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PU의 고성능 선언, AMD FX-7600P

김영우 pengo@itdonga.com

어떤 시장이건 후발주자의 입장은 불편하다, 선두주자에 비해 자금이나 시간, 인력이 부족한데도 제품의 품질과 성능에는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면승부가 힘들다면 틈새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2인자인 AMD 역시 이런 경우다. AMD의 프로세서는 인텔 제품에 비해 대개 '가성비(가격대성능비)'를 강조해오며 보급형 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했지만, 절대적 고성능이 중요한 고급형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하다. AMD의 고급형 CPU인 FX 시리즈가 인텔의 코어 i5나 코어 i7와 제대로 경쟁을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AMD는 CPU와 GPU의 통합 프로세서인 'APU'를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다. 적당한 수준의 CPU와 GPU를 조합,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사지 않아도 쓸만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구동용 PC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세일즈 포인트다. 다만, APU는 일반인들이 범용적으로 쓸만한 그야말로 '적당한' 수준의 성능만 제공하기 그 이상의 고성능을 원하는 사용자(게임 매니아 등)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AMD FX APU
AMD FX APU

가격과 구성을 생각해 보면 나름 구매가치가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고성능의 이미지는 부족했던 APU에 대해 AMD가 얼마 전에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바로 노트북용 최상위급 APU 제품군에 'FX'라는 브랜드를 붙인 것. AMD FX는 본래 데스크탑용 최상위급 CPU 전용 브랜드였지만 이것이 노트북용 제품, 그것도 일반 CPU가 아닌 APU에 붙은 것이다. 과연 노트북용 FX APU가 매니아들을 만족시킬만한 성능을 발휘할지 실제로 제품을 구동해 보며 살펴보기로 하자.

FX의 이름을 얻은 카베리 APU의 고성능 버전

FX APU는 최근 AMD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카베리(Kaveri) APU와 같은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제조된다. 하지만 클럭 속도나 내장그래픽의 성능을 향상시켜 차별화를 했다.

AMD FX APU
AMD FX APU

이번 리뷰에 이용한 노트북은 FX APU 중 가장 상위 제품인 FX-7600P를 탑재한 제품으로,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아니고 테스트용 레퍼런스(표준) 사양의 제품이지만 FX APU 고유의 특성을 알아보기에는 적합하다. 이 노트북은 FX-7600P APU 외에 8GB의 DDR3 메모리와 256GB의 SSD, 그리고 1,920 x 1,080 해상도를 갖춘 15인치 터치스크린을 탑재했다.

AMD FX APU
AMD FX APU

제품 두께는 디스플레이 부분을 덮은 상태에서 2cm 남짓으로 얇은 편이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FX APU지만, 슬림한 두께 역시 양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형태로 레퍼런스 노트북을 만든 듯 하다. 만약 다양한 제조사에서 본격적으로 FX APU 기반 노트북을 양산한다면 그들 역시 이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짐작할 수 있다.

라데온 R7 GPU 내장한 FX-7600P APU

테스트 노트북에 탑재된 FX-7600P APU는 4개의 CPU 코어와 8개의 GPU 코어, 그리고 4MB(2MB x 2)의 2차 캐시가 결합된 모델이다. CPU의 클럭 속도는 표준 동작 시에는 2.7GHz이지만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할 때(터보)는 3.6GHz까지 향상된다. GPU 역시 표준 모드에선 600MHz 클럭으로 작동하지만 터보 모드에선 686MHz까지 올라가는데, 클럭 속도로만 봐서는 노트북용 APU 중에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AMD FX APU
AMD FX APU

FX APU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역시 내장 GPU다. 일반 APU가 보급형 그래픽카드용으로 주로 쓰이는 라데온 R4나 R5, 혹은 R6 GPU 정도를 탑재하고 있는 반면, FX APU는 이보다 한층 윗급인 라데온 R7 GPU를 탑재하고 있다. 게임성능 면에서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그 외에 노트북용 메모리로선 최상급이라 할 수 있는 DDR3-2133 규격의 램을 지원하는 점도 눈에 띈다. 소비 전력은 TDP(열설계전력) 기준으로 FX-7500 모델은 19W, FX-7600P는 35W 수준으로, 경쟁사 제품과 비슷하다.

패스마크(PASSMARK)의 퍼포먼스테스트 프로그램을 이용, 수치적인 성능을 측정해보니 CPU의 연산능력은 4,634점, GPU의 3D 그래픽 처리능력은 1,013점으로 나타났다.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보자면 CPU는 인텔의 코어 i5-4310M, GPU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730M과 유사한 수준이다. 기존의 최상위급 CPU나 GPU와 맞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통합 프로세서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충분히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게임 구동 테스트1 - LOL

하지만 수치적인 성능과 실제 성능은 이와 다를 수 있다. 게임을 직접 구동하며 체감적인 성능을 측정해봤다.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 30프레임 이상이면 원활한 수준, 60프레임 이상이면 더할 나위가 없는 수준이다.

AMD FX APU
AMD FX APU

최근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AOS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을 구동, '소환사의 협곡'에서 20여 분 정도 플레이 했다.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으로 맞췄다. 테스트 결과, 그래픽 품질을 ‘중간’으로 맞춘 상태에선 60~75프레임으로 매우 쾌적했으며, ‘매우높음’ 설정에서도 40~55 프레임 수준으로 비교적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게임 구동 테스트2 – 디아블로3

액션 RPG인 '디아블로3'도 구동해봤다. 이 게임은 최적화가 잘 되어있어 그래픽 품질에 비해 비교적 낮은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 품질은 모두 '높음(계단현상 방지는 비활성화)'으로 맞추고 대성당 지하 2층에서 20여분 정도 플레이 했다.

AMD FX APU
AMD FX APU

테스트 결과, 화면에 적들의 수가 적을 때는 40 프레임 남짓, 적들이 많은 장면에서는 30프레임 이내로 구동되는 것을 확인했다. 프레임의 변화폭이 다소 큰 것이 약간 마음에 신경 쓰이긴 하지만 플레이 자체는 상당히 원활했다.

게임 구동 테스트3 – 배틀필드4

마지막으로 테스트 해 본 게임은 FPS인 '배틀필드4'다. 이 게임은 매우 높은 사양을 요구하기 때문에 노트북에서는 플레이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배틀필드4는 신형 AMD GPU 전용의 그래픽기술인 '맨틀'을 지원하는 게임이다.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맨틀 옵션을 활성화한 후,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모든 그래픽옵션을 '중간'으로 맞췄다.

AMD FX APU
AMD FX APU

캠페인 모드에서 초반 20여분 정도의 평균 프레임을 측정해본 결과, 20~25프레임 정도로 구동이 가능했다. 아주 원활하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럭저럭 플레이 자체는 가능한 수준이다. 이 상태에서 화면 해상도를 1,600 x 900으로 낮추면 화질은 하락하지만, 3~5 프레임 정도를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자.

괜찮은 성능 갖췄지만 노트북 제조사들의 협조가 관건

레퍼런스 노트북을 이용해 측정한 FX APU의 성능은 생각 이상으로 좋은 편이었다. 특히 라데온 R7 GPU를 내장한 덕분에 어지간한 보급형 외장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노트북보다 게임 구동능력이 만족스러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AMD FX APU
AMD FX APU

다만, 2014년 7월 현재, FX APU를 탑재한 노트북이 국내에 얼마나 많이 출시될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적절한 가격이 매겨지고 적극적인 홍보가 더해진다면 제법 팔릴 것도 같은데, 기존의 인텔 기반 노트북에 너무 익숙한 노트북 제조사들은 아직도 생각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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