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김준환 팀장 "스마트TV, '스마트'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19세기 말 처음 등장한 텔레비전(이하 TV)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발전해 가장 대중적인 정보 전달 기기로 자리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HD, 풀HD, UHD 등 화질은 꾸준히 발달했으며, 채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방송국(콘텐츠 생산자)에서 단방향 정보를 전달하고 시청자는 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근본적인 형태는 거의 변함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TV를 '바보상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랬던 TV가 변화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PC와 인터넷의 대중화는 TV의 정보 전달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 대표적인 것이 '케이블TV', 'IPTV', '스마트TV'다. 이 TV들은 (단방향 정보 수신이 아닌) 양방향 정보 송수신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것이 VOD 서비스. 케이블TV와 IPTV 이용자는 원하는 VOD를 언제든지 시청할 수 있다. 스마트TV는 어떤가. VOD 서비스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TV에 앱을 설치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단다. TV는 그렇게 발전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변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아니, 스마트TV로의 변화가 생각보다 더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현재 케이블TV와 IPTV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스마트TV는 답보 상태다. 이에 대해 CJ헬로비전 방송사업팀 김준환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첫걸음일 뿐이다”라고.
스마트TV, 사용자들이 바라는 '스마트TV'는?
IT동아: 스마트TV,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마트TV는 '인터넷을 연결해 스마트폰처럼 사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TV'라고 인식한다. 그런데, 최근 기자는 스마트TV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기술적인 의미의 스마트TV는 앞서 언급한 개념이 맞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지금 이를 원하는지 궁금하다. 키보드 모양의 리모컨이라니. 사용자들이 과연 이걸 원할까.
김준환 팀장 (이하 김 팀장): 현재 1차로 구현한 '스마트TV'를 '우리가 지향하고 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철학의 스마트TV인가?'라고 생각하면, 사실은… 이제 첫 걸음을 땐 단계라고 생각한다. 전에도 한번 말한 적 있지만, 우리는 스마트TV 앞에 붙은 '스마트'를 이렇게 생각한다. 'TV를 얼마만큼 더, 본원적으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기술적인 의미의 스마트TV가 아닌,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TV가 스마트TV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술적으로 (TV를) 스마트화시킨다는 의미도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TV에 바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HD, UHD처럼 최고의 화질로 보기를 원하며, 최고의 음질로 듣는 것을 원한다. TV를 시청하는 가장 본연적인 의미다. 하지만, 현재는 사용자들이 이를 구현하기 위해 스스로,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UHD 화질로 보고 5.1 채널 사운드 등으로 듣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지 않은가. 이런 부분들도 사용자의 성향에 맞게, 콘텐츠의 속성에 맞게 바꿔주는 것도 스마트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IT동아: 김 팀장님이 생각하는 '스마트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 자세히 듣고 싶다.
김 팀장: 사용자들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스마트하게 콘텐츠를 찾게 해줄래?'라고. 사용자들은 능동적으로 찾기를 희망한다. 이를 사용자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자, TV 채널을 바꾸기 위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누르는 버튼은 '+', '-'버튼이다. 이걸로 왔다갔다 한다(웃음). 왜 채널을 그렇게 수시로 바꾸겠는가. 수많은 채널이 있지만, 원하는 채널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습관의 패턴이며, 이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 '이전 버튼'이다. 리모컨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버튼 중 하나다. 이전 버튼을 이용해 2개 채널을 놓고 왔다갔다 하면서 시청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한가지를 더 준비했다. 우리는 '최근 시청'이라는 히스토리를 제공한다. 약 20개까지 저장하는 채널 목록이다. 이 안에 숨겨 놓은 로직이 있다. 사용자가 채널을 돌리는 과정을 통해 '과연 이 사용자가 이 채널을 지나가고 있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을 파악한다. 연구를 했고, 실제 테스트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채널에 머무는 시간이 약 15초 정도일 경우 그 채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IT동아: 정리하자면, 사용자들이 TV를 보면서 바꾸는 채널에 대해 패턴을 조사하고, 각 사용자가 관심을 보이는 채널을 기록해 남긴다는 뜻인가.
김 팀장: 맞다. 사용자가 이전에 지나간 채널을 단순히 순서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최근 시청은 각 사용자가 관심을 보인 채널을 조사해 알려주는 히스토리다. 이를 셋톱박스 내 기록에 남겨 놓는다. 자동으로 기억한다.
IT동아: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그런데, 가끔 바로 다음 채널로 옮기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은가.
김 팀장: 맞다. 최근 시청은 '이전 버튼'처럼 누를 경우 바로 이동하는 기능이 아니다. TV 화면에 사용자가 관심을 보인 20개 채널의 목록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중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다. VOD도 여기에 적용한다. 채널뿐만 아니라 VOD도 적용해 보여준다. 사용자가 행한 패턴 분석이다. 이같은 구현을 스마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의 습관에 기반한 자연스러움, 그게 스마트다
IT동아: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 맞다. 그런 것이 필요하다.
김 팀장: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사용자 인터페이스 즉, UI의 중요성이 상당히 부각됐다. TV도 스마트폰처럼 몇 가지 UI가 있는데,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화면을 구성하는 스크린UI, 리모컨을 조절하는 리모컨UI, 그리고 퍼포먼스의 뒷받침이 필요한 성능적 UI다.
2005년인가 2006년쯤에 선보였던 서비스가 있다. 방송편성표(EPG)를 단순히 글자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채널의 실시간 영상을 스냅샷처럼 보여줬다. 반응은 상당이 좋았다. 단순히 글자로만 보는 채널 정보가 아니라, 영상을 보면서 지금 이 채널은 뉴스인지, 연예 프로그램인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직관적이지 않은가.
그 때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성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인터페이스였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다. 셋톱박스의 성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최근 시청처럼 한 화면에 총 20개의 화면을 스냅샷처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시청 점유율 정보도 있다.
IT동아: 실시간 시청 점유율?
김 팀장: 지금 방송 채널 수는 어떤가. 과거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늘어난 채널은 상당하다. 사용자가 '난 이 채널을 봐야 해'라고 TV 앞에 앉는 경우가 아니라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원하는 채널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실시간 시청 점유율은 여기서 시작한 서비스다.
티빙에 적용했던 것을 TV로 가져온 것인데, 지금 현재 '헬로TV'에서 가장 많이 보는 채널을 실시간 순위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와 비슷하다. 많은 사람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상당히 중요하다. 또 하나의 선택지를 늘린 셈이다.
이러한 서비스가 긍정인 효과인지, 부정적인 효과인지 아직 파악할 수는 없다. 사용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더라. 티빙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LOL인데, LOL이 1위일 경우 이리로 더 많은 사용자가 유입된다. 그래서 실시간 시청 점유율이라고 표현한다. 시청률이 아니라.
IT동아: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김 팀장: 고민하고 있다. TV의 실시간 시청 점유율, 티빙과 같은 온라인의 실시간 시청 점유율, 소셜 지수 등 다양한 채널의 실시간 시청 점유율을 조합해 통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또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용자의 기본적인 통계 즉, 성별이나 나이 정도를 파악한다(사용자의 동의 하에). 이 같은 데이터를 통해 조금 더 객관적인 통계를 산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스마트는 사용자의 습관에 기반한 자연스러움이다. 있을 법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것, 이게 중요하다. 기본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사용자가 바라는 것을 찾아 나간다. 이것이 헬로티비가 지향하는 스마트TV다.
글쎄… 시간이 좀더 흐른 뒤의 스마트TV는 이렇지 않을까. 집에 들어가면, TV가 나를 인식해 “환영합니다. 김준환님. 어제 마지막으로 시청하시던 채널은 11번이었고, 퍼시픽림 VOD를 중간까지 시청하셨습니다. 매일 이 시간에 보시던 프로그램은 9시 뉴스이구요. 어느 채널을 보여 드릴까요?”라고 말이다(웃음).
셋톱박스 기반 스마트TV, 언제까지?
IT동아: 며칠 전에 소개했던 '헬로tv 스마트' 서비스가 생각난다. 이는 셋톱박스에 기반한 스마트 서비스다. 셋톱박스… 사람들이 정말 얼마나 구매할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말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결국 셋톱박스는 없어져야 할 것 같은데.
김 팀장: 맞다. 중요하다. 셋톱박스가 언제까지 필요할까. 우리도 고민 중이다. 가전 제조사들은 이미 셋톱박스를 내부에 탑재한 TV를 선보이고 있고…. 스마트폰도 있다. 향후 시간이 흐르면 스마트폰 자체가 셋톱박스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스마트폰이 유료 채널을 전부다 대체할 수 있는 셋톱박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직은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아까 퍼포먼스UI 즉, 성능적인 측면을 얘기했다. 성능이라는 것은 기기의 성능을 말할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 대한 연결성도 포함해야 한다. 현재 방송 시스템은 아직까지 무언가를 꽂아야 하는, 그래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TV 뒷면을 보면 꽂는 게 참 많다(웃음).
셋톱박스는 상당 기간 필요할 것이다. 언젠가는 필요 없어지는 시점이 오겠지만, 글쎄,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셋톱박스는 단순히 방송 신호를 받아 TV로 송출하는 용도로만 사용되지도 않는다. 홈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준환 팀장과의 인터뷰는, 스마트TV를 대하는 그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셋톱박스 기반의 스마트TV 플랫폼뿐만 아니라, 구글 크롬캐스트와 같은 스틱형 플랫폼, 스마트폰을 미디어 허브로 이용하는 미래의 이야기까지 말은 길게 이어졌다.
그가 생각하는 스마트TV, 아니 스마트는 하나였다. 사용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스마트폰이든, 스마트TV든, 셋톱박스이든…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기술은 자연스럽게 발전한다. 수많은 기술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이중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찾고, 그것을 최대한 쉽고 편리하게 제공한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사용자의 습관에 기반한 자연스러움. 있을 법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것이 스마트다"라는 그의 말에 동감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