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고 아름다운 게이밍 노트북의 모범, 에이수스 G750J
[IT동아 이상우 기자] 필자가 생각하는 게이밍 노트북의 덕목은 모름지기 '크고 아름다운' 것이다. 크기와 성능은 비례하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은 특성상 성능이 높을수록 열이 많이 발생한다. 때문이 이를 식히기 위한 냉각장치와 내부 공기 순환을 위한 공간 확보 때문에 부피가 커진다. 뿐만 아니라 저장장치, 메모리, 그래픽 카드 등은 물리적인 크기가 클수록 용량이나 처리 능력이 높다.
모니터와 키보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어느 정도 선명도가 확보된다면, 모니터가 클수록 게임 캐릭터의 모습이나 각종 인터페이스를 비교적 크게 볼 수 있다. 또한, 키보드는 자판이 큼직하고 키 간격이 확보돼야 실수 없이 정확한 단축키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숫자패드는 덤이다.
사실 요즘 등장하는 노트북의 추세는 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내면서 부피와 무게는 얇고 가벼워지는 중이다. 하지만 이는 문서 작성, 웹 서핑, 캐주얼 게임 등 일반적인 사용에 관해 만족한다는 의미지, 고성능 게임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오늘 소개할 제품은 에이수스가 내놓은 게이밍 노트북 G750J(모델명: G760JS-T4228)다.
'정말 크고 아름답다'
필자가 이 제품을 꺼내며 내뱉은 말이다. G750J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이밍 노트북'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17.3인치의 큰 화면과 무광 우레탄 소재의 외관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후면에 있는 두 개의 방열구는 마치 스포츠카의 배기/흡기 그릴처럼 보인다. 이 방열구 내부에는 각각의 냉각팬이 있어,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의 발열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이런 느낌은 화면을 열었을 때도 계속된다. 우선 일반 USB 키보드만큼 큼직한 키보드가 내장돼 있다. 자판 사이의 크기는 4.5mm 정도로 넓어 고속 타이핑 시 오타가 적으며, 게임 중 기술 단축키도 실수 없이 입력할 수 있다. 물론 숫자패드도 갖췄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숫자패드와 일반 키보드사이의 간격이 넓어, 둘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15인치대 게이밍 노트북은 물리적 크기의 한계로 일반 키보드, 숫자패드, 방향키 등을 조밀하게 모아놓는다. 반면, 17인치대 노트북에서는 이처럼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 자판을 용도에 맞춰 구분해놓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키감 역시 나쁘지 않다. 키보드의 구조상 일반 키보드처럼 묵직한 느낌은 적지만, 자판의 반발력이 양호한 편이라 빠른 속도로 자판을 입력하면 아주 경쾌한 느낌이다. 다만 자판과 본체 사이가 조금 벌어져있어 이물질이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청소도 쉬우니 사용자가 조금은 부지런해져야겠다. 각 자판 아래에는 조명이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당연히 조명 밝기도 조절할 수 있다.
자판 하단에는 손바닥만 한 터치패드가 있다. 게이밍 노트북에서 터치패드를 쓸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웹 서핑이나 현란한 마우스 움직임이 필요 없는 작업에는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만약 게임 중 터치패드를 실수로 건드리는 것이 우려된다면 단축키를 이용해 끄면 된다. 터치패드에서 인상적인 것은 클릭, 우클릭 버튼의 키감이다. '딸깍'거리는 느낌의 일반 터치패드 버튼과 달리 키보드 버튼을 누르는 듯한 부드러운 느낌이다.
화면 아래에는 2채널 스피커가 숨겨져 있다. 여기에 하단에 있는 서브우퍼를 통해 2.1채널을 구현할 수 있다. 내장 스피커 성능은 양호하다. 소리 자체는 조금 가벼운 느낌이지만, 서브우퍼를 통해 액션 게임의 타격음이나 FPS 게임의 총성을 '울림'으로 전달해준다.
FPS 게임에 적절한 TN패널
에이수스가 어떤 패널을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니 TN패널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TN패널은 IPS패널이나 VA패널과 비교해 시야각이 좁고 색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게이밍 노트북(혹은 모니터)는 여전히 TN패널을 사용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응답속도 때문이다.
응답속도란 화면의 각 화소(화면을 표시하는 하나의 점)가 색깔을 바꾸는 속도를 말한다. LCD 모니터의 각 화소는 R, G, B 세 가지 색깔로 구성돼 있으며, 각 색깔의 조합을 통해 화소의 색상을 만들어낸다. 정지한 화면에서는 각 화소가 하나의 색상 조합만을 유지하면 되지만,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이 화소가 빠르게 색깔을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검은색 화면에서 흰색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면, 커서의 움직임에 맞춰 화소 색상을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응답속도가 느리면 빠른 움직임에 맞춰 색을 바꿔줄 수 없으며, 잔상이 생기게 된다. TN패널의 경우 응답속도가 1/1000~2/1000초 정도며, IPS나 VA패널은 4/1000~5/1000초 정도다.
시야각은 여전히 다른 패널을 따라잡기 어렵지만(사실 IPS나 VA는 TN의 좁은 시야각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 최근 등장하는 TN패널은 색 정확도에 관해서 상당 부분 개선을 거친 것도 사실이다. G750J에 적용한 패널의 경우 게임을 진행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의 색 정확도를 제공한다.
<필자가 게임 내 그래픽 설정에서 감마값을 조절해 약간 색이 탁한 느낌이지만,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색감이다>
크기에 걸맞은 성능과 확장성
G750J는 크기에 걸맞은 성능을 갖췄다. 우선 부품을 간단히 살펴보자.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7 4710HQ를 사용했다. 최신 제품인 5세대 프로세서는 아니지만, CPU 성능 면에서는 지금까지 등장한 노트북용 5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픽카드는 GTX 870M을 탑재했다. 최고급 그래픽카드는 아니지만, 고사양 온라인 게임이나 몇몇 PC 게임을 구동하기에는 충분한 성능이다. 실제로 이 그래픽카드는 한 게이밍 기어 제조사가 내놓은 300만 원대 게이밍 노트북에 탑재되기도 했다.
메모리는 8GB며, 기본 제공하는 저장 공간은 1TB(HDD)다. 하판을 분리하면 여분의 메모리 포트 2개와 2.5인치 SATA 포트를 갖췄다. 이를 통해 메모리나 저장장치 용량을 늘릴 수 있다. 만약 1TB HDD의 속도가 불만이라면 여분의 SATA 포트에 2.5인치 SSD를 장착해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기본 장착된 1TB HDD에 동영상 등 용량이 큰 파일을 두면 된다. 또, 코어 i7 4710HQ는 최대 32GB의 메모리를 인식하니 필요에 따라 메모리를 별도로 구매해 장착하면 된다.
제품의 크기가 큰 만큼 다양한 입출력 단자도 갖췄다. 제품 우측면에는 USB 3.0 단자 2개, 음성 출력 단자, 음성 입력 단자, 미니 DP 단자, HDMI 단자, 유선 랜 단자 등을 갖췄다. 또한, 최근 등장하는 노트북에서 부피 문제 때문에 보기 힘들어진 D-SUB 단자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모니터나 빔 프로젝터 등 다양한 외부 출력 기기를 연결하기도 수월하다.
좌측면에는 USB 3.0 단자 2개, SD카드 슬롯 등이 있으며, ODD까지 내장했다(참고로 ODD 내장 여부는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5G 와이파이 지원
G750J는 802.11ac, 일명 5G 와이파이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무선 네트워크로도 유선 네트워크 못지않은 속도를 낼 수 있다(물론 이를 지원하는 무선 공유기가 필요하다). 집안 어디든 와이파이 신호가 닿는 곳이라면 유선 수준의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실제로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게임을 실행해보니 핑은 10~20ms로, 게임을 하면서 끊긴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제품 구매 시 운영체제 설치 없이 구매했다면, 무선 네트워크 드라이버를 직접 설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G 와이파이는 물론, 무선 인터넷 자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운영체제 미설치 제품을 구매하면 그래픽 드라이버, 유선 네트워크 드라이버, 터치패드 드라이버 등도 잊지 말고 설치해야 노트북의 모든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실제 성능은?
이제 몇 가지 게임을 실행해 제품의 실제 성능을 알아보자. 가장 먼저 실행해본 월드 오브 탱크다. 이 게임의 권장 사양은 3세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 이상, 메모리 4GB 이상, 그래픽 카드 지포스 GTX 660(그래픽 메모리 2GB) 이상, 저장장치 여유 공간 30GB 이상을 요구한다. 특히 전차뿐만 아니라 수풀, 나무, 건물 등 파괴할 수 있는 오브젝트가 많아 비교적 높은 그래픽은 물론 CPU 연산 능력도 필요하다.
그래픽 설정에서 품질을 최고 맞추고, 수직 동기화/앤티 앨리어싱 등은 해제한 상태로 게임을 실행했다. 화면 표시 수는 평균 55fps였으며, 수풀이 우거졌거나 적이 많은 곳에서도 40프레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속도가 가장 빠른 경전차를 운용할 때 이런 결과가 나왔다. 만약 움직임이 느린 중전차나 구축전차를 운용하면 최고 수준의 그래픽 설정에서도 아주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으리라.
다음으로 실행해본 게임은 아르마3(Arma3)다. 아르마3는 밀리터리 FPS 게임으로, 인텔 2세대 코어 i5프로세서 이상, 메모리 4GB 이상,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 560 이상을 요구한다. 세밀한 그래픽 묘사, 넓은 맵, 사실적인 물리엔진 등이 특징이다.
그래픽 설정에서 품질을 가장 높은 ULTRA로 맞추고, 그림자 효과나 표면 처리, 구름 효과, 광원 효과 등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설정했다. 앤티 앨리어싱 등 보조 설정은 모두 비활성화했다. 이때 평균 화면 표시 수는 50fps 정도였으며, 전투가 진행되는 상황이나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약 40fps까지 떨어졌다. 그래픽 설정을 한 단계 낮은 VERY HIGH로 맞추면 어떤 상황에서든 쾌적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겠다.
휴대성은…
G750J는 상당히 높은 성능을 지닌 게이밍 노트북이다. 노트북이기 때문에 휴대는 할 수 있지만, 그리 추천하지는 않는다. 무게는 본체와 전원 어댑터를 포함해 무려 4.6kg이다. 최근 1kg 미만의 노트북이 등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무겁다. 심지어 17인치 크기의 제품을 수납할 백팩도 드물다.
하지만 용도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1kg 미만 제품은 들고 다니며 외부에서 간단히 문서작업이나 웹 서핑을 하는 도구다. 반면 게이밍 노트북은 이동성보다는 성능을 극대화해 소형 노트북에서는 하기 어려운 작업, 예컨대 고사양 게임 구동, 그래픽 및 동영상 편집 작업 등 데스크톱에서 하는 작업을 위한 도구다. 게다가 데스크톱과 비교해 필요한 공간이 적으며, 이동도 비교적 쉽다.
게이밍 노트북의 모범
필자가 게이밍 노트북을 소개할 때마다 항상 듣는 말이 있다. "그 가격으로 조립PC 맞추면…"이다. 물론 전적으로 동의한다.
게이밍 노트북은 고성능 데스크톱PC를 대체하는 제품이 아니라 이동 가능한 고성능 PC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일반 데스크톱PC와 비교해 설치 공간을 확실히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단적인 예로 별도의 모니터가 필요 없으며, 모니터와 PC를 연결하는 케이블도 필요 없다. 책상 위 공간 활용을 더 용이하게 해준다는 의미다. 특히 부피가 작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놓고 사용할 수 있다. 필자처럼 자취하는 사람에겐 데스크톱PC보다는 게이밍 노트북이 훨씬 사용하기 편하다.
제품 가격은 2015년 3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29만 9,000원이다(운영체제 미포함).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