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스웰 품은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
애플의 고성능 노트북, 맥북프로 레티나가 '하스웰'과 '매버릭스'를 먹고 새로 태어났다. 지난 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했으니, 이미 제품을 접한 사용자도 있을 듯하다. 기자도 13인치, 15인치 두 모델을 모두 접할 수 있었다. 제품을 사용하며 받은 느낌을 13인치 모델부터 간략히 적어본다.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Macbook Pro 13inch late 2013)'는 간략히 정의할 수 있다.
"배터리 사용시간에 목숨 걸었네"
인텔의 최신 코어 i 프로세서 하스웰도 그렇고, 최신 OS X 10.9 매버릭스 운영체제도 그렇고… 둘 다 전력소모 감소(Power efficiency)에 초점을 맞췄다. 하스웰이야 인텔이 공공연히 성능 향상보다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으니 이해가 간다. 그런데 매버릭스도 똑같다. 직접 사용해보니 어떻게든 전력소모를 줄여보려는 애플의 고민이 느껴진다.
대표적인 기능이 '앱냅(App nap)'이다. 앱냅은 프로세스에 대기 중인 애플리케이션(앱) 가운데 현재 사용하지 않는 앱을 일시정지시켜 프로세서의 전력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다. 윈도의 작업관리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활성상태보기' 창도 개편됐다. 프로세스에서 앱냅이 적용된 앱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에너지 관리 탭이 추가됐다. 에너지 관리 탭은 현재 실행 중인 앱이 얼마나 전력을 소모했는지 상세히 알려주는 그래프다. 여기서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앱을 파악하고, 해당 앱을 알아서 끄라는 게 애플의 의도아닐까.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앱은 화면 오른쪽 상단 배터리 아이콘을 클릭해도 대강 확인할 수 있다.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전력소모를 줄이는 기술도 추가했다. '에너지 절약' 메뉴의 배터리 탭에 '배터리 전원을 사용할 때 화면을 약간 흐리게 표시'라는 메뉴를 추가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표현하는데 소모되는 자원을 최소화해 전력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다. 화면이 흐려진 점은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전력소모를 줄이는 효과만큼은 확실하다.
애플의 목표는 명확하다. 전력소모를 줄여 노트북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린다. 실제로 애플 관계자는 매버릭스에 큰 자신감을 드러냈다. "OS X 10.8 마운틴라이언을 내장하고 출시된 하스웰 맥북에어에 매버릭스를 철치한 것만으로 배터리 사용시간이 1시간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렇게 배터리 사용시간에 목숨 건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의 실제 배터리 사용시간은 얼마나 될까. 화면 밝기를 50%로 맞추고 전력소모를 줄이는 기술을 최대한 이용해가며 웹서핑, 문서작업 등 간단한 업무를 진행해본 결과, 9시간 48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전력소모를 줄이는 기술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화면 밝기도 조금 높인 상태(70%)로 사용해도 8시간 12분 동안 사용 가능했다.
뭐, 요새 울트라북도 배터리 사용시간이 다 저 정도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울트라북과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울트라북은 ULV 프로세서, 그러니까 초저전력 프로세서를 내장했지만,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는 일반 모바일 프로세서(코어 i5, 2.4GHz)를 내장했다. 프로세서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의미다. 파이널컷, 로직프로, 포토샵CC 등 고성능을 요구하는 앱을 실행할 때나 많은 앱을 동시에 실행할 때 퍼포먼스가 명백히 차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퍼포먼스를 차이나게 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노트북은 저장장치를 SATA 인터페이스로 연결하지만,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는 좀 더 빠른 PCI 익스프레스로 연결한다. 내장된 SSD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여러 개의 파일을 복사할 때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문제가 잦은 도시바 SSD 비중을 줄이고, 삼성전자 SSD 비중을 높인 것도 전작과의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그래픽 프로세서는 인텔 아이리스(Iris)를 채택했다. 고급 하스웰 프로세서에 내장된 통합 그래픽 프로세서로, 쓸만한 성능을 갖췄음에도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것이 특징인 제품이다. 대부분의 캐주얼 게임, 조금 오래된 패키지 게임 등을 원활히 실행할 수 있다. 아키에이지, 블래이드&소울 등 고사양 온라인 게임은 조금 미묘하다. 인텔은 아이리스를 활용하면 아키에이지도 30프레임으로 제법 원활히 실행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론 힘들다는 게 정설이라… 다만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를 채택하면 배터리 사용시간이 줄어들고 발열과 소음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생기니, 고성능 휴대용 노트북을 추구하는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의 콘셉트를 생각하면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보단 아이리스를 채택하는 게 옳은 선택 아니었을까.
미묘하게 얇아진 본체
하스웰을 내장하고 매버릭스로 실행되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와 폼팩터(Form factor, 하드웨어 디자인 및 구성)면에서 큰차이는 없다. 다만 두께가 1.8cm로 전작보다 미묘하게 얇아졌다. 딱 엄지 손톱만하다. 기존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는 15인치 모델보다 조금 두꺼웠지만, 이제는 동일하다. 전체적으로 더 두꺼워지는 부분도, 더 얇아지는 부분도 없다.
특유의 알루미늄 유니바디(알루미늄을 통째로 깎아서 만든 본체)도 건재하다. 키보드와 매직트랙패드도 사용하기 편하도록 큼직큼직하다. 본체 양 옆에 있는 스테레오 스피커도 제법 들을만한 품질의 음성을 들려준다.
확장성은 딱 잘라 평가하기 힘들다. USB 3,0 단자는 2개에 불과해 조금 모자란 편이지만, 이를 2개의 썬더볼트 단자로 보완하고 있다. 썬더볼트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주변기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확장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이밖에 HDMI 단자, 헤드폰(마이크 겸용) 단자, SD카드 슬롯(64GB 지원) 등도 갖추고 있다.
무게는 1.57kg이다. 13인치 노트북치고 가벼운 편이지만, 요새 워낙 가벼운 제품이 많아서 조금 빛이 바랜다. 그렇지만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할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기껏 제품을 가볍게 만들어 놓고 전원 어댑터에서 휴대성을 다 깎아 먹는 일부 제품과 달리,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의 전원 어댑터는 매우 작고 가볍다. 둘을 합쳐도 1.8kg 내외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성인 남성, 여성 모두 별다른 부담없이 휴대할 수 있다.
제품의 핵심인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건재하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화면 정보량은 그대로 유지한 채 해상도를 4배 높여 한층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의 경우 화면 해상도가 2,560x1,600(16:10)에 이른다. 선명도는 227PPI로 노트북 가운데 손꼽을 정도로 뛰어나다(일반적으로 노트북의 선명도는 100~150PPI 내외다). 이를 1,024x600, 1,280x800, 1,440x900, 1,680x1,050 등 4가지 해상도 가운데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웹 서핑이나 전자책 등을 읽을 때 선명한 화면의 진가가 드러난다. 사진이나 동영상 편집 작업을 할 때에도 결과물을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앱도 많다. 맥 앱스토어에 올라온 앱 대부분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한다. 지원하지 않는 앱을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로… 다만 그 가운데 국산 앱인 네이트온 등이 껴있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가격도 대폭 낮춰
애플은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를 발표하면서 기본형 모델 가격을 크게 낮췄다. 4GB 메모리, 128GB 저장공간을 갖춘 기본 모델을 기준으로 169만 원이다. 기본 모델이 200만 원 이상이었던 전작을 감안하면 이제 사용자들의 구매 사정권에 들어왔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가격을 낮춘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를 구매하면 애플의 문서작성 앱 아이워크(iWorks)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문서작성 앱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워크는 일반 문서 작성 앱 페이지즈(Pages), 스프레드 시트 작성 앱 넘버즈(Numbers), 프레젠테이션 작성 앱 키노트(Keynote)로 구성돼 있다. 아이워크는 자체 문서 형식뿐만 아니라 최신 MS 오피스 문서형식도 지원하니, 대학생 등이 간단히 사용하기에 좋다. 특히 키노트의 경우 애니메이션 기능은 파워포인트보다 더 낫다고 평가받고 있으니, 주력 프레젠테이션용 앱으로 사용해도 된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노트북이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지만, 단점이 없지는 않다. 일반 사용자 스스로 제품 성능을 강화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프로세서, 메모리, 저장장치 모두 온보드(On-board, 로직보드와 일체화된 형태)로 구성돼 업그레이드가 아예 불가능하다. 일반 맥북프로는 메모리, 저장장치 등을 교체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 처음 제품을 구매할 때 사양을 신중하게 선택하자. 그렇다고 사양을 올리면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니 이 점도 유의할 것. 메모리 4GB, 저장공간 128GB를 추가하면 30만 원 더 비싸진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본 모델이 제일 잘 팔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명한 화면, 뛰어난 디자인 등으로 사용자들에게 주목받았던 맥북프로 레티나가 배터리 사용시간 증가라는 날개까지 달았다. 장점은 명확하고, 단점은 찾기 힘들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 노트북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당연히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를 주목해야 한다. 다른 노트북은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를 보고 난 후에 봐도 늦지않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