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도 이젠 터치로 슥슥~ 로지텍 TK820 리뷰

김영우 pengo@itdonga.com

키보드는 PC의 구성품 중에 가장 보수적인 요소 중 하나다. 기본적인 형태가 100년 전에 나온 '타자기'에서 비롯되었고, 지금도 그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전반적인 IT환경의 변화에 따라 입력 장치들은 진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다.

로지텍 TK820
로지텍 TK820

로지텍의 '무선 올인원 키보드 TK820'은 이런 흐름을 타고 진화한 신세대 키보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요즘 대세가 된 '터치'를 구현하기 위해 터치패드를 달았고,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8을 좀 더 편하게 쓰기 위한 각종 기능도 지원한다. 연결 인터페이스는 당연히 무선 방식이고, 제법 슬림한 두께에 세련된 디자인까지 제공해 구매 욕구를 북돋는다.

숫자패드 대신 터치패드, 그 광활함에 '깜짝'

로지텍의 TK820는 데스크탑이나 올인원PC용 키보드를 지향하는 제품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키의 배치와 구성은 노트북용 키보드에 가깝다. 특히 다른 키와의 조합에 따라 각종 단축 기능을 쓸 수 있는 FN키가 있는 데다 상하좌우 방향키는 오른쪽 shift키 하단에 배치했다. 그리고 오른쪽에 숫자패드가 없는 점도 노트북 키보드에 가까운 구성이다.

로지텍 TK820
로지텍 TK820

숫자패드 대신 그 자리엔 제법 큰 터치패드가 자리하고 있다. 노트북을 많이 써본 사용자라면 터치패드라는 장치에 익숙하겠지만 이렇게 큰, 그리고 키보드 오른쪽에 위치한 터치패드는 거의 보지 못했을 것이다. TK820에 달린 터치패드는 일반 노트북용의 그것에 비해 3배 정도 넓은데다 형태도 정사각형이다. 덕분에 한 번의 터치로 커서를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아주 넓다.

로지텍 TK820
로지텍 TK820

노트북에 흔히 탑재되는 터치패드라기 보단 그림을 그릴 때 쓰는 그래픽 태블릿을 연상시킨다. 시중에서 스마트폰 용으로 파는 러버돔 방식의 터치팬도 인식하기 때문에 실제로 TK820의 터치패드를 이용,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진짜 그래픽 태블릿과 같이 전문적인 드로잉 기능은 제공하지 않아서 이를 이용해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을 하긴 어렵다. 일반인이 재미 삼아 이용해 보는 수준이다.

보기와 달리 타이핑 감각은 수준급

터치패드를 달긴 했지만 제품의 좌우 폭은 409.5mm로 일반 키보드에 비해 40~50mm 정도 짧아서 공간 활용성이 좋으며, 제품의 두께는 두꺼운 부분이 21.7mm, 얇은 부분은 10mm 정도로 얇은 편이다. 다만, 키보드의 각도 조절 기능이 없는 것은 약간 아쉽다. 건전지는 AA 규격 4개가 들어가며, 최대 6개월까지 전지 교체 없이 쓸 수 있다고 로지텍은 강조하고 있다.

로지텍 TK820
로지텍 TK820

제품의 형태가 이러하다 보니 키를 누르는 느낌도 데스크탑 보다는 노트북 키보드에 가깝다. 그래도 보기 보단 키의 유격이 제법 있어서 일부 슬림형 키보드처럼 전자계산기 두드리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키의 모서리에만 힘을 줘도 키 전체가 균일하게 눌러지는 점도 좋다. 다만 타이핑을 하다가 키보드 터치패드 부분에 새끼 손가락이 닿아서 오타가 날 때가 종종 있으니 유의하자.

로지텍 TK820
로지텍 TK820

블루투스 아닌 RF 방식, 무선 감도는 양호

요즘 나오는 무선 키보드 중에는 블루투스 방식 제품이 제법 많지만, TK820는 2.4GHz의 RF 방식 수신기를 USB에 꽂아 사용한다. USB 포트가 달린 PC라면 무엇이든 호환이 되는 것이 장점이지만, 안드로이드/iOS용 태블릿PC나 스마트폰에서 이용하긴 다소 어려울 것 같다. 참고로 동봉된 수신기는 요즘 로지텍 무선 제품군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쓰이는 초소형 유니파잉(Unifying) 수신기다. 로지텍의 다른 무선 키보드나 마우스를 최대 6개까지 동시에 인식하는 것도 특징이다.

로지텍 TK820
로지텍 TK820

수신 감도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수신기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키보드가 원활히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USB 방식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지원하는 스마트TV가 제법 많으니 거실에서 편하게 스마트TV를 제어하고 싶을 때 TK820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프로그램 설치까지 알아서 척척, 윈도8과 찰떡 궁합

TK820는 USB 포트에 수신기를 꽂으면 바로 PC에서 인식을 하기 때문에 곧장 그 상태로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각종 부가 기능을 완전히 사용하려면 전용 소프트웨어(Logitech SetPoint)를 설치해 주는 것이 좋다. 수신기를 꽂으면 자동으로 전용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권유하는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곧장 ‘설치’를 누르면 편하게 설치된다.

로지텍 TK820
로지텍 TK820

요즘 나오는 신형 키보드나 마우스가 거의 그러하듯 TK820 역시 윈도8에 최적화되어 있다. 특히 터치패드를 이용해 윈도8의 각종 제스처를 쓸 수 있는데, 손가락 1개로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스와이프(문지르기)를 하면 참(Charm) 메뉴가 등장하거나 왼쪽 가장자리에서 스와이프를 하면 응용 프로그램 전환이 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로지텍 TK820
로지텍 TK820

그 외에도 손가락 3개를 동시에 대고 아래쪽이나 위쪽으로 스와이프를 해서 바탕화면을 표시하거나 데스크톱 및 터치 인터페이스 화면을 전환하는 등의 단축 동작이 가능하다. 이는 주로 태블릿PC나 터치패드가 달린 노트북에서만 쓰던 기능인데, TK820를 이용하면 데스크탑에서도 간단히 쓸 수 있어서 한층 활용도가 높다.

로지텍 TK820
로지텍 TK820

태치패드 외에 키보드 역시 윈도8과의 궁합이 좋다. 특히 상단에 위치한 단축키의 활용도가 높은데, 응용 프로그램 전환, 검색, 공유, 그리고 장치, 설정 등의 기능을 원터치로 할 수 있다. 이 기능만큼은 오히려 터치스크린이나 터치패드보다도 편리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렇다고 윈도8 환경에서만 이런 부가 기능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윈도7에서도 응용 프로그램 전환, 검색이나 볼륨조절 및 멀티미디어 재생에 관련한 단축키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윈도8을 쓰지 않는 환경에서도 그다지 ‘본전’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대세에 맞춰 진화한 신세대 키보드, 가격은 다소 높아

로지텍 TK820은 일단 터치패드를 함께 갖춘 일체형 키보드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다만 이전에도 터치패드나 트랙볼, 혹은 조이스틱 등을 탑재해 마우스 조작을 구현한 키보드는 있었다. 일체형 키보드라 하여 꼭 TK820를 사야 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2014년 1월 현재, TK820의 인터넷 최저가는 12만 원 정도이니 가격도 아주 저렴하다 하긴 어렵다.

로지텍 TK820
로지텍 TK820

다만, 이런 단순한 측면으로만 평가하기엔 TK820는 너무 아까운 제품이다. 일단 이 정도로 넓은 터치패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데다, 이런 터치패드를 적용하고도 높은 공간 활용성을 실현했다는 점에 주목해 볼만 하다. 게다가 로지텍 제품답게 타이핑 감각이나 무선 성능, 배터리 수명을 비롯한 전반적인 기본기가 수준급이다.

더욱이 윈도8 시스템에서 전반적인 활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터치스크린이 없는 일반 데스크탑에서 윈도8을 제대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 이상의 선택은 없을 것이다. 사실 일반 PC 시장에서 윈도8의 보급이 지지부진 한 것은 TK820과 같은 적절한 입력기기의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도 있다. 기사 앞쪽에서 키보드가 가장 보수적인 PC 주변기기라고 언급했는데, 앞으로 이런 식으로 진화를 계속한다면 그런 평가는 거두어야 할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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