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성능 '뻥튀기' 해준다는 AMD 맨틀, 실제로 써보니
CPU나 그래픽카드와 같은 부품, 혹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탑과 같은 PC의 성능을 소개하고자 할 때 꼭 들어가는 것이 게임 구동 능력 테스트다. 해당 시스템의 실제 성능을 체감하는데 게임 만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 성능 테스트라는 것이, 일단 게임을 구동해서 특정 구간의 초당 평균 프레임이 얼마나 나오는 지를 측정하는 것인데, 사실 요즘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하드웨어라면 평균 프레임이 거의 같거나 고작 몇 프레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하드웨어 업체들의 기술력이 거의 상향 평준화 된 탓도 있고 게임의 구동 기반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X(DirectX)'로 거의 통일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이렉트X는 1995년에 처음 나온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다. API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이에 쓰이는 언어나 규칙을 규정한 함수의 모음으로, 2014년 현재 출시되는 PC 게임은 대부분 다이렉트X 규격에 맞게 개발, 구동 된다.
다이렉트 X를 대체하고자 하는 새로운 API, AMD 맨틀
요즘 AMD는 이런 흐름을 살짝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 같다. AMD는 작년 하반기에 최신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인 라데온 R7 시리즈와 라데온 R9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다이렉트X의 최신 버전인 다이렉트X 11.2 외에 AMD의 독자 API인 '맨틀(Mantle)' 까지 지원하는 것을 강조한다. 맨틀은 GCN(Graphics Core Next) 아키텍처(architecture, 기반 기술)가 적용된 AMD의 하드웨어를 위한 새로운 API다. 최신작인 라데온 R7 시리즈와 라데온 R9 시리즈 외에 2012년 출시된 라데온 HD 7000 시리즈를 포함하며, AMD의 CPU+GPU 통합칩인 '카베리' 신형 APU도 GCN 아키텍처가 적용되어 맨틀을 쓸 수 있다.
AMD의 설명에 따르면, 맨틀은 기존의 다이렉트X에 비해 그래픽 구동 성능이 향상되었고, 게임 개발자들 역시 한층 간편하게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이야기 하자면 맨틀을 지원하는 게임은 AMD의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탑재된 시스템에서 한층 나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AMD의 라데온 시리즈는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에 비해 게임 최적화 부분에서 다소 불리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AMD 전용의 API인 맨틀 기반의 게임이 늘어난다면 앞으로는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맨틀, 정말로 성능이 향상되나?
아직 맨틀의 성능을 체험할 만한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정말로 유용한 기술이라는 것이 증명만 된다면야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2014년 3월 현재 시점에서 맨틀 기술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성능을 체험해봤다. 테스트 시스템은 코어 i7-4770 CPU에 DDR3 8GB 메모리, 그리고 맨틀을 지원하는 AMD의 라데온 R9 290 그래픽카드를 갖춘 윈도7 64비트 기반 PC다.
우선 시스템의 그래픽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Star Swarm Benchmark'를 이용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은 옵션에서 다이렉트X 모드와 맨틀 모드를 선택해 구동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맨틀을 지원하는 라데온 그래픽카드, 혹은 카베리 APU가 달려있지 않은 PC에선 맨틀 모드는 구동 되지 않는다.
테스트 결과, 맨틀 모드에선 평균 54.35 프레임, 다이렉트X 모드에선 평균 39.09 프레임을 기록했다. 같은 하드웨어 조건인데도 맨틀의 적용 여부가 상당한 성능 차이를 발생 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성능 차이라면 대략 10만원 정도 더 비싼 그래픽카드를 달았을 때의 경우와 유사하다.
실제 게임에 적용된 맨틀, 테스트 해보니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어디 까지나 수치적 성능을 측정하는 것이라 실제 성능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다음은 직접 게임을 구동하며 성능을 측정했다. 우선 '배틀필드4(Battlefield 4)'를 실행해 다이렉트X 모드와 맨틀 모드에서 초반 20여분 정도의 평균 프레임을 각각 측정했다.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 그래픽 옵션은 '최고'에 맞췄다.
테스트 결과, 다이렉트X 모드에서는 평균 60프레임 남짓, 맨틀 모드에서는 평균 70프레임 남짓으로 측정 되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처럼 극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맨틀의 적용이 실제 게임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낸다는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최신작인 '씨프(Thief)'를 구동해 보며 맨틀의 유용성에 대해 가늠해봤다.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 그래픽 옵션은 '매우 높음'에 맞추고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벤치마크 기능을 이용해 성능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다이렉트X 모드에서 평균 50프레임 남짓을 기록하던 것이 맨틀 모드에선 거의 70프레임 수준까지 성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배틀필드4에 비하면 상당히 큰 차이다. 참고로 이 게임은 맨틀 뿐 아니라 라데온 R7 및 R9에 포함된 입체 음향 기술인 트루오디오(TrueAudio) 까지 지원하는 타이틀이다(업데이트 패치 필요). 개발 과정에서 AMD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기술 협력을 받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성능 향상 효과는 확인, 남은 과제는 시장의 호응도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AMD의 새로운 API인 맨틀이 다이렉트X에 비해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향후 맨틀 기반의 게임이 다수 등장한다면 이는 AMD의 그래픽카드와 APU의 보급에 큰 호재가 될 것이다. 다만 2014년 3월 현재, 맨틀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게임은 배틀필드4와 시프 정도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AMD도 이런 상황은 잘 알고 있는지 현재 클라우드 임페리엄 게임즈, 스퀘어에닉스, 옥사이드 게임즈 등의 업체에서 맨틀 기반의 게임을 개발 중이며, ‘크라이 엔진’으로 유명한 크라이텍도 맨틀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맨틀이 다이렉트X 못지 않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그들은 강조하고 있다. AMD의 이러한 적극적인 구애에 시장이 얼마나 응해 줄 것인 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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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