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뾰족한 터치펜, 뱀부 스타일러스 파인라인
아이패드를 샀다. 태블릿PC의 큰 화면을 이용해 노트 필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일반 정전식 터치펜의 뭉툭한 팁은 의도와 달리 엉뚱한 곳에 자꾸만 선을 그어놓았다. 손가락처럼 뭉툭한 일반 터치펜으로는 애초에 글씨를 쓰거나 정밀한 묘사를 할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됐던 거였다. 와콤 기술이 들어간 'S펜'을 쓸 수 있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나 '갤럭시탭' 시리즈가 부러워졌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한 사용자가 기자 하나는 아닐 거다. 아이패드 구매 초기 정전식 터치펜을 열심히 알아봤었다. 나름 얇다는 아도니트 Jot 시리즈도 구매했었으나 성능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예쁘게 글씨를 쓸 수 없었기에 PDF 파일에 형광펜 치는 정도로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뱀부(BAMBOO) 스타일러스 파인라인(Fineline, CS-600C, 이하 파인라인)을 써볼 기회가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인라인은 달랐다. 일단 화면을 누를 때마다 '통통' 튀던 고무팁이 아니라 S펜처럼 뾰족하고 플라스틱 소재다. 팁 두께는 1.9mm로 상당히 얇다. 덕분에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활용하면 의도대로 안정적으로 선을 그을 수 있었다.
진정 '펜'다운 터치펜
메탈 소재의 몸통은 손에 잡았을 때 차가우면서도 날렵한 느낌을 준다. 손가락으로 제품을 고정하는 앞부분은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있다. 버튼이 하나 있는데 이는 단축키 역할을 한다. 펜을 쓰다가 버튼을 누르면 지우개로 바뀌는 식이다.
뚜껑이 있어 펜촉을 보호한다. 제품 뒤꽁무니의 고무캡을 열면 충전 단자가 나온다. 파인라인은 마이크로USB 케이블로 충전해야 한다. 와콤에 따르면 한 번 충전해 26시간 사용 가능하다. 완충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린다.
아이패드와 블루투스4.0으로 페어링
파인라인은 아이패드 3세대 이상, 아이패드 미니 및 미니 레티나와 호환된다. 아이패드에 그냥 바로 써도 일반 정전식 터치펜으로서 기능하기는 하지만, 1,024단계의 필압과 화면에 손을 대고 터치펜을 쓸 수 있는 팜리젝션 기능을 활용하려면 전용 앱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전용 앱은 와콤의 '뱀부 페이퍼(Bamboo Paper)'. 무료 앱이며 파인라인을 페어링하면 연필, 펜, 형광펜과 노트 여러 종을 묶어놓은 '파인라인 팩(fineline pack)'을 무료로 준다.
뱀부 페이퍼는 여타 드로잉 및 노트 앱과 마찬가지로 앱 자체는 무료이지만 그 안에서 쓰는 펜, 노트 등은 키트 형태로 유료 판매한다. 일단 무료인 파인라인 팩으로도 충분히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으니 잘 활용해보자.
참고로 파인라인과 완벽히 호환되는 앱은 뱀부 페이퍼, PDF Pen, PDF Artrage, NoteShelf, GoodReader, NotesPlus, Notability 등이다. 조만간 어도비 Sketch/Line, Ideas, ProCreate, Ink, Zen Brush 등과도 호환될 예정이다. 이외의 앱에서도 파인라인을 쓸 수야 있지만 이 경우 얇은 펜촉의 장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위: 페어링 전, 아래: 페어링 후>
뱀부 페이퍼와 페어링하지 않고 그냥 써보았다. 펜으로 누른 곳과 선이 그어지는 곳이 다르다. 글씨를 써보니 개발세발이다.
뱀부 페이퍼의 오른쪽 위 페어링 버튼을 눌러 파인라인과 연결했다. 페어링이 완료되면 파란 램프가 느리게 2초간 깜빡인다. 파인라인의 배터리가 부족하면 램프가 빨간색으로 바뀐다. 연결이 끝나자 지금 배터리가 몇 % 남았는지, 사이드 버튼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보인다.
확실히 페어링하고 나니 원하는 대로 선을 그을 수 있었다. 지금껏 써봤던 아이패드용 터치펜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필기감과 결과물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이패드에 파인라인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보았다. 모자라는 그림 실력 보다는 세밀한 표현에 주목해달라. 동영상은 이곳(http://youtu.be/J-6I1ZYyvBI)에서 볼 수 있다.
와콤 뱀부 스타일러스 파인라인의 가격은 7만 2,000원이다. 제품에 대한 정보는 와콤 공식 홈페이지(http://www.wacom.com/ko-kr/ko/everyday/bamboo-stylus-fineline)에서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