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I/O 2014] 안드로이드 오토, T맵과 김기사 품는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시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제품들이 있다. MP3 플레이어와 PMP다. 그리고 둘을 이어 또 하나의 제품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바로 내비게이션이다.
스마트폰이 내비게이션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얘기는 끊임없이 들려왔다. 3G, LTE 등 데이터 통신을 활용해 실시간 교통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내비게이션에게 분명 크나큰 위협이다. 하지만 큼직한 화면이 주는 편리함 때문에 근근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구글, 애플 등 스마트폰 플랫폼 개발사가 BMW, 아우디, 현대자동차 등 차량 제조사와 협력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함에 따라 내비게이션은 이제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25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구글개발자회의(Google I/O 2014)를 개최하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공개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구글 패트릭 브레디(Patrick Brady, 이하 브레디) 안드로이드 기술 이사와 현대자동차 추교웅 실리콘밸리 연구소 이사(이하 추)를 만나 안드로이드 오토에 관한 자세한 정보와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열린 차량기술 연합, 이하 OAA)' 탄생 비화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구글과 현대자동차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무엇을 꿈꾸는 걸까. 한 번 자세히 들어보자.
안드로이드 오토의 목표는 편리함과 안전 운전
Q. OAA를 결성하게 된 계기를 들려달라.
브레디: 미국에서 발생하는 교통 사고의 25%는 전화나 다른 기기를 운전 도중 사용하면서 발생한다. 다르게 생각해보자. 그만큼 사용자들은 운전을 하면서도 연결성(커넥티드)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연결성과 안전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플랫폼이 필요했다. 이러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구글과 현대자동차가 뭉쳐 OAA를 결성하고,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OAA의 창립멤버다. 두 회사는 안드로이드 오토 제작을 위해 처음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모스콘 센터에도 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된 현대 소나타를 전시했다.
추: 자동차 사용 환경을 보면 운전 도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차안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할까 고민했다. 때문에 구글과 함께 OAA를 결성했다.
Q. 안드로이드 오토의 목표는?
브레디: OAA의 목표는 간단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자동차와 연결해 내비게이션, 음악, 라디오 등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자동차에 내장된 8~10인치 대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Q.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구글 길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브레디: 구글이 한국에서 턴바이 턴(길안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자체 생태계가 존재한다. 한국에는 SK플래닛에서 만든 티맵이라는 강력한 내비게이션 솔루션이 존재한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이 솔루션도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용으로 개발한 앱으 고스란히 가져와 자동차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Q. 안드로이드 오토는 안전을 위한 앱 제한이 있는가?
브레디: 안드로이드 오토는 특정 앱에게만 API가 열려 있다. 내비게이션, 전화 통화, 메시징, 채팅(카카오톡, 라인 등 채팅형 SNS 포함), 음악, 라디오, 뉴스를 제공하는 앱만 안드로이드 오토 API에 접근할 수 있다. 게임은 운전 도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사용자 경험의 측면에서도 제한을 두고 있다. 정지상태에선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차량이 일정속도가 넘어가면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다. 사용자는 안전 운전을 위해 핸들을 꽉 잡고 전방에만 집중해야 한다. 물론 강제적으로 사용을 막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스스로 안전운행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키보드 대신 음성인식 위주로 조작해야 하는 것이 그 사례다. 이것이 자동차를 위한 디자인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안전 위주로 짜여진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앱 개발사들이 안전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Q.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한 차량은 국내에 언제 출시되는가?
추: OAA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아우디, GM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추후 폭스바겐, 르노 등이 합류했다. 현재 30여개의 회사가 안드로이드 오토 차량을 개발 중이다. 국내 상용화는 아직 개발 단계인 만큼 정확한 시점을 말씀드리기 힘들다. 일단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내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은 구글의 기본 앱 위주로 개발했지만, 25일 안드로이드 오토 개발자킷(SDK)을 공개했기 때문에 티맵, 김기사 등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도 참여할 수 있다.
Q. 안드로이드 오토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뿐만 아니라 차량 제어 시스템도 갖추고 있는가?
추: 현재는 인포테인먼트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차량 제어는 손대지 않을 것이다. 차량 제어는 블루 링크(현대)나 유보(기아)를 통해 진행된다.
Q. 스마트폰은 차량과 유선으로만 연결해야 하는가? NFC나 블루투스 4.0을 활용해 무선 연결을 지원할 계획은 없는가?
브레디: 당분간 유선 연결에만 집중할 것이다. 무선 연결은 전력 소모가 심하기 때문이다. 또, 차량 속에 여러개의 스마트폰이 존재하면 어떤 스마트폰을 인식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술이 필요해 개발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간단하게 유선 케이블에 연결하면 차량이 스마트폰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결국 편리함 때문에 무선 연결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Q. 스마트폰이 자동차에 연결됨에 따라 자동차 시스템이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보안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겠는가?
브레디: 안드로이드 오토는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보안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에 내장된 시스템이 스마트폰의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감시한다. 반대로 스마트폰이 자동차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기술도 함께 내장했다. 상호검증이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언제나 안전과 보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Q. 기존 출시 차량에서도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는가?
추: 가능하다. 4세대 헤드 유닛을 탑재한 차량이라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준비되면 기존 고객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배포할 예정이다. 4세대 헤드 유닛은 작년 출시된 2014 소울, 2014 제네시스, 2014 LF 소나타 등에 적용돼 있다. 기존 헤드 유닛을 탑재한 차량에도 안드로이드 오토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그리고 사실 헤드 유닛이 없더라도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 파이오니어 등 차량용 오디오 제작사 역시 OAA의 멤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제작한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차량용 오디오를 부착하면 그 어떤 구형 차량도 안드로이드 오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Q.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애플의 인포테인먼트 플랫폼)는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인가?
추: 그렇지 않다. 하나의 차량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되고, 아이폰 사용자라면 카플레이가 적용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를 모두 지원한다.
브레디: 구글은 언제나 개방성을 추구한다. OAA 멤버가 다른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채용한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 경우는 전혀 없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다른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함께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편리함과 안전 운전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추구하려는 목표다.
글 / 샌프란시스코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