소니에서 제작한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센서와 조리개 밝기 F1.9의 렌즈를 탑재했다. 사진 디테일은 뛰어나고, 어두운 곳에서도 빠르게 초점을 잡는다. 야간 촬영시 화질도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와 달리 그럭저럭 쓸만한 품질을 보여준다. 화질이 콤팩트 카메라와 대등한 수준으로 향상된 것이다. 갤럭시S6로 찍은 사진을 편집하고 바로 SNS에 올리거나 친구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편의성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갤럭시S6의 카메라는 광학 손떨림 보정(OIS)과 피사체 추적 AF(움직이는 사람이나 물체를 빠르게 추적하는 초점 기능)를 탑재하고 있다. 덕분에 흔들림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움직이는 사람이나 물체를 찍을 때 초점이 어긋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카메라 기동 속도는 1초 내외다. 통화, 인터넷, 앱 등 어떤 작업을 하고 있든 (심지어 화면이 꺼져 있어도) 홈 버튼을 두 번 빠르게 누르면 즉시 카메라가 실행된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찰나의 순간도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촬영할 수 있다. 촬영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최대 30매까지 연속 촬영할 수 있다. 뛰어다니는 아이나 동물을 촬영할 때 유용하다.

갤럭시S6
갤럭시S6

동영상의 경우 UHD(3,840x2,160) 해상도 촬영(최대 5분), QHD(2,560x1,440) 해상도 촬영(최대 5분), 풀HD 해상도 60프레임 촬영(저장공간 한계까지 기록 가능) 등을 지원한다. 기존의 풀HD 해상도 촬영보다 화질이 뛰어나지만, 그만큼 동영상 용량도 무시무시하니 주의할 것. UHD 해상도로 5분 동안 동영상을 촬영할 경우 약 1.8GB의 용량을 요구한다. UHD 동영상을 12개만 촬영해도 저장공간이 꽉찬다(32GB 모델 기준).

동영상 설정
동영상 설정

<촬영 설정, 동영상 촬영 시 피사체 추적 AF와 손떨림 방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으니 주의할 것>

전면은 500만 화소 카메라 센서를 탑재했다. 화소수는 올라갔지만, 디테일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반드시 화사하게 나와야 한다는 전면 카메라의 본질을 잊지 않았다.

<갤럭시S6로 찍은 사진>

갤럭시S6로 찍은 사진
갤럭시S6로 찍은 사진

갤럭시S6로 찍은 사진
갤럭시S6로 찍은 사진

갤럭시S6로 찍은 사진
갤럭시S6로 찍은 사진

갤럭시S6로 찍은 사진
갤럭시S6로 찍은 사진

화면, 용량, 발열은 만족

갤럭시S6는 5.1인치 QHD 해상도의 AMOLED를 화면으로 채택했다. 화소가 RG, BG 형태로 구성된 다이아몬드 펜타일 디스플레이지만, 선명도가 577ppi에 달해 일반 RGB 디스플레이와 큰 차이가 없다. 동영상, 인터넷, 사진 촬영 등 무엇을 하든 글씨와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갤럭시S6의 디스플레이는 이미 인간의 눈을 아득히 벗어난 지경에 도달했다. 선명도가 높은 만큼 기어VR을 활용한 가상현실의 만족도도 갤럭시노트4보다 높을 전망이다. (화면 선명도가 높아야 화면 외곽의 화소가 확대되어 보이지 않는다)

저장공간은 모델 별로 32GB와 64GB를 제공한다. 32GB 모델의 실제 사용 공간은 23.75GB고, 64GB 모델의 실제 저장공간은 53.5GB다. 둘 다 기본 앱을 삭제하면 1.5GB 내외의 용량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은 없다. 때문에 마이크로 SD 카드를 활용한 용량 확장은 불가능하다.

갤럭시S6는 대부분의 기본 앱을 제거할 수
있다
갤럭시S6는 대부분의 기본 앱을 제거할 수 있다

<갤럭시S6는 대부분의 기본 앱(구글 앱 포함)을 제거할 수 있다>

발열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제품을 오래 사용하거나, 게임 등을 실행하면 오른쪽 상단 카메라 옆 부분이 조금 뜨거워진다. (해당 부위에 모바일 프로세서가 배치되어 있다)

살금살금 예쁘게 변하고 있는 UI

기자는 아이폰3Gs > 갤럭시S1 > 갤럭시 넥서스 > 아이폰5 > 갤럭시S6 순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해왔다(훌륭한 '호갱님'이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UI에 대한 인식은 갤럭시S1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능은 많지만 촌스럽다는 바로 그 이미지다.

오랜만에 다시 접한 삼성전자의 UI는 이제 그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벗어도 될 정도였다. 다양한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세련되게 보일 수 있도록 조금씩 변해왔고, 이제 그 결실을 맺은 것 같다. 단색 위주로 구성되어 있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색 배합에 신경 쓴 티가 난다.

백문이 불여 일견이니 이 부분은 이미지로 대신한다.

갤럭시S6의 UI
갤럭시S6의 UI
<갤럭시S6의 사용자 환경>

일체형 배터리, 괜찮을까?

갤럭시S6는 기존 갤럭시 시리즈와 달리 일체형 배터리를 채택했다. 뒷면에 탄력성이 뛰어나 뜯어낼 수 있는 플라스틱 대신 뜯어낼 수 없는 유리를 붙였기 때문. 일체형 배터리인 만큼 걱정이 앞선다. 사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배터리 사용시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절전모드로 설정하고 화면 밝기를 30%로 맞춘 후(최대 밝기가 너무 밝아서 30% 정도만 되어도 가독성 확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웹 서핑과 동영상 재생을 실행했다. 웹 서핑 시(LTE 데이터 사용) 6시간 15분 동안, 동영상 재생 시(LTE 데이터 차단) 11시간 40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절전모드를 해제하면 배터리 사용시간이 조금 더 줄어든다. 전작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하루에 한 번씩, 일반 사용자는 이틀에 한 번씩 충전해주면 되겠다.

배터리 사용시간은 사용자의 사용 패턴과 설치된 앱에 따라 실험 결과와 크게 차이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예를 들어 페이스북 앱이나 삼성전자 보안 기능(KNOX)를 실행하면 배터리 사용시간이 많이 줄어든다.

갤럭시S6에는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절전모드와 초절전모드가 탑재되어 있다. 절전모드는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 화면 밝기 등을 조금 제한해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배터리 사용시간을 약간 늘리는 모드고, 초절전모드는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고, 필수 앱을 제외한 나머지 앱 실행을 중단시키며, 화면이 켜져 있을 때에만 데이터 통신에 연결하는 등 사용자 경험을 크게 제한하면서 배터리 사용시간을 극단적으로 향상시키는 모드다. 절전모드는 배터리 사용시간을 5% 정도 늘려주고, 초절전모드는 150% 정도 늘려준다. 외근이 잦은 사용자라면 절전모드를, 배터리 충전량이 10%밖에 남지 않았는데 꼭 받아야 하는 전화가 걸려올 상황이라면 초절전모드를 사용하는 등 상황에 맞춰 번갈아가며 사용하면 된다.

사실 일체형 배터리라고 해서 실사용에 눈에 띄는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배터리의 수명이 저하되는 6개월 이후에 발생한다. 교체형 배터리라면 새 배터리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면 된다. 반면 일체형 배터리는 A/S 센터에 가서 비싸게 교체해야 한다(배터리 가격 + 공임비). 한 제품을 오래 사용하려는 사용자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갤럭시S6에는 무선 충전 기능이 기본 탑재되어 있다. 별도로 판매하는 무선충전기(6만 원 상당)를 구매하면 번거롭게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제품을 충전할 수 있다. 매우 편리하다. 갤럭시S6 사용자에겐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무선 충전 기능의 유용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무선충전기를 무료로 함께 제공하면 좋지 않았을까.

갤럭시S6 엣지
갤럭시S6 엣지
<무선충전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겸용>

배터리를 0%에서 100%로 완전 충전하는데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0%에서 20%로 충전하는데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급속 충전 기능도 탑재했다.

조금 더 과감했으면 하는 아쉬움

갤럭시S6는 성공적인 리부트다. 사용자에게 지루하게 받아들여졌던 갤럭시 시리즈를 다시 새롭게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왕 리부트할 생각이었다면 좀 더 과감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앞과 뒤의 구분이 없어 편리한 USB 3.1 C타입 단자를 채택했으면 어땠을까.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주면서 '세계 최초의 USB 3.1 C타입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적인 이미지까지 심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이크로 SD 카드는 왜 제거했는지 의문이다. 스마트폰에 동영상을 많이 저장하는 사용자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때문에 32GB 모델보다는 64GB 모델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것까지 애플을 흉내 낼 필요는 없다. 리부트의 옥의 티다.

얇고 예쁜 것이 꼭 능사는 아니다. 손에 쥐는 감각, 이른바 '그립감'이 매우 나쁘다. 제품 뒤쪽이 손바닥에 거의 닿지 않는다. 잡고 있는 손의 힘을 조금이라도 빼는 순간 바로 바닥으로 직행한다. 전후면 모두 유리로 구성되어 있어 깨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 A/S 비용이 비싸니) 주의하자.

마찬가지로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 나옴)'도 조심해야 한다. 갤럭시S6는 카메라 부위가 조금 튀어나와 있다. 이 부분이 충격에 취약하다. 전작부터 그랬지만, 이 부분이 파손되면 카메라 부위만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뒷판 전체를 교체해야 해서 A/S 비용이 비싸게 매겨진다.

출고가는 80만 원대 중반(32GB 모델 기준)이지만,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에 따라 할부원금이 달라지니 크게 의미는 없다. 이동통신사의 4월 보조금 정책 상 32GB 모델 보다는 64GB 모델을 구매하는 게 이득이다. 검은색, 흰색, 금색은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청색(블루 토파즈, 갤럭시S6 전용 색상)은 구매하기 어려우니 참고하자. 청색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물량이 풀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IT동아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고자 제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갤럭시S6에 관한 궁금증(예: 4K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나요, XX앱이 실행되나요, 삼성전자 보안 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나요 등)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기자들이 테스트한 후 2부 Q&A 기사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질문은 기사 하단에 댓글 또는 기자의 이메일을 통해 기사 게재 후 일주일 동안 받습니다. 다만 내구성 테스트, 방수 기능 테스트 등 제품을 손상해야 하는 테스트는 불가능하니 이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갤럭시S6
갤럭시S6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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