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을 끝장내러 왔다" 소니 알파A7 써보니…
"소니 알파A7과 A7R이 당신의 DSLR을 끝장내러 왔다(Alpha 7 and 7R are here to kill your DSLR)"
미국의 IT전문 매체 더버지가 소니 알파A7과 알파A7R의 출시를 보도하며 뽑은 기사 제목이다. 조금 과장이 섞인 제목이라 생각하며 알파A7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에 갔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품을 체험해보니 '어쩌면' DSLR을 끝장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알파A7과 알파A7R은 어떤 제품?
소니가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채택한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A7과 알파A7R을 17일 공개했다.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란 과거 널리 사용된 35mm 필름과 동일한 크기의 대형 이미지 센서다. 주로 200만 원 이상의 고급 DSLR에 탑재된다. 미러리스 카메라란 DSLR에서 펜타프리즘 또는 펜타미러를 제거해 콤팩트 카메라 수준으로 제품 크기를 줄인 카메라를 뜻한다.
사진의 품질은 이미지 센서가 좌지우지 한다. 제아무리 렌즈, 이미지 처리 엔진이 뛰어나도 이미지 센서가 작으면 사진 품질이 떨어지기 마련.
지금까지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는 고급 DSLR의 전유물이었다. 미러리스 카메라와 보급형 DSLR은 보통 크기가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의 2/3에 불과한 APS-C 타입 이미지 센서를 내장했다. 때문에 미러리스 카메라 사용자를 중심으로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채택한 최고급 미러리스 카메라를 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한 제품이 알파A7과 알파A7R이다. 한번 자세히 제품을 분석해보자.
알파A7과 알파A7R의 차이는?
일단 제품이 두 개가 동시에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알파A7과 알파A7R의 스펙은 동일하다. 딱 하나 이미지 센서를 제외하고.
알파A7은 2,430만 화소 일반 이미지 센서를, 알파A7R은 광학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한 3,64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채택했다. 광학 로우패스가 대체 뭘까.
광학 로우패스 필터는 원래 색을 감지하고, 이미지 센서를 먼지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대신 사진의 해상력를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색을 표현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해 이미지 센서만으로 색을 감지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최근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해 보다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하면 가끔 무아레(사진에 자글자글 노이즈가 끼는 현상)가 발생하는 단점이 생긴다. 하지만 이미지 처리 엔진을 개선해 무아레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해 사진이 더 선명한 점과 화소수가 높아 더 높은 해상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알파A7R은 명백히 알파A7의 상위 모델이다. 실제로 가격도 알파A7R이 약 70만 원 더 비싸다.
최고 1/8000초를 지원하는 셔터스피드, 최대 감도 ISO 25,600, 위로 90도 아래로 45도 움직이는 틸트(Tilt)형 3인치 LCD, OLED로 제작한 전자 뷰파인더(EVF), 방습 방진을 지원하는 마그네슘 본체 등 그 외 사양은 두 제품이 동일하다.
디자인도 같다.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한 소니의 콤팩트 카메라 RX1에 뷰파인더를 붙여놓은 모양새다(RX1보다 옆으로 좀 길다).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보다는 크고, DSLR보다 작다. 얼마 전 유행한 초소형 DSLR과 대동소이한 크기다. 무게는 알파A7 416g, 알파A7R 407g이다. 제법 묵직하지만, DSLR과 비교하면 가벼운 편이다. 다만 일반적인 미러리스 카메라와 달리 내장 플래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밖에 다양한 부가기능을 추가했다. 대표적인 게 스마트폰과 연동이다. 와이파이 기능을 활용해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다. NFC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연결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제품 오른쪽에 스마트폰을 접촉하면 NFC 태그를 인식해 자동 연결된다(처음 한번은 수동으로 인식시켜야 한다). 스마트폰을 리모콘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메라는 사진으로 말하는 법
이제 사진 품질에 대해 논할 차례다. 알파A7과 알파A7R 둘 다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제품답게 뛰어난 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알파A7과 알파A7R로 촬영한 사진을 첨부한다.
두 제품에 내장된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는 콘트라스트 AF와 위상차 AF를 함께 지원한다. 콘트라스트 AF는 이미지 센서에서 화면의 명암차를 감지해 초점을 잡는 방식으로, 정확하지만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주로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된다. 위상차 AF는 렌즈에 맺힌 상을 초점 센서가 인식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초점을 잡지만, 아주 가끔 초점이 빗나가는 단점이 있다. 알파A7과 알파A7R은 이미지 센서 픽셀 사이사이에 초점 센서를 섞어 콘트라스 AF와 위상차 AF를 함께 지원한다. 쉽게 말해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을 수 있다는 뜻.
동영상 촬영 기능도 뛰어나다. 풀HD 해상도 60프레임 또는 24프레임으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60프레임은 부드러운 영상이고, 24프레임은 영화 같은 느낌의 영상이다.
소니는 두 제품과 함께 5종의 신규 렌즈를 선보인다. 28-70mm F3.5-5.6 번들 렌즈, 24-70mm F4 표준 광각 렌즈, 70-200mm F4 중급 망원 렌즈, 칼자이스 55mm F1.8 고급 인물 렌즈, 칼자이스 35mm F2.8 고급 매크로 렌즈 등이다. 이 5종의 렌즈는 풀프레임 렌즈에 맞게 설계됐으며, 소니의 기존 미러리스에도 사용 가능하다.
알파A7과 알파A7R은 소니의 기존 미러리스 렌즈도 부착할 수 있다. 다만 주변부가 어두워지는 비네팅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할 것. 또, 소니의 DSLR 카메라 렌즈 라인업인 알파 렌즈군도 전용 커넥터를 이용해 부착할 수 있다.
두 제품 본체에는 손 떨림 보정 기능이 없으며, 손 떨림 보정 기능이 내장된 렌즈를 구매해야 한다(렌즈 모델명에 OSS라고 표기돼 있음).
미러리스에 집중한 전략이 통하다
한 제품이 제조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제품을 처음 공개할 때 누가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르는지 살펴보면 된다. 별 의미 없는 제품이라면 일반 직원이, 중요한 제품이라면 임원이 올라와서 제품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회사의 사운을 걸만한 제품이라면 누가 올라올까. 당연히 최고경영자, 사장이 올라오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알파A7과 알파A7R은 소니 카메라 사업부의 사활을 건 제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소니코리아 사카이 켄지 사장 등 소니와 소니코리아의 주요 임원이 올라와 두 제품에 대한 큰 기대를 내비쳤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국내 고급 카메라 시장에서 미러리스 카메라의 점유율은 50.1%로 49.9%를 기록한 DSLR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A7과 알파A7R은 이러한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소니의 첨병이다.
가격 정책도 공격적이다. 알파A7의 가격은 175만 9,900원(28-70mm F3.5-5.6 번들 렌즈 포함 시 199만 9,900원), 알파A7R은 244만 9,900원이다. 절대적으로는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교해도 거의 두 배 가까이 비싸다. 하지만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고급 DSLR의 가격이 200~300만 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됐다.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 가운데 가장 저렴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DSLR 시장에서 캐논과 니콘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소니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선전으로 시장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렌즈교환식 카메라 기준).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 신규 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은 주효했다. 이제 소니는 알파A7과 알파A7R을 앞세워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가 넘보지 못했던 전문가, 하이 아마추어 시장을 공략하려 하고 있다. 소니의 전략이 성공하면, DSLR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DSLR은 일부 전문가를 위한 제품으로 전락할지도 모르겠다. DSLR에 집중하는 캐논과 니콘의 대응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