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륙의 가성비에 전율하라. 원플러스 원 스마트폰
요즘 어떤 스마트폰이 좋으냐고 물어보면 참 난감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품질이 상향 평준화 된 탓에 딱히 사서 문제가 될만한 제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S사, 혹은 A사의 스마트폰이 좀 더 좋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L사나 P사의 제품도 성능이나 디자인, 편의성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다.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려봐도 이런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이른바 '대륙폰'이라 부르기도 하는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폰도 사양이나 디자인 면에서 크게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보다 훨씬 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혜성같이 등장한 대륙의 신예 주자가 있다. 바로 '원플러스(OnePlus)'다. 2013년 12월에 처음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 4월 첫 번째 제품인 '원(One, A0001)'을 공개했다. 원플러스 원은 가격이 불과 299달러(16GB 모델 기준)에 불과하지만, 사양은 갤럭시S5나 G3와 같은 고가 스마트폰과 맞먹는다는 점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정식 출시를 하지 않은 한국에서도 이 제품을 구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제법 있을 정도다. 원플러스원은 과연 쓸만할까?
세련된 패키지 속에 담긴 말끔한 디자인
원 플러스 원은 패키지 디자인부터 눈길을 끈다. 날씬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의 상자에 담겨있는데다 동봉된 사용 설명서나 USB케이블, SIM 탈착용 핀의 디자인 조차도 세련미가 느껴진다. 패키지만 봐서는 도저히 저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다만 이어폰은 제공되지 않는다.
제품 본체의 디자인 역시 나쁘지 않다. 8.9mm라는 수치적인 두께도 결코 두꺼운 편이 아니지만, 디스플레이의 유리면이 은색 테두리 위에 살짝 돌출된 디자인이라 체감적인 두께는 이보다 더 얇게 느껴진다. 후면의 플라스틱 재질도 두드려 보면 제법 묵직하고 꽉 찬 느낌이라 의외로 고급스럽다. 두께만큼이나 무게도 적당하다. 유심을 꽂지 않은 상태에서 162g인데 이는 갤럭시S5(145g)보다는 약간 더 무겁지만 갤럭시노트3(172g)에 비하면 가볍다.
굳이 흠을 잡자면 최근의 LG전자 제품과 전반적인 윤곽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특히 상하단 측면은 G프로2나 G3와 거의 유사한 느낌이다. 물론 원 플러스 원이 처음 공개된 것이 2014년 4월인데 LG의 G프로2는 같은 해 2월, G3는 5월에 공개되었다. 벤치마킹을 했다기 보단 최근의 전반적인 디자인 추세가 이러하다고 이해 할 수도 있겠다.
얇은 두께는 만족스럽지만 배터리 교체와 메모리카드의 추가는 불가능하다. 내장 배터리의 용량이 3,100mAh(갤럭시노트3와 유사)로 넉넉한 편이고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면 64GB 모델을 선택하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다소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참고로 16GB 모델의 가격은 299달러, 64GB 모델은 349달러다.
크기와 화질 모두 만족스러운 5.5인치의 풀HD급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는 5.5인치로 갤럭시노트2나 G3와 유사하다. 상당히 크면서도 한 손으로 잡고 쓰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디스플레이 아래쪽에 별도의 터치키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화면 일부를 차지하는 소프트키를 쓰는 최근 상당수의 스마트폰에 비해 체감 면적도 넓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JDI(Japan Display)의 TFT-LCD를 탑재하고 있고 풀HD(1,920 x 1,080) 해상도를 지원하므로 화질 면에서도 딱히 흠 잡을 데가 없다. 최근 나오는 삼성이나 LG의 고급 스마트폰 처럼 WQHD(2,560 x 1,440) 해상도까지 지원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제품의 가격과 특성을 생각해 보면 풀HD급 화질도 과분하다.
가격은 절반, 하지만 성능은 최상급
내부적인 사양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더욱 황송하다. 2.5GHz로 구동되는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801 MSM8974AC를 탑재하고 있으며 메모리 역시 3GB로 넉넉하다. 2014년 현재 팔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에서도 거의 최상급의 사양인데, 특히 갤럭시S5와 비교하면 프로세서 성능은 비슷하지만 메모리는 오히려 1GB 더 많다. 제품의 판매 가격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 성능을 발휘하는지 가늠하기 위해 스마트폰 벤치마크 앱인 안투투(AnTuTu) v5.0을 이용, 성능을 측정했다. 그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는데, 원플러스 원은 종합점수 47,183점을 기록, 삼성 갤럭시S5(42,437점), 삼성 갤럭시노트3(41,614점), 소니 엑스페리아Z2(39,650점) 등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쟁쟁한 제품들을 확실히 앞섰다. 단순히 '가성비' 뿐 아니라 절대적인 성능 면에서도 대단한 제품이다.
와이파이 성능도 뛰어나다 이른바 5G 와이파이라고 하는 최신의 802.11ac 규격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802.11ac 규격을 지원하는 디링크의 DIR-805L 무선 공유기에 접속, 네트워크 속도를 측정하는 벤치비 앱을 구동해 보니 다운로드 속도는 132.6Mbps, 업로드 속도는 131.5Mbps를 기록했다. 802.11n 규격의 기존 와이파이 지원 스마트폰에 비하면 2배 가량 빠른 속도다. 아직 802.11ac 규격을 지원하는 공유기가 많이 보급되지 않아 5G 와이파이의 제 성능을 발휘할 기회는 많지 않겠지만,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확실히 좋은 선택이다.
카메라 만족도 역시 높은 편
제품 후면에는 1,300만 화소의 카메라와 듀얼 LED 플래시를 탑재하고 있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보면 애플이나 삼성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이즈가 약간 더 눈에 잘 띄는 편이지만, AF를 잡는 속도와 정확성이 수준급이고 영상의 전반적인 선예도도 높은 편이라 전반적으로 깔끔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후면 카메라 못지 않게 주목할 만한 것은 전면 카메라다. 시중에 팔리는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가 200~300만 화소 수준인데 비해 원플러스 원은 5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를 탑재했다. 후면 카메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광량만 충분하다면 상당히 만족스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안드로이드 기반 독자 운영체제 탑재? 실상은…
이렇게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가진 원플러스 원이지만 문제는 이 제품이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익스펜시스와 같은 직수입 업체를 통해 살 수야 있겠지만 국내 환경에서 제대로 쓸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불안함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 내수용 원플러스 원의 전원을 켜보니 컬러OS(ColorOS)라고 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독자운영체제를 탑재했다고 표기된다. 다만 실질적으로는 일반적인 안드로이드와 그다지 차이는 없다. 독자 운영체제라기보다는 기존 안드로이드에 원플러스의 몇 가지 서비스(테마, 콘텐츠 스토어, 클라우드 저장소 등)을 넣은 것이 지나지 않으니 기존의 안드로이드폰을 써봤던 사용자라면 무리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다름 없이 구글의 서비스(플레이스토어, 구글 플러스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문제라면 시스템 기본 언어 설정이 영어와 중국어 중 하나만 지원한다는 점이다. 물론 인터넷 서핑 중에 한글은 제대로 출력되며, 한글 입력의 경우는 별도의 키보드 앱을 설치하면 해결된다. 하지만 시스템 기본 언어가 한글이 아니기 때문에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이 한국에서 흔히 쓰는 앱을 설치하더라도 한글판으로는 쓸 수 없다. 영어 버전 앱이라도 그럭저럭 쓸 만은 하지만 아무래도 좀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참고로 국내 원플러스 원 사용자들은 루팅 후 CyanogenMod의 커스텀 컴웨어를 설치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시스템 기본 메뉴를 한글로 바꿀 수 있다.
국내 네트워크 환경에서 이용하려면 약간의 손질 필요
또한, 국내 미출시 스마트폰 중에선 한국의 통신 환경을 지원하지 않아 음성 통화나 데이터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원플러스 원 역시 중국에서 이용하는 TD-LTE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보니 초기 상태에서 KT의 유심을 꽂아 부팅해보니 음성통화만 가능하고 데이터통신(3G/LTE)이 전혀 되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당연히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 하다. 하지만 원플러스 원의 네트워크 설정메뉴로 이동, KT의 APN(데이터 네트워크 주소의 일종)을 수동으로 입력해 주니 정상적으로 3G와 LTE 신호를 잡는 것을 확인했다. 벤치비로 통신 속도를 측정해보니 다운로드 속도는 72.3Mbps, 업로드 속도는 21.7Mbps로 수준으로 무난하게 이용할 만한 수준이었다. SK텔레콤용 유심 역시 같은 방법으로 데이터 통신이 가능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G 유플러스용 유심을 꽂아 쓰는 것은 추천할 수 없다. 사용 주파수 문제로 제대로 호환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LG의 노크코드가 원플러스에 탑재?
원플러스 원의 한가지 눈에 띄는 부가기능이라면 화면에 몇 가지 패턴을 그리면 등록된 기능을 곧장 실행할 수 있는 제스처 기능이다. 화면 좌측 상단을 아래쪽으로 쓸어내려 제스처 입력 창을 불러낸 후 동그라미를 그리면 카메라 실행, V를 그리면 손전등이 실행되는 식이다. 그리고 이런 제스처 기능은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데, 이는 최근 LG전자 스마트폰에서 강조하는 '노크코드' 기능과 다소 흡사하다.
기대하지 않았던 배터리 효율도 최상급
원플러스 원을 이용해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상당히 우수한 배터리 효율이다. 음성 통화 및 메신저 이용, 웹 서핑과 같은 일반적인 용도로만 이용할 경우, 배터리 100% 충전 상태에서 40시간이나 재충전 없이 이용이 가능했다. 물론 게임이나 고화질 동영상 감상을 더 많이 했다면 이보다 이용 가능시간이 한층 짧아졌겠지만, 분명한 건 필자가 지금까지 이용해 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배터리 효율은 확실히 최상위권이라는 점이다.
대륙발 전율의 '가성비' 앞에 국내 스마트폰 업계의 미래는?
원플러스 원은 확실히 우수한 스마트폰이다. 하드웨어 사양적으로 분명 최상위권이며, 전반적인 마무리도 기대 이상이다. 그리고 배터리 효율이나 카메라 화질, 그리고 디자인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유명 브랜드의 고가 스마트폰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 대단하다. 물론 배터리 교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나 메모리카드 슬롯이 없다는 점 등은 아쉽지만 앞서 말한 장점들이 이를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는다.
다만, 이렇게 구매가치가 높은 제품임은 분명하지만,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추천하기에는 조금 걸리는 부분도 있다. 국내 환경에서 원활히 쓰기 위한 초기 설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상당수 앱(특히 게임)이 호환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이 이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 자체는 확실히 놀랍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이 위기감을 느껴야 할 시점이다.
-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