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하드는 가라, 외장SSD가 왔다. 리뷰안 워프USB
요즘 저장장치 시장에서 가장 '핫'한 물건이라면 역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그리고 외장하드(외장형하드디스크)다. SSD는 PC를 빠르게 만들고자 할 때, 외장하드는 고용량 데이터를 가지고 다닐 때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SSD 전문업체인 리뷰안테크에서 내놓은 '리뷰안 워프(WARP) USB(이하 워프USB)'는 이 두 가지 재주꾼을 하나로 만든 신통한 제품이다. SSD 고유의 빠른 속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본체 크기가 작고 범용성이 높은 USB 인터페이스를 갖췄기 때문에 외장하드처럼 가지고 다니며 쓸 수도 있다. 제조사에서 '세계 최고속의 USB 기반 저장장치'라고 강조할 정도다.
크기는 초소형, 성능은 초고속?
SSD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PC내부에 설치하는 작업이 부담스러웠던 사용자. 혹은 외장하드의 느린 속도가 불만이었던 사용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워프 USB의 면모를 살펴보자. 참고로 리뷰안테크의 워프 USB는 저장 용량에 따라 128GB와 256GB, 그리고 512GB의 세 종류가 나와있다.
워프 USB의 크기는 손가락 세 개 정도에 불과하며, 무게는 32g밖에 나가지 않는다. 덕분에 시중에서 흔히 쓰는 2.5인치 규격의 외장하드에 비해 훨씬 휴대성이 높다. 굳이 비교하자면 1.8인치 규격의 HDD를 내장한 외장하드와 비슷한 크기라 할 수 있는데, 요즘 1.8인치 HDD는 거의 생산이 중단된 상태라 1.8인치 규격의 외장하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최소한의 크기에서 고용량을 담을 수 있는 휴대용 저장장치로서 제품의 매력을 더하는 부분이다.
USB 2.0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한 높은 범용성
워프 USB는 SATA 인터페이스를 쓰는 일반적인 SSD와 달리 USB 3.0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USB 3.0은 기존 USB 2.0의 10배에 달하는 5Gbps/s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를 발휘하기 때문에 고성능 저장장치와의 궁합이 좋다. 그리고 USB 2.0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탈착하며 쓸 수 있기 때문에 다루기도 편하다.
다만, 워프 USB와 함께 제공되는 USB 3.0 케이블은 길이가 짧고 너무 뻣뻣해서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이건 USB 2.0 보다 많은 라인을 써야 하는 USB 3.0 규격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리뷰안테크에서도 이를 알고 있는지 제품 구매 시 최대 85cm까지 길이를 늘릴 수 있는 릴 케이블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USB 3.0은 USB 2.0과 호환되기 때문에 USB 2.0 포트만 갖춘 구형PC에서 워프 USB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엔 데이터 전송 성능 역시 USB 2.0 수준으로 저하된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그래도 저장매체 자체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외장하드보다는 훨씬 나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USB 3.0 지원하는 파란색 포트에 주목
제품의 외형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써보며 성능을 체험해 볼 차례다. 워프 USB와 비교할만한 물건이라면 일반적인 외장하드, 그리고 외장하드 케이스에 PC용 SSD를 넣어 구성한 조립식 외장SSD를 들 수 있다. 특히 조립식 외장SSD와 어느 정도 성능차이가 날지 주목할만하다.
USB 3.0 인터페이스를 갖춘 제품인 만큼 이 제품을 제대로 쓰려면 PC 역시 USB 3.0 포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2010년 즈음에 출시된 PC부터 USB 3.0 포트가 달리기 시작했는데, 포트의 색깔이 파란색이라 기존의 USB 2.0 포트와 구분이 된다. 2012년 이후에 출시된 PC라면 대부분 USB 3.0 포트를 갖추고 있다.
참고로 일부 PC의 경우, 주(native) 칩셋이 아닌 별도의 칩을 메인보드에 달아 USB 3.0을 구현한 경우도 있다. 특히 2009~2011년 사이에 주로 팔리던 1세대 코어 i 시리즈(블룸필드, 린필드) 기반의 메인보드 중에 이런 제품이 많았다. 그리고 원래 USB 2.0만 지원하는 PC에 별도의 확장카드를 달아 USB 3.0 포트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식으로 구현한 USB 3.0 포트에서는 다소의 성능 저하가 있을 수 있다고 리뷰안테크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다만, 외형만 봐서는 어떤 USB 3.0 포트가 주 칩셋에서 구현되는지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메인보드 제조사마다 포트의 배치가 조금씩 다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지식을 갖춘 사용자가 아니고선 이런 세세한 사항까지는 판단할 수 없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일반 PC에 파란 USB 포트가 달려있다면 워프 USB를 구매해도 무방할 것 같다. 별도 칩으로 구현한 USB 3.0이라도 USB 2.0 보단 훨씬 빠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반 외장하드, 조립식 외장SSD와의 성능 비교
이번 테스트에서는 자체적(native)으로 USB 3.0 포트를 갖춘 삼성전자의 아티브북9 플러스 노트북을 이용했다. 워프 USB 128GB 버전과 USB 3.0 규격의 일반 외장하드인 에이데이타 NH13, 그리고 새로텍 HD-10U4 하드독에 샌디스크의 익스트림II 240GB SSD를 꽂아 구성한 조립식 외장SSD를 이 PC에 연결해 성능을 시험해봤다.
우선은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크리스탈디스크마크'를 이용해 수치적인 성능을 비교했다. 이 프로그램은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전송속도를 측정해 수치화하여 보여주므로 SSD나 HDD의 성능을 가늠해보고자 할 때 편리하다.
테스트 결과, 워프USB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읽기 429.2MB/s, 쓰기 362.6MB/s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SSD의 성능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며 전반적인 반응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4KB 데이터를 다룰 때의 속도 역시 읽기 19.42MB/s, 쓰기 40.25MB/s로 우수했다. 다만, 조립식 외장SSD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우수한 성능을 냈기 때문에 '세계 최고속'이라는 홍보 문구는 약간 과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일반 외장하드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낸 것도 사실이긴 하다.
USB 2.0 환경에서도 쓸 수는 있지만…
참고로 케이블을 바꿔 USB 2.0 환경에서도 테스트해봤다. 요즘 USB 3.0을 탑재한 PC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USB 2.0만 지원하는 PC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USB 2.0 특유의 낮은 대역폭을 SSD 자체의 빠른 구동속도로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테스트 결과, 읽기/쓰기 속도 모두 40MB/s 남짓을 기록했다. 이는 조립식 외장 SSD나 일반 외장 하드 역시 비슷한 수준이라서 역시 USB 3.0 기기는 USB 3.0 환경에서 써야 제 성능을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그래도 역시 SSD답게 일반 외장하드에 비하면 4KB 속도는 훨씬 우수했기 때문에 수치적인 성능은 비슷하더라도 실제로 사용시의 체감 성능은 역시 한 수 위일 것이다.
실제 사용에서 느낄 수 있는 성능
수치적인 성능과 실제 사용하면서 체감하는 성능은 차이가 날 수 있다. 10만여개의 파일이 담긴 10GB 남짓의 폴더를 노트북에서 테스트용 장치로 복사하며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연결 인터페이스는 당연히 USB 3.0이다.
측정 결과, 워프USB는 4분 13초, 조립식 외장SSD는 4분 25초가 걸려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냈다. 일반 외장하드가 복사 작업을 마치는데 11분 20초가 걸린 것을 생각하면 훨씬 빠른 속도다. 조립식 외장 SSD와 성능차이가 크지 않은 것에 약간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워프USB 쪽이 훨씬 휴대하기 편하고 따로 조립할 필요도 없으니 비교 우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머니 속의 운영체제로 활용해볼 만
테스트를 종합해보면 워프USB는 확실히 좋은 성능을 내는 초소형 휴대용 저장장치가 맞다. '세계최고' 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 최상위' 정도는 확실한 것 같다. 다만 이것만 가지고는 단순히 '속도 빠른 외장하드'나 '용량 큰 USB메모리'에 그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워프USB를 제대로 쓰려면 그에 맞는 활용방법이 필요하다. 빠른 속도와 높은 휴대성을 이용해 '포터블 운영체제'의 매체로 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각자의 PC에 자신의 쓰임새에 최적화된 환경을 꾸며두면 확실히 작업 효율이 올라간다. 다만, 그렇다고 항상 PC를 들고 다니기는 힘들다. 아무리 작은 노트북이라도 이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순 없으니 말이다. 자신의 PC에 탑재된 HDD나 SSD를 떼어서 가지고 다니다가 작업현장에 있는 다른 PC를 뜯어서 다시 다는 식으로 이동식 개인 환경을 구현할 순 있겠지만 이건 생각만해도 번거롭다.
운영체제를 설치해둔 외장하드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또 한가지 방법이긴 하다. 이는 최소한 쓸 때마다 PC를 뜯고 설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뜩이나 느린 외장하드를 역시 느린 USB 2.0 포트에 꽂고 부팅하려면 부팅 시간만 해도 몇 분이 걸릴 것이다. 이 때 데이터를 읽거나 쓰는 속도가 빠른 플래시 메모리를 갖추고 전속 속도도 빠른 USB 3.0 기반의 워프USB를 이용한다면 이런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윈도8 설치해 써보니 의외로 빠른 속도
노트북에 달린 워프USB에 윈도8 운영체제를 설치한 후, 이를 떼어서 다른 PC에 달고 부팅해봤다. 시험해본 PC는 인텔 H87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를 쓰는 모델이다. PC의 USB 3.0 포트에 워프USB를 달고 전원 버튼을 누른 후 초기 화면에서 F10 키(메인보드 기종마다 다를 수 있음)를 눌러 기본 HDD가 아닌 워프USB로 부팅을 하도록 설정했다.
혹시 부팅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최초 20~30여초 가량 시스템 인식 과정을 거친 후 자동으로 한 번 재부팅을 한 이후부터는 정상적으로 부팅되는 것을 확인했다. 부팅 속도도 내장형 SSD만큼이나 빠른 10초 남짓이라 만족도가 높았다. 또한 기존 PC에서 쓰던 모든 파일이나 응용프로그램, 운영체제 설정 등이 모두 완벽하게 다른 PC에서도 구현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다만, 테스트한 PC가 최신기종이다 보니 윈도8에 기본 포함되지 않은 몇몇 장치 드라이버가 설치되지 않았다. 때문에 부팅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기본적인 사용도 가능하긴 하지만 PC의 일부 기능을 쓸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랜카드 드라이버가 설치되지 않으면 인터넷을 할 수 없고 그래픽카드 드라이버가 설치되지 않으면 게임이나 동영상 구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럴 때는 3DP 넷이나 3DP 칩과 같이 드라이버를 찾아내 설치해주는 프로그램을 워프USB에 함께 넣어두고 다니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워프USB에 넣어두고 다닐 포터블 운영체제는 되도록이면 윈도8을 추천한다. 윈도7이나 윈도XP의 경우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하드웨어의 수가 윈도8에 비해 적기 때문에 제대로 부팅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윈도8 중에도 되도록이면 포터블 운영체제 기능인 ‘USB to Go’를 정식으로 지원하는 윈도8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쓰는 것이 편하다. 일반 윈도8이나 윈도8 프로 버전도 포터블 운영체제로 쓰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이 버전들은 시스템(정확히는 메인보드)이 바뀔 때마다 정품 인증을 다시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저장장치의 미래를 체험하고 싶다면
리뷰안테크의 워프USB는 장점이 많은 휴대용 저장장치다. SSD의 빠른 속도, USB메모리에 필적하는 간편함과 견고성, 그리고 외장하드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넉넉한 저장공간도 제공한다. 기존 외장하드의 느린 속도와 낮은 내구성에 불만을 느끼던 사용자, 혹은 SSD가 쓰고는 싶었지만 PC 내부에 설치하는 것이 번거로웠던 사용자에게 추천할 만하며, 주머니 속에 운영체제를 담고 다니며 PC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동일한 환경으로 작업하고자 하는 사용자도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다만, 성능 면에선 PC용 SSD를 외장하드 케이스에 조립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가격도 아주 싸다고는 할 수 없다(SSD가 원래 좀 비싼 물건이긴 하지만). 2013년 10월 현재 128GB 제품은 20만원, 256GB 버전은 32만원, 512GB 버전은 72만원 정도(인터넷 최저가 기준)에 팔리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작은 크기에 이 정도의 용량과 속도를 동시에 구현한 휴대용 저장장치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분명하니 구매가치는 분명히 있다. SSD가 HDD를 완전히 대체할 미래는 분명히 올 것이다. 워프USB는 그런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일찍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물건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