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S4 하나, 인메모리DB 품고 기업 곁으로
[IT동아 강일용 기자] 느린 보조기억장치(스토리지) 대신 빠른 주기억장치(메모리)에서 핫데이터(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처리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앱)의 처리 속도를 한층 끌어올린다는 인메모리DB(in-memory database). 인메모리DB의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진 SAP '하나(HANA)'가 마침내 기업 곁으로 왔다.
SAP코리아는 차세대 ERP(전사적자원관리) 솔루션 'SAP Business Suite 4 Hana(이하 S4 하나)'를 출시한다고 4일 밝혔다. 지난 2월 4일 미국에서 공개한지 한 달만에 국내에 상륙한 것. S4 하나는 SAP가 23년만에 새롭게 출시한 ERP 솔루션이다. S4 하나의 가장 큰 특징은 뭘까? 인메모리DB인 하나를 접목해 앱 실행속도와 데이터 분석 속도를 극적으로 향상시켜 기업 의사 결정 속도를 한층 빠르게 했다는 것이다. S4 하나는 처음부터 하나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ERP 솔루션이다. SAP는 S4 하나를 개발하면서 비즈니스 의사 결정을 가속화하는 것을 핵심과제로 삼았다.
많은 사용자가 눈치챘겠지만, 하나는 한국 이름이다. DB와 처리장치를 하나로 합쳤다는 뜻이다. 하나는 서울대학교 전지컴퓨터공학부 차상균 교수와 제자들이 함께 설립한 스타트업 'TIM'이 개발한 인메모리DB다. SAP은 지난 2005년 TIM을 인수해 SAP 한국연구소로 개편했고, 6년간 연구/개발 끝에 하나를 시중에 선보이게 된다. 원리는 이렇다. 서버나 워크스테이션 등에 사용되는 보조저장장치(스토리지)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매우 느리다. 프로세서의 속도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 때문에 보조저장장치에서 주저장장치(메모리)로 데이터를 옮긴 후 작업을 처리해야 한다. 여기서 차 교수는 아이디어를 낸다. 애당초 데이터를 보조저장장치에 옮기지 않고 주저장장치에서만 처리하면 병목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주저장장치는 전원이 차단되면 저장된 데이터가 날아가는 문제점이 존재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서버와 워크스테이션의 무중단운영이 당연시 되면서 이러한 문제는 사라지게 된다.
대신 비용 문제가 대두됐다. 저렴한 보조저장장치에 비해 주저장장치는 매우 비싸다. 방대한 데이터를 모두 주저장장치에 보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SAP는 가치있는 데이터를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업이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와 자주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이터(핫데이터)만 주저장장치에서 처리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콜드데이터)는 보조저장장치에 남겨두는 기술이다. 하나는 이처럼 단순히 주저장장치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분류하고 그 가운데 가치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미리 예측하는 기술까지 포함되어 있다. S4 하나는 이러한 하나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ERP 솔루션이다.
S4 하나는 기존의 SAP R3 ERP 솔루션과 비교해 데이터 용량이 1/10 수준으로 줄었고, 데이터 처리속도가 7배 향상됐다. 이를 바탕으로 R3보다 1,800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해준다. 또한 ERP뿐만 아니라 CRM(고객관계관리), SRM(공급자관계관리), SCM(공급망관리), PLM(제품수명주기관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서 제공한다. (HRM(인적자원관리)은 통합 제공에서 제외되어 있다)
S4 하나는 데이터 처리 속도뿐만 아니라 사용자 환경(UI)도 크게 변했다. 의사결정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은 후 SAP는 의사결정자의 통찰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S4 하나의 새로운 사용자환경이 탄생했다. SAP는 S4 하나의 간결하고 직관적인 사용자환경이 비즈니스 의사결정자에게 정확하고 빠른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S4 하나는 온프레미스(자체 구축), 공용 클라우드(퍼블릭 클라우드, SAP의 IDC를 통해 S4 하나 제공),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온프레미스와 공용 클라우드를 병행하는 방식, SAP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보다는 '매니지드 클라우드'라는 표현이 옳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등 세 가지 형태로 기업에게 제공된다. 온프레미스는 오늘부터 판매를 개시하고, 공용 클라우드는 올해 2분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올해 3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SAP코리아 형원준 사장은 "자사만을 위한 ERP 솔루션을 설계하길 원하는 기업은 온프레미스 방식이, 즉시 새로운 사업을 개시해야 하거나 SAP가 제공하는 표준 기업용 앱을 이용하길 원하는 기업은 공용 클라우드가, 즉시 새로운 사업을 개시해야 하지만 데이터를 외부에 보관하길 꺼리는 기업은 매니지드 클라우드가 적합하다"며, "온프레미스는 연 단위로, 공용 클라우드와 매니지드 클라우드는 분기 단위로 새로운 기술을 추가해 기업 의사 결정 속도를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AP코리아는 지난 6월 S4 하나를 공용 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상에서 제공하기 위해 LG CNS와 협약을 맺었다. LG CNS의 부산 IDC에 'SAP 하나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를 구축해 국내에 공용 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제공할 준비를 끝마친 상태다.
S4 하나는 인메모리DB라는 신기술을 접목한 만큼 기존 DBMS와 연동하기 어렵다. 형 사장은 이를 "스포츠카를 구매해놓고 13인치 크기의 바퀴(휠)를 붙여놓고 달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최신 기술이 투입된 ERP 솔루션의 성능을 모두 이끌어 내려면 DBMS도 하나처럼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SAP는 오라클, IBM 등 타사의 DBMS에 대한 지원을 오는 2025년까지만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SAP의 이러한 초강수가 오라클의 DBMS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많은 기업이 오라클 DBMS 위에 SAP의 ERP 솔루션을 구축한 것이 현실이다. 25만개가 넘는 SAP 고객사 가운데 하나를 DBMS로 사용하는 곳은 고작 3,000개 수준에 불과하다(지난해 8월 기준).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