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2014] Df를 제대로 쓰기 위한 8가지 조언
지난 13일, 일본 최대 규모의 카메라 영상 관련 행사 'CP+2014'가 요코하마 PACIFICO 전시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오는 16일까지 4일간 열리며 니콘, 캐논, 소니, 올림푸스, 파나소닉, 후지필름 등 유수의 일본 카메라 업체를 포함해 약 114개 업체가 참여한다.
니콘의 CP+2014 주요 홍보 제품은 무엇일까? 바로 니콘 'Df'다. Df는 언뜻 보기에 필름 카메라를 닮았지만 사실 Df는 니콘이 4년간의 세월을 들여 디자인한 풀프레임 DSLR이다. 복고풍 디자인이 특징이라 제품 여기저기서 니콘의 오래 전 모델인 FM2, F2, F3 등의 모습이 엿보인다. 중장년층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젊은층에게는 색다른 감성을 전달한다. Df의 목적은 '사진을 찍는 진정한 즐거움'을 전파하는 것.
CP+2014 개막일인 지난 13일, 니콘 부스 메인 스테이지에서 열리는 강연 마지막 세션은 이 Df에 관련된 것이었다. 사진작가 아베 히데유키가 강연을 맡았으며, 강연 주제는 'Df를 최고로 즐기기 위한 8가지 조언'이었다. 그의 강연은 꽤 유명한 편이라 많은 관람객이 스테이지 앞에 몰려들어 누구는 앉고 누구는 서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실제 일본어를 잘 모르는 기자가 듣기에도 '이 사람 말 참 재미있게 하는구나'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관람객들은 그의 말이 끝날 때마다 손뼉을 치며 웃고 공감하기 바빴다.
물론 Df가 없어도 사진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도 강연에 포함되므로 전혀 상관 없다. 그가 전한 'Df를 제대로 쓰기 위한 8가지 조언'은 이렇다.
(1)Df를 처음 사용한다면 '50mm f/1.8G' 단렌즈를 추천한다
니콘의 'AF-S NIKKOR 50mm f/1.8G(Special edition)'은 Df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렌즈다. Df의 감성적인 디자인에 맞춰 은색 띠를 둘렀고, 수동 초점링을 채용했다. 실제 이 렌즈는 Df에 장착했을 때 무척 잘 어울린다. 그뿐 아니라 약 25cm까지 접사가 가능해 다양한 촬영 환경에서 목적에 맞게 쓰기 좋다. 음식, 소품 사진부터 풍경 사진까지. 두루 두루 만능이다.
(2)오래 된 '팬케익 렌즈'를 택한다면 45mm짜리를 고르길
팬케익 렌즈를 끼면 전체적인 몸집이 줄어들기에 카메라를 휴대하기 좋아진다. 그런데 니콘은 최근 팬케익 렌즈를 내놓지 않고 있어 많은 사용자가 아쉬워하고 있다. 물론 방법은 있다.
니콘의 오래된 팬케이크 렌즈를 사용하면 된다. 니콘이 만든 올드 팬케이크 렌즈는 3종류다. 먼저 1974년에 출시한 45mm 렌즈, 그 후 1980년에 나온 50mm 렌즈, 약 21년 후인 1901년에 종전의 45mm 렌즈를 개량해 다시 출시한 45mm렌즈가 그것이다. 결국 45mm 렌즈가 두 개, 50mm 렌즈가 하나다.
이 팬케익 렌즈들은 신제품과 중고 가격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약 30만~50만 원). 제품의 개성이 뚜렷해 수요는 있는 편인데 공급 물량이 달리기 때문. 그는 이 중 45mm 렌즈를 추천하며, 45mm 렌즈가 좀 더 '고급스러운 맛'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 폭도 50mm보다 얇은 편. 다만, 근접 촬영 거리가 80cm인 점은 조금 아쉽다고 전했다.
(3)옛날 니콘 렌즈를 활용해 독특한 느낌을 내자
Df는 애초부터 오래된 렌즈와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되었다. 최근의 렌즈는 검은 색상이 주를 이루지만, 오래전 렌즈들은 크롬 색상이 많았다. 그래서 Df도 이에 맞춰 이색적으로 실버 바디를 내놓기로 결정한 것. 실제 유통되는 Df의 색상은 실버가 더 많고, 실제 제품 수요도 실버가 압도적이다.
Df는 CPU를 장착하지 않은 비 AI 렌즈도 호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장롱 속에 처박혀 있던 구형 렌즈도 Df에 장착하면 현역처럼 활동할 수 있다. 아베 히데유키는 구형 렌즈의 코팅이 좋지 않아 만들어내는 독특한 느낌과 구형 렌즈 특유의 거칠지만 선명한 느낌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구형 렌즈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갖고 있는 구형 렌즈를 아는 후배에게 팔았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가로등 불빛이 번진 느낌은 코팅이 벗겨진 구형 렌즈만이 낼 수 있는 효과'라고 말했더니 그 후배가 덜컥 렌즈를 사들였다는 것. 어쩐지 '그 후배가 그럴싸한 말에 넘어간 것 아닌가'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아마 그 후배는 장면을 복사기처럼 똑같이 재현하는 디지털카메라와는 다른 매력을 구형 렌즈에서 느꼈을 것이다.
비 AI렌즈의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 '폼'이 나서 멋있다(이 작가는 멋있어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듯싶다). 둘째, 중고 시장에서 가격 방어가 잘 된다.
그렇다고 모든 구형 렌즈가 좋은 것은 아니다. 처음 구형 렌즈를 산다면 철저히 조사해서 잘 만들어진 제품을 사야 한다. 특성상 A/S나 환불이 어렵기 때문. 따라서 인터넷을 이용하기 보다는 평소 친분을 쌓아 놓으면 좋은 렌즈 판매점에서 주인과 직접 대화하며 구매하는 것이 좋다.
(4)수동 조절링으로 초점을 맞추는 연습을 하자
AF도 좋지만 진정한 손맛은 MF에서 느낄 수 있다. 그는 평소 렌즈의 초점링을 자주 사용해 거리 감각을 익혀두길 권했다.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손이 직감적으로 알도록 만들라는 것. '이 정도 돌리면 무한대, 2m, 1m, 60cm...'라 알만큼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최소 초점 거리에서는 촬영자가 앞 뒤로 움직여가며 초점을 맞추길.
MF가 특히 유용한 시점은 바로 인물 사진을 찍을 때다. 사물은 말이 없지만, 사람은 조금만 촬영이 늦어져도 짜증을 낸다. 그는 음식점 사장같아 보이는 남성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의 사진을 빠르게 찍어 주어 안주를 공짜로 얻어 먹었다고 자랑했다. 만약 한참을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내 그 남성이 짜증내며 가버렸을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속도는 평소의 연습에 기반한다.
강연 도중 재미있는 촬영 팁도 줬다. 바로 라면, 국수 등의 면발을 찍는 법이다. 그는 평소 면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맛있어 보이도록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많은 사람이 그렇게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단다. 방법은 조금 우습지만 간단하다.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이용해 면발을 집어올린 후(만약 왼손잡이라면 왼손으로) 왼손으로 카메라 그립부를 앞쪽에서 잡아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다. 물론 초점을 맞추는 것은 촬영자의 능력이므로 조언 밖의 일이다. 역시 연습만이 정답이다.
(5)DX 포맷과 FX 포맷을 자유 자재로 넘나들어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자
Df는 버튼 하나로 FX 포맷(풀 프레임)을 DX 포맷(크롭 바디)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바디 전면 왼 쪽의 Fn 버튼을 누른 채 제품 뒷면의 휠을 돌리면 DX와 FX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것. 물론 메뉴 버튼 등을 눌러 조작하거나 포토샵 등을 이용해 사진을 자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면 역시나 '폼'이 안 난다. 미숙해보인다. 그는 버튼을 누르는 것 하나로 자연스럽게 포맷을 바꾸길 추천했다. 이러한 촬영 기법은 스포츠 사진 등을 찍을 때 특히 유용하다. 전체적인 모습을 찍은 후 동작을 가까이서 표현하면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6)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손으로 기억하라
Df는 아날로그 느낌의 조작 버튼이 무척 많다. 이것저것 돌려보며 적극적으로 촬영하자. 일단 무언가를 찍고 싶다면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 찍는다. 결과물을 본 후 이버튼 저버튼 돌려가며 실험해보자. 이는 디지털카메라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필름카메라였다면 필름값에 마음을 졸였을 것이므로.
그는 '측광일 때는 어떻게 찍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찍어봐라'고 답한다고 전했다. 빛만 해도 태양빛인지 인공 광원인지에 따라 대처 방법도 다르고 촬영 환경, 빛의 세기, 빛의 각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지침을 내려주기가 어렵다. 그저 자신이 찍어보고 그때그때 감으로 익혀가는 수밖에 없다.
(7)겁먹지 말고 고감도 촬영에 도전할 것
노이즈가 두려워 고감도 촬영을 잘 하지 않는 이가 많다. 하지만 Df는 노이즈 억제력이 뛰어나기에 도전해봐도 좋다. 참고로 Df는 ISO 감도 100~12800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최소 50~ 최대 204800까지 지원한다. 실제 그가 촬영한 사진들은 어마어마한 ISO 감도였음에도 사진이 매끄러웠다.
(8)혼자서 사진 여행을 떠나야 작품이 나온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면서 실질적인 조언이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혼자 여행을 떠나라. 그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진들은 대부분 그가 혼자 여행하는 동안 찍은 것들이다.
아무래도 아는 사람들과 여행을 가면 이것저것 눈치 볼 일이 많다. 시간, 장소 등을 다함께 정해야 하므로 혼자만의 시간도 잘 없을 뿐더러 주변을 살피는 관찰력도 떨어지게 된다.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는 풍경도 '하하호호' 웃고 떠들며 지나 가버린다. 거기다 원하는 구도와 초점을 맞추기 위해 조금이라도 늦장을 부리면 이내 '빨리 와라'하는 핀잔도 듣는다. 장면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사진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자아낼 수 있기에 좋은 작품 사진을 찍으려면 신중해야 한다. 조급함은 독이다.
혼자 여행 간다면 꼭 조금씩 다른 구도와 설정으로 사진을 찍어가며 실험을 해보길 권한다. 아무것도 아닌 피사체도 멋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 거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