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롬캐스트, 큰 화면을 원하는 당신을 위한 스트리밍 기기
IT동아의 기사를 유심히 살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기자는 작년부터 구글 크롬캐스트(Chromecast)가 언제쯤 국내에 정식 발매되나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기자를 안타깝게 여겼는지 구글이 크롬캐스트를 국내 정식 출시에 앞서 제공해줬다. 엠바고를 잘 지키라고 신신당부하면서.
잡설이 길었다. 크롬캐스트는 구글이 지난해 7월 공개한 클라우드 스트리밍 기기다. 너무 거창한가? 쉽게 말해 일반TV나 모니터를 스마트TV로 바꿔주는 기기다. 크롬캐스트를 TV나 모니터에 꽂기만 하면 유튜브, 구글 플레이 무비, 트위치TV, 티빙, 호핀 등 동영상 콘텐츠 공급자로부터 다양한 영상을 제공받아 감상할 수 있다.
오해가 있을까봐 한마디 덧붙인다. 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TV와 연결해주는 중계기가 아니다. 유튜브, 구글 플레이 무비 등 클라우드 저장소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을 스마트폰, 태블릿PC뿐만 아니라 TV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스마트폰, 태블릿PC, PC의 화면을 TV로 무선으로 송출해주는, 그러니까 HDMI나 MHL 케이블을 대체하기 위한 '와이파이 미라캐스트'와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른 서비스다.
크롬캐스트의 특징 3가지
지난해 10월 북미, 올해 3월 유럽에 발매된 크롬캐스트는 (구글의 주장에 따르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이후 아마존닷컴의 전자제품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다른 스트리밍 기기를 다 합친 것보다 크롬캐스트의 판매량이 높을 정도다. 그리고 마침내 14일 한국에 상륙했다.
이렇게 인기를 끄는 비결이 뭘까. 저렴한 가격이다. 크롬캐스트의 가격은 4만 9,900원(그러니까 사실 5만 원)에 불과하다. '이렇게 싸다니... 한번 구매해볼까'라고 혹할 정도다.
그런데 정작 구글은 크롬캐스트의 인기 비결은 다른데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밝힌 크롬캐스트의 인기 비결은 3가지. '쉽고 빠른 설치', '따로 배울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익숙한 사용자환경(UI)',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 지원'이다.
쉽고 빠른 설치부터 얘기해보자. 크롬캐스트를 사용하려면 TV 또는 모니터(당연한가…)와 무선공유기(AP)가 필요하다. 이를 구비한 후 TV, 모니터의 뒷면 HDMI 단자에 크롬캐스트를 꽂으면 제품을 사용할 모든 준비가 끝난다. 정말로 이게 끝이다. 가끔 HDMI에서 나오는 전력이 충분하지 않아 크롬캐스트가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때에는 TV나 모니터의 USB 단자에서 전원을 공급받아야 한다. 크롬캐스트에 동봉된 USB 케이블을 TV나 모니터의 USB 단자에 꽂아주면 된다.
이제 크롬캐스트를 리모콘과 연결해야 한다. 제품 상자 속에 리모콘이 없다고 당황하지 않길 바란다. 크롬캐스트의 리모콘은 '당신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다. 일단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 접속해 크롬캐스트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자. 그 다음 앱에서 알려주는 순서에 맞춰 크롬캐스트와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연동시키자. 연동이 완료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크롬캐스트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 그 다음, 크롬캐스트를 무선공유기에 연결하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난다.
따로 배울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익숙한 사용자환경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iOS의 사용자 환경 그대로 크롬캐스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크롬캐스트는 TV 화면을 보고 제품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조작은 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TV로 큼직하게 보고싶은 동영상 콘텐츠를 고른 후 화면 오른쪽 상단의 '크롬 캐스트로 동영상 감상(Play on)'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크롬캐스트가 클라우드 저장소에서 동영상을 전달받아(스트리밍) TV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버튼을 눌러 스마트폰을 리모콘으로 전환하면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재생은 정지된다. 대신 다른 동영상을 찾을 수 있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음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리모콘이라는 역할에 충실해진다. 큼직한 스마트폰, 태블릿PC 화면을 통해 조작하는 만큼 원하는 장면을 찾는 것도 기존 스마트TV용 리모콘보다 훨씬 편리하다.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을 지원한다는 것은 리모콘 역할을 하는 제품이 많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정확히는 4.2 젤리빈 이상)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스마트 기기뿐만 아니라 PC(윈도), 맥(OS X), 크롬북(크롬OS) 등 컴퓨터에서도 크롬캐스트를 제어할 수 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기를 지원한다는 얘기다. 스마트 기기에서 크롬캐스트를 제어하고 싶다면 유튜브, 구글 플레이 무비, 티빙, 호핀 앱을 14일자 최신 버전으로 설치하면 된다. 컴퓨터에서 크롬캐스트를 조작하고 싶다면 크롬 웹 브라우저를 설치한 후 크롬 앱스토어에서 '구글캐스트 익스텐션'을 추가하면 된다(크롬OS는 기본 포함).
클라우드의 의미
크롬캐스트는 클라우드를 품고 있다. 단순히 클라우드 저장소에서 스트리밍 형태로 영상을 송출해주기 때문에 클라우드를 품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기능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어디까지 감상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연결된 리모콘(스마트폰, 태블릿PC)을 바꾸더라도 이어서 감상할 수 있다(동기화).
당신이 와이파이 미라캐스트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속에 들어 있는 동영상을 감상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전화가 걸려오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등 다른 앱을 실행하면 동영상 감상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함께 TV를 시청하는 가족에겐 좋지 못한 경험이다. 크롬캐스트는 다르다. 당신이 리모콘(스마트폰, 태블릿PC)으로 전화를 받거나, 다른 앱을 실행해도 TV에서 영상은 중단없이 흘러나온다. 리모콘의 화면을 끄거나 전원을 꺼도 동영상은 중단되지 않는다. 가족은 TV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집중하고, 당신은 리모콘으로 딴짓을 해도 된다(클라우드 스트리밍).
그렇다고 크롬캐스트를 미라캐스트처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크롬캐스트는 미라캐스트와 유사한 기능도 품고 있다. 플렉스, 리얼플레이어 클라우드 등 크롬캐스트 송출을 지원하는 동영상 재생 앱을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설치하면 그 속에 들어 있는 동영상을 TV로 보여줄 수 있다. 다만 이때는 미라캐스트처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딴짓을 하면 안된다.
핵심은 동영상 콘텐츠
크롬캐스트의 핵심 기능은 동영상 콘텐츠 감상이다. 스마트TV와 같다. 때문에 동영상 콘텐츠 수급이 매우 중요하다. 구글은 미국, 유럽에 제품을 출시하면서 현지 동영상 콘텐츠 공급자와 계약을 맺고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CJ헬로비전, SK플래닛과 계약을 맺고 티빙과 호핀 서비스를 크롬캐스트로 끌어들였다. CJ E&M에서 제작하거나 공급하는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다시볼 수 있다. SK플래닛이 제공하는 동영상 콘텐츠도 볼 수 있다. 물론 유튜브와 트위치TV에 올라온 다양한 UCC와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구매한 영화도 큼지막한 TV를 통해 거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크롬캐스트는 이제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구글은 크롬캐스트 출시와 함께 크롬캐스트 SDK(개발자도구모음)를 함께 공개했다. 이를 활용하면 어떤 동영상 앱이라도 크롬캐스트를 적용할 수 있다. 곧 거실에 앉아 아프리카TV, 다음팟, 곰플레이어 등이 제공하는 영상을 크롬캐스트를 통해 보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구글 김현유 아시아태평양 크롬캐스트 총괄(상무)은 "많은 대한민국의 콘텐츠 공급자가 자사의 앱에 크롬캐스트 SDK를 적용해 크롬캐스트 사용자들이 보다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활용도는 무궁무진
핵심 기능은 동영상 콘텐츠 감상이지만, 그것만이 기능의 전부는 아니다. 사진, 음악도 TV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다. (국내에서 접속은 불가능하지만) 판도라같은 앱을 사용하면 음악을 TV나 TV에 연결된 다채널 스피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크롬 웹 브라우저 미러링도 가능하다. 윈도, OS X, 크롬OS에 설치된 크롬 웹 브라우저로 크롬캐스트에 접속하면 TV 화면에 크롬 웹 브라우저 화면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를 통해 큼지막한 TV로 웹 서핑을 할 수 있다. 다만 구글의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화면을 전송하는 것인 만큼 화질이 유선으로 연결하는 것만은 못하다. 글씨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크롬캐스트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수도 있다. 방법도 쉽다. 구글독스, 오피스닷컴 등 오피스 웹앱에 프레젠테이션 문서를 올려둔 후 이를 크롬 웹 브라우저 미러링 기능을 통해 보여주면 된다. 김 상무는 "크롬캐스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향후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활용법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뷰를 읽어보면 크롬캐스트는 정말 대단한 기기인 것 같다.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넓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는데, '당신에게 꼭 필요한 기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튜브, 티빙, 호핀 등은 스마트TV나 PC를 활용해 얼마든지 대화면으로 볼 수 있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속 동영상은 MHL 케이블을 이용해 감상하면 된다.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기자에게 크롬캐스트를 구매할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겠다. 크롬 웹 브라우저 미러링처럼 흥미로운 기능을 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5만 원에 불과하지 않은가. MHL 케이블도 2만~3만 원 정도인 세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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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