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주인공이야!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써보니...
많은 사용자가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이하 미니 레티나)'가 마침내 16일 국내에 상륙했다. 애플이 두 제품을 공개할 때부터 느낀 점인데, 다들 아이패드 에어만 유독 강조하더라. 그만큼 아이패드 에어가 이뤄낸 혁신이 충격적이란 뜻이겠다. 하지만 미니 레티나도 만만찮다. 많은 이가 고대하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성능도 대폭 강화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하겠다. 미니 레티나는 조연이 아니다. 아이패드 에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엿한 주인공이다.
주인공이라면 응당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할 터. 미니 레티나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작 '아이패드 미니(1,024x768)'보다 4배 향상된 2,048x1,536(4:3)의 고해상도 화면, 이른바 레티나 디스플레이다. 해상도가 늘어난 만큼 선명함도 326ppi로 향상됐다. 아이폰5s와 대등한 선명함이다. 이러한 선명함을 7.9인치 화면으로 느낄 수 있다. 상대적으로 큰화면 때문에 선명함이 스마트폰보다 한층 더 실감난다.
선명한 화면은 웹 서핑을 할 때 또는 고해상도 PDF 파일을 읽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도 작은 글씨 하나까지 또렷이 보인다. 풀HD 해상도를 기준으로 제작된 PDF 파일를 읽을 때에도 확대할 필요가 없다. 글씨, 이미지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 물론 게임, 전자책이나 동영상 감상 등 다른 작업을 할 때에도 전작 아이패드 미니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럽다.
화면 밝기도 뛰어나다. 화면 밝기를 70% 이상으로 올리면 대낮에도 화면을 보는 데 지장이 없다. 100%는 너무 밝아 실제로 사용하기 부담될 정도다. 50% 내외가 실제로 사용하는 데 적절한 밝기다.
화면 크기가 7.9인치인데다 가로 베젤(화면 테두리)을 극단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제품을 한손으로 쥘 수 있다. 어지간한 여성보다도 손의 크기가 작은 기자도 한손으로 쥐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제품 두께도 7.5mm로, 새끼 손가락보다 얇다. 무게는 331g, 대학교 교양 서적 수준에 불과하다. 성인 남성, 여성 모두 제품을 손쉽게 휴대할 수 있겠다.
휴대성이 뛰어난 제품임에도 성능은 현존 태블릿PC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64비트 모바일 프로세서 애플 A7을 탑재해 게임, 동영상 재생, 웹 서핑 등을 쾌적하게 수행한다. 4일 동안 사용하면서 느려지거나, 멈추는 현상을 전혀 경험할 수 없었다. 프로세서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크벤치(Geekbench3)를 실행해본 결과 코어 하나당 성능이 1,371점으로 나타났다. 퀄컴 스냅드래곤800 프로세서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3의 경우 코어 하나당 성능이 958점 내외다. 성능이 약 1.4배 더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래픽 처리능력을 강화해 '인피니티 블레이드3', '앵그리버드 GO', 'GTA 산안드레아스(국내 앱스토어 발매 예정)' 등 최신 게임도 쾌적하게 실행할 수 있다. 뛰어난 그래픽을 갖춘 게임을 즐겨보니, 휴대용 게임기가 부럽지 않더라. 3게임 모두 한글화됐거나, 한글화될 예정이다.
이처럼 화면과 성능이 강화됐음에도 배터리 사용시간은 매우 만족스럽다. 화면 밝기를 50%로 맞추고 주말 내내 침대에 누워 웹 서핑만 했다(와이파이 연결. 블루투스, LTE 연결은 끈 상태). 그 결과 12시간 25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아이패드 에어와 거의 대등하며, 현존 최고 수준의 배터리 사용시간이다. 배터리 사용시간을 재다가 지쳐 잠들뻔했다.
사실 배터리 사용시간에서 놀라운 점은 따로 있다. 웹 서핑뿐만 아니라 동영상 재생시간도 매우 길기 때문. 화면 밝기를 50%로 맞추고 720P 해상도의 MP4 영상을 재생할 경우 약 11시간 50분 동안 재생할 수 있다(스피커 볼륨 50% 기준). A7에 포함된 DSP(디지털신호처리기)가 MP4를 매우 적은 전력으로 처리한다는 증거다. MP4 동영상을 24분이나 재생했는 데, 배터리 사용량이 100%에서 변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다.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바퀴를 돌 계획이라면, 미니 레티나에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가득 담아가는 게 좋겠다. 최소한 앉아있는 동안 지루할 일은 없겠지.
프로세서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3D 게임을 실행해도 7시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다(화면 밝기 50%, 인피니티 블레이드3 실행 기준). 엔가젯,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LTE에 연결할 경우 배터리 사용시간은 와이파이만 사용할 때보다 약 1시간 정도 줄어든다.
유용한 앱 6개가 공짜
하드웨어가 발전한 것만이 미니 레티나의 전부가 아니다. 소프트웨어면에서도 사용자가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다. 일단 애플의 문서작성 애플리케이션(앱) 아이워크(iWorks)와 엔터테인먼트 앱 아이라이프(iLife)를 무료로 제공하는 점이 눈에 띈다. 미니 레티나 구매자가 애플 앱스토어에 접속하면 아이워크와 아이라이프가 무료라며 모두 내려받으라는 메시지가 뜬다. 유용한 앱이니 일단 내려받아 보자.
아이워크는 일반문서 작성 앱 페이지즈(Pages), 스프레드시트 작성 앱 넘버즈(Numbers), 프레젠테이션 작성 앱 키노트(Keynote)로 구성된다. 각각 MS 워드, 액셀, 파워포인트에 대응한다. 고유 파일 포맷뿐만 아니라 docx, xslx, pptx 파일 및 PDF 파일 작성도 지원하는 만큼 대학생이 문서작성용으로 사용하는 데 충분하다. 직장인도 PDF 파일 위주로 문서를 제작한다면 써봄직하다. 블루투스 키보드 하나만 구해오면 미니 레티나가 노트북 대용으로 즉각 변신한다. (솔직히 말해 MS 오피스 파일과 호환성은 완벽하지 않다. 첨부된 그림이 엉뚱한 위치로 이동하거나, 서식이 깨지거나... PDF는 무엇으로 읽어도 동일하게 나타나니 이쪽을 추천한다)
아이라이프는 아이라이프는 애플의 전문가용 사진 편집 앱 '아이포토(iPhoto)', 동영상 편집 앱 '아이무비(iMovie)', 음악 제작 앱 '개러지밴드(Garageband)'로 구성돼 있다. 아이패드용은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큼직큼직한 UI(사용자 환경)로 구성돼 있으며, 누구라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6가지 앱뿐만 아니라 PDF나 e-Pub으로 제작된 전자책을 읽고, 구매할 수 있는 아이북스(iBooks)와 내 아이패드 찾기 앱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앞의 8개 앱을 기본 제공하지 않고 앱스토어에서 내려받게 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용량 문제다. 16GB 모델의 경우 앞의 8개 앱을 모두 내려받으면 남는 저장 공간이 거의 없다. 꼭 필요한 앱만 골라서 내려받으라는 뜻이다.
운영체제는 iOS7.0.4를 기본 포함하고 있다. 2013년 12월 기준 가장 최신 iOS다.
어떤 모델을 구매하는 게 좋을까?
미니 레티나는 전작보다 상당히 비싸졌다. 화면과 성능 탓일 게다. 와이파이 모델은 16GB 50만 원, 32GB 62만 원, 64GB 74만 원, 128GB 86만 원이고, LTE 모델은 16GB 65만 원, 32GB 77만 원, 64GB 89만 원, 128GB 99만 원이다.
아이패드 에어가 얇고 가벼워졌다지만, 그래도 미니 레티나만은 못하다. 그만큼 미니 레티나는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어디서나 웹서핑, 게임, 동영상 감상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제격이라는 뜻. 때문에 와이파이 모델보다는 LTE 모델을 구매하는 게 활용도가 더 높다. LTE 모델의 경우 단독으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사용하는 LTE 스마트폰에서 데이터 나눠쓰기를 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저장공간을 살펴보자. 아이패드용 앱은 용량도 가뜩이나 많이 차지한다. 16GB 모델은 금새 꽉 찰 터. 안드로이드, 윈도8 태블릿PC처럼 마이크로SD 카드로 용량을 확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처음 구매할 때 조금 무리하더라도 32GB 이상 모델을 구매하는 편이 좋다.
색감이 칙칙하고, 메모리 용량이 부족한 점이 아쉬워
미니 레티나에도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외신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인데, 미니 레티나는 아이패드 에어와 비교하면 화면 색감이 조금 칙칙하다. 기본 바탕화면 가운데 화사한 삼각형을 나열한 이미지가 있는데, 이를 바탕화면으로 지정하면 확연히 눈에 띈다. 붉은색과 주황색 표현력이 눈에 띄게 약하다.
사실 색감은 그냥 아쉬운 부분에 불과하다. 워낙 선명도가 뛰어나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메모리(RAM)가 부족한 것은 명백한 단점이다. 미니 레티나의 메모리는 1GB다. 전작과 다를 게 없고, 2GB 이상을 탑재하는 안드로이드, 윈도8 태블릿PC의 절반 수준이다. 최적화가 잘 되어 있어 평소에는 메모리가 부족한 게 잘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진이 많은 웹 페이지에 접속하면 홈 화면으로 튕겨나기 일쑤다. 계속 튕기니 접속할 방법이 없다. 메모리가 넉넉했다면 이러한 문제가 없었을 터. 부디 후속작에선 개선되길 바란다. (해당 웹 페이지는 사파리말고 다른 웹 브라우저로 접속할 수 있다. 대신 웹 페이지 스크롤 속도가 매우 느려진다)
10인치 태블릿PC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아이패드 에어 제품군(구 아이패드)과 달리 미니 레티나는 경쟁자가 많다. 국내에서만 2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흥행하고 있는 넥서스7 2세대, 가격을 낮추고 구글 플레이 에디션을 발매한 LG G패드 8.3,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MS 오피스를 무료 제공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윈도8.1 태블릿PC 등을 경쟁자로 들 수 있겠다.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경쟁자와 달리 미니 레티나는 전작보다 비싸지기까지 했다.
출발은 조금 불리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미니 레티나가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리라 감히 예상한다. 뛰어난 하드웨어 완성도,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앱 생태계, 구매욕을 자극하는 다양한 무료 앱 등 사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가 많다. 경쟁자들은 아직까진 미니 레티나의 대안일 뿐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