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이 세계로 진출하려면 분산형 CRM, ERP 솔루션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박동배 전무 인터뷰
내수시장이 좁은 만큼 크게 성장하려면 좋든 싫든 해외진출을 꾀해야 하는 것이 한국기업의 현실이다.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생산기지부터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 진출 거점까지 관리해야 하는 장소도 다양하다. 심지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머나먼 남아메리카까지 날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해야 기업이 지사와 생산공장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IBM BCS(비즈니스 컨설팅) 등 굵직한 기업을 거쳐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다이나믹스 CRM/ERP'를 담당하고 있는 박동배 전무가 중국 시장의 특징과 관리방법을 들려줬다.
중국에 진출하려면 분산형 CRM/ERP 솔루션이 필수
"중국 사람들은 '내 회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주겠다는 곳이 있으면 즉시 그곳으로 떠납니다. 땅이 워낙 넓기 때문입니다. 동종업계로 이직하더라도 이전 직장 관계자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동종업계에선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인 국내와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몸만 떠나면 다행이죠. 그 동네에선 기업의 정보를 열어놓으면 깡그리 다 털어갑니다. 국내에서 틈만나면 중국발 산업스파이에 대해 얘기합니다. 중국에선 생소한 개념입니다. 이직할 때 이전 직장의 정보를 새 직장에 선물로 들고가는게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개인에게 권한부여(임파워먼트)를 섣불리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직원만 잘 떠나겠습니까. 고객도 잘 떠납니다. 회사가 우후죽순처럼 많아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입니다. 사장, 임원이 인맥을 구축하고, 그 인맥을 바탕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은 애당초 통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가족같은 분위기를 통해 직원, 고객을 사로잡는 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나 통할 방법이라는 거죠. 이런 곳에 국내에서 사용하던 CRM(고객관리), ERP(전사자원관리) 솔루션을 그대로 들고가자니 허점이 너무 많습니다"
"한국기업은 직원들에게 많은 정보를 공개합니다. 말단 사원도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리 정도만 되도 회사의 영업 비밀 상당수를 꿰뚫고 있죠. 이 가운데 본인의 업무와 관계 없는 부분도 상당히 섞여있습니다. 정보를 접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임원이 가끔씩 귀띔해주는 것은 애교입니다. CRM/ERP 솔루션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근본적으로 직원들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해 회사의 중추가 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 방법이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회사의 의도대로 직원이 성장한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 사업 방식 등을 모두 파악하고 어떤 분야에서든 자기 몫을 해내는 우수 직원을 양성해내는 방식이죠. 임파워먼트의 훌륭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지사와 생산 공장에도 이 방법을 쓸 수 있을까요? 중국에서 이방법을 쓰면 회사의 비밀은 공공재가 되어 있을겁니다"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외시장 전체를 봐야합니다. 한국기업은 먼저 사람(people)을 채용하고 그사람에게 맞는 일을 찾아줍니다. 외국기업은 다릅니다. 해야할 업무(job)를 먼저 생성하고, 이에 맞는 사람을 채용합니다. 한국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먼저 명확한 업무기준과 업무명세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CRM/ERP 솔루션도 이에 맞춰 바꿔야겠죠. '당신은 이것만 해야한다'고 명확히 알려줄 수 있어야 하며, 업무와 관계없는 정보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물론 그전에 특정 업무의 범위를 정확히 획정할 수 있어야 하구요. 분산형 CRM/ERP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근본 구조가 달라야 분산형 CRM/ERP 솔루션
박동배 전무의 말을 들어보니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기업의 영업, 마케팅, 서비스, 정보 관리자(CMO, CIO)라면 누구나 CRM과 ERP 솔루션을 알고 있다. 하지만 분산형 CRM/ERP 솔루션은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다. 순서가 조금 거꾸로 됐지만, 분산형 CRM/ERP 솔루션이 왜 필요한지 알았으니 이제 분산형 CRM/ERP 솔루션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분산형 CRM/ERP 솔루션이란 CRM/ERP 솔루션을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으로 나눠 운용하는 형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본사와 지사의 CRM/ERP 솔루션을 별도의 형태로 운용한다는 거죠. 한국본사는 한국 사정에 맞게 개량한 CRM/ERP 솔루션을 사용하고, 해외지사와 생산공장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CRM/ERP 솔루션을 사용하면 된다는 겁니다"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입니다. 분산형 CRM/ERP 솔루션은 구축해준 회사가 다르다고 성립되는 게 아닙니다. CRM/ERP 솔루션의 근본 구조가 달라야 합니다. 구축해준 회사가 다르더라도 구조가 동일하면 분산형 CRM/ERP 솔루션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구축해준 회사가 같더라도 근본 구조가 다르다면 분산형 CRM/ERP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국회사의 기존 CRM/ERP 솔루션은 무겁고, 느리며, 복잡합니다. 한국만을 위한 특화 기능도 너무 많습니다. 이를 지사 또는 생산공장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해당 국가에 맞춰 손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기능을 더하거나 빼는 데 한세월은 걸립니다“
"때문에 CRM/ERP 솔루션은 구축, 유지, 보수가 쉬워야 합니다. MS 다이나믹스 CRM/ERP의 사례를 들어보죠. 다이나믹스 CRM/ERP는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NET' 기반입니다. 관련 고급 기술자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관련 기술자를 찾기 어려운 '코볼'과 대조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이 손쉽게 지사와 공장에 CRM/ERP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생활용품 기업 네브론의 사례를 보죠. 네브론은 처음엔 MS 다이나믹스 ERP AX를 활용해 본사에 ERP 솔루션을 구축했습니다. 370일이 걸렸죠. 거의 1년입니다. 기업에 필요한 기능을 이것저것 추가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만, ERP 솔루션을 새로 구축하는 것치고는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완료했습니다. 이후 지사에 ERP 솔루션을 구축할 때에는 14일이 걸렸습니다. 시간을 정말 크게 단축한겁니다. 그 다음, 공장에도 ERP 솔루션을 구축했습니다. ERP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고작 6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MS 다이나믹스 CRM/ERP는 표준화, 신속함, 안전 등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기업이 CRM/ERP 솔루션을 쉽고 빠르게 구축, 유지, 보수할 수 있게하기 위함입니다"
비용과 리스크는 클라우드로 해결
해외시장 진출에 분산형 CRM/ERP 솔루션이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경영자 입장에선 비용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사와 공장에 서버를 설치하고, 솔루션을 도입하자니 높은 초기 비용이 부담된다.
물론 사업만 성공하면 초기 비용이 아무리 높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사업이 실패한다면? 투자는 고스란히 손해로 돌아올 것이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박 전무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클라우드를 제시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지사와 공장을 세우면서 CRM/ERP 솔루션을 함께 구축할 여력이 되는 회사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이때 쓸 수 있는 방법이 클라우드입니다. 클라우드 서버에 이미 구축돼 있는 CRM/ERP 솔루션을 임대해오는거죠. 구축하는데 시간도 적게 들고, 서버를 구매하고 유지 및 보수 할 필요가 없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저렴합니다. 때문에 많은 중견기업이 지사와 공장을 세울 때 클라우드 CRM/ERP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입니다. 스타벅스는 본사엔 직접 ERP 솔루션을 구축했지만, 각각의 점포는 클라우드 ERP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점포에 서버를 들여놓을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손님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야하는 점포에 서버를 들여놓는다? 어불성설이죠. 다른 하나는 '경영 유동성'입니다. 잘나가던 지역도 순식간에 텅 빌 수 있습니다. 어제는 시골이었지만, 내일은 최고 번화가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겠죠. 커피전문점은 그런 주변환경에 맞춰 시시각각 개업과 폐업을 반복합니다. 내일 당장 점포를 열거나 닫아야 하는데 한가하게 ERP 솔루션을 구축할 시간이 있겠습니까.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바로 클라우드 CRM/ERP 솔루션입니다"
"한국기업은 스타벅스의 사례를 통해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화가 적은 본사는 직접 CRM/ERP 솔루션을 구축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지사와 공장은 클라우드 CRM/ERP 솔루션을 사용하라는 교훈입니다"
"기존 CRM/ERP 솔루션 업체 역시 클라우드의 가치를 알고 있기에 앞다투어 클라우드 CRM/ERP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MS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이나믹스 CRM을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제공하는 '다이나믹스 CRM Online'을 출시했고, 다이나믹스 ERP NAV 역시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에는 다이나믹스 ERP AX도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중견 기업을 위한 ERP 패키지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이나믹스 ERP NAV와 '오피스365(MS 오피스를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패키지입니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필수 솔루션을 저렴한 가격에 함께 임대해올 수 있습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CRM/ERP 솔루션 업체 가운데 직접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한 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클라우드는 안정성을 제 1의 가치로 추구해야 합니다. 기업이 직접 서버를 관리할 수 없는 만큼, 클라우드 서버는 장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MS는 이를 위해 직접 IDC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윈도 애저(Windows azure)'를 출시했습니다. 경쟁사와 달리 서버부터 솔루션까지 직접 관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업이 성공한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지사, 공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기업의 핵심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서 가져와야 할 때입니다. 기존 클라우드 CRM/ERP 업체는 이 데이터를 쉽게 넘겨주지 않습니다. 클라우드에 집중하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넘겨준다는 것은 바로 고객의 이탈을 의미합니다. 반면 MS는 기꺼이 넘겨줍니다.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직접 구축하는 솔루션도 함께 제공하기 때문이죠. 기업은 직접 CRM/ERP 솔루션을 구축한 후 넘겨받은 데이터를 적용하면 됩니다. 클라우드 솔루션과 직접 구축하는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것, 하이브리드 솔루션이 바로 MS 다이나믹스 CRM/ERP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지사, 공장과 소통은 기업형 SNS로
지사, 공장을 세우고 CRM/ERP 솔루션을 구축했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지사, 공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성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 박 전무는 소통의 방법으로 기업에 특화된 SNS를 제시했다.
"본사에서 지사, 공장을 '관리'한다는 것은 예전 얘기입니다. 이제는 '소통'해야 합니다. 이메일, 영상회의 등은 관리에는 적합하지만, 소통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메일은 1:1로 주고받는 특성 상 지시와 보고에 특화돼 있습니다. 영상회의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좋지만, 모이기도 힘든데다 시차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때문에 필요한 것이 소셜입니다. 기업도 내부 소통에 SNS를 활용해야 한다는 거죠"
"SNS는 열려있는 공간의 특징 상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끼리 토론을 진행할 수도 있겠죠. 사소한 삶의 얘기들이지만, 그 가운데에는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숨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직원 간 친목도모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시차가 큰 지사, 공장의 직원도 언제나 글을 올리고,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열린 일반 SNS를 사용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기업의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 구성원들에게만 열려있는 기업형 SNS가 필요합니다"
"포드가 기업형 SNS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소비자와 마주치는 최전선에 위치한 딜러끼리 SNS로 의견을 나눠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SNS 사용에 익숙해져, 일반 SNS 활용도 역시 함께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MS는 기업이 이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기업형 SNS '야머'를 다이나믹스 CRM 2013에 포함시켰습니다"
"제 생각에 MS의 경쟁력은 시장의 요구에 맞춰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말은 쉽지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회사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유연성과 다양함이 MS의 강점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다이나믹스 CRM/ERP는 이러한 유연성과 다양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인적자원이 우수한 국가입니다. 이러한 인재가 국내 시장에 묶여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 역시 세계로 나가야합니다. 아무쪼록 기업들이 세계로 진출하는 데 다이나믹스 CRM/ERP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