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기가인터넷, PC와 공유기가 구형이면 무용지물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초고속 인터넷 업계 최대의 화두 중 하나가 바로 '기가인터넷'이다. 이는 기존의 100Mbps급 인터넷에 비해 최대 10배 빠른 1Gbps(1,000Mbps)급의 속도를 지원한다는 유선 인터넷 서비스를 일컫는 것이다.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의 주요 업체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기가인터넷의 상용화에 돌입,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 기가인터넷을 신청하더라도 PC나 공유기가 지원하지 않으면 1Gbps 접속을 할 수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지금 당신의 집에 기가인터넷을 설치한다 하여 당장 인터넷 속도가 10배 빨라지는 걸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기가인터넷을 제대로 쓰기 위해선 사용자가 현재 보유한 장비 역시 이를 지원해야 한다.
자신의 PC가 '기가비트 랜'을 탑재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
일단은 자신의 PC(데스크탑, 노트북) 상태부터 살펴보자. 기가인터넷이 자랑하는 1Gbps 접속을 하기 위해선 PC에 달린 네트워크어댑터(통칭 랜카드) 역시 이를 지원하는 기가비트(Gigabit) 규격 제품이어야 한다. 2010년 전후부터 출시된 PC는 대부분 기가비트 랜카드를 탑재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출시된 PC, 혹은 신형 중에서도 보급형 제품은 구형 10/100Mbps급 랜카드를 달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PC라면 당연히 기가인터넷에 연결하더라도 최대 100Mbps로만 접속이 가능하다.
< 윈도 장치관리자에서 현재 탑재된 랜카드의 모델명을 확인 가능하다>
자신의 PC가 기가비트 랜카드를 달고 있는지의 여부는 PC 제조사에 문의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윈도 운영체제의 시스템 정보 메뉴를 열어(윈도우키 + Pause키로도 가능) '장치관리자'의 '네트워크 어댑터' 항목을 확인하자. 이곳에서 현재 PC에 달린 랜카드의 모델명과 제조사를 확인할 수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랜카드 제조사에 문의하거나 인터넷 정보 페이지를 검색해 랜카드의 사양을 확인 가능하다.
< 데스크탑 PC라면 PCI나 PCI익스프레스 방식 기가비트 랜카드를 쓰는 것이 무난하다>
만약 자신의 PC에 기가비트 랜카드가 달려있지 않다면 별도로 판매되는 기가비트 랜카드를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데스크탑 PC라면 PC 내부에 달린 PCI 슬롯이나 PCI 익스프레스 슬롯에 장착하는 내장형 랜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 노트북에선 USB 방식 기가비트 랜카드를 쓸 수 있다. 되도록이면 USB 3.0 규격을 쓰자>
노트북의 경우는 USB 방식의 외장형 기가비트 랜 어댑터를 이용할 수 있다. 내장형 제품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설치가 쉬운 것이 장점이다. 만약 자신의 노트북에 USB 3.0 포트(파란색)가 달려있다면 되도록 외장형 기가비트 랜 어댑터 역시 USB 3.0 지원 제품으로 사도록 하자. USB 2.0 방식은 기가인터넷의 속도를 온전하게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공유기가 기가비트 지원하지 않으면 기가급 속도 발휘하지 못해
이렇게 기가비트 랜카드가 달린 PC가 있다면 곧장 기가인터넷을 쓸 수 있을까? 이 역시 확신할 수 없다. 요즘 가정에선 하나의 인터넷 회선을 여러 개로 분배해 복수의 PC의 장비에서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혹은 무선랜(와이파이)을 이용하기 위해 인터넷 공유기를 추가해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C와 원 인터넷 회선이 기가비트를 지원하더라도 둘 사이에 위치한 공유기가 기가비트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기가인터넷의 속도를 누릴 수 없다.
구형 공유기는 물론, 2015년 현재 팔리고 있는 신형 공유기 중에서도 보급형 제품은 10/100Mbps 사양의 랜 포트만 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 자신의 공유기가 기가비트 랜을 지원하는지 제조사에 문의하도록 하자. 기가비트 지원 공유기는 주로 5만원대 이상의 고급 제품군 중에 많지만, 요즘에는 3~4만원대의 보급형 제품 중에도 기가비트 지원 제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 공유기가 기가인터넷을 지원하는지 꼭 확인하자. 802.11ac 와이파이까지 지원한다면 금상첨화다>
참고로, 유선랜이 아닌 무선랜(와이파이)를 이용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때는 되도록이면 802.11ac 규격의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공유기를 쓰는 것이 효율이 좋다. 특히 802.11ac 규격은 이른바 기가 와이파이라고 불리는 차세대 무선랜 규격으로, 기가인터넷 회선과의 궁합이 좋다. 다만, 이 경우엔 사용자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역시 802.11ac 규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802.11ac 규격을 지원하는 공유기나 노트북, 스마트폰은 아직 그 수가 적은 편이다.
각 장비를 연결하는 케이블의 규격도 반드시 확인해야
마지막으로, PC와 공유기가 모두 기가비트를 지원하더라도 각 장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케이블 중 하나라도 기가비트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기가인터넷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 CAT.5e나 CAT.6, 혹은 CAT.7 규격의 케이블이 기가비트를 지원하며, 구형 CAT.5 규격 케이블은 기가비트를 지원하지 않는다. 케이블 자체에 규격이 표시된 경우가 많다.
< 케이블에 규격이 표시되어있다. CAT.5e나 CAT.6, 혹은 CAT.7 케이블이 기가비트를 지원한다>
다만, CAT.5이라고 표기된 케이블 중에서도 일부는 기가비트 전송이 가능했다는 보고도 있으며, 기가인터넷을 신청했다면 인터넷 회사측에서 기가비트 지원 케이블도 함께 제공하므로, 여분 케이블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요청하도록 하자.
정리하자면, 단지 기가인터넷 서비스 신청만 하는 것으로는 완벽하게 기가급의 속도를 누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원 회선뿐 아니라 PC와 공유기도 기가인터넷을 지원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각 장비를 연결하는 케이블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기가인터넷의 이용을 원한다면 서비스 신청 전에 이러한 점을 확실하게 체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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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