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윈도 운영체제, 중고로 구매해도 되나요?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IT 전반에 관한 의문, 혹은 제품 선택 고민이 있는 네티즌의 문의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IT애정남'입니다. 이번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Windows) 운영체제를 중고로 구매해도 되는지 'KKH6612'님이 질문을 보내주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천에서 자그마한 PC방을 운영 중인 사람입니다. 어려운 경기 속에도 다행히 이익을 남겨 PC를 늘릴 수 있게 됐습니다. 때문에 기자님께 질문드릴 것이 있습니다. PC를 새로 장만하면서 정품 윈도를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예를 들어 중고 정품 윈도를 구매해 사용해도 되는지요. MS가 보낸 공문을 보면 '렌탈 라이트'도 함께 구매해야 한다고 적혀있는데 이것은 무엇인지요. 총판에 문의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속 시원한 답변을 얻을 수 없어 이렇게 질문 드립니다."

노트북,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는 당연히 중고 제품을 사고 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윈도 등 SW는 사용자끼리 거래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SW 라이선스에 대해 일반인보다 조금 더 잘 안다는 저조차 숨이 턱 막혔습니다. 때문에 윈도 라이선스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에 문의했습니다. 다행히 국내 PC방 라이선스를 총괄하는 한국MS 컨슈머사업본부 권오성 부장이 친절하고 자세히 답변해주었습니다. 다음은 그 답변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PC방
PC방
<본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윈도 구매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윈도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판매된다. 첫 번째는 'FPP 라이선스(Full Package Product)'다. 가장 비싼 라이선스지만, PC를 업그레이드해도 계속 설치할 수 있는 영구 라이선스다.

두 번째는 'OEM 라이선스(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다. 시스템 빌더(조립PC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신규 PC에 사전 설치해 납품하는 경우 적용되는 라이선스다. 하나의 PC에만 설치할 수 있고, PC를 업그레이드(정확히는 메인보드를 교체)하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대신 가장 저렴한 라이선스다. 예전에는 'DSP 라이선스(Delivery Service Pack)'라고 불렀다.

세 번째는 'GGWA 라이선스(Get Genuine Windows Agreement)'다. PC에 설치돼 있는 불법 윈도를 온라인 인증을 통해 1회에 한해 정품으로 변경해주는 라이선스다. OEM와 마찬가지로 PC를 업그레이드하면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가격은 FPP보다 조금 저렴하고, OEM보다 많이 비싸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윈도 라이선스는 FPP와 OEM 두 가지다. GGWA는 불법 윈도를 대량으로 사용하던 곳에 적용하는 라이선스이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는 접할 일이 드물다.

FPP는 언제나 구매할 수 있고, 사용 중인 PC에도 적용할 수 있다. 반면 OEM은 새 PC를 구매했을 때에 한해 적용받을 수 있다. OEM 윈도는 새 PC에 설치된 상태로 출고된다. 시중에서 저렴하게 판매 중인 OEM 윈도는 중간 유통망에서 유출된 것으로, 이 OEM 윈도를 사용 중인 PC에 설치하는 것은 라이선스 위반이다.

PC방 업주(일반 사용자 포함)는 FPP와 OEM 가운데 선택해서 윈도 라이선스를 구매할 수 있다. PC 업그레이드(메인보드 교체)가 잦고 운영체제를 오래 사용할 계획이라면 FPP 방식을, PC 업그레이드 보다 PC 교체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라면 저렴한 OEM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GGWA의 경우 가격은 FPP 수준이지만 혜택은 OEM과 유사한 만큼 새 PC를 구매할 때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

윈도 중고 거래 가능하다

윈도를 중고로 거래할 수 있나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당연히 가능하다. 다만 구매할 때 조건에 맞춰 거래해야 한다.

FPP 라이선스 사용권은 개인끼리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PC방을 차릴 때 FPP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추후 업종을 변경해야 할 때 윈도 라이선스를 중고로 다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OEM 라이선스는 OEM 윈도를 설치한 PC와 함께 거래해야 한다. PC에 종속되어 있는 라이선스이기 때문이다. OEM 윈도만 따로 추출해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GGWA는 처음 계약한 윈도 수에 맞춰 거래해야 한다. PC 100대에 윈도를 설치하겠다는 계약을 했다면, 100개의 라이선스를 통째로 넘겨야 한다. 100개 가운데 일부만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계약 당사자가 변경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래 시 MS의 승인이 필요하다.

PC방은 반드시 프로페셔널 버전을 사용해야

윈도는 기능에 맞춰 '홈 프리미엄'과 '프로페셔널 에디션'으로 나눌 수 있다. 홈 프리미엄은 가정용, 프로페셔널은 기업용으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기업에서 홈 프리미엄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홈 프리미엄을 구매해서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볼륨 라이선스(기업을 위한 윈도 변경 허가 라이선스) 같은 추가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면 윈도는 반드시 프로페셔널 버전을 사용해야 한다.

PC방도 마찬가지다. 윈도 운영체제를 수익 창출(PC를 제 3자에게 임대해주는 업종)을 위해 사용하려면 '렌탈 라이트(Rental Rights)'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PC방 역시 윈도 운영체제를 수익 창출을 위해 사용하는 만큼 렌탈 라이트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한다. 렌탈 라이트 라이선스는 PC방과 MS간의 추가 계약이다. 때문에 PC방도 추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프로페셔널 버전 윈도를 사용해야 한다. PC방 뿐만 아니라 모텔, 호텔, 공항 등에 설치된 PC 역시 렌탈 라이트 라이선스 적용 대상이다.

윈도8.1 패키지
윈도8.1 패키지

<윈도8.1 프로페셔널 패키지>

고스트를 사용하려면 볼륨 라이선스가 필요

많은 PC방이 PC를 보다 수월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턴 고스트'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고스트는 윈도를 변경하는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고스트를 사용하려면 윈도 변경을 허가해주는 볼륨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한다. 볼륨 라이선스 없이 고스트를 사용하는 것은 라이선스 위반이다.

'노하드 PC방(PC에서 하드 디스크를 제거하고, 중앙 서버에서 저장장치를 관리하는 PC방)' 역시 볼륨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노하드 PC를 사용하려면 윈도 원격 부팅을 위한 SA(소프트웨어 어그리먼트) 계약을 맺어야 한다. SA 계약은 볼륨 라이선스에 포함돼 있다.

노턴 고스트나 노하드 PC를 채택한 PC방 업주는 운영 중인 모든 PC수만큼 볼륨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아도 된다. 관리 편의를 위해 딱 1대만 계약하면 된다.

PC방 운영을 위해 반드시 볼륨 라이선스를 맺을 필요는 없다. PC를 노턴 고스트 대신 일반적인 형태로 관리한다면 볼륨 라이선스가 필요 없다. 문제가 생기면 윈도 DVD를 통해 PC를 포맷하고 그 위에 응용 프로그램과 게임을 다시 설치하면 된다. 다만 많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자주 적발되는 라이선스 위반 두 가지

PC방 라이선스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라이선스 위반을 목격했다. 그 가운데 자주 목격되는 라이선스 위반 사례 두 가지만 소개한다.

먼저 'OEM 라이선스 돌려막기'가 있다. OEM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해당 PC에 OEM 윈도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은색 스티커를 제공한다. 이 스티커를 반드시 해당 PC에 붙여야 한다. 그런데 이 스티커를 PC에 붙이지 않고 한군데 모아서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 MS 관계자가 라이선스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PC방에 방문하면 해당 스티커 모음을 보여주며 정품 라이선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라이선스 위반이지만, 스티커를 PC에 붙여서 사용하라고 지적한 후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MS 관계자가 근처 다른 PC방으로 떠나면 해당 스티커 모음을 그 PC방에 전달해준다. 즉, 동네 PC방 업주끼리 돈을 모아서 OEM 라이선스를 조금 구매한 후 불법 윈도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정품 윈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꾸민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적발된 이후 현재는 OEM 윈도 스티커를 PC에 반드시 붙이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윈도XP FPP를 구매한 후 실제로는 윈도7을 설치해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적발된다. PC방 업주분이 윈도 정품을 구매했는데 왜 라이선스 위반이냐고 따지는 것을 설득하느라 많이 애를 먹었다.

GGWA 강매는 오해

불법 윈도를 사용하다가 적발된 PC방 업주들이 MS가 비싼 GGWA를 강매한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GGWA뿐만 아니라 FPP와 GGK(Get Genuine Kit, 중소규모 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윈도 라이선스) 라이선스를 구매해도 된다.

다만 OEM은 구매할 수 없다. OEM은 처음 PC를 구매할 때 제공하는 라이선스이기 때문이다. 중고 PC에는 OEM 윈도를 설치할 수 없다. 굳이 OEM 라이선스를 통해 정품 윈도를 사용하고 싶다면 불법 윈도를 설치해 사용하던 기존의 중고 PC를 모두 처분하고 OEM 윈도를 설치할 수 있는 새 PC를 장만해야 한다. 실제로 그럴 PC방 업주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세줄 요약

너무 길고 자세하게 답변해주셔서 저도 정리하느라 애 먹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서 이해하기 힘든 독자를 위해 세줄 요약을 제공하겠습니다.

1. 윈도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방법은 FPP(새 PC / 중고 PC 겸용, 비싸지만 영구 라이선스)와 OEM(새 PC 전용 / 저렴하지만 라이선스가 PC 1대로 제한)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GGWA(불법 윈도를 1회에 한해 정품으로 전환)는 단체 계약을 위한 판매 방식이라 PC를 새로 구매하려는 일반 사용자와 PC방 업주들에게 적합하지 않습니다.

2. 윈도 라이선스는 중고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FPP는 거래에 제약이 없지만, OEM과 GGWA는 거래에 제약이 있으니 이를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이는 PC방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에게도 적용됩니다.

3. PC방은 윈도 프로페셔널 버전 + 렌탈 라이트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합니다. 노턴 고스트를 사용할 경우 추가로 볼륨 라이선스 계약(1대)을 맺어야 합니다.

'IT애정남'은 IT제품의 선택, 혹은 사용 과정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PC, 스마트폰, 카메라, AV기기, 액세서리 등 어떤 분야라도 '애정'을 가지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기사화하여 모든 독자들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IT동아 김영우 기자 앞으로 메일(pengo@itdonga.com)을 주시길 바랍니다. 사연이 채택되면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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