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만 좋다면, 죽은 것도 살릴 수 있다"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
스마트스터디를 다시 찾았다. 지난 3월 29일 작성한 인터뷰 기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말하는 애플 맥 프로 2013'를 기억하는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맥 프로 2013을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보고자 인터뷰했던 기사였다. 당시 인터뷰를 마치고 조만간 다시 한번 방문하자고 다짐했다. 스마트스터디라는 회사가 (다른 일반적인 회사와는 다르게) 어딘가 재미있다고 느꼈기 때문. 참 자유분방했다.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벤처기업을 방문할 때 느꼈던, 그런 기분이랄까.
스마트스터디는 자사를 이렇게 소개한다. "로켓도 아니고 멋진 리무진도 아니지만, 옆 사람과 소란스럽게 떠들며 목적지를 향해 덜컹거리며 가는 미니 버스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직원은 '구성원'이라고 말한다. 서로 부르는 호칭도 당황스럽다. 처음 직원들이 누군가를 '족장'이라고 부르길래, 기자는 별명인 줄 알았다. 그런데, 대표더라. 족장이라는 호칭의 주인공이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였다. CCO는 '총사령관'이라 부르고, 서비스/유료화 기획 및 운영 담당자는 '돈독'이라고 부른다. …적절하지 않은가.
이에 IT동아가 스마스터디 김민석 대표(이하 김 대표)를 직접 만났다.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그와, 1시간이 넘도록 진행한 인터뷰에서 느낀 감정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에 있는 그대로 인터뷰 내용을 옮긴다.
게임 개발자가 스마트스터디 대표로
IT동아: 김 대표님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게임 개발부터 시작해 마케팅 사업부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좀 자세히 듣고 싶다.
김 대표 : 지난 2000년에 넥슨에 입사했다. 당시 연세대학교에 정보특기자로 입학해 화학공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넥슨에서 개발팀에서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넥슨 입사 전부터 주변 지인들과 함께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마침 넥슨과 연이 닿아 일부분 지원을 받으면서 진행했다. 처음 담당한 프로젝트는 약 2년 동안 준비하다가… 사라졌다.
그렇게 개발팀에서 4년 정도 일하다가 사업개발팀 프로젝트 매니저, 마케팅 부서로 옮겨 업무를 담당했다. 주요 업무는 퍼블리싱이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중소 개발사를 만나며 어떤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지, 어떤 콘텐츠를 준비 중인지 알아보고 이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여러 개발사들과 만나며 인연을 쌓았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가 2007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NHN으로 옮겼다. NHN에는 캐쥬얼게임 서비스기획팀 파트장으로 입사했는데, 당시 한게임에서 캐쥬얼 게임을 자사 포털 서비스에 올리는 것을 담당했다.
IT동아: 게임을 개발하고, 중소 게임의 게임을 살펴보며 지원을 담당하던 일이 지금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김 대표 : 2008년에 삼성출판사로 옮겼다. 당시 삼성출판사는 오프라인 영어 학원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음… 영어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사용하는 교재와 교구 등을 삼성출판사가 직접 개발하고, 전국의 영어 학원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이 업무와 게임 개발, 퍼블리싱 등의 경험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연관이 있다.
게임 개발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다. 평균 괜찮은 게임을 준비하고, 개발하며, 실제 시장에 내놓기까지 약 3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하지만, 퍼블리싱은 1년에도 여러 개의 게임, 콘텐츠 등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 영어 학원을 위한 교재와 교구 개발은 게임 개발 과정과 비슷하고, 전국의 영어 학원으로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것은 퍼블리싱 업무와 비슷했다. 각각 그 안에서 다루는 내용은 다를지언정 기본적인 틀은 같다는 뜻이다.
그렇게 삼성출판사의 업무를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에 삼성출판사에서 사용하는 영어 교육 관련 교재와 교구를 사용하는 영어학원이 약 800개 정도에 이른다.
유아를 위한 교재도 개발했다. 출판사가 유아용 교육 교재 및 교구까지 만들었던 것은 국내에서 최초였다. 지난 2009년,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PC에 맞도록 옮기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 역시 국내에서 최초였다. 만만찮더라. 단순히 책의 내용을 PC로 옮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 속의 내용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개발해야 하는지 등 처음부터 새로 개발해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하나의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IT동아: 맞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콘텐츠는 동일할지언정 어떤 환경에서 해당 콘텐츠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분명 사용하는 방식이나 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는가. 스마트폰 출시 이후 그토록 사용자 경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강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 온라인 쇼핑몰 삼성북스 개편 과정에도 관여해 지금 형태로 바꿨다(http://www.ssbooks.com/). 사용자에게 책의 내용과 품질 등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설명 페이지를 하나하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쁘게, 패셔너블하게 만들었다(웃음). 심지어 이 책은 모서리 부분이 조금 날카롭다. 처음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 이런 내용까지 담았다. 일반적인 책의 서평 정도가 아니라… 요즘 오픈마켓에서 제품을 구매하려고 클릭하면 어떤가. 엄청난 스크롤의 압박이 나타나지 않는가. 그렇게 만들었다.
책을 기획하고 제작한 편집자들을 배제하고, 정말 책을 읽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만들었다. 기존의 방식은 철저히 배제했다. 나중에는 삼성북스의 내용을 오픈마켓에서 알아서 퍼가더라.
모바일 시대, 콘텐츠의 품질이 최우선이다
IT동아: 2013년 기준 스마트스터디의 총 매출은 80억 원에 이른다. 지금의 스마트스터디를 설립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 대표 : 삼성북스 개편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이었다. 애플이 국내에 아이폰3Gs를 출시했다. 그게 2009년 말이다. 엄청난 이슈였다. 바로 모바일 콘텐츠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어 삼성출판사 내부에 모바일 대응팀을 꾸렸다. 그리고 고민했다. 모바일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지 말이다.
2010년 3월에 대응팀을 만들고, 6월에 스마트스터디를 설립했다. 초기에는 순수하게 개발자들만 모여서 설립했다. 이 때 과거 게임을 개발했던 지인들이 다시 뭉쳤다. 지인들도 이제 게임이 아닌 다른 것을 만들어 보자는 의지가 강했다. 뭐 있나. 그리고 수많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유아 교육용 콘텐츠였다.
삼성출판사가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콘텐츠 중 영어 교재가 큰 도움이 됐다. 삼성출판사의 영어 교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펜인데, 이 펜이 재미있다. 책의 어떤 부분을 누르면, 소리가 나거나 불빛이 반짝인다. 이걸 모바일로 옮기는 과정부터 생각했다. 터치 인터페이스에 꼭 맞는 교재와 교구 아닌가. 그리고 삼성출판사의 콘텐츠는 이미 관련 시장에서 검증을 거쳤기에 자신하고 있었다(웃음).
IT동아: 콘텐츠….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과거 PC 시대보다 더 많은 정보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콘텐츠가 중요하다. 불필요한 정보가 아닌 핵심 내용을 담은 콘텐츠는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인지라… 요즘 더욱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김 대표 : 맞다. 콘텐츠가 중요하다. 아, 참고로 스마트스터디의 전체 매출 중 약 70%가 교육 부문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 시장만 보고 있지 않다. 현재 스마트스터디는 교육,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총 4개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꼭 교육 부문에 묶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콘텐츠가 좋다면, 어떤 것이든 성공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크게 본다면, 콘텐츠 기반 산업을 꿈꾼다.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사용자에게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가. 이걸 고민하고 있다.
과거 게임 개발,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경험하고 배웠던 선진 기법을 다른 시장에서 시도해보고 싶었다. 현재 여러 서비스 구조는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면서 제대로 포장하고 서비스하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그걸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모바일 시장에 맞도록 말이다.
IT동아: 재미있다. 아, 그러고 보니 인터뷰 오기 전 스마트스터디를 잠깐 조사했었다. 와중에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드라군' 등으로 유명한 김성모 작가의 콘텐츠를 스마트스터디가 모바일 앱으로 선보였더라(웃음).
김 대표 : 콘텐츠만 좋다면, 다시 살릴 수 있다고 느낀 대표적인 계기가 김성모 작가의 콘텐츠였다. 처음 김성모 작가의 수많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런데, 무료의 비중을 상당히 늘렸다. 10권짜리 만화를 1, 2권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8, 9권까지 무료로 제공했다. 그리고 마지막 10권만 유료로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결과는 상상이상이었다. 정확한 규모를 밝히기 어렵지만, 김성모 작가는 우리를 포함해 여러 곳과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그런데, 스마트스터디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다른 곳 모두를 더한 곳과 비슷하다(웃음).
IT동아: 그것 참….
김 대표 :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먼저, 모바일 환경에 맞춰 서비스를 쉽게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이들이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이건 당연한 이치다. 아이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떻게 콘텐츠가 접근하는지 등을 파악했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에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동영상을 알아서 검색한다. (11살 아들을 둔 기자는 고개를 수번 끄덕거렸다) 그런데, 같은 콘텐츠를 우리도 제공한다. 물론, 해당 업체와 제휴를 통해 제공한다.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있고, 유료로 제공하는 것도 있다. 결론만 얘기하면,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우리 앱을 이용하면서 유료로 감상한다.
이유는 간단하지 않은가.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 직관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콘텐츠 품질도 당연히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 좋고 말이다. 요즘은 자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고 생각 중이다. 이제 스마트스터디 전 직원 50명 중 15명은 개발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하는 분들이다. 음악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준비 중이다. 이미 스마트앤미디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회사의 규칙은 직원이 스스로 만든다
IT동아: 음… 스마트스터디를 처음 접했던 느낌이 신선했던 이유가 바로 콘텐츠 중심 문화 때문이었나 보다. 콘텐츠 중심 즉,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하고자 노력하는 것 말이다.
김 대표 : 하하. 처음 스마트스터디를 설립하면서 고리타분한 기존 일반적인 회사의 틀을 깨고 싶었다. 회사는 이래야 하고, 어떤 조직 체계를 맞추고 있고, 1년에 연차는 며칠이고…. 전부다 없애고 싶었다. 참고로, 현재 스마트스터디의 휴가 제도는 무제한이다. 재택근무도 마음껏 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더 자신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설립한 뒤 약 2년 정도 이 제도를 시행했다. 아마 당시 전 직원은 10명 정도였을 때다.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면서 차츰 직원 수가 늘어나 30명 정도 되었을 때다. 인원이 늘어나니, 연차가 무제한이라는 취지를 설명하기 어렵더라. 오히려 연차를 사용하지 않는 직원이 생겼다. 그래서 바꿨다. 방금 입사한 신입 직원도 연차 30일을 제공했다. 그런데, 이번엔 직원들이 연말이 되면 연차를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압박감이랄까(웃음). 다시 바꿨다. 지금의 제도로 말이다.
IT동아: 어떤 규칙이건, 어떤 제도건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나. 아, 물론 현재 스마트스터디의 직원들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오해하지 말라(웃음).
김 대표 : 이렇게 생각한다. 일은, 일이라는 것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회사는 자본과 공간을 내주는 하나의 협업체라고 생각한다. 각종 규제와 규칙이 있다고 능률이 오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은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장실도 없다. 내 자리는 직원들 사이에 놓여 있다. 아니, 사장실이 없다기 보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 아닌가.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다만, 스마트스터디는 지금까지 이렇게 성장했고 앞으로도 성장할 기업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다.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말미에 이르러 여러 얘기를 스스럼없이 나눌 정도로, 그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스마트스터디를 나오는 등 뒤로 들린 김 대표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인터뷰 있다고 그래서 핑크색 티셔츠 입었어.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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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