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선 청소기에 유선의 흡입력을 더하다, 다이슨 'DC62'
무선 청소기의 입지가 점점 공고해지고 있다. 유선 청소기가 '주', 무선 청소기는 '부'였던 청소 환경은 이제 옛말이다. 유선 청소기의 역할까지 충분히 해내는 무선 청소기 제품들이 속속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이슨 'DC62'도 그러한 무선 청소기 제품 중 하나다. 기다란 총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디자인의 DC62를 약 한 달간 직접 사용해봤다.
생각보다 간단한 조립법
일단 그 특이한 디자인에 먼저 눈길이 간다. 일반적인 긴 물방울 형태의 무선 청소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울퉁불퉁한 본체는 호두를 닮았고, 손에 제품을 잡았을 때는 전동 드릴의 느낌도 난다. '왜 이렇게 본체에 독특한 디자인을 채용했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각각의 관이 통로 역할을 해 공기를 깨끗이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그제야 DC62의 낯선 디자인이 이해가 됐다.
제품은 반조립 상태로 배송되므로 생각보다 쉽게 결합할 수 있다. 브러시툴을 원통 모양 관에 끼운 후 이를 본체에 연결하면 끝이다. DC62는 모터, 먼지통, 조작부 등 무거운 부분이 손잡이 쪽에 있다. 바닥에 닿는 흡입구 쪽 부분에 무거운 부품을 몰아놓은 무선 청소기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물론 각각의 방식은 장단점이 있다. 무거운 부품이 흡입구 쪽에 있으면 바닥을 청소할 때 안정감 있다. 반면, 손잡이 쪽이 더 무거우면 청소기를 손쉽게 들어 천장, 선반 등 높은 곳도 청소할 수 있다. 다이슨은 후자에 더 초점을 맞췄다.
바닥에 먼지가 붙지 않도록 정전기 방지
DC62는 V6 디지털 모터를 내장했다. 다이슨에 따르면 이 모터는 1분에 최대 11만 번까지 회전하며 이는 기존 모터보다 3배, 경주용 자동차 모터보다 5배 빠른 것이다.
제품의 흡입력은 기본과 부스트 모드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손잡이 뒤편에 'MAX'라고 쓰인 동그란 버튼이 있는데 이를 누르면 흡입력이 더 강력해진다. 사실 집안이 먼지 더미가 아닌 이상 기본 모드로도 충분하다. 리뷰어도 평소 기본 모드로만 사용해 집 안을 청소했다. 일반 브러시 툴을 사용했을 때 기본 모드는 작은 먼지, 머리카락, 손톱만한 종이, 라면 부스러기 정도까지 빨아들일 수 있다.
DC62의 기본 구성품은 브러시 툴, 콤비네이션 툴, 크레비스 툴 등 3종이다. 일반적인 청소기 헤드가 브러시 툴이다. 콤비네이션 툴은 동그란 원통의 가장자리에 브러시가 박혀 있다. 크레비스 툴은 끝이 뾰족하고 얇다.
DC62의 브러시 툴은 일반적인 청소기 헤드보다 폭이 좁은 편이다. 따라서 가구와 가구 사이의 좁은 간격도 편하게 청소할 수 있다. 브러시의 방향도 손잡이를 좌우로 돌리는 것만으로 쉽게 조절 가능하다.
또한, DC62 브러시 툴은 정전기가 일어나는 것을 막는 카본 섬유 필라멘트를 장착해 청소기를 돌릴 때 미세 먼지가 바닥에 붙지 않는다. 보통 청소기를 돌린 후에도 맨발로 걸으면 어쩐지 찝찝한 느낌이 들어 걸레질까지 했는데 DC62를 썼을 때는 그런 느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앞서 설명한 콤비네이션 툴로 극세사 담요, 이불, 요 등 섬유 재질의 제품을 청소했다. 긁듯이 청소할 수 있어 머리카락, 동물 털 등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또한, 이 툴은 키보드를 청소하기에도 편리했다. 한번 청소해보면 얼마나 많은 먼지와 과자 부스러기 같은 이물질이 그 안에 끼어 있는지 놀라게 되리라.
끝이 얇은 크레비스 툴은 침대의 매트리스 틈새, 가구 아래의 먼지를 빨아들일 때 유용했다. 콤비네이션 툴과 크레비스 툴을 긴 원통 관을 빼고 본체에 바로 끼우면 휴대성과 흡입력이 조금 더 높아진다.
다이슨에 따르면 DC62의 충전 시간은 3시간 반 정도다. 하지만 직접 재보니 3시간 정도면 충전이 끝났다. 참고로 충전 포트에 충전기가 꽂아진 상태에서는 청소기를 작동할 수 없다.
작동 가능 시간은 26분 정도다. 경쟁 무선 청소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20여 분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싶었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몇십 분씩 길게 쓰는 게 아니라 짧게 몇 분씩 끊어 쓰는 무선 청소기의 특징 때문이다.
리뷰어는 평소 DC62를 한쪽 벽에 세워 뒀다가 종이 쪼가리, 머리카락, 작은 먼지 덩이 등이 보이면 바로 청소기로 빨아들였다.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치울 때 무선 청소기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 둘둘 말린 선을 풀어내 콘센트를 찾아 끼울 필요 없이 그저 전원 버튼만 눌러 빨아들이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DC62는 총부리를 잡듯이 손가락을 전원 버튼에 걸어 당겨야 청소기가 작동한다. 그렇기에 잠깐씩 쓸 때는 편하지만 몇십 분씩 청소할 때는 전원 버튼을 잡은 손가락이 피로한 감이 있다.
청소 시 빨아들인 바람은 손잡이 뒤쪽으로 빠져나간다. 바닥 쪽으로 바람이 나오지 않아 모아뒀던 먼지가 날리지 않는 것은 장점이다. 바람이 꽤 시원하고 센 편인데 여름에는 선풍기 같아 좋지만 겨울에는 그리 달갑지 않을 듯싶다.
간편하게 먼지통을 털어낸다
간혹 먼지통을 비우기 불편한 제품들이 있다. 먼지 봉투를 손으로 잡아 빼야 하거나 솔로 안쪽을 털어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이런 제품들은 먼지통을 털어낼 때 손에 뽀얗게 먼지가 묻고 그 과정에서 애써 빨아들인 먼지도 공중에 날린다.
DC62는 먼지통 뒤 빨간 버튼을 아래로 누르면 밑 뚜껑이 열리며 이물질이 빠져나온다. 그래도 깨끗이 비워지지 않았다면 제품 위를 살짝 손으로 두드리자. 그러면 안에 끼어 있던 먼지가 아래로 떨어진다. 먼지통이 투명해 언제 이를 비워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청소 후 먼지통이 가득 차 있으면 왠지 뿌듯한 느낌도 든다.
소음 부분은 조금 아쉬워
흡입력이 센 편이어서 그런지 작동 시 소음이 조금 큰 편이다. 리뷰어는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혹시 옆집이 시끄럽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날이 조금만 어두워지면 청소기를 돌리기 꺼려졌을뿐더러 밝을 때도 오래 쓰자니 눈치가 보였다. 다행히 옆집에서 한 번도 항의를 한 적은 없었다. 조용하고 흡입력이 떨어지는 제품과 조금 소리가 커도 흡입력이 강력한 제품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방음 처리가 잘 되어 있거나 비교적 큰 평수에서 제품을 사용한다면 아무래도 소음에 덜 신경 쓰일 듯싶다.
벽에 세워두기 까다로운 것도 아쉬웠다. 무게 중심이 손잡이 부분에 있어선지 세워두면 자꾸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다. 제대로 세워뒀다고 생각하고 뒤돌아서면 슬금슬금 미끄러져 세게 바닥에 부딪혔다. 한 달간 다섯 번 정도 떨어졌는데 이 중 두 번은 먼지통이 열려 바닥에 먼지가 다 쏟아질 정도로 '대형 사고'였다.
기본 구성품인 거치대를 벽에 설치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거치대에 툴을 보관할 수도 있고 DC62를 끼워 손쉽게 충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월세나 전세로 '남의 집'에서 사는 리뷰어같은 사용자는 벽에 못을 호기롭게 박지 못한다. 새집에 살고 있는 사용자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리뷰어처럼 거치대 설치에 제약이 있는 사용자는 제품이 넘어지지 않도록 보관할 공간을 잘 마련해두는 게 좋겠다.
사실 제품을 의도와 달리 떨어트리며 내구성을 시험해볼 수 있었다. 리뷰어가 운이 좋았는지 몰라도 다섯 번이나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바닥에 크게 부딪혔음에도 다행히 제품이 고장 나지 않았다. 내구성에 중점을 둔 사용자가 높이 평가할 만한 항목이다.
DC62의 정가는 84만 8,000원이며 제품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다이슨 홈페이지(http://www.kr.dyso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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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