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와 크롬, 누가 웹 브라우저 점유율 1위인가요?
"야, 크롬이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제치고 점유율 1위라며? 우리 회사 홈페이지도 크롬 최적화에 신경써야겠네."
친구와 저녁을 먹던 도중 받은 질문이다. 이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구글 크롬이 웹 브라우저 시장 1위에 올라섰을 수도 있고, IE가 여전히 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애매모호한 답변이 나오는 걸까.
발단은 이렇다. 언론이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에 관련된 기사를 작성할 때 자주 인용하는 곳이 2군데 있다. '넷애플리케이션(http://www.netmarketshare.com/)'과 '스탯카운터(http://gs.statcounter.com/)'다.
일반적으로 시장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는 서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같은 것을 조사하는데 결과에 큰 차이가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일 터. 하지만 유독 넷애플리케이션과 스탯카운터의 조사 결과는 크게 차이 난다.
넷애플리케이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6월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IE 53.38%, 크롬 19.34%, 파이어폭스 15.54%, 사파리 5.28%, 오페라 1.05%다. IE가 예전같은 맹위를 떨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 중이다.
스탯카운터의 조사 결과는 전혀 다르다. 이에 따르면 2014년 6월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크롬 45.44%, IE 20.98%, 파이어폭스 17.94%, 사파리 10.32%, 오페라 1.37%다. 크롬이 IE를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스탯카운터>
같은 시장을 조사한 것인데 왜 이렇게 다른걸까. 조사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넷애플리케이션은 실제 사용자(UV, Unique Visitors)를 기준으로 점유율을 집계한다. 해당 웹 브라우저의 실제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반면 스탯카운터는 트래픽(PV, Page View)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집계한다. 특정 웹 브라우저가 인터넷 상에서 비중을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둔다. 결국 사람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집계할 것인지, 아니면 웹 브라우저를 기준으로 점유율을 집계할 것인지 관점의 차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선 넷애플리케이션의 조사 방법이 맞다. 실제 사용자수는 여전히 IE가 크롬을 앞선다. 하지만 사용자가 웹 브라우저라는 단계를 거쳐 웹 사이트에 접속한다는 인터넷의 특징을 감안하면, 스탯카운터의 조사 방법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어쨌든 웹 사이트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사용자가 아니라 웹 브라우저이기 때문이다.
웹 브라우저를 중시하는 특징상 스탯카운터는 신규 서비스에 민감하다. 스탯카운터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9~11월에 IE의 PV가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PV에 영향을 줄 만큼 IE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다. 바로 IE 11이 출시된 때다. 향후 IE 12(가칭) 등 신규 서비스가 출시되면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두 시장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조합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크롬과 사파리 사용자는 IE 사용자보다 인터넷을 오래, 많이 사용한다. PV가 UV 대비 2배 가까이 높은 것이 그 증거다. 헤비 유저(Heavy user)가 많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IE는 그 반대다. UV에 비해 PV가 너무 낮게 나타난다. 라이트 유저(Light user)의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넷애플리케이션과 스탯카운터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IE의 초강세다. IE의 점유율이 88.69%(넷애플리케이션), 73.28%(스탯카운터)로 나타난다. 크롬의 경우 6.4%에 불과한 사용자가 22.39%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며 분투(?) 중이다. 국내 크롬 사용자는 전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헤비 유저 중의 헤비 유저이지만, IE의 기세를 꺽기엔 역부족이다.
IE와 크롬, 어느 웹 브라우저가 1위다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기업도 이점을 이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E 관련 얘기를 할 때 언제나 넷애플리케이션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구글은 그 반대다. 스탯카운터의 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크롬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조사 결과가 아니라 조사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눈'이다. 눈을 갖춰야 기업과 시장조사기관의 일방적인 발표를 걸러 들을 수 있는 관점이 생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