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물열전] 그의 가슴에는 아크 원자로가 있다, 엘론 머스크

이상우 lswoo@itdonga.com

바람둥이, 억만장자, 천재 공학자. 마블의 SF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꾸미는 말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감독 존 패브로가 원작 만화 캐릭터 아이언맨(1963년)을 리메이크하면서 현대판 토니 스타크의 모델로 삼은 인물은 우주여행 프로젝트인 스페이스엑스와 전기차 제조 업체 테슬라 모터스의 최고경영자인 '엘론 머스크'다.

엘론 머스크
엘론 머스크

실존 인물인 엘론 머스크와 영화 속 인물인 토니 스타크는 서로 닮은 점이 아주 많다. 40대 초중반의 나이, 억만장자, 물리학 학위 취득, 공학자 등 외형부터 삶까지 말이다. 물론 엘론 머스크는 가슴에 아크 원자로를 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가슴은 아크 원자로의 에너지와 비등한 열정과 이상을 품고 있다.

창업에 눈을 뜬 24세 대학원생

엘론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났다. 전기기계 공학자인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은 덕분인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했으며, 12살에는 비디오 게임 코드를 직접 짜서 500달러에 팔기도 했다.

17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어머니의 고향인 캐나다로 이사했다. 2년 뒤에는 킹스턴의 퀸즈대학에 입학했고,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로 편입해 물리학과 경제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에는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에 들어갔지만, 이틀 만에 자퇴한다. 그가 열망하던 인터넷과 재생 에너지 그리고 우주에 관한 열망 때문이다.

창업자, 그리고 개척자

1995년, 24살의 그는 창업에 뛰어드는데, 집투(ZIP2)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이 서비스는 신문 출판 사업자를 위한 서비스로, 뉴욕타임스, 시카고트리뷴 등이 그의 고객이었다. 창업 4년 만인 1999년에는 집투를 컴퓨터 제조업체인 컴팩에 팔았다. 그의 손에 2,200만 달러가 들어왔을 때, 그의 나이는 28살에 불과했다.

엘론 머스크가 다음으로 노린 곳은 온라인 금융 시장이다. 집투를 매각하며 얻은 돈으로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엑스닷컴(X.COM)을 시작했다. 1999년 문을 연 엑스닷컴은 일 년 만에 경쟁사였던 콘피니티(confinity)를 인수 합병했다. 그들의 이메일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Paypal)까지 함께.

페이팔 본사
페이팔 본사

<새너제이에 위치한 페이팔 본사, 출처: 위키백과>

콘피니티를 인수한 엘론 머스크는, 그들의 이메일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 페이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명도 엑스닷컴에서 페이팔로 바꿨다. 아마도 온라인 금융 서비스보다는 이메일 결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2002년 페이팔의 시가총액은 6,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페이팔에 눈독을 들인 기업도 있었다. 바로 온라인 쇼핑몰인 이베이(eBay)다.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한 가격은 무려 15억 달러. 엑스닷컴을 설립한지 3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우주를 향한 새로운 도전1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두 번의 큰 성공을 거둔 그는 가슴에 품고 있던, 조금 더 스케일이 큰 꿈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의 다음 도전은 우주 발사형 비행체, 쉽게 말해 우주 로켓이었다. 단순히 로켓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한 저가형 우주여행과 화성 식민지 사업을 꿈꿨다. 이것이 그가 2002년 6월 설립한 세 번째 회사 스페이스엑스(SpaceX)다. 엘론 머스크는 여기서 최고경영자를 맡음과 동시에 발사체의 디자인까지 직접 담당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드래곤
스페이스엑스 드래곤

<스페이스엑스가 개발한 유인 우주선 '드래곤', 출처: 스페이스엑스 홈페이지>

하지만 우주로 향하는 길은 그가 12살에 만들었던 우주 전투 게임만큼 순탄치 않았다. 스페이스엑스에서 최초로 발사한 모델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 팰컨1(Falcon 1)이다. 2006년 발사시험에서는 발사하자마자 연료가 누출돼 화재가 발생했으며, 일 년 뒤에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회전 축 제어장치 이상으로 고도 321km에서 임무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몇 개월 뒤 3번째 발사 역시 순조롭지 않게 끝났다.

시험 발사 중인 팰컨9
시험 발사 중인 팰컨9

<시험 발사 중인 팰컨9, 출처: 스페이스엑스 홈페이지>

2008년 9월 28일, 세 번의 발사 실패 끝에 팰컨1이 하늘로 날아올랐고, 엘론 머스크는 총 5번의 시도 중 2번의 성공을 이뤘다. 이 기간에 거둔 성과도 있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수송하는 사업자로 스페이스엑스를 선택했으며, 현재까지 민간업체로는 유일하게 '우주 화물선'을 운행하고 있다.

테슬라 모터스와 솔라시티

앞서 말한 것처럼 엘론 머스크의 꿈은 크게 인터넷, 우주 공간(outer space), 재생 에너지다. 집투와 페이팔로 인터넷을, 스페이스 엑스로 우주 공간에 관한 꿈을 이뤘다. 전기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 모터스와 태양광 발전 회사 솔라시티(Solar City)는 재생 에너지에 대한 그의 도전이다.

우선 테슬라 모터스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200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주목 받던 CEO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소형화/경량화 위주였던 기존의 전기차 콘셉트(경차)와 다르게 스포츠카를 생산하면서 고급화에 초점을 맞췄다.

테슬라 모터스 본사
테슬라 모터스 본사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 위치한 테슬라 모터스 본사, 출처: 위키백과>

물론 처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설립 후 7년 간은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으며, 엘론 머스크가 사비를 털어 자금을 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번째 양산형 제품인 '로드스터'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출시 가격은 무려 10만 9,000달러. 페라리나 애스턴 마틴처럼 널리 알려진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가 전략이 통했다. 200대 정도 팔리고 말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과 달리, 1,000여 대가 팔려나갔다.

엘론 머스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속 제품으로 로드스터 절반 가격의 보급형 세단을 내놓았으며, 2014년 6월에는 보유한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짝퉁 테슬라를 만들어도 상관없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여기에는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충전소를 BMW와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테슬라
모터스
나스닥에 상장된 테슬라 모터스

<나스닥에 상장된 테슬라 모터스, 출처: 테슬라 모터스 공식 보도자료>

태양광 발전 사업인 솔라시티 역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위한 준비물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일반 자동차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주유소가 있는 것처럼, 전기차도 충전을 위한 충전 스테이션이 필요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충전 스테이션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수단도 필요하다. 만약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와 사용한다면, 전기차의 '탄소 배출 감소'라는 장점이 원점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의 '아크 원자로'는 아직 가동 중

엘론 머스크가 바라보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 공식적으로는 8만여 명이 거주할 수 있는 화성 식민지를 2030년쯤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초석은 다졌다. 스페이스엑스를 통해 우주로 갈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중이다. 내연기관(엔진)을 사용할 수 없는 우주 식민지에서 운송 수단으로는 전기차를 이용하면 된다. 전기차는 연료를 태우기 위한 산소가 필요 없으며, 우주에서 연료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테슬라 모터스를 이용하면 된다. 또한, 솔라시티의 태양광 발전 기술을 바탕으로 화성 식민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수도 있다.

화성 식민지 상상도
화성 식민지 상상도

<화성 식민지 건설 상상도, 출처: 나사 공식 홈페이지>

화성 이주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우선 10명 이내의 선발대가 거주를 위한 돔을 건설하고, 화성 토양을 농작물 경작이 가능한 환경으로 조성한다. 이후 8만 명이 화성으로 이주하며, 식민지 건설을 위한 비용은 약 360억 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20년 안에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스페이스엑스도, 테슬라 모터스도 처음에는 실패의 연속이었으니. 하지만 이들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것처럼, 그의 가슴에 있는 아크 원자로가 꺼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실현하리라 생각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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