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2보다 얇고 강력해진 '엑스페리아Z3', 단통법으로 힘 얻다
"더 얇아지고, 더 강력해졌다."
'엑스페리아Z3'는 소니의 '엑스페리아Z'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최근 악화된 소니의 경영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어깨에 짊어졌다. 기대 속에 출시된 엑스페리아Z3(이하 Z3)가 전작인 엑스페리아Z2(이하 Z2)와 비교해 어떤 면에서 달라졌는지 살펴본다.
같은 아이덴티티, 부드러워진 옆면
23일, 소니 제품 체험 행사에서 Z3를 만나봤다. 기자는 전작인 Z2를 리뷰한 경험이 있다(참고 기사: [리뷰] 가장 '소니다운'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 http://it.donga.com/18333/). 그래서 Z3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사뭇 기대됐다.
<좌 Z3, 우 Z2>
엑스페리아Z3는 소니 스마트폰의 디자인적 특징을 그대로 채용해 여전히 '뻔하지 않은' 소니만의 개성을 표현한다. 직사각형 형태의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물론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뒷면만 봐서는 영락없는 Z2다.
Z2의 색상은 화이트, 블랙, 퍼플 3종이었는데 Z3는 여기서 퍼플을 빼고 코퍼(동색)를 추가했다. 공식 이미지에 표현된 코퍼는 약간 분홍빛이 돌지만 실제 눈으로 본 색상은 황동빛에 더 가까웠다. Z3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퍼플 대신 골드 쪽에 가까운 코퍼를 택한 듯싶다.
<위 Z2, 아래 Z3>
그나마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은 옆면이다. 직선적인 느낌이 강했던 옆면을 부드럽게 변화시켰다. 전작에 비해 더 자연스럽고 세련된 느낌이 살아난다.
앞면은 전체적으로 Z3와 비슷하다. 단지 스테레오 스피커의 위치를 앞면으로 옮겨왔다. 제품을 가로로 잡고 동영상 등을 감상할 때 조금 더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겠다. 다만, 탁자 등에 제품을 뒤집어 올려놓으면 스피커 소리가 잘 안 들릴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화이트 모델의 앞면 색상이다. Z2 화이트는 앞면 전체가 검은색이었다. Z3는 프레임 부분을 아이폰, 갤럭시 시리즈처럼 흰색으로 구성했다. 블랙, 코퍼의 앞면은 기존과 동일하게 전체적으로 검다.
얇고 가벼워졌다
이후에 나온 제품이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Z3는 Z2와 같은 5.2인치 디스플레이를 택했음에도 더 얇고 가벼워졌다. 두께는 8.2mm에서 7.3mm로, 무게는 163g에서 152g으로 줄었다. 손에 잡아보니 얇아진 느낌은 확실히 들었지만 10g의 무게 차이까지 느끼기는 어려웠다. 유리를 잡을 때처럼 반들반들한 특유의 감촉은 여전하다.
상향평준화된 사양
최신 스마트폰의 사양은 대체적으로 상향평준화되어있다. Z3의 하드웨어적 사양은 따지고 보면 Z2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5.2인치 풀HD(1,920 x 1,080) IPS 디스플레이를 채용했고, 마찬가지로 퀄컴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 3GB 램(RAM) 메모리를 탑재했다. 다만, 소니 관계자에 따르면 디스플레이가 전작보다 밝아져 눈으로 봤을 때 더 선명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확실히 화면은 소니의 디스플레이 기술로 색 재현력이나 선명도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IP58 -> IP68
호평 받았던 방수 및 방진 기능은 더 업그레이드됐다. 사실 1.5m 수심에서 30분간 버티는 방수 능력은 8등급은 그대로이고 방진 기능만 5등급에서 6등급으로 향상됐다. 5등급은 먼지로부터 제품을 보호하고 6등급은 먼지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한다. 백사장, 공사 현장 등 특별히 먼지가 많은 곳에서 제품을 쓴다면 유용하겠다.
더 넓어진 화각, ISO 12800 지원
Z2는 소니의 광학 기술이 들어간 카메라 성능이 특징 중 하나였다. Z3는 여기서 렌즈 화각을 더 넓혔고, 지원하는 감도도 높였다. Z2는 27mm 광각 G렌즈를, Z3는 25mm G렌즈를 채용했다. 이로써 같은 곳에 사진을 찍어도 더 넓은 풍경을 담을 수 있게 됐다. ISO 12800까지 지원해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진을 촬영했을 때 조금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Z2를 리뷰했을 때 야간에 촬영한 사진이 조금 기대에 못 미쳤던 터라 반가운 변화다.
카메라 화소 수도 동일하다. 전면 220만 화소와 후면 2,070만 화소이며 후면 카메라는 일반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수준인 1/2.3인치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채택했다.
4K 영상 촬영도 여전히 가능하다. 국내는 4K와 UHD를 혼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UHD 해상도(3,840 x 2,160) 동영상 촬영이 맞다. 경쟁 제품들이 촬영 가능한 동영상 길이에 제한을 두는 것과 달리 Z2, Z3는 용량과 발열 수준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찍을 수 있다.
늘어난 사용 시간
소니 자체 실험 기준으로 배터리를 한 번 완전히 충전했을 때 Z2는 1.3일, Z3는 2일간 사용할 수 있다. 내장형 배터리 방식으로 여분 배터리가 없기에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배터리 용량은 오히려 전작에 비해 100mAH 줄었다. Z2의 배터리는 3,200mAH이고 Z3는 3,100mAH다. 소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따른 효율성 증가로 배터리 용량이 줄었음에도 사용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이레졸루션으로 업스케일링
Z2와 마찬가지로 고음질 HRA 음원과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지원한다. 노이즈캔슬링은 주변 소음을 차단해 음악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기능. 다만, 번들 이어폰으로는 구현할 수 없고 해당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소니 이어폰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Z3부터 추가된 것은 DSEE HX 기술이다. MP3, AAC 같은 포맷의 음원을 하이레졸루션(고해상도)에 가깝게 업스케일링해주는 기술이다. 조금 더 향상된 음질을 기대할 수 있다. 행사장에서 들어보니 약간 풍부해진 느낌은 들었지만 당연히 HRA 음원 자체를 재생했을 때보다는 만족도가 떨어졌다.
가격, 단통법으로 힘 얻어
출고가는 79만 9,000원으로 Z2와 동일하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10월부터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덕에 Z3는 전작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사실 Z2의 79만 9,000원 출고가는 비슷한 사양의 고급 스마트폰들과 비교했을 때 꽤 낮은 편이었다. 문제는 '불법 보조금 전쟁'이었다. 자급제 스마트폰으로 출시되는 소니 스마트폰 특성상 Z2는 불법 보조금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보조금 대란'만 일어나면 Z2는 '비싼 폰'이 되었다. 2년 약정으로 갤럭시S5 등이 20만 원대에 팔릴 때 Z2는 법정 보조금 27만 원만 받아 53만 원 정도에 가격이 책정됐다. 소니에게는 처음부터 불리한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소니도 이러한 시장 특성을 알기에 스마트폰 신제품을 발표한 지 약 1년이 지나고서야 국내에 내놓곤 했다.
그런 소니가 엑스페리아Z3의 국내 출시는 글로벌 출시에 맞춰 서둘러 진행했다. 단통법 덕에 자급제 휴대폰도 약정 없이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니 관계자는 "Z3의 성과는 전작인 Z2보다 더 좋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밝혔다.
Z3는 SK텔레콤, KT의 LTE 및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지원한다. 여전히 LTE-A는 지원하지 않는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광대역 LTE-A'도 이용할 수 없다. 다만, 광대역 LTE는 가능하다.
소니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엑스페리아Z3의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예약 판매 기간에 제품을 구매하면 14만 9,000원 상당의 방수 블루투스 헤드셋 'SBH80'을 사은품으로 받는다. 본격적인 판매는 29일부터 시작한다. Z3가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