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하나만 바꿔도 분위기 확~, 보스 컴패니언2 시리즈3
듣는 것은 보는 것만큼 중요하다.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고화질 영화가 담긴 블루레이 디스크는 약 50GB의 데이터(듀얼레이어 기록 시)가 저장되는데 이중 대부분이 사운드와 관련된 데이터다. 또 영화를 보러 극장을 가는 이유 중 하나도 풍부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만끽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보는 것에만 관대할 뿐 듣는 것에는 인색한 면을 보인다. TV를 살 때도 스마트폰을 살 때도 PC를 살 때도 ‘비주얼’을 우선 고려한다. 화질만큼 음질도 사용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말이다.
당장 PC 스피커만 하나 바꿔도 데스크탑 환경은 확 달라진다. 대개 PC 스피커는 PC 구매 시 사은품이나 덤으로 얻은 저가 제품을 사용한다. 그냥 음질은 제쳐두고 그저 소리만 듣겠다는 심사다. PC가 멀티미디어의 중심임을 감안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음악을 듣든 영화를 보든 게임을 하든 제대로 된 사운드가 바탕에 깔리면 공간이 다르게 느껴진다. 보는 것, 즉 모니터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듣는 것, 스피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대다. PC 스피커의 '보스', 컴패니언 시리즈3(BOSE Companion2 Series III)를 들어본다.
전형적인 PC용 스피커, 보스 컴패니언2 시리즈3
일단 가격부터 공개하고 시작한다. 리뷰를 읽고 '그래서 얼만데…?'라는 부정적 반응을 사전에 거두기 위함이다. 본 리뷰에서 다루는 보스 컴패니언2 시리즈3는 2013년 12월 초 현재 인터넷 최저가 17만 6,000원이다. 가격을 보고 '요즘 1만 원 이하 스피커가 얼마나 많은데…'라 혀를 찬다면 부디 본 리뷰를 끝까지 읽기를 간곡히 청한다. 본 제품의 주요 사용자는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리뷰에 앞서 '보스(BOSE)'라는 음향기기 브랜드에 대해 정말 짤막하게 읊겠다. 다른 내용은 다 필요 없고, 보스 스피커는 이른 바 '회장님 차'로 불리고 있는 '마이바흐'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캐딜락, 페라리, 포르쉐, 아우디, 인피니티 등과 같은 세계적인 명차에 카오디오로 공급된다. 더 이상 어떤 부연설명이 필요한가?
보스는 이 외에도 헤드폰/이어폰, 홈시어터 시스템, 블루투스/도킹/에어플레이 스피커, 매장/상업용 사운드 솔루션, 뮤지션용 사운드 시스템 등 소리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군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컴패니언 시리즈는 PC 스피커 제품군이며, 현재는 가격순으로 컴패니언 2 III(17만 6,000원), 컴패니언 20(44만원), 컴패니언 5(66만원) 등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컴패니언2 시리즈3(이하 시리즈3)는 PC 스피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좌우 구분 스피커는 뒤쪽 높이가 낮아 앞쪽으로 비스듬한 형태다. 사운드를 사용자 방향 위쪽으로 뿜어내기 위함이겠다. 뒷면에는 우퍼 역할의 구멍이 각각 뚫려 있고, 오른쪽 스피커에는 전원 단자, 왼쪽 스피커 연결 단자, 외부 입력 단자, PC 연결 단자가 각각 달려 있다. PC 사용자라면 능히 연결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전원 연결하고 PC의 스피커 단자와 시리즈3의 'From Computer' 단자를 스테레오 케이블(동봉)로 연결하면 된다. PC뿐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도 외부 입력 단자로 연결해 출력할 수 있다.
오른쪽 스피커 전면에는 볼륨 조절 다이얼과 이어폰 연결 단자가 있다. PC 사용자라면 이 구성이 얼마나 간편한지 알 테다. 볼륨을 순간적으로 줄이거나 이어폰을 꽂아야 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아무리 좋다 한들 아날로그가 유용할 경우도 아직 있다. 음소거(mute) 버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참고로 볼륨 조절 다이얼을 왼쪽으로(시계반대 방향) 최대로 돌리면 '톡'하고 전원이 꺼지니,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꺼 전력소비를 방지할 수 있다.
들어봐야 깨닫는 컴패니언의 깊이
앞서 언급한 대로 PC는 다양한 미디어 파일을 재생한다. 영화, 음악, 게임으로 요약되는데, 이에 여기서는 이 세가지 작업에 집중해 컴패니언2 시리즈3의 사운드 출력 능력을 가늠해 본다. 다만 '보고 듣기'에 대한 소감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일 수 밖에 없음을 밝힌다.
PC 스피커의 음질을 확인하는 데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공포영화가 제격이다. 배경음악이나 특수효과음, 폭발음 등이 영화 감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리즈3는 스피커 전문업체 제품답게 자그만 크기에도 풍성하고 세밀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큰 폭발음에도 찢어지는 소리 없이 명쾌하다. 화면은 작아도 사운드가 받쳐 주니 꽤 볼 만, 들을 만 하다. 공포영화에서도 시리즈3의 사운드는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음산하게 깔리는 배경음과 순간순간 터지는 공포음이 저가 스피커보다는 확실히 강도가 세다. 공포영화 '기담(2007년)'을 시리즈3로 들으니 극중 혼령의 웅얼거림이 귀에서 한동안 맴돈다.
시리즈3는 크기는 작은데 공간감이 상당히 우수한 듯하다. 스피커는 좌우로 배치했지만 사운드는 사용자 정면에서 뿜어져 나온다. 방에서 불을 끄고 영화를 보면 스피커 위치가 어딘지 헛갈릴 정도로 너른 공간감을 제공한다. 큰 소리에 작은 소리가 묻히는 이른 바 사운드마스킹 현상도 거의 없는 듯하다. 시끄러운 효과음 속에도 배우들의 대사는 또렷하게 들린다. 고급 스피커는 바로 이런 데서 차이가 난다.
음악도 영화와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음량이 풍부해서 좋다. 저가 스피커는 대부분 음량을 높이면 음이 찢어지거나 거북한 소리가 나기 마련인데, 시리즈3는 17만 원대 프리미엄 스피커다운 편안하고 풍부한 소리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작은 크기에도 공간을 꽉 채울 만큼 퍼지는 사운드는 일품이다. 눈을 감고 감상하노라면 스피커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착각할 정도다. 중저음도 제법 묵직하다. 우퍼가 따로 없는 2채널 스피커로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하다. 이 때문에 시리즈3로는 주로 록 음악이나 오케스트라 연주를 즐겨 들었다. 음악CD는 더할 나위 없고 인터넷 스트리밍 재생 만으로도 시리즈3의 성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고급 스피커의 위용은 게임을 즐길 때도 드러난다. 특히 총쏘기 게임인 FPS에서는 극명하다. 일반적으로 FPS의 경우 적의 움직임과 방향을 소리로 파악하기 위해 이어폰(또는 헤드폰)을 사용하는데, 시리즈3는 특유의 공간감으로 적의 동선과 격전지의 위치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스포츠 게임의 관중 함성이나 롤플레이 게임의 특수 효과음 등도 기대 이상으로 풍부하게 들린다. 영화가 그런 것처럼, 게임 역시 사운드가 제대로 받쳐 주면 화면이 작아도 몰입도는 높아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사운드가 바뀌면 PC 환경이 달라진다
물론 그에 따르는 비용 지출은 있다. 그래도 그럴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보고 듣는 것이 전부가 돼 버린 지금의 PC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스마트폰에 기본 포함된 번들 이어폰이 아닌 몇만 원 혹은 몇 십만 원짜리 이어폰, 헤드폰을 사용하는 이가 급증하는 것만 봐도 듣는 것이 사용 경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모니터가 바뀌면 시야가 달라지고 스피커가 바뀌면 환경과 공간이 달라진다. 보스 컴패니언2 시리즈2로 사무실이나 방안을 사운드로 꽉 채워 보면 본 리뷰어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으리라 본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