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선의 자유로움을 더한 이어폰, 티피오스 'RICH300BT'
음향기기와 블루투스의 만남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과거 피처폰 시절에는 마이크와 모노 이어폰을 탑재해, 핸즈프리 기능을 제공하는 블루투스 헤드셋이 있었다. 음악 감상보다는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통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사실 초기 블루투스 기술은 무선 전송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음악 감상에는 조금 부족했다.
음악 감상을 위한 블루투스 헤드폰은 무선 전송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헤드폰 형태의 제품에 케이블 대신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웨어러블 열풍에 맞춰 목걸이(넥밴드) 형태의 제품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심지어 넥밴드 형태에서 목에 거는 부분을 없애고, 블루투스 장치와 이어폰만 남겨 휴대성을 높인 제품도 있다. 일반 이어폰처럼 돌돌 말아서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고, 무게도 가볍다. 오늘 소개할 제품은 국산 이어폰 제조업체 티피오스가 내놓은 블루투스 이어폰, 리치300BT(RICH300BT)다.
우선 외형을 살펴보면 약 70cm 정도의 케이블 양 끝에 이어폰이 달려있고, 가운데 배터리가 달려있다. 오른쪽 이어폰 바로 아래 있는 리모컨에는 음량 조절 버튼, 재생/일시정지 버튼, 마이크, 충전 단자, 블루투스 모듈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이어폰의 리모컨과 비교하면 상당히 크다. 경우에 따라 이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을 법하다. 개인적으로 블루투스 모듈이나 충전 단자를 배터리 부분에 함께 두고, 리모컨의 부피를 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제품 전체 무게는 약 17g으로 일반 이어폰과 비슷한 수준이며, 넥밴드형 제품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케이블은 표면이 매끄러운 플랫 케이블을 적용했다. 이 덕에 말아서 보관해도 잘 꼬이지 않는다. 또한, 목 뒤로 거는 블루투스 제품이라 터치 노이즈도 아주 적다. 터치 노이즈는 스마트폰 등의 기기에 연결한 케이블이 옷이나 몸과 마찰하면서 나는 소리가 귀로 전달되는 것인데, 이 제품의 경우 몸과 닿는 케이블의 면적이 아주 작으며 목 뒤로 거는 형태라서 팔이나 옷에 스칠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귀에서 빼서 목에 잠시 걸어둘 때는 조금 불편하다. 목에 고정하는 장치가 따로 없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면 이어폰이 흘러내린다. 이런 사용자를 위한 보조 액세서리도 있다. 리치300BT는 액세서리로 탈착식 넥밴드를 제공한다. 여기에 제품을 결합하면 일반적인 목걸이형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참고로 티피오스는 12월 1일부터 선착순 구매자 500명에게 탈착식 넥밴드를 무료로 제공하며, 이벤트가 끝난 후에는 유상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폰은 심하게 움직여도 귀에서 잘 빠지지 않는다. 이 덕에 일상적인 움직임은 물론 가벼운 운동을 할 때도 착용할 수 있다. 게다가 연결하는 케이블도 없기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다.
하지만 운동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방수 기능을 갖추지 않는 점이다. 필자가 바라는 방수는 수영이나 목욕처럼 물에 담그는 완전 방수가 아니라 흐르는 물에 살짝 담글 수 있을 정도의 생활 방수다. 생활 방수 기능을 갖추기만 해도 비가 내리는 중에 사용할 수 있으며, 땀에 젖은 제품을 가볍게 헹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선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으로 케이블 길이를 조절할 수 없는 점이다. 이어폰이 귀에 잘 고정되기는 하지만, 몸을 움직일 때 케이블에 연결된 배터리 등이 들썩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만약 케이블 길이를 조절할 수 있었다면 목에 딱 맞는 길이로 조절해 고정할 수 있었으리라.
운동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단순 음악 감상용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기본적인 사양은 티피오스가 이전에 출시한 리치300과 같다. 10mm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했으며, 금속 재질의 하우징, 소리가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한 밀봉 구조 등을 통해 중저음을 강화했다(참고: http://it.donga.com/19245/).
특히 소리의 울림이 좋아서 중저음 위주의 음악을 깊고 풍부하게 표현하고, 속도가 빠른 음악의 박자를 살려준다.
하지만 몇몇 소리에서는 조금 부족한 모습이다. 음량을 아주 크게 했을 때 'ㅅ'이나 'ㅊ' 등의 치찰음에서 귀를 찌르는 듯한 쇳소리가 들린다. 필자가 들어본 음악은 가수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꽃'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꽃이 지네 산과 들 사이로' 등 가사의 많은 부분이 치찰음으로 이뤄져 있다. 노래를 듣는 동안 거슬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이는 음량을 최대로 높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며, 음악을 감상하는 보통 음량에서는 이런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티피오스가 밝힌 배터리 지속 시간은 약 5시간이다. 실제 사용해보니 이와 비슷했다. 적당한 음량으로 재생하니 4시간 이상 연속 재생할 수 있었다. 참고로 배터리 완충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반 정도다. 사실 일반 넥밴드형 제품과 비교하면 많이 짧다. 하지만 그만큼 제품 무게가 가볍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니 이해할 수 있다.
제품 정식 출고가격은 4만 9,900원이며, 현재 G마켓을 통해 3만 9,900원에 할인 판매 중이다. 제법 괜찮은 음질과 함께 높은 휴대성이 특징인 제품으로, 일상에서 가볍게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