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날쌘 육상선수 같은 DSLR 카메라, 니콘 D7200

강형석 redbk@itdonga.com

니콘 D7200
니콘 D7200

[IT동아 강형석 기자] D300, D300s를 끝으로 니콘의 DX포맷(35mm 필름 대비 1.5배 작은 센서) 기함은 자취를 감췄다. 해외 루머 사이트에서나 간혹 모습을 드러낼 뿐, 아쉽게도 실체를 볼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은 상징적인 숫자(제품명)보다 가격이나 사양으로 그 성격을 구분 짓는 모습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 D7200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숫자를 잊어도 될 수준의 존재감을 품었다.

D7200은 D7000을 시작으로 3세대에 접어든 니콘 DX포맷 DSLR 카메라다. 니콘은 35mm 필름과 같은 이미지 센서(FX포맷) 기반의 DSLR 카메라를 숫자 한 자리(D4, D4s)와 숫자 세자리(D810, D750, D610)로 구분한다. 그 외 DX포맷은 숫자 네 자리 중 앞 숫자를 3, 5, 7로 구분해 등급을 나눈다. 자동차와 비슷한 개념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사양이나 재질 등이 뛰어나다.

니콘의 구분으로 보면 D7200은 DX포맷 DSLR 카메라 중 으뜸이다. 이미지 센서만 풀프레임 대비 작을 뿐, 어떤 상급 제품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성능을 자랑한다. 이번에는 D750에서 선보였던 새로운 자동초점 모듈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탄탄한 완성도, 손에 쥐기만 해도 듬직해

D7000 시리즈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D7100도 마찬가지였다. 기본 뼈대는 같기 때문에 숫자 뱃지를 제외하면 두 제품간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크기는 폭 135.5mm, 높이 106.5mm, 두께 76mm로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수준이다.

니콘 D7200
니콘 D7200

DSLR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의 차이는 손에 쥐었을 때의 파지감이다. DSLR은 여유로운 크기를 바탕으로 손에 쥐었을 때, 안정감을 준다. D7200 역시 그립부를 깊고 두툼하게 만들어 카메라를 확실히 손에 쥐고 다루도록 돕는다. 그립부를 감싼 고무의 재질도 좋아 부드러움과 탄탄하게 잡히는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몸 값은 분명히 해낸다.)

크기는 남성이 손에 쥐었을 때, 딱 알맞은 수준. 여성의 경우 손이 작기 때문에 약간 크게 느껴질 것 같지만 사용에 무리 없어 보인다.

수동이나 조리개 우선, 셔터 우선 등을 조작하는 모드 다이얼도 충실히 제공된다. 촬영 중에 돌아가는 것을 막고자 다이얼 중앙에 고정쇠가 있다. 이를 눌러야 다이얼을 돌릴 수 있다. 촬영이나 동영상, 초점 조작과 같은 주요 기능은 오른손으로 메뉴 설정이나 초점 방식에 대한 조작은 왼손으로 하는 방식이다.

니콘 D7200
니콘 D7200

측면의 덮개를 열면 SD카드를 2개 꽂을 수 있는 슬롯이 자리한다. 단순히 2개를 꽂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촬영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메모리를 하나처럼 묶어 순차적으로 저장하게 하거나, 한 메모리에는 JPG 파일을 다른 메모리에는 무압축(RAW) 파일을 넣는 식이다. 두 메모리에 동일하게 파일을 넣어 혹시 생길 불상사에 대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PC에서는 두 저장장치를 하나로 묶어 성능을 높이는 게 가능하지만 D7200은 아쉽게도 그런 기능은 없다. 현재 SD 카드도 고급 제품군은 충분히 빠른 속도가 나오기 때문에 연사나 동영상 촬영을 생각하면 이를 쓰는 방법을 권장한다.

니콘 D7200
니콘 D7200

후면에는 거대한 액정 화면이 자리하고 있다. 3.2인치 액정은 122.9만 화소 사양이다. 액정을 통해 촬영한 사진을 보거나 주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화면을 회전하거나 아래로 꺾는 등의 기교를 부려줘도 좋겠지만, 고사양을 추구하는 제품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는지 아쉽게도 제외됐다. 이건 다음을 기약하자.

전반적인 버튼 배치나 구성은 D7100과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손을 모두 쓰는 구조로 조금만 익히면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한편, 니콘은 많이 쓰는 기능(감도, 노출, 초점 등)에 바로 이동하도록 기능(i) 버튼을 카메라 후면 하단에 놓았는데, 동영상 촬영이 아니라면 활용도 자체는 그렇게 크다고 보기 어렵다.

카메라는 무선 연동도 가능하다. 와이파이(Wi-Fi)와 근거리 무선통신(NFC)이 있어 스마트폰을 활용한 촬영을 지원한다. 앱스토어에 있는 무선 모바일 유틸리티(Wireless Mobile Utility)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으로 라이브뷰 촬영이 가능하다. 근거리 무선통신은 최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대부분 지원하니 한 번 써보는 것도 좋겠다.

세밀한 표현력과 초점 검출 능력에 감탄사가…

D7200을 가지고 촬영을 시작했다. 렌즈는 AF-S DX 마이크로 니코르(MICRO NIKKOR) 40mm f/2.8G 렌즈를 썼다. 접사를 위한 렌즈로, 장착하면 35mm 환산 초점거리 60mm가 된다. 이는 니콘 DX포맷이 35mm 대비 1.5배 면적이 작기 때문이다. 촬영 당시 날씨는 다소 흐린 편이었다. 빛 자체는 좋았기 때문에 촬영에 큰 문제는 없었다.

2,416만 화소의 D7200은 세밀한 부분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새싹의 미세한 부분까지 정교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감도를 어느 정도 높여도 화질은 유지된다. 섬세함은 조금 떨어지지만 인화나 웹용으로 쓰기에 전혀 문제 없어 보인다.

D7200 촬영 샘플
D7200 촬영 샘플

이미지 센서에 집적된 높은 화소도 있지만, 니콘은 정교한 화질을 위해 센서 앞에 부착되는 로우패스필터(Low-Pass Filter)를 제거했다. 이 필터는 센서 앞에서 먼지나 이물질 유입을 차단하고 자외선, 적외선을 걸러 불필요한 색 유입을 막아준다. 결과물 내에 발생하는 계단현상을 없애주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를 없애면 화질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그러나 디지털 이미징 정제 기술의 발달로 엄청난 고화소가 아니라면 이미지 프로세서 내에서 충분히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오히려 화질이 더 선명해지기에 많은 카메라 브랜드가 화질을 위해 이 방법을 선택한다. D7200도 마찬가지.

감도는 ISO 100부터 2만 5,600까지 지원한다. 확장하면 높은 단계에서 최대 2단계를 올릴 수 있는데, 이는 ISO 10만 2,400 상당이다. 엑스피드(Expeed) 4 이미지 센서는 고감도 처리 실력을 개선하고 처리 속도를 높였다. 실제로 ISO 6,400까지도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이상에서는 노이즈 증가와 함께 선명도 저하 현상이 발생하니 웹에서의 활용이나 급할 때 쓰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지 용량은 JPG의 경우 최대 해상도로 촬영하면 약 15~20MB 가량이고, 무압축 파일은 14bit 설정 기준 26~31MB 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촬영한 환경에 따라 용량은 더 작거나 커질 수 있으니 참고만 하자.

촬영한 사진을 확대한 부분
촬영한 사진을 확대한 부분

야외에서의 화이트 밸런스 검출 실력에 불만은 없다. 자동으로 설정해도 충분히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더 세밀하게 설정하고자 한다면, 메뉴에서 다양하게 설정하도록 지원한다. 실내에서는 백열등보다 형광등 또는 LED 조명이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

백열등 밑에서도 자동 화이트 밸런스 조절 기능을 통해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심지어는 더 따뜻한 느낌을 주는 화이트 밸런스 설정도 있으니 마음껏 조작해보자.

동영상은 최대 풀HD 해상도를 지원한다. 미속도 촬영 지원으로 오랜 시간 촬영한 영상을 하나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타임랩스(TimeLaps) 기능도 갖췄다. 1.3x 크롭 모드를 통해 같은 초점거리에서 더 망원에 가까운 효과로 촬영할 수도 있다.

D7200 촬영 이미지
D7200 촬영 이미지

사실, D7200의 핵심은 초점 성능이다. 이미 D750에서도 쓰인 바 있는 어드밴스드 멀티캠(Advanced Multi-CAM) 3500 II를 탑재하면서 자동 초점 성능을 높였다. 총 51개의 측거점이 제공되는데, 그 중 50개는 -2~-3스텝 정도의 저조도 환경에서도 초점을 잡는다. 중앙의 1개는 -3스텝에 대응하는 측거점으로 반셔터와 함께 카메라가 초점을 잡아낸다.

동체추적 성능도 인상적. 촬영을 위해 조합된 접사 렌즈로 활발히 움직이는 벌을 꾸준히 잡아주는 민첩함까지 보여줬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라면 어쩔 수 없지만 뷰파인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활발히 움직이는 물체는 충분히 따라가는 정도다.

날쌘 육상선수 같은 느낌의 DSLR?

35mm 필름과 같은 풀프레임 센서를 품은 DSLR 카메라가 쏟아지는 와중에 이보다 더 작은 센서로 만든 최고급 DSLR 카메라의 입지가 줄어든 부분은 부정할 수 없다. 풀프레임 DSLR과 작은 센서를 모두 운용하는 니콘은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과거 D300을 생각하며, 그에 준하는 제품이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D7200이 갖는 위치가 그런 느낌을 주는 듯 하다.

니콘 D7200
니콘 D7200

그럼에도 D7200은 촬영자의 요구에 충분히 부합하는 카메라라고 평가한다. 뛰어난 민첩함과 정교함, 이미지 품질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최신 흐름에 맞춘 기능도 제공한다. 133만 원이라는 가격대를 생각해도 D300과 비교를 거부할 정도의 완성도다.

자세히 살펴보고 만져본 뒤 사진을 찍어보니, D7200은 마치 날쌘 단거리 육상선수가 떠올랐다. 우사인 볼트까지는 아니고 그의 라이벌인 저스틴 게이틀린(미국) 정도로 보면 되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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