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용량 2배, 속도도 2배? 씨게이트 백업플러스 외장하드
외장하드는 휴대용 저장장치 중에서도 가장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 매력으로, 용량의 한계가 분명한 USB메모리나 클라우드 저장소 서비스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용자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사실 외장하드의 내부 구조는 단순히 SATA 인터페이스 기반의 일반 HDD에 휴대용으로 쓸 수 있는 USB 인터페이스를 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용량 외에는 제품 간의 차이가 그다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제조사들이 좀 더 차별화된 외장하드를 선보이려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기존의 USB 2.0 보다 속도가 빨라진 USB 3.0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보다 슬림한 두께를 갖췄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리고 각종 전용 소프트웨어를 지원해 백업의 편의성 역시 향상되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 면에서는 그다지 차별화를 할 수가 없었다. 현재 시중에 팔리는 대부분의 휴대용 외장하드가 USB 3.0 인터페이스와 5,400RPM 회전속도의 2.5인치 HDD를 기반으로 제조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런 와중에 씨게이트에서 2014년형 2.5인치급 외장하드 2종을 출시했다. 고용량과 슬림한 두께를 함께 갖췄다는 '백업플러스 슬림(Backup Plus Slim)', 그리고 2개의 HDD를 하나의 드라이브로 묶어 속도까지 향상시켰다는 '백업플러스 패스트(Backup Plus Fast)'를 출시했다. 여러 면에서 기존 외장하드와 차별화를 했다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2TB 고용량과 12.1mm 슬림함 강조한 백업플러스 슬림
씨게이트의 백업플러스 슬림은 블랙과 실버, 레드 및 블루의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저장 용량은 모델에 따라 500GB와 1TB, 그리고 2TB의 3가지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제품의 모양은 크게 눈에 띄지 않으나 두께가 상당히 얇은 것(12.1mm)에 주목할 만하다. 씨게이트측의 이야기에 따르면, 시중에 팔리는 2TB 용량 제품 중에 가장 얇다고 한다.
2개의 HDD 내장해 4TB 구현한 백업플러스 패스트
반면,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요즘 나오는 외장하드 치고는 대단히 두껍다. 제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제품 두께가 22.35mm인데, 이는 백업플러스 슬림의 2배에 달한다. 제품의 컬러는 블랙, 용량도 4TB 한 종류 뿐이다. 아무리 용량이 크더라도 이렇게 두껍다면 의아하게 생각할 사용자가 제법 있을 것 같은데, 이는 백업플러스 패스트의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백업플러스 패스트가 다소 두꺼운 이유는 일반적인 외장하드와 달리, 내부에 2개의 HDD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2TB HDD 2개를 합쳐 단순히 용량을 키우기 위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RAID(Redundant Array of Inexpensive Disk) 구조를 실현해 속도를 향상 시키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RAID는 복수의 HDD를 조합해 속도나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로, 일반적으로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용 HDD에서 주로 쓴다. 외장하드에서 RAID 구조를 도입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2배의 속도 구현하는 RAID0 구성, 외장하드로선 이례적
2대의 HDD로 구성할 수 있는 RAID 모드는 속도 향상을 위한 RAID0 모드, 그리고 안정성 만을 추구하는 RAID1 모드가 대표적이다. RAID0에선 2개의 HDD에 하나의 데이터를 둘로 쪼개 각각의 HDD에 절반씩 저장한다. 이렇게 하면 1대의 HDD만 쓸 때에 비해 데이터를 쓰거나 읽는 과정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이론 상 2배의 속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백업플러스 패스트의 내부는 이러한 RAID0 모드로 구성되었다.
참고로 이와 달리 RAID1은 2개의 HDD에 모두 온전한 데이터를 동일하게 저장하는 것으로, 두 HDD 중 하나가 고장 나도 나머지 HDD에 온전하게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으므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 대신 이렇게 하면 쓸 수 있는 용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2TB HDD 2개를 RAID1으로 묶으면 저장 가능한 용량은 4TB가 아닌 2TB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속도 면에서도 어느 정도 손해를 본다.
그렇다면 2개의 HDD에 절반씩 데이터를 쪼개 저장하는 RAID0는? 당연히 속도 면에선 가장 우수하고 용량의 손해도 없지만, 두 HDD 중에 1개만 고장 나도 전체 데이터를 못쓰게 되기 때문에 안정성 면에선 가장 불리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쓰지 않고는 HDD의 속도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HDD 업계의 대표 기업 중 한 곳인 씨게이트 다운 과감한 선택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의 몫이다.
안정적인 전원 공급 위한 Y자 케이블도 추가 제공
두께를 제외하면 두 제품의 디자인은 거의 같다. 제품 정면의 좌측 상단 표면에 상태 표시용 LED가 달려있는데, 발광부가 매우 얇기 때문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선 이것이 LED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나름의 개성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두 제품 모두 외부 연결 인터페이스는 USB 3.0이다. 백업플러스 슬림의 경우, 1자형 USB 케이블 1개만 들어있지만,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이 외에도 2개의 USB 포트에 꽂아 이용하는 Y자형 케이블도 추가로 들어있다.
2개의 HDD가 들어있으니 좀 더 안정적인 전원 공급이 필요해 이런 설계를 한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1개의 USB 포트에만 꽂는 1자형 케이블로도 백업플러스 패스트가 문제 없이 구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시중에 팔리는 PC 중에는 전원부가 부실한 경우도 가끔 있으니 좀 더 안정적으로 쓰고자 한다면 Y자 케이블을 추천한다.
자동 백업, 모바일 백업 기능도 지원하는 전용 소프트웨어 제공
씨게이트 백업플러스 플러스와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하드웨어 외에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여느 저가형 외장하드에 비해 유리한 면이 있다. 씨게이트 외장하드 이용자를 위해 제공되는 씨게이트 대시보드(Seagate Dashboard)가 바로 그것으로, 다양한 자동 백업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PC, 혹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기기에 있는 데이터(사진, 동영상, 음악, 주소록 등)를 외장하드로 자동 백업할 수 있다.
씨게이트 대시보드가 설치된 PC에 외장하드를 꽂으면 자동 백업이 되도록 설정이 가능하며, 모바일 기기의 데이터를 백업하려면 해당 기기에 씨게이트 백업 앱(안드로이드, iOS 지원)을 설치해야 한다. 모바일 백업의 경우, 외장하드가 연결된 PC와 모바일기기가 같은 와이파이로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일반 파일 외에 SNS(페이스북, 플리커, 유튜브)에 올린 파일도 자동 백업이 가능한 점도 눈에 띈다. 사실 이용자들이 그냥 단순히 이동용 저장장치로만 외장하드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기왕 돈을 주고 샀으니 이런 부가 기능도 한 번 이용해 볼만 하다.
벤치마크 프로그램 이용한 성능 측정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다음은 성능을 시험해볼 차례다. 특히 2개의 HDD로 RAID0을 구현한 백업플러스 패스트의 성능이 제법 기대된다. 테스트해본 제품은 씨게이트의 백업플러스 슬림 1TB 제품과 백업플러스 패스트 4TB 제품이며,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필자가 기존에 이용하던 ADATA의 USB 3.0 기반 외장하드인 NH13(750GB) 제품을 테스트 목록에 추가했다. 테스트에 이용한 PC는 USB 3.0 포트를 갖춘 H87 칩셋 기반 메인보드를 탑재했다.
우선, 저장장치의 수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 HD Tune 프로그램을 이용, 데이터전송속도를 측정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같은 테스트를 3번 실시, 가장 평균적인 수치를 찾아내 결과에 반영했다.
테스트 결과, 백업플러스 슬림은 기존의 외장하드와 거의 비슷한 평균 85.7MS/s, 최대 114.4MB/s 의 전송 속도를 기록했다. 하드웨어 사양이 유사하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비교 제품의 2배에 달하는 평균 163.5MB/s, 최대 227.7MB/s의 빠른 전송 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RAID0로 내부를 구성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파일 복사 속도 측정
하지만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측정한 수치적인 성능과 실제 성능은 다를 수 있다. 다음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성능을 가늠해봤다. 외장하드 내에 저장된 합계 14GB 가량의 882개의 사진 파일을 다른 폴더로 복사, 작업이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씨게이트의 백업플러스 제품군이 기본 제품에 비해 빠르게 복사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특히 백업플러스 슬림은 기존 제품보다 약간 빠른 정도였지만, 백업플러스 패스트의 경우, 비교 제품에 비해 2분 이상 빠르게 작업을 마쳐 확실히 RAID0의 구성이 성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과감한 차별화 눈에 띄는 제품
씨게이트의 신형 외장하드인 백업플러스 시리즈는 여러모로 기존 외장하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했다. 특히 백업플러스 패스트의 경우, 2개의 HDD를 RAID0 구성으로 묶는 과감한 시도로 확실한 성능적 이점을 가지게 된 점이 흥미롭다. 백업플러스 슬림의 경우, 하드웨어적으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지만, 고용량과 슬림함을 조화시킴과 동시에 충실한 소프트웨어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가치를 둘만하다.
2014년 4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백업플러스 슬림의 2TB 모델은 19만원, 백업플러스 패스트의 4TB 모델은 40만원 남짓에 팔리고 있다. 최근 저렴한 1TB 이하의 제품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 백업플러스 패스트가 좀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현재 시중에 팔리는 2.5인치 크기의 휴대용 외장하드 중 4TB 용량의 제품은 이 제품이 거의 유일하며, RAID0 구성으로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으니 이 정도 가격은 납득 할만하다. 다만, RAID0 구성의 HDD는 제품 파손 시 일반 HDD에 비해 데이터 복구가 어렵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장기간 사용 시에도 씨게이트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품질을 유지해주길 바랄 뿐이다.
-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